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화 〉 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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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자 윤세라는 부끄럽지도 않은지 샤워타월로만 몸을 가린 상태에서 그의 팔을 잡아 끌었다. 덕분에 그의 팔뚝에 부드러운 촉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정신이 혼미했지만 소윤을 생각해서라도 참아냈다. 하지만 무슨 여자가 힘이 이리 쌘지 끌고 들어가는 것을 뿌리치지는 못했다. 민혁이 2036호로 빨려들어가고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남은 것은 복도에서 울상을 짓고 있는 여직원 뿐이었다.
“편한 곳에 앉아요.”
민혁을 끌고 온 윤세라는 그를 쇼파에 안내해주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다른 방으로 걸어갔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뒤태를 훑어보았다. 샤워타월 너머로도 탄력적인 그녀의 둔부가 씰룩이는 것이 보였다. 게다가 허벅지는 얼마나 새하얗고, 탄력적으로 보이던지 한 번 만져보고 싶었다.
“아..안돼 정신 차리자 나한테는 소윤이가 있어!”
그는 고개를 흔들며 뺨을 찰싹 소리나게 때렸다. 그제서야 흥분됐던 마음이 조금 진정됐다. 쇼파 앞 테이블에는 그녀의 말처럼 정갈한 브런치 메뉴가 여럿 놓여 있었다. 오믈렛서부터 구운 몬테크리스토까지 종류도 여러 가지 였다. 먼저 먹는 게 실례긴 하지만 차려놓은 걸 내버려둘 수는 없어 바삭하게 구워진 몬테크리스토를 베어물었다. 윤세라가 옷을 입는 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몸에 착 달라붙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 몸의 곡선이 전부 들어났다. 민혁은 자연스레 그녀의 몸매를 구경하려는 몹쓸 눈을 제어했다.
“오래 기다렸죠?”
“아닙니다.. 별로 안 걸리셨으니까요 그리고.. 약속시간까지 20분이나 남았는데 너무 빨리 찾아뵈서 곤란하게 만든 것 같아 죄송하네요”
“아니에요 괜찮답니다.”
윤세라는 민혁의 맞은 편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탄력적인 허벅지가 일그러지며 선정적인 자태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오랜지 쥬스가 담긴 잔을 들기 위해 상체를 숙였다. 그러자 풍만한 가슴골이 그의 눈을 어지롭혔다. 침을 꿀꺽 삼켰다. 더 이상 그녀와 같은 공간에 있는다면 본능적인 부분에서 위험했다. 그는 서류가방에 보관해 온 데이터 파일을 그녀에게 건내주었다.
“창혼의 데이터 파일인가요?”
“네.. 일단 재미로 에디터 파일이나 기타 플레이 파일도 동봉했으니 확인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무적인 민혁의 말에 윤세라는 생긋 웃었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민혁은 갑자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의문스러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윤세라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그녀는 뚜벅뚜벅 걸어 민혁의 옆자리로 다가와 앉아버렸다.
“유,윤세라씨?!”
깜짝 놀란 민혁은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네 여기 있답니다~”
“아, 아니 이름을 부른 게 아니라 왜 자리도 많은데 굳이 제 옆자리로 오신 겁니까?!”
당황하며 묻는 말에 윤세라는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글쎄요 왜인지 한 번 맞춰보시겠어요?”
그녀의 섬섬옥수 같은 손이 민혁의 가슴팍을 쓰다듬었다. 저항하려 했지만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가까이서 보니 달라붙는 원피스 너머로 유두가 돌출된 상태였다. 이 여자 속옷을 입지 않았다. 윤세라도 그의 시선을 느낀 건지 한쪽 팔로 자신의 가슴을 부각시켰다. D컵 정도로 보이는 젖가슴이 봉긋 솟아올랐다.
“그, 그만둬 주세요..!”
민혁은 혼신의 힘을 담아 자신의 가슴팍을 쓰다듬는 그녀의 손을 치워내는 것에 성공했다.
“에에... 뭘 그만두란 건가요?”
“그,그러니까 접촉을...!”
순간 민혁의 눈이 번쩍 하고 떠졌다. 윤세라가 그의 손을 잡아채서는 그녀의 젖가슴을 만지게 한 것이다. 손 안 가득 느껴지는 부드러운 그것 그리고 솟아오른 유두의 촉감이 그를 괴롭혔다. 얼굴은 이미 붉어질 대로 붉어져서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녀는 그의 반응을 지켜보며 즐겁게 웃었다.
“어머 어디가 아프신 걸까요 얼굴이 빨개요”
그녀의 말에 민혁은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부들부들 떨었다. 윤세라가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민혁의 무릎 위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위에도 속옷을 입지 않았는데 아래라고 입었을까 무릎으로 그녀의 음부 느낌이 전해졌다. 따뜻하고, 약간이지만 젖어 있었다. 그는 그 상태 그대로 굳어버렸다.
“처음이신건가요?”
“......”
그녀의 물음에도 민혁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윤세라는 키득키득 웃더니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마치 조각을 만지는 조각사의 손길처럼 부드럽기 그지 없었다. 그리고는 볼에 입을 가져갔다. 쪽 하는 소리가 울렸다. 민혁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알 수 없는 흥분감이 몸을 가득채웠다.
“정말 귀엽네요 그 누구에게도 주고 싶지 않을정도로...”
윤세라의 말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묻어나왔다. 집착, 애욕, 욕망, 사랑 그리고 증오 민혁의 몸을 감싸던 흥분감이 살짝이지만 사그라 들었다. 때는 이때였다. 그는 필사의 탈출을 가맹했다. 손을 움직여 그녀의 음부를 건드렸다.
“하앙!”
갑작스러운 터치에 윤세라의 입에서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약간이지만 자세가 무너졌다. 민혁은 틈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무릎 위에 올라타 있던 그녀를 쇼파로 밀어붙였다. 갑작스러운 그의 리드에 윤세라는 새색시처럼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윤세라를 엎어트린 민혁이 그대로 문을 향해 뛰쳐나갔기 때문이다.
“에...?!”
혼자 남게 된 윤세라는 허망함을 참지 못했다.
“하아..하아.. 위험했다.. 정말로 위험했어.. 하마터면 내 정조가!”
엘리베이터 안, 민혁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채했다면 아마 잡아먹혔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성격상 소윤과의 관계도 서먹해졌을 것이다. 민혁은 지하철을 타고 곧장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 지하철안에서 의뢰자 윤세라를 떠올렸다. 단순히 욕구불만인 여자였나 생각해보았지만 그녀의 태도나 자세에서 그런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유혹의 손길을 뻗는 모습에서 고결함이라고 해야하는 그와 비스무리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썸씽이 있었다면 모를까 그는 분명히 그녀를 이곳에서 처음 봤다. 설마 첫 눈에라도 반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였을까
“아 몰라 몰라 이제부터는 의뢰자는 만나지 않는 걸로 하자 어차피 중간보고도 했고, 최종성과는 메일로 보내주면 되잖아 굳이 내가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는 없어”
그는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뚜르르
“문자.. 소윤이인가?”
문자음이 들려 핸드폰을 열어 확인해보았다. 안타깝게도 소윤이는 아니었다. 모르는 번호였다. MMS로 온것이라서 다운 받는데 시간이 약간 걸렸다. 다운이 완료되고 문자내용이 보였다.
당신 오늘은 그냥 보내지만 다음에는 국물도 없어요 꼭 당신을 내껄로 만들고 말테니까요 기대하길 바래요 그리고 데이터는 매우 만족스럽네요 다음 중간보고도 에매랄드 홀 2036호에서입니다. 거부는 없어요 거부하면 의뢰는 취소니까요^^
그는 문자 내용을 읽고 굳어버렸다. 온 몸이 떨렸다. 이래서 육식계 여자 육식계 여자 남자들이 노래를 부르는 이유를 알았다. 민혁은 오늘 쓸 곳 없는 깨달음을 얻고 말았다.
“아아 도망가 버렸네 아쉬워라~”
한편 민혁이 뛰쳐나간 롯테 호텔 2036호, 혼자 남은 윤세라는 쇼파에 추욱 늘어져 오랜지 쥬스를 마시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에 놓인 노트북에 민혁이 놓고간 데이터 칩을 끼워 넣었다. 0과 1 수 많은 데이터들이 노트북 화면을 꽉 채웠다. 윤세라는 감별사처럼 진지한 눈으로 민혁의 결과물을 감상했다.
“대단해...”
다른 표현으로 그가 이룬 것을 표현 할 수 없었다. 환상적이었다. 대단했다. ‘수라’에서 만든 기존의 보안툴을 모두 해제하고, 직접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보안툴을 설치해 게임데이터를 조작했다. 물론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여타 해커들도 이 정도는 가능하다. 단, 반년은 ‘창혼’ 하나만을 바라봐야 한다. 민혁은 그것을 1달만에 해냈다. 경이로운 작업속도였다. 게다가 다른 버그나 게임데이터 조작으로 인한 데이터회손 자체도 없었다. 그의 실력은 완벽했다.
“더욱 가지고 싶어졌어...민혁..”
윤세라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눈을 반짝 빛냈다. 그리고 탁자 위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나에요”
목표물과는 접촉하셨습니까?
전화기 너머로 30대 정도로 들리는 남자의 중저음이 들려왔다.
“그와는 잘 만났어요.. 완성품은 아니지만 결과물도 아주 만족스러워요 완벽해요 그라면 저의 소망을 이뤄줄 것 같더군요 아니 이뤄줄거에요. 다른 후보들은 이제 필요 없어요. 모두 제외하세요 이제 민혁 그 사람을 계획의 적합자로 최종 선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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