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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이다-166화 (166/245)

〈 166화 〉 전초

* * *

부끄럼이 많은 아리나가 볼을 붉히며, 조용히 손을 들자 페일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옆에 앉은 민혁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아리나가 한 말이 진짜냐고 묻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녀는 침음성을 내뱉더니 아리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돌연 이를 까드득­ 갈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모습이 왠지 패자의 모습 같았다. 반면 아리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작게 웃음을 지었다. 승자의 여유였다.

“저기 소영주님?”

“.....이익...무었이냐..”

그의 물음에 페일은 고개를 들어 그를 노려보았다. 그 눈빛이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민혁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모른 척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다.

“아, 아니 그게 단장님께서는 어디 계시는가 싶어서요..”

“후우... 다과라도 하면서 말하려고 했거늘... 쯧쯧..참을성 없는 것이 천하기 그지없구나.. 그리 만나고 싶다면 따라 오거라”

페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민혁 일행도 그녀를 따라 일어났다. 그녀는 접견실을 나와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카펫이 깔린 관내복도를 지나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계단을 밝히기 위해 준비된 등잔에 불을 붙였다. 아래로 그리고 또 아래로 한참을 내려갔다. 마침내 도착한 곳, 무대륙에서 사용 하는 수련 공간 같은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여기저기에는 도검류가 매달려 있었고, 말린 식량 등 여러 가지 것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누군가 앉아 있었다. 페일은 망설이지 않고 그에게 다가갔다.

불빛이 어두운 공간을 밝히고, 수련장에 홀로 앉아 있는 이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둠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이 윤기 나는 적발은 허리를 지나서 바닥에 폭포처럼 흘러 내렸다. 붉은 어미와 오똑 솟은 코, 입맞춤을 부르는 입술까지 아리나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와 정 반대의 매력을 지닌 여자였다. 그녀는 아리나와는 달리 날렵하고 슬림한 몸매가 매력적인 여자였다. 페일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그토록 찾던 레드 드래곤

“이분이 카샤 기사단 단장 하울 오그르페아님이다.”

Level: 2690

이름: 하울

종족: 드래곤

성별: 여

수명: 2690년

경지: 웜급드래곤(the dragon wyrm class)

체력: ????/????

내공: ????/????

­플레이어의 능력치가 낮아 일부 능력치를 확인 할 수 없습니다.

­드래곤 피어가 플레이어를 압박합니다. 저항을 시도합니다. 저항에 실패해 모든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50%하락합니다. 드래곤 아이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일부 스킬이 사용불가 상태로 변경됩니다. 상태이상 기력허약이 발생, 모든 무공, 마법, 정령마법 사용시 2배에 달하는 내공과 마나가 소비됩니다.

­육도안이 드래곤 아이에 대항합니다. 기력허약이 삭제됩니다.

­살아있는 전설 드래곤을 발견했습니다. 소정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에픽 퀘스트 ‘마신족(???) 강림’

획득조건: 퀘스트 ‘흑관의 조각’ 해결, 퀘스트 ‘음양오행신공’ 소유, 칭호 천마의 후계자 소유, 신녀의 호감도 일정 수치 이상 충족

위 네 조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자동 발생되는 퀘스트로 플레이어와 신녀가 제물로 받쳐졌을 경우 발동하게된다. 제물로 받쳐진 플레이어는 천마신교의 땅에 소환된 마신족 대신 무대륙에서 로기아 대륙으로 이동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주술진이 불안정해 마신족은 천마신교에 소환된 후 1년 간 천마신교 밖으로는 이동할 수 없다. 플레이어는 드래곤들과 협력을 통해 무대륙으로 돌아가 마신족을 섬멸할지 로기아 대륙에서 일반 플레이를 할지 결정해야 한다.

1. 레드 드래곤 하울을 찾아라.

2. 드래곤 로어

3. ?????????????????????

성공조건: 무대륙으로 귀환, 마신족을 섬멸

실패조건: 플레이어의 죽음

­연계 퀘스트 래드 드래곤 하울을 찾아라가 완료되고, 신규 퀘스트 드래곤 로어가 생성되었습니다.

‘이게... 드래곤..’

눈 앞에 떠오르는 수 많은 시스템음성을 무시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레벨로만 치자면 힘이 제약된 무신보다 강했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그 어떤 강자보다 강하다. 무형의 기가 그를 압박했다.

‘이게 드래곤 피어인가..’

무력감이 몸을 지배했다. 아리나, 페일을 보았지만 그녀들은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드래곤은 자신을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굴하지 않고, 하울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마침내 그녀 앞에 섰다.

“래드 드래곤 하울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번쩍­

옆에 있던 페일이 민혁의 말에 놀라기 무섭게 미동도 없던 하울의 눈이 떠졌다. 붉은 색 광망을 터트리며 떠진 눈동자에는 새빨간 적염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일순간 민혁은 몸이 불타오르는 환영을 보았다. 압도적인 힘에 제압당한 것이다.

“드, 드래곤 이라니.. 네놈 단장님께 무슨 무례인게냐!”

페일은 붉게 타오르고 있는 그녀의 눈동자를 아직 보지 못했다.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광포한 지배자의 흉기 중 하나였다. 아리나는 뒤에서 그 광경을 보며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하울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고, 하울도 싱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하울은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붉은 적발이 공중에 흩날리며, 공간을 수 놓았다.

“되었다. 페일”

“하, 하지만..”

하울이 제지하자 그녀는 말을 더듬었다. 지금까지 보았던 그녀의 오만한 행동과는 정반대였다.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 같았다. 아니다 사랑은 아니다 사랑보다는 존경, 경외에 가까웠다.

“되었다고 하지 않았느냐..”

“아..네...”

하울의 한 마디에 폭군이 제압되었다. 그는 온 몸을 죄여오는 드래곤 피어 속에서도 눈을 굴려 페일의 모습을 눈에 담아두었다. 본판이 받쳐주다 보니 시무룩한 표정 그것도 꽤나 귀여웠다. 그 때 시선이 느껴졌다. 하울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그를 관찰하고 있었다. 이제 보니 민혁보다 키가 컸다. 그의 키가 180CM 정도 하울은 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2~3cm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흠.. 매력적인 수컷이군..”

“영광인데?”

그는 연극의 막이 내린 후 인사하는 배우처럼 장난스레 고개를 살짝 숙였다. 하울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드래곤 피어 속에서도 움직인 것이 꽤나 신기했나 보다. 그녀는 허공에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민혁의 움직임을 제한하던 드래곤 피어가 사라졌다. 민혁이 드래곤피어를 이겨냈기에 더 이상 그를 압박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있구나..”

“오랜만이에요 하울님!”

“많이 컸구나.. 그리고 흐음...

아리나와 반갑게 인사를 한 하울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리나는 익숙하다는 듯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하울이 그녀의 머리를 토닥토닥­ 쓰다듬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페일은 부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아리나는 그녀의 억센 손길에 우우­ 하고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하하.. 오랜만에 너를 만나니 유쾌하구나.. 하지만 내 유희를 방해하면서까지 찾아오다니.. 물론 중요한 이야기겠지 무대륙의 인간”

하울이 아리나의 머리를 쓰다듬던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 민혁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 민혁은 순간 움찔 떨었지만 이내 자세를 바로했다. 그는 하울이 자신이 무대륙에서 넘어 온 것을 알고 있는 것에 약간이지만 놀랐다. 드래곤 피어를 막으려고 할 때 일순간이지만 천마신공을 사용했다. 그것을 잡아내다니 역시 신비의 조종이라고 할만하다.

“물론 마신족과 관련된 일이다.”

그녀는 더 말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하울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 페일을 힐끔 쳐다보았다.

“자세한 이야기를 여기서 하는 건 곤란할 것 같지 않아?.”

“좋다..장소를 바꾸도록 하지.. 마신족이라면 충분히 이 몸의 유희를 방해할만큼 중요한 사항이니까 말이야...”

그의 요구를 하울은 받아들였다. 그녀는 민혁에게 가까이 오라며 손짓했다. 물론 아리나에게도 손짓했다. 아리나는 두렵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민혁은 어째서 그녀가 그런 표정을 짓는지 의아했지만 일단 무시하고 하울 가까이 다가갔다. 민혁 일행이 자신의 근처에 모이자 하울은 손가락을 튕겼다.

“자, 잠시만요 단장님 설명을...!”

페일은 하울이 무언가를 하려는 것을 알아채고 그녀를 붙잡기 위해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을 뻗기 무색하게 하울과 민혁 일행은 방 안에서 사라져버렸다. 말 그대로 사라졌다. 수련장에 홀로 남게 된 소영주는 눈을 깜빡거렸다. 꿈이 아니다.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갑작스레 일어난 지금의 상황과 민혁과 하울의 대화에서 무언가 힌트를 얻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드래곤, 마신족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단장과 민혁 일행 갑자기 쏟아진 정보의 폭탄에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복잡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고 한숨을 쉬며 답지 않게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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