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 〉 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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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거스를 처치한 민혁은 엘프들과 인간 여성들을 데리고 론의 본거지를 빠져나왔다. 노예로 잡혔던 이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이 갇혀 있던 론의 본거지에 불을 질렀다. 활활 타오르는 건물을 뒤로하고, 민혁은 여성들을 데리고 톨킨으로 향했다. 엘프들에게는 로브를 씌워주어서 숙소로 가는 동안 귀찮은 일이 벌이지진 않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들을 주렁주렁 뒤에 매달고, 시장 한복판을 걸어가니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민혁과 여성들은 이윽고 톨킨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로브를 뒤집어 쓴 아리나가 기다렸다는 듯이 그의 품에 안겨들었다. 민혁은 가볍게 그녀를 잡아주었다. 뒤의 여성들은 둘을 보며 쑥덕쑥덕 이야기를 나눴고, 엘프들은 동족을 만났다는 사실에 눈을 반짝였다. 이후 각자에게 맞는 식사와 휴식을 취했고, 엘프들은 아리나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민혁이 로기아 대륙에서 처음 눈을 떳던 엘프 마을에서 살기로 결정을 내렸다. 민혁은 그녀들에게 카샤 영지에서의 용무가 끝나면 같이 마을로 돌아가자고 권유했지만 그녀들은 거부하고, 저녁에 카샤 영지를 떠나겠다 말했다. 아리나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보았지만 그녀들의 선택은 바뀌지 않았다.
“일어나”
“..으윽...허억..당신은..꿈이 아니었...!”
비몽사몽 깨어난 론은 눈 앞에 민혁의 얼굴이 보이자 기겁하며, 뒤로 물러서려했지만 그를 막는 것이 있었다. 바로 론에게 잡혔던 여성들과 엘프들이었다. 그녀들의 손에는 각기 다른 무기들이 들려있었고 얼굴은 한 없이 차가웠다. 론은 눈물을 흘리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녀들에게 빌고 빌었지만 그녀들에게 자비는 없었다.
기강이 잘 잡힌 병사 여럿이 성문을 지키고 서 있었다. 창대를 잡고 있는 모양새나 흐트러짐 없는 기세도 그들이 얼마나 강군인지 알려주는 면모 중 하나였다.
“정지 이곳은 영주성입니다. 무슨 볼 일이 있으신겁니까?”
민혁이 앞으로 나서자 병사는 창대로 그를 제지하며 물었다. 그는 뒤로 살짝 물러나 병사의 발치에 질질 끌고 온 론을 던져주었다. 병사는 갑자기 나타난 사내가 시체를 던지자 화들짝 놀라 창을 사내에게 겨누었다. 같이 경비를 서던 다른 병사들도 소란에 놀라 경계태세를 갖췄다.
“경계하지 마시고 듣길 바랍니다. 혹 요 근래 영지 내에 젊은 여자들이 사라진 다고 들었는데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병사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 내에서 들리는 흉흉한 소문은 이미 병사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진 상태였다. 그런데 그 소문과 눈앞의 시체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 병사는 일단 사내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이 남자가 바로 소문의 원인입니다. 젊은 여자들을 납치해 가둬 노예로 만들어 판매하려 했습니다.”
병사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내의 말이 진실이라면 자신의 선에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그는 민혁과 일행들을 성내 경비초소로 안내했다. 그리고 잠시 기다려달라 말하고, 영주성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사가 돌아왔다. 그의 옆에는 아리따운 소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기사들처럼 가벼운 군경장을 입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검 한자루가 걸려 있었다.
오..대단한데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그녀의 미모였다. 아리나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을 정도였다. 160cm 정도 되는 키에 슬림한 체형 그 위로는 하늘하늘한 은발이 흩날리며 그녀의 미모를 부각시켜주었다. 그가 감탄사를 내뱉는 것을 들은 아리나는 민혁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었다.
레벨 93
이름 카샤 데 오르 페일
종족 인간
경지 소드 익스퍼트 상급
체력 39011/39011
마나 1693/1693
“영지 내에 도는 흉흉한 소문의 범인을 잡았다는 것이 네놈이냐?”
“저, 저희 영지의 소영주님입니다.”
그녀는 다짜고짜 그에게 반말을 사용했다. 민혁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병사는 그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얼른 그에게 다가가 귓가에 속삭였다.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봉건제도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게다가 그녀는 미인이다.
“반말은... 삼가해주시는 게 어떠십니까?”
“흥! 뭐라 하는 것이냐 난 귀족이다 우매한 네놈 따위와는 신분 자체가 다르다는 말이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옛 말이 있거늘 그녀는 민혁의 웃는 얼굴에 가래침을 툭 하고 뱉어주었다. 귀여운 외모와는 전혀 다른 그녀의 말투, 그의 인내심에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다. 민혁은 끓어오르는 화를 눌러 담고 말을 이었다.
“후우웁~ 존대말을 듣는 건 제가 포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드디어 알아들은 게로구나 우매한놈... 이래서 아랫것들이란..”
이마에 사거리 마크가 솟아난 것 같았다. 참을 인(?)을 마음속에서 계속 되뇌였다. 그녀와 대화를 계속하면 화가 차올라서 터져버릴 것 같았다. 빨리 퀘스트를 끝내고 싶었다.
“하하하.. 우매해서 죄송하군요 어찌됐건 소문의 범인을 잡은 건 제가 맞습니다. 그리고 이놈이 소문의 원인이죠 이놈은 노예사냥꾼들의 수장으로써 마을의 젊은 여자들을 잡아 노예로 팔아먹으려 했습니다. 저와 일행을 습격한 것을 잡아 본거지를 털어 노예들은 풀어주었습니다. 일당들은......”
우두두
민혁이 인벤토리에서 론의 부하들의 머리를 쏟아냈다. 병사들은 허공에서 나오는 사람의 머리를 보고 깜짝 놀라했지만 페일은 전혀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민혁을 흥미 깊게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읽은 민혁은 마지막으로 보거스의 머리를 꺼내 페일의 발 앞에 던졌다.
“......!”
이번에는 페일도 제법 놀란 눈치였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보거스는 4서클 마법사다. 페일도 보거스의 부하들은 여러 번 청소한 적이 있지만 그를 노릴 생각은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보거스는 근접 전투에서도 강한 전투마법사였고, 그의 옆에는 항상 푸른 갈기 용병 단원들이 붙어 다녔기 때문이다.
‘카샤 영지의 암세포’
왕국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카샤 기사단, 기강이 잡힌 정예 병사들 모두 카샤 영지의 자랑거리이자 영지를 운영하는 힘이다. 하지만 카샤 영지에도 어두운 부분은 있다. 이종족들과 인간을 사냥하는 노예사냥꾼들이다. 최근 영지 내 젊은 여자들이 사라지는 것도 이들의 짓이다. 노예사냥꾼 두목 론과 부하들을 포획해 영지로 데려가자
퀘스트 성공: 노예사냥꾼 두목 론의 포획 혹은 죽음
히든 퀘스트: 보거스 처치
카샤 영주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카샤 소영주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소정의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보거스 처치로 인해 소영주의 호감도가 추가 상승하였습니다.
퀘스트는 해결상태로 변했다.
“쯧.. 우매한 놈 고생했다. 뒤처리는 우리가 맡도록 하지”
그를 내려 보는 말투는 계속됐지만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정말 아랫사람을 보는 시선이었지만 지금은 유능한 부하를 보는 시선이었다. 소영주는 병사를 시켜 론의 시체와 부하들의 머리를 모두 치우라 명령했다. 말투는 건방졌지만 일처리 하나는 발군이었다.
“더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뒤에 있는 저치들 때문이라면 저들은 영주성의 시녀로 써주도록 하마 이제 용건은 끝나나?”
“아...네... 그 부탁도 드리려고 했지만 다른 부탁이 있습니다.”
민혁은 살짝 놀랐다. 설마 그녀들을 도와 달라 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을 생각해 대안을 내놓는 것을 보면 영 맹탕은 아닌 것 같았다. 애초에 이런 건방진 태도임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이 빠릿빠릿하게 명령을 이행할 수 있는 건 그녀가 가진 묘한 매력 때문인 것 같았다. 그는 그녀에 대한 예우로 살짝 고개를 숙여주었다. 순간 소영주의 눈이 반짝 하고 빛났다.
“어떤 부탁이더냐 가신으로 들어오고 싶다면 내 기사 자리를 내려주도록 하마 영광으로 여겨라!”
카샤 영지의 소영주 카샤 데 오르 페일에게 가신 등용 권유를 받았습니다. 권유를 수락할 경우 카샤 영지군으로 소속이 변경되며, 플레이어의 이동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아니요..그건..그게 아닙니다.
만약 민혁이 무대륙이 아니라 로기아대륙에서 처음 게임을 시작하고, 그녀를 처음 만났다면 반드시 받아 들였을 정도로 페일이라는 여자는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그녀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페일은 마음에 안든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카샤 페일의 권유를 거절했습니다. 소영주 카샤 페일의 호감도가 하락합니다.
“그럼 무었이더냐?”
“하울이라는 자를 찾고 있습니다. 다른 이름을 쓰고 있을지는 몰라도 불타듯이 빨간 머리를 가진 자입니다. 그가 카샤 영지에서 기사 작위를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민혁은 에이하에게 들었던 하울이 폴리모프한 상태의 특징에 대해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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