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1화 〉 전초
* * *
검정색 로브를 입은 남자가 개미굴에 나타났다. 그는 민혁에게 파괴당한 부화장을 훑어 보더니 이내 모습을 감췄다.
민혁과 아리나는 끝까지 감사인사를 하는 팅거를 뒤로 하고 장신구점을 나섰다. 개미굴에 들러서 꽤나 시간을 보낸 탓에 바로 주문을 맡긴 방어구들을 찾아가기로 했다.
“아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번처럼 좌판에서 과일을 팔고 있던 로코가 민혁과 아리나를 마중해주었다.
“민혁님 저는 과일을 보고 있을게요!”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자연스럽게 과일을 고르기 시작했다. 민혁은 그녀의 모습을 흐믓하게 지켜보다 로코를 따라 좌판 뒤쪽으로 향했다.
“여기 있습니다. 자신하건데 제 역작입니다”
붉은 손 로코의 레더 아머 B등급
아이지스 왕국의 소문난 대장장이 로코가 만든 레더 아머, 오우거 가죽을 활용해 방어력을 높이고, 천을 덧대 신축성을 높였다. 시중에서는 보기 드물 정도의 명품, 모험가인 당신! 이 방어구만 있다면 이제는 오크의 둔기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공격 적중 시 회피율 20%증가
방어력 100증가
“정말 감사합니다. 훌륭한 방어구입니다.”
민혁은 방어구의 정보를 훑어보았다. 비교 대상이 없기에 속단 할 수는 없지만 꽤나 좋은 옵션이 붙어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상태창을 열고, 방어력이라는 부분을 찾아보았다.
Level: 192
이름: 민혁
종족: 마룡
성별: 남
경지: 현경
체력: 56899/56899
내공: 800년/800년 24000/24000
마기: ??????
방어력: 100
정령친화력: 480
칭호: 천마의 후계자 (+500스텟 포인트)
무신의 후계자 (+500스텟 포인트)
『 능력치 』
무력:1870
지혜:1240
감각:1190
행운:1170
기술:1190
매력:1170
확실히 방어력이 100 늘어났다. 그는 다시 한 번 로코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닙니다. 이런 좋은 가죽으로 방어구를 만들 수 있다니 저야말로 영광이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민혁은 과일을 고르고 있던 아리나를 데리고 베르히 여관으로 향했다. 아리나가 아직 과일을 다 고르지 못했다며, 칭얼거렸지만 그녀의 품속에 있는 과일만해도 일반인이 일주일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베르히 여관에 도착한 일행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로라는 처음 방문 했을 때 보다 밝은 표정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간혹 보이는 미소는 꽤나 매력적이었다.
“로라님”
“아..민혁님 아리나님!”
민혁의 부름에 로라는 서빙을 하던 것을 멈추고, 둘이 앉은 테이블로 달려왔다. 그녀의 모습이 마치 주인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강아지 같아 민혁은 풋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로라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가 왜 웃는지 어리둥절해했지만 민혁은 금새 표정을 수습하고, 방어구 제작의 진척을 물었다.
“완성 됐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로라는 헤벌쭉 웃더니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다.
“아 저기... 급히 안 가져 오셔도 되는데...”
민혁은 로라에게 집중 되었던 시선이 자신에게 몰리는 것을 느꼈다. 모두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민혁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이유는 뻔했다. 먼저 로라의 외관을 살펴보자 동그란 눈에 말랑말랑 만져보고 싶은 볼살 풍만한 젖가슴까지! 그녀는 이 가게의 마스코트였다. 루지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다보니 노리는 사람이 적었지만 그녀는 남자와 연이 없어 노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대상이 민혁과 대화를 나누더니 환희에 찬 표정으로 2층으로 모습을 감춘 것이다.
“아.. 저기 민혁님 저기 남자분들이 전부 여길 노려보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요?”
아리나만이 그의 안식처였다. 그는 남자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리나도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내 그의 머리를 감싸안았다. 하지만 민혁의 선택으로 남자들의 시선에는 더욱 더 적대감이 들어찼다. 결국 버티지 못한 민혁은 아리나를 데리고 사람이 없어 한적한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아 민혁님!”
2층에 앉아 있자 로라가 투숙실로 보이는 방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의 손에는 민혁이 주문한 것으로 보이는 것이 들려 있었다. 밝은 갈색으로 염색된 레더 하의였다. 로라는 민혁에게 방어구를 건내주었다.
코더슨 레더 하의 –A등급
오우거 가죽을 얇게 펴서 만든 레더 갑옷, 장인 로라의 솜씨가 담긴 방어구, 주문한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있다. 오우거 가죽인 만큼 방어력이 으뜸이며, 코더슨이라는 황갈염료으로 염색했다. 코더슨은 몬스터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냄새를 풍기며, 냄새를 맡으면 맡을수록 무기력증에 빠진다. 인체에는 무해하니 안심하도록 하자.
방어력 +250
“아주 좋은 방어구입니다.”
민혁은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로라의 얼굴이 사르르 붉어졌다. 옆에서 둘을 지켜보던 아리나는 어째서인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고개를 모로 홱하고 돌려버렸다. 민혁은 방어구를 보느라 그녀의 삐진 모습을 보지 못했다. 민혁은 베르히 여관에서 저녁을 해결하자 아리나에게 말했다. 그녀도 동의했다. 그는 로라가 가져다 준 스테이크를 맛깔나게 먹었고, 아리나는 스프와 사온 과일을 아삭아삭 씹어먹었다. 왠지 아리나의 말수가 적어진 것 같았지만 저녁을 먹고 포만감이 가득찬 민혁은 그 부분에 대해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 날 저녁 베르히 여관의 특등실 민혁은 아리나가 씻는 것을 기다리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처음에는 방을 두 개 썼지만 고백을 한 후 부터는 한 방을 쓰고 있었다.
“우리 천사님을 가지기 위해 얼마나 노력 했던가!”
신사인 척은 혼자 다했고, 착한 척을 하다 성격에 안 맞아 게임을 종료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녀를 보면 그런 마음이 싹 가셨다. 말랑말랑한 볼살부터 풍만한 젖가슴 날씬한 허리와 날개 없어도 천사라 할만큼 착한 마음씨, 말 그대로 천사 그 자체! 그녀를 얻기 위해서라면 이제까지 한 짓보다 더한 짓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민혁님 누워서 뭐해요?”
“아...아응 그냥 이것저것 생각중이야”
아리나는 물기젖은 금발을 털며, 민혁이 누워 있는 침대 모서리에 살포시 앉았다. 그녀는 간단하게 로브만 입은 상태라 로브 사이로 새하얀 허벅지와 살결이 언뜻 모습을 드러냈다. 주체 할 수 없는 욕심에 민혁은 벌떡 일어나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끌어 안았다.
“꺄아~”
아리나도 장난스럽게 그의 장난에 응해주었다. 민혁은 그녀를 끌어당겨 자신의 품으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눈을 마주쳤다. 오늘 따라 그녀의 눈동자가 더욱 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는 아리나의 입술을 취하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안돼요”
그의 입술을 아리나가 막았다. 민혁은 충격받은 표정으로 애정이 식은거야?!라고 외치며 절규했다.
“그, 그런게 아니라요!”
민혁의 장난에 아리나는 얼굴을 사르르 붉히며, 소리쳤다.
“그런 게 아니면 뭔데?”
“음...그,그게...”
“그게?”
머뭇머뭇 말을 하지 못하는 아리나, 민혁은 그녀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긴 귀가 파르르 떨렸다. 민혁은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
낼름
“히익!”
몸을 부르르 떨며 신음성을 내뱉는 아리나, 민혁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아리나는 ‘정말~!’이라 말하며, 팔을 파닥파닥 흔들었다. 그 모습도 꽤나 귀여웠다. 민혁은 한껏 자상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일인데?”
조금은 진지해진 민혁, 아리나는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그게... 민혁님 혹시 로라씨를 좋아하시...”
“풉!”
민혁은 그녀의 말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토하고 말았다. 아리나는 얼굴을 토마토처럼 붉게 물들이고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웃지마세요 진지하단 말이에요!”
“아니..하하하하...그게..너무 웃기잖아.. 끄윽..”
숨 넘어 가는 소리를 내며, 웃는 민혁을 아리나는 홀겨보았다. 그리고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다. 민혁은 그제서야 웃음을 멈출 수 있었다. 그는 아리나에게 왜 자신이 로라를 좋아하하냐 물었는지 답을 요구했다. 아리나는 로라에게 주문했던 것을 받았을 때 그녀의 얼굴이나 민혁의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그랬다고 순순히 밝혔다. 민혁은 싱긋 웃더니 침대 모퉁이에 앉아 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가 다가오자 아리나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푹 숙였다. 얼굴을 이미 사과처럼 변한 상태였다. 그는 로라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의 이마를 쓰다듬어주었다.
“히익!”
그의 손이 이마에 닿자 아리나는 짧은 신음성을 터트렸다.
“아리나 이리와.”
민혁은 부드럽게 그녀를 불렀다. 아리나는 물기 젖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더니 그의 품에 포옥 안겼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