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화 〉 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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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의 미소에 아리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었다. 그 모습에 그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드래곤의 총애를 받는 엘프, 포기해야 맞는 것이겠지만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 하는 저 모습을 보자면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녀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 자신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으로 만들고 싶었다.
“아리나님”
“으으...네에..”
애정이 가득 담긴 부름에 아리나는 또 다시 얼굴을 붉혔다.
“실례가 안된다면 제 친구가 되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친..구요?”
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나는 잠시 망설이더니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일단 한 발자국 앞으로 나갔다. 본래 친구가 오빠되고, 오빠가 여보 되는 법이다. 민혁은 성실하게 공식대로 공략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다음 날 아리나와 민혁은 짐을 챙겨 마을을 벗어났다. 본래는 이틀 후에나 길을 나서려 했지만 그녀는 테르겐에게 자신이 마을을 벗어나는 것을 들키는 순간, 떠나지 못할 것 같다며 서두른 것이다. 아마 지금쯤 테르겐이 자신이 남겨둔 편지를 읽고 화를 내고 있을 거라며 아리나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걱정도 많다. 하울이 있는 카샤 영지까지는 일주일 밖에 안 걸린다며?”
“히잉...그렇지만...”
민혁의 자연스러운 반말에 아리나는 울상을 지었다.
“너무 걱정하지마 테르겐이 혼내려고 하면 내가 막아줄테니까”
“아..정말이죠?!”
“그럼 맡겨만 둬”
민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아리나는 그의 팔을 붙잡으며 붙어왔다. 덕분에 그녀의 푸릉푸릉한 감촉을 팔로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가도가도 보이는건 녹색지대 뿐, 앞뒤 분간이 안갈정도다. 다행히 아리나가 주위 지형을 알아서 그녀의 길안내를 믿고 가고 있는 중이다.
“많이 덥네요”
날씨가 많이 덥다보니 길을 걷는 내내 체력이 약한 아리나는 힘에 부쳐 보였다.
"그래? 흠 이러면 좀 어때?"
민혁의 손에서 냉기가 삐져나왔다. 삼매진화를 응용해 냉기를 발생시킨 것이다. 한차례 시원한 바람이 올아쳤고, 아리나는 신기해하며 그의 손을 빤히 바라보았다. 민혁은 피식 웃고 한번더 냉기를 내뿜었다. 그녀는 멀리서 냉기를 느끼는 것이 성에 안 찼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민혁의 손에 얼굴을 비볐다. 갑작스러운 스킨쉽의 효과는 강력했다. 민혁은 무릎을 꿇었지만 냉기를 생산하는것을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그녀는 더위를 편하게 몰아낼수 있었다.
"이제 좀 괜찮아?"
"네! 정말 기분 좋았어요"
"다행이네 "
아리나의 해맑은 미소에 민혁도 마주 웃어주었다. 취륵 사방에서 갑자기 괴상한 울음소리가 울렸다. 민혁은 주위를 경계하며, 아리나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민혁님 하피인것 같아요."
하늘에서는 계속 취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리나의 말따라 금새 하피가 모습을 드러냈다.
Level: 68
이름: ???
종족: 하피
성별: 여
체력: 13680/13680
마나: 600/600
창백한 외모에 하반신과 팔이 괴조의 형태를 취한 하피는 여성들로만 이루어졌다. 맨손이나 날카로운 이빨을 무기로 쓰고 있으며 몸놀림이 재빠르고 날 수 있는 것보다는 날 수 없는 것을 습격한다. 또한 약한 자를 괴롭히기를 좋아하고 의외로 겁이 많아서 강하게 생긴 사람에게 일부러 덤비는 일은 거의 없다. 만약에 신경에 거슬려서 참을 수 없을 정도라면 돌을 던져서 위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만약에 활이 있다면 그것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들이 그녀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그녀들을 죽여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녀들은 바로 제우스신이 기르고 있는 괴조이기 때문이다. 하피는 육식을 하며 썩은 고기도 먹어 치운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엘프 고기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리나 재들 널 맛있는 음식처럼 보고 있는데?”
“히익 설마요!!”
“아니 정말로 침까지 뚝뚝 떨어뜨리고 있잖아”
아리나의 눈처럼 하얀 피부가 더 창백해졌다. 하피들도 그것을 발견했는지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취륵하고 울었다. 수는 7마리 민혁은 아름다운 여성의 형상을 하고 있는 하피들을 때린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일단 몸을 움직였다.
콰앙
파공성을 내며 날아간 권풍이 하피 한 마리를 떨어트렸다
취륵
하피들은 화가 난 듯 날개를 쭉 펴고 민혁을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들이 밀었다. 뒤어 아리나의 허리를 감싸고 하피들의 공격을 피해냈다. 정신 없이 흔들리다보니 아리나가 어지럽다며 칭얼거렸다.
“아 미안 어지럽지?”
“웁.. 조금..”
그의 눈을 피하며, 입을 가리는 아리나의 표정이 조금 더 창백해진 것 같다. 민혁은 공격을 피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드는 하피들을 위해 호신강기를 사용 했다. 하피가 자랑하는 발톱은 호신강기로 이루어진 방어를 뚫지 못하고 외려 상해버렸다. 하피들은 당황한듯 다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빨리 내려와요 누님들”
취륵
대치상황, 내려오지 않는다면 자신이 친히 갈 수 밖에 민혁은 천상제의 묘리를 활용해 하늘을 밟고 올라갔다 뒤에서 아리나가 민혁님마법사셨나요 라며놀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하피도 인간이 공중에 날아오르자 깜짝 놀라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처음은 너다”
민혁은 처음 달려든 하피의 복부를 주먹으로 내질렀다
콰앙
그의 주먹에 맞은 하피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바닥에 나가 떨어져버렸다. 다른 하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그에게 달려들었지만 하나, 둘 그의 주먹에 나가 떨어졌다. 남은 수가 셋 정도 남자 하피들도 눈치를 보며 민혁의 주변을 빙글빙글 맴돌았다.
꺄악
아리나의 비명, 민혁은 깜짝 놀라 그녀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민혁이 맨처음 해치웠던 하피가 아리나를 공격하고 있었다. 다행히 정령들의 도움으로 직접적인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다른 하피들이 가세하면 힘들것 같았다. 민혁이 급히 내려가려고 하자 눈치 빠른 하피들은 그의 앞을 가로 막았다. 약간 짜증이 났다. 기절만 시키려고 했건만 계획을 수정키로 했다.
“짜증나게...나대는 게 과했어”
민혁은 천마신검을 뽑아들었다. 그의 주변으로 선명한 마기가 휘몰아쳤다. 하피들은 놀라 몸을 뒤로 빼려 했지만 민혁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마기는 민혁을 기준으로 폭풍 같이 세를 확장해 하피들을 덮쳤다. 마기에 삼켜진 하피들은 빠져나오기 위해 퍼덕거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끝내 마기 속으로 빨려들어간 하피들은 깃털 한 장 남기지 않고, 소멸했다. 지상에서 아리나를 공격하던 하피들은 동포들이 당한 것을 보고 도망치려 했다
“어딜!”
하지만 그는 허용하지 않았다. 이미 이 주변은 그의 영역이었다. 그가 손짓하자 묵색의 기운들이 가시 덤불처럼 줄기줄기 뻗어나와 하피들을 덮쳤다. 그녀들은 반항조차 하지못하고 포식자의 먹이가 되었다. 하피들을 모두 먹어치운 마기는 배부른 뱀처럼 느릿느릿 자신의 주인에게로 돌아갔다.
“아리나 괜찮아?”
기를 회수한 민혁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상처는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공포에 떨고있었다. 하피들 때문에? 아니었다 그럼 무엇 때문일까 민혁은 아리나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꼬옥 주었다.
“아리나 우린 친구잖아 왜 날 무서워해?”
그녀는 눈물을 훌쩍이며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민혁님을 무서워 하는게 아니에요... 전 그저.. 민혁님이 마족이라면.. 절 속인거라면.. 친구가 되자는 말이 거짓말이 될까 무서웠어요”
“마족? 내가 마족일리가 없잖아”
민혁은 헛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아리나는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며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렇게 선명한 마기가..”
사소한 오해였다. 그녀는 방금 전 민혁이 하피들을 해치우기 위해 사용한 천마신공의 마기를 보고 그가 마족이 아닌지 의심한 것이다. 그는 아리나에게 무대륙에선 마기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아리나는 눈물을 닦으며 맹한 표정으로 정말요? 라고 물어왔다. 그는 그 증거로 마기와는 정반대되는 뇌전신공을 사용하는것을 보여주었다. 오해가 풀리고 아리나는 의심해서 미안힌다며 한차례 더 눈물을 쏟아냈다. 민혁은 그녀를 달래주면서 울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웠다 괴롭히는 맛이 특출난 여자다. 그는 울상을 짓고 있는 이 괘씸하고 착한 엘프를 어찌 혼내주어야 지금의 이 표정을 더 볼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결국 그 날 아리나는 야영지에서 잠을 청하기 전까지 민혁에게 갖은 놀림을 당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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