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9화 〉 전초
* * *
누구 먼저랄 것 없이 키스를 원했다. 타액이 서로의 입을 통해 전달되었고, 서로 달라 붙어 쾌락을 갈구했다. 민혁은 그 와중에도 아리나의 젖가슴을 괴롭히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로브와 옷을 위로 올려붙이고, 포탄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어여쁜 젖가슴을 노출시켰다. 아리나는 반항하려 했지만 그의 혀 움직임에 취해 별 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하아..하아..정말 아름다워 아리나..”
키스가 끝나고, 민혁은 노출된 아리나의 젖가슴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몽롱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힐 따름이었다. 민혁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크게 벌려 그녀의 젖가슴을 앙 하고 베어 물었다.
“꺄아앙~”
숲 속에 울려퍼지는 신음성, 초야를 치루고, 일주일 동안 꽤나 많은 관계를 맺었음에도 그녀의 반응은 언제나 처녀의 그것과 같았다. 민혁은 신이 나서 베어 물었던 가슴의 반대편을 손으로 꽈악 움켜쥐었다. ‘하아앙~’ 아리나는 숨이 끊어진 것이라 착각이 들 만큼 깊은 신음성을 내질렀다. 그를 신호로 민혁은 아리나를 쓰러트려 풀숲에 눕혔다.
“......”
“......”
서로의 눈이 마주치고, 둘은 말 없이 다시 한 번 키스를 주고 받았다. 이제 본격적인 애욕의 시간이 찾아오려는 찰나 늑대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평소라면 늑대쯤이야 하고 무시하고 다음 진도를 나갔겠지만 이것은 늑대의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경비대장 하칸이 경고하기를 개미굴을 가는 길에는 웨어울프의 영역이 있으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돌아가라 했다. 하지만 일행은 그의 말을 무시 했고, 결국 웨어울프를 만난 것이다. 웨어울프의 하울링이 다시 한 번 울리고, 민혁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리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리나의 위에서 비켜주었다. 아리나도 내심 아쉬운 눈치였다. 그녀는 옷깃을 여미고, 정령들을 소환했다.
아우우우
한 번 더 웨어울프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민혁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거사를 방해한 그들을 절대 살려주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울음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웨어울프가 쏘아내는 살기가 민혁과 아리나는 노렸다. 그녀는 움츠려들어 민혁의 뒤로 숨었다.
“간 보지 말고 빨리 나와!”
아우우우
그의 말을 알아 들은 걸까 회색빛 웨어울프 5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늑대처럼 생겼지만 마치 인간처럼 이족보행을 하고 있었다. 웨어울프들은 이를 보이며, 사납게 아리나와 민혁을 덮칠 준비를 했다. 그도 천마신검을 꺼내들어 웨어울프들의 습격에 대비했다. 금방이라도 부딪칠 것만 같은 대치 상황, 먼저 균형을 깬 것은 웨어울프 쪽이었다.
아우우우우
웨어울프들은 본능이 이끄는 대로 그의 목을 노리며, 달려들었다. 민혁도 무무신공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그 때 이변이 일어났다. 웨어울프들이 달려오다 갑자기 뚝 멈춰선 것이다.
“왜저래?”
“글, 글쎄요?”
민혁과 아리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지켜봤다. 한참을 멈춰선 채 움직이지 않던 웨어울프들은 일제히 바닥에 부복하듯 무릎을 꿇었다.
아우우우
그들의 하울링, 웨어울프는 누군가를 부르는 것 같았다. 민혁은 도대체 저들이 왜 이런 행동을 취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 때 민혁의 뒤로 작은 공간이 생겼다. 아리나는 깜짝 놀라 그의 뒷덜미를 잡아 채 뒤로 끌었다.
“켁!”
아군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민혁은 숨이 막혀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는 아리나의 손길에 이끌려 바닥에 주저 앉았고, 민혁이 서 있던 자리에 검정색 고양이 한 마리 꼬리를 살랑살랑이며 착지했다.
[냥!]
“파이!”
바로 민혁의 정령인 파이였다. 아리나는 계약 후 오랜만에 보는 파이를 꽈악 끌어안았다. 그녀의 가슴 쿠션에 싸인 파이는 민혁을 보며, 구해달라는 듯 애처롭게 냐냥 이라고 울었지만 몰상식한 주인은 자신의 정령을 질투의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파이는 고개를 떨구고, 절망했다.
아우우우
아리나와 파이가 장난을 치자 웨어울프들이 일제히 울음을 터트렸다. 민혁과 아리나는 다시 경계를 취했지만 그들은 덤벼들지 않았다. 파이는 아리나가 방심한 사이 그녀의 가슴 쿠션으로 벗어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발버둥을 쳤고, 앞발이 그녀의 유두 근처를 스치자 방금 전 까지 애무를 받던 아리나는 아직 남아있던 흥분감에 꺄앙 신음성을 내비치며, 파이를 놓쳤다.
바닥에 도도하게 착지한 파이는 웨어울프들에게 느릿느릿 다가갔다.
“파이 다가가면 안돼요!”
뒤에서 지켜보던 아리나는 파이를 다시 잡으려 했지만 이미 파이는 그들 코앞까지 다가갔다. 웨어울프들의 대장격으로 보이는 웨어울프는 날카로운 발톱이 내장되어 있는 두 발을 들어 올렸다. 아리나는 급히 물을 정령을 소환했다. 때 늦은 상황이었다.
“안돼~!”
아리나의 외침과 동시에 웨어울프의 앞발이 허공을 갈랐다. 아찔한 광경에 아리나는 눈을 꼬옥 감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도 파육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떠 상황을 관찰했다. 대장격으로 보이는 웨어울프는 파이를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절 하듯 엎드린 자세를 취했다. 완전굴종의 표시 아리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일련의 사태를 관찰했다. 뒤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민혁도 무무신공의 기운을 거둬드렸다.
[냐낭~]
파이는 나른하게 그루밍을 하더니 엎드려 있는 웨어울프의 머리를 밟고 자연스레 그 위에 올라섰다. 파이는 웨어울프의 머리 위에서 균형을 잡고서는 그의 머리를 앞발로 툭툭 건드렸다. 그제서야 엎드려 있던 웨어울프의 머리가 들려졌다. 웨어울프의 사납던 얼굴은 이미 헤벌쭉 풀려 있었다. 늑대가 사람 같이 웃는 이 기괴한 광경에 민혁과 아리나는 그저 어벙벙한 상태였다.
Level: 355
이름: 파이
종족: 어둠의 정령
성별: 여
수명: 169살
칭호: 야수의 지배자(The savage dominator)
체력: ????/????
민혁은 파이의 상태창을 읽고 웨어울프들이 파이에게 복종한 이유를 찾았다. 파이는 어둠의 정령이면서도 야수의 지배자라는 히든피스를 가지고 있었다. 칭호에는 능력치를 올려주는 효과도 있지만 파이가 가지고 있는 히든피스처럼 NPC나 몬스터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특별한 것도 있었다. 파이의 히든피스는 그 중에서도 야수들에게 복종심을 심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냐아아앙~]
소동이 끝나고, 민혁과 아리나는 파이 덕분에 웨어울프들에게 길안내를 받는 호사를 누렸다. 웨어울프들은 파이를 머리 위에 태우고, 개미굴까지 길안내를 해주었다. 안내가 끝나고 웨어울프들은 매우 아쉬운 눈치로 사라지는 파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파이는 그저 앞발을 한 번 올려 흔들고는 다시 민혁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어이쿠”
파이를 안아든 민혁은 그녀의 등을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파이는 하품을 하며, 그의 품에서 눈을 감았다. 옆에서 아리나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안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민혁은 그녀에게 파이를 건내줄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의 가슴은 자신의 것이었다. 아무리 파이가 암컷이라 해도 공유하는 것은 사절이었다.
개미굴(??)
개미굴은 카샤 영지가 지어지기 전 발견된 꽤나 오래된 던전이다. 개미굴이라 하여 곤충이 우글우글 거리는 던전이 아니라 리자드맨들의 서식지다. 리자드맨들이 반짝이는 것들을 모으는 습성이 있어 수 많은 탐험가들이 천금을 노리고 던전을 클리어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 이유는 모두 똑같았다. 바로 던전이 너무나 더러웠기 때문이다. 소드 마스터이자 탐험가 티모 베르너는 개미굴을 탐사하며, 이렇게 말했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으로 더럽다. 실제로 개미굴의 입구는 초록색 진액으로 덮여 있으며, 내부에는 리자드맨들의 알이 벽면 여기저기에 붙어있고, 분뇨들이 동굴 내부로 꽉 채우고 있는 형태다.
고위 모험자들은 굳이 더러운 던전을 클리어하지 않아도 다른 돈 벌이들이 많았고, 초보 모험자들이 클리어하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은 던전이라 발견이 된 지 오래됐음에도 아직 클리어가 되지 않은 것이다. 던전의 주인인 리자드맨들에게는 한 가지 습성이 있는데 바로 다릉 종의 암컷들을 잡아와 아이를 낳게 하는 것이다. 동족과의 교배를 주로 하긴 하지만 좀 더 우월한 개체를 얻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선택된 게 바로 팅거의 딸이란 말이지?”
“우욱...아마도 그럴거에요..”
아리나는 얼굴을 파랗게 물들이며 말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어제 먹었던 음식을 비워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들이 걷고 있는 동굴의 벽면이 모두 분뇨로 뒤덮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닥조차 리자드맨들의 소변으로 뒤덮인 상황이었다. 천장에서도 오물이 떨어졌다. 민혁은 무려 호신강기를 통해 이를 막았다. 하지만 냄새는 어쩔 수 없이 맡아야만 했다. 후각이 민감한 아리나로써는 참기 힘든 상황이 틀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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