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7화 〉 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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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자리에 앉았던 민혁을 부르는 목소리, 그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그녀는 침대보 같은 것으로 알몸을 가리고 있었다. 그녀 외에도 8명 정도 되는 여자들이 똑같은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민혁은 풀어주었으메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왜 이곳에 남았는지 의문을 표했다.
“저희는 갈 곳이 없습니다.. 가족에게 버림 받고... 순결까지 잃은 몸들입니다..이대로 빠져나간다 해도 미래가..흐윽...”
“...나한테 뭘 원하는 게 뭡니까?”
“염치가..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그래도...흐윽..저희를 걷어주셨으면 합니다..”
민혁은 그녀의 말에 길게 한숨을 내쉬고 침대보로 몸을 가리고 있는 여자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이쪽을 기대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물에 빠져 있는 걸 구해줬더니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식이다. 당장 어디든지 떠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들의 사정이 딱한 것은 분명했다.
“일단 모두 일어나 옷가지를 챙겨 입으세요 여행자인 제가 여러분들을 도울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영주성으로 가서 대책을 마련해보도록하죠 거기 앞에 계신 두 분 미안하지만 여성분들 옷 입는걸 도와주시겠어요 전 윗층에 노예가 더 남아 있는지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민혁의 말에 여성들의 분위기는 침울해졌다. 영주성에 가봤자 화냥년이라 손가락질 당하고 돌팔매질이나 당할 것이 분명하다 생각하는 것 같았다. 민혁은 한숨을 쉬었다. 영주성에 가서 그녀들의 처우에 관해 협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민혁이 지목햇던 두 여성은 불편한 여성들을 돕기 위해 그녀들에게 다가갔고, 몸이 성한 여성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고 울었다.
다행히 여성들이 입고 있었던 옷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개중에는 피에 얼룩져 있는 것도 많았다. 노예로 잡혔던 여성진들이 입는 것을 확인한 민혁은 3층으로 발길을 돌렸다.
“인간!”
“......”
철창에 갇힌 이종족들이 그를 대하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 였다. 수인족들은 이를 갈며 그찢어죽일 기세였고, 엘프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눈을 감고 처량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민혁은 우선 수인족이 갇히 우리 앞으로 다가갔다. 그들은 모두 헐벗은 상태였고, 위생 상태 또한 그리 좋지 못했다. 우리의 창살에는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탈출방지를 위해 신경을 쓴 모습이 역력했다.
“나는 너희들을 풀어줄 생각이다.”
민혁의 말에 수인족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곳에서 벗어나기 싫은건가?”
“......정말 풀어주겠다는 건가?”
“속지마라 우르칸 또 이용될 거다!”
그의 말에 반응한 것은 백발이 성성한 수인족 남자였다. 그는 은연중에 무리의 장을 맡고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물음에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켜서라”
민혁이 검을 뽑으며, 말했다. 수인족들은 창살 뒤로 몸을 움직였다. 우르칸이라는 수인은 몸이 성치 않은지 다른 수인들에게 부축을 받았다. 그들이 모두 뒤로 물러서자 민혁은 쇠창살을 베어냈다.
덜컹
잘라진 쇠창살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수인족들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자신들의 강맹하고 날카로운 손톱으로도 상처조차 내지 못한 것을 인간이 단숨에 배어낸 것이다. 민혁은 그들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길을 비켜주었다. 수인들은 주변을 경계 하며 창살 밖 세상으로 나왔다 남자가 여섯 여자가 하나였다. 그들은 잽싸게 자신의 의복을 찾아 입었다.
“고맙다 인간”
우두머리 우르칸이 말했다. 그의 감사인사에 민혁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 탈출하자마자 공격해 올 줄 알았지만 그들은 오히려 감사인사를 해온 것이다. 민혁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르칸 또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창문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를 뒤이어 다른 수인들도 우르칸을 따라 창문을 향해 뛰어들었다.
“자살이라도 하려고?!”
그에 깜짝 놀란 민혁은 그들의 뒤를 쫒아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들은 날렵한 자세로 착지한 상태였다. 민혁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수인족들은 이내 빠른 몸놀림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몸을 숨겼다. 한숨을 내쉰 민혁은 이번에는 세명의 여성 엘프들이 갇혀 있는 철창으로 향했다. 엘프들은 그가 다가옴에도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민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살을 베어냈다.
덜컹
하지만 엘프들은 나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민혁은 뒷머리를 벅벅 긁고는 가장 앞에 앉아 있는 엘프의 팔을 잡아 당겼다. 그의 이끔에 엘프는 힘없이 끌려왔다. 그녀들의 눈에는 생기가 없었다. 공허했고, 삶 따위 진작에 포기한 눈빛이었다. 민혁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정신적 데미지가 큰 것 같았다. 어떤 짓을 당했을 지는 직접 보지 않았어도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의 몸은 정액 투성이에 여기저기 추행의 흔적이 보였다. 잠시 말없이 그녀들을 바라보던 민혁은 주변에 널려 있는 천 조각으로 엘프들의 몸을 가려주었다.
“이봐 이기적이게 들릴지도 모르겠는데.. 내 일행중에 엘프가 있어”
민혁의 말에 그녀들의 몸이 움찔 떨렸다.
“나는 그 엘프를 사랑해 물론 그녀가 슬퍼하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아 그게 너희들이랑 무슨 상관이냐고 묻고 싶은 눈치인데 그녀가 너희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어 그런데 구해가보니 시체처럼 늘어져 있어봐 얼마나 실망하겠어”
“이익... 이기적인 인간!”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괸이야!”
말을 듣고 있던 엘프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 크게 소리쳤다. 민혁은 히죽 웃었다.
“좋은 반응이야 내 일행 앞에서도 그렇게 큰 소리로 대답 부탁해”
엘프들은 멍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또 인간에게 속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그녀들의 뇌리 속에 박혀들었지만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맬랑꼴리한 감정이 가슴 속에서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그녀들은 축 쳐저 있던 어깨에 힘을 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의복을 찾아 입었다. 곳곳에 묻은 증오스러운 노예 사냥꾼들의 흔적도 마법을 사용해 말끔히 없애버렸다.
“거기까지 동작 그만”
바닥에 깔리는 저음, 엘프들은 동상처럼 얼어붙어 버렸다. 민혁은 갑자기 난입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2m가 넘는 덩치에 손에는 마법사의 상징과도 같은 지팡이가 들려있었다.
Level: 99
이름: 보거스
종족: 인간
성별: 남자
경지: 4서클 마스터
체력: 26004/26004
마나: 59955/59955
ㅕㅕ6666
“내 이름은 보거스 푸른 갈기 용병단의 단장이다. 네놈의 뭐냐 뭔데 남의 사업장을 박살내놓은 거지?!”
보거스는 당당히 앞에 나서며, 자신의 껄렁껄렁함을 자랑했다. 엘프들은 잔뜩 움츠려들었고, 보거스의 상태창을 살핀 민혁은 피식 웃어버렸다. 이미 그가 론의 배후에 있다는 것은 길드의 정보를 통해서 알고 있던 사실, 그는 로기아 대륙의 마법사가 어느 정도 힘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4서클의 마법사가 화경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내 이름은 알 거 없어 보거스”
“이런.. 건방진 자식이..!”
민혁의 시건방진 태도에 화가 난 보거스는 지팡이를 휘두르려 했지만 순간 자신의 앞에 나타난 그의 모습에 사고가 정지되었다. 그의 눈앞에는 민혁이 뽑아든 검날이 번뜩였고, 어이없게도 보거스가 이생에서 본 것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근접전에 약한 마법사가 나대기는...”
눈 깜짝할 새에 보거스를 해치운 민혁, 그의 뒤에서 떨고 있던 엘프들은 자신들을 괴롭혔던 보거스라는 마법사가 그의 손에 순식간에 생을 달리하자 못 믿겠다는 듯 눈을 껌뻑거렸다. 하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았다. 바닥에는 보거스의 머리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카샤 영지의 암세포’
왕국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카샤 기사단, 기강이 잡힌 정예 병사들 모두 카샤 영지의 자랑거리이자 영지를 운영하는 힘이다. 하지만 카샤 영지에도 어두운 부분은 있다. 이종족들과 인간을 사냥하는 노예사냥꾼들이다. 최근 영지 내 젊은 여자들이 사라지는 것도 이들의 짓이다. 노예사냥꾼 두목 론과 부하들을 포획해 영지로 데려가자
퀘스트 성공: 노예사냥꾼 두목 론의 포획 혹은 죽음
히든 퀘스트: 숨은 배후 푸른 갈기 용병단 보거스를 처치하라
카샤 영지의 소영주 카샤 데 오르 페일을 찾아 보상을 수령하십시오.
보거스를 처치한 민혁은 엘프들과 인간 여성들을 데리고 론의 본거지를 빠져나왔다. 노예로 잡혔던 이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이 갇혀 있던 론의 본거지에 불을 질렀다. 활활 타오르는 건물을 뒤로하고, 민혁은 여성들을 데리고 톨킨으로 향했다. 엘프들에게는 로브를 씌워주어서 숙소로 가는 동안 귀찮은 일이 벌이지진 않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여자들을 주렁주렁 뒤에 매달고, 시장 한복판을 걸어가니 시선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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