〈 167화 〉 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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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은 하울이 무언가를 하려는 것을 알아채고 그녀를 붙잡기 위해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을 뻗기 무색하게 하울과 민혁 일행은 방 안에서 사라져버렸다. 말 그대로 사라졌다. 수련장에 홀로 남게 된 소영주는 눈을 깜빡거렸다. 꿈이 아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갑작스레 일어난 지금의 상황과 민혁과 하울의 대화에서 무언가 힌트를 얻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드래곤, 마신족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단장과 민혁 일행 갑자기 쏟아진 정보의 폭탄에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복잡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한숨을 쉬며 답지 않게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여긴?”
기분 나쁜 부유감이 느껴지고, 눈앞 광경이 점멸되었다. 다시 눈을 뜨자 녹색 초지가 그를 반겼다. 순식간에 서 있는 장소가 바뀐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리나가 얼굴을 창백하게 물들인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민혁은 걱정이 되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리나는 입을 손으로 가린 채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는 멀미를 하는 아리나의 옆에 앉아 그녀의 등을 쓸어내렸다.
“카샤 영지 근방의 평원이야 이 시기에는 몬스터트럼 때문에 사람이 거의 접근하지 않지.. 이 정도면 대화 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지?”
하울은 민혁은 질문에 답해주었다.
“일부러 공간이동까지 사용하고, 수고를 하게 해서 미안하군”
민혁은 아리나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흠 뭐 됐어. 드래곤에게 공간이동 마법쯤이야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거니까.. 그나저나 그쪽 수컷의 이름을 묻지 않았네?”
“내 이름은 민혁이야.”
민혁이 자기소개를 하며, 악수를 청하려 앉은 채 손을 내밀었다. 하울의 그의 손을 빤히 쳐다보았다. 앞으로 나간 손이 어색해졌다. 악수하는 것을 싫어하는 걸까 민혁은 악수를 위해 내밀었던 손을 제자리로 돌렸다. 하울은 피식 웃더니 제자리로 돌아갔던 손을 잡아채서 위아래로 흔들었다.
“내 이름을 들었겠지만 한 번 더 소개할게 하울이라고해 아시다시피 드래곤, 방년 2690살 파릇파릇한 나이지!”
“아..응.. 나도..”
자신을 드래곤이라고 한 번 더 강조해서 말했다.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페일과 있을 때와 말투가 바뀌기는 했지만 미인은 어떤 말투를 사용해도 아름답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불만족스러움이 가득했다. 어째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딱히 마음에 들지 않을 행동을 한 것 같지는 않다.
“내가 드래곤이라고 말했는데도 여전히 반말일색이구나 너는”
“아.. 불편하면 존대말이라도 써줄까?”
드래곤은 자의식이 강한 모양이다. 존대말이라도 써줘야 하나 고민했다.
“됐어 형식적인 건 싫어하거든 그냥 편한데로 해”
생각보다 쿨한 드래곤이었다. 민혁은 존대말을 쓰면 자신도 불편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마신족애 관한 이야기를 듣기 전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뭔데?”
민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엇인가 궁금한게 있는걸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와는 초면이다. 따로 물어볼 것이 있을 게 없다. 하울은 히죽웃으면서 오른손을 들었다. 그리고 민혁의 얼굴 앞으로 손을 가져가 새끼 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을 접었다.
“니가 아리나의 이거냐?”
“.......?!”
“하, 하울님!”
민혁이 뭐라 반응하기 전에 뒤쪽에서 귀를 쫑긋 대화를 엿듣고 있던 아리나가 반응했다. 그녀는 엎드려 있던 게 거짓말인 양 얼굴을 붉히며 하울에게 달려들었다. 허둥지둥 양팔을 흔드는 게 몹시 귀여웠다. 하울은 악동 같은 미소를 지으며 달려오는 그녀를 가볍게 피했다. 그리고 그녀의 뒷덜미를 잡아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았다. 다 큰 성인 여성끼리 어색할 수도 있는 그림이지만 키 차이가 있어서 어색하지 않았다.
“이,이익 내려주세요 하울님!”
아리나는 그녀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팔을 허공에 마구마구 휘저었다.
“흐음... 싫은 걸 아리나는 괴롭힐수록 재밌잖아 그렇지?”
하울은 민혁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응 이라고 대답해버렸다. 솔직히 말해 아리나는 그녀의 말대로 괴롭히는 맛이 있다. 특히 관계를 맺을 때 엉덩이 스패킹을 당하면 눈물을 머금고는 하는데 그 때는 가학적인 욕구가 가슴 속 깊숙이서부터 끌어오르고는 한다. 아리나는 민혁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민혁님은 멍청이!’라고 소리쳤다.
“그치 그치 역시 아리나의 동반자는 뭘 좀아는구나?”
“흠... 뭐 그렇지.. 아리나는 눈물을 흘릴 때도 귀여우니까”
하울은 민혁의 말에 얼굴을 일그러트리더니 커플지옥! 이라고 소리쳤다. 그는 그녀의 말에도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히죽 웃었다.
“그, 그런가요.. 저 눈물 흘릴 때 귀여운가요?”
아리나도 하울에게 뒷덜미를 잡힌 채로 얼굴을 붉히며 히죽히죽 웃었다. 하울의 얼굴이 찡그려졌다. 기분 나쁜 것을 만지고 있다 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고장난 것처럼 계속 웃는 아리나의 뒷덜미를 놓아주었다.
“헤헤헤헤...귀엽데..헤헤헤..”
그녀는 하울의 손에 벗어났음에도 그 자리에 앉아 계속 히죽거렸다.
“우와 이 녀석 완전히 맛이 갔네... 너도 대단하다 이 녀석을 이렇게 만들다니”
“어이.. 오해가 있을 법한 말은 하지마..”
민혁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 보니 사랑한다 말은 해줬지만 귀엽다라던가 다른 애정표현을 그렇게 많이 해주지 않았다. 칭찬을 받고 싶은 욕망이 촉매가 되어 터져버린 것 같았다. 그는 아직도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하울도 아리나가 계속 웃고만 있자 걱정이 됐는지 쪼그려 앉아 그녀의 볼을 콕콕 찔러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 웃을 뿐이었다.
“아리나 그만 일어나 흙바닥에 앉아 있는 거 아니야 어서!”
“헤헤헤헤...헤헤헤..귀여워...헤헤헤”
확실히 맛이 갔다. 민혁은 그녀의 옆구리를 껴안아 일으켰다. 온 몸에 힘이 빠져 흐물거렸다. 하울도 그녀를 부축했다. 민혁은 히죽거리는 그녀를 근처 바위에 앉혔다. 하울은 마법을 이용해 맑은 물 한 잔을 소환해 그녀에게 먹였다. 하지만 주르르 입가로 물이 세어버렸다.
“흐헤헤헤...흐흐흐..”
“...생각보다 심각한데...어쩌지?”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곧 있으면 정신을 차릴 것 같았다. 하울을 보니 그녀는 무엇이 그리 웃기는지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호흡곤란 증세가 보일 정도로 웃고 있었다.
“뭐가 그리 웃기냐..”
“흐윽..끄윽...하하하하..미...흐윽...미안...푸핫!”
그녀의 웃음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민혁도 포기한 듯 하울의 웃음이 멈추기를 잠시 기다렸다.
“하아...하아.. 살면서 이렇게 웃긴 적은 처음이야...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니까..”
“아 그러세요..”
진정하며, 호흡을 가다듬는 하울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하울에게 아리나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대부분 말해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민혁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마신족을 소환하는 제물로 사용되었다고 말할 때 그녀의 얼굴을 묘하게 굳었다. 그는 잠시 눈치를 살피다 말을 이었다. 아리나와 만나고, 몬스터트럼을 해결 그리고 에이하를 만난 것까지 모두 설명이 끝났다. 하울은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얼마든지”
그녀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바위 모퉁이에 앉아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했다. 그녀가 바위에 앉아 있기만 해도 그림이 되었다. 그러기를 잠시 그녀의 입이 열렸다.
“음... 우선 과제를 정리해보자 우선 너는 무대륙으로 돌아가고 싶은거지?”
“그래 맞아 그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럼 아리나는 어쩔거야?”
하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민혁은 그녀가 생각보다 아리나를 더 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걱정 어린 시선으로 아직도 히죽거리고 있는 아리나를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버려질 그녀를 걱정하는 것 같았다. 그는 피식 웃었다. 그녀가 먼저 떠나지 않는 한 민혁이 그녀를 버릴 일은 없다.
“걱정하지마 아리나도 데려갈 거니까”
“그래 그럼 다행이네!”
하울은 진심으로 기쁜 듯 웃었다. 민혁은 순간 넋을 놓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바람에 흩날리는 적발과 왠만한 엘프 보다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그 무엇보다 금색의 눈동자가 매력적이었다. 인간의 것보다는 파충류의 그것과 닮아있었지만 그녀의 외모에 플러스가 되면 플러스가 되었지 마이너스적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과거 다른 게임에서 이종 콜렉터라고 불렸던 민혁을 불타게 만들었다. 지금 이 순간 민혁은 다짐했다. 하울이라는 드래곤을 공략하고야 말겠다고
“야..뭘 그렇게 빤히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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