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 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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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브라운은 부패의 숲을 탐사하고 난 후 쓰게 된 자신의 저서에 ‘타락한 고대의 악신들은 신성을 잃고 흉칙해졌으며, 본능적인 생물이 되었다. 자아를 잃었으나 드래곤의 브레스를 맞고도 소멸하지 않을 정도의 재생력을 손에 넣었고, 닿기만 해도 썩어문드러지는 마기(Magi)를 내뿜었다. 그야말로 진정한 공포였다.’ 라고 그들을 표현했다. 대륙의 학자들은 솔 브라운의 저서를 읽고 두려움에 떨며, 타락한 그들은 마신족이라 이름 붙였다.
“대륙 이동이라... 무신을 보고 어느 정도 레벨을 올리고 왔으면 싶었는데... 뭐 됐나”
민혁도 눈치가 없는 편이 아닌지라 엘프인 아리나를 보고 어느 정도 상황은 파악한 상태였다. 문제는 로기아 대륙에서 무대륙의 힘이 통할지다. 레벨이 천 단위가 넘는 드래곤들이 날뛰는 세상에서 말이다. 민혁이 상황을 정리하고 있을 때 아리나는 그가 먹을 과일들을 챙기고 있었다. 되도록 채식을 하게 하라는 라돈의 말에 따른 것이다.
“아리나~”
“어..테르겐”
과일을 챙기던 아리나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테르겐을 보았다. 그녀는 100살도 안되 일찍 결혼을 했다. 아직 신혼이다 보니 저녁 시간에 나오는 일이 드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된 아리나는 벌써부터 걱정 가득한 표정이 되었다. 그 표정을 읽은 테르겐은 한숨을 쉬며, 들고 온 보따리를 건내주었다.
“이게 뭐야?”
꽤나 무게가 나가는 보따리를 받아든 아리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간단한 죽, 라돈 아저씨가 그 인간 남자가 꺠어났다고 해서 한 번 만들어 봤어 너 요리는 잼병이니까 ”
“고마워 테르겐!”
아리나는 보따리를 내려 놓고 테르겐을 꼬옥 껴안아주었다. 테르겐은 얼굴을 붉히며 빨리 떨어지라고 외쳤지만 아리나는 그 후로도 한참을 그녀를 껴안고 있었다. 민혁은 아리나가 받아온 음식을 먹고 그녀의 침대에서 잠을 청했다. 처음에는 침대가 하나인 것을 알고 자신이 눕는 게 실례되는 일이라 생각되 극구 사양했지만 그녀가 눈물을 글썽이며 애원조로 말하자 결국 민혁이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잠이 안와..’
침대가 하나다. 그마저도 민혁이 차지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집주인 아리나는 도대체 어디서 자는 걸까 답은 그녀의 침대 옆 바닥이다. 그녀는 이불을 덮고 곤히 자고 있다. 남자와 같은 공간에 단둘이 있음에도 그녀는 전혀 경계조차 하지 않았다. 민혁은 조금 자존심이 상하긴 했지만 숨을 쉼에 따라 오르락내리락 하는 그녀의 젖가슴을 보며, 밤을 지세웠다.
다음 날 민혁은 아리나와 함께 자신을 치료해준 라돈이라는 엘프와 만났다. 그녀가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과 달리 굉장한 미청년이었다. 또한 그녀의 친구인 테르겐은 아리나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여자였다. 미성숙한 느낌이랄까 특정 취향의 남자들이 매우 좋아할 만한 외모였다.
둘과의 대면을 마치고 장로에게로 향하는 길, 민혁은 아까부터 엘프들의 시선이 곱지 못한 것을 알아챘다. 경계가 최고조에 달한 느낌이었다. 개중에는 살기를 내비치는 이들도 있었다. 아리나도 마을 주민들의 시선을 느낀 탓인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정말 천사님이 따로 없었다. 민혁은 주민들의 시선을 그대로 받으며 장로의 집에 도착했다.
“어서오게”
장로도 꽤나 젊어 보이는 외견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엘프이다 보니 외견으로 판단할 수는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민혁이 인사를 건냈다.
“안타깝지만 그리 안녕하지는 못하이..”
하지만 장로의 태도는 쌀쌀하기 그지 없었다. 옆에서는 아리나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민혁은 피식 웃고 장로의 앞자리에 앉았다.
“상처는 괜찮은가?”
그가 자리에 앉자 장로는 다짜고짜 그의 몸상태를 물었다. 다만, 걱정하는 투가 아니라 확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묻는다는 태도였다. 장로 본인도 딱히 그런 태도가 문제 될 것 없다고 생각했는지 꽤나 싸늘한 어조였다. 민혁은 화가 끓어올랐지만 일단 참았다. 아리나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 상처를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무대륙에서 온 민혁이라고 합니다.”
“무대륙?”
민혁의 말에 장로는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럴만도 한 것이 무대륙과 로기아대륙의 왕래는 산맥을 기준으로 완전히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장로에 반응에 민혁의 입에 걸린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네 맞습니다. 제가 무대륙에서 이곳으로 온 이유는 마신족 때문입니다.”
“마신족!”
장로는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반면 아리나는 마신족이 무엇인지 모르는 듯 했다. 장로는 그녀를 위해 마신족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주었다. 퀘스트 내용을 보충할만한 유익한 정보가 쏟아졌다. 아리나에게 간단한 설명이 끝난 후 장로는 민혁을 보며 더 설명해보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 흉측한 것들이 무대륙에까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저희 힘만으로는 처치 곤란한 상태이기에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몇 가지 지혜를 얻어 갈 수 있을까요?”
“마신족... 좋네... 궁금한 것이 무엇인가”
장로는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장로직을 물려받으며, 몇 가지 들은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대 장로는 장로직을 물려주며, 마신족과 관련된 일이 일어난다면 무조건적으로 드래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하며, 엘프들의 성지인 헤븐에도 이 사실을 퍼트려야 한다고 교육 받았다.
“레드 드래곤 하울을 찾고 있습니다. 그가 있는 곳을 알고 계십니까?”
“하울님을?!”
‘..알고 있는 눈치야’
민혁은 장로의 반응에 쾌재를 불렀다. 그의 반응으로 보아 하울이라는 드래곤의 위치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네 드래곤들의 도움을 받기 위해 하울을 찾으려 합니다.”
“흐음...”
장로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아리나를 곁으로 불렀다. 민혁은 갑자기 장로가 그녀를 부르는 영문을 알지 못해 잠자코 있었다. 장로와 아리나는 잠시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더니 입을 열었다.
“자네는 제 한 몸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나?”
“네 물론입니다. 그럴 자신감이 없었다면 로기아대륙으로 넘어올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어째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민혁은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 장로는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아리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는 밝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들리지 않는 대화가 오고갔다.
“좋네 하울님의 위치를 알려주지 하지만... 그 분은 지금 유희중이시라네.. 어떤 인물로 변장하고 있을지는 미지수.. 레어를 하울님의 레어를 한 번 들렸다가게 그리고 몇 백 년만에 유희를 즐기시는 것이니 방해를 하면 편히 죽기도 쉽지 않을 터......”
잠시 뜸을 들이던 장로는 아리나에게 눈짓을 하며 말을 이었다.
“아리나를 데려가게 그녀는 하울님의 총애를 받고 있으니 유희를 방해하더라도 아리나를 봐서라도 한 번은 참아주실게야”
장로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말에 민혁은 눈을 동그랗게 떳다. 총애를 받는다라.. 그는 아리나의 훌륭한 가슴께를 잠시 훑어본 후 한숨을 내쉬었다. 굉장히 아쉽긴 했지만 아리나 공략은 포기해야할 것 같았다. 민혁은 장로와 잠시 대화를 나누고 아리나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돌아왔다. 장로는 하울의 레어 위치를 알려주었고, 마신족과 관련된 일이라도 마을 내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이틀 후 까지는 떠나달라는 말도 같이 했다. 민혁도 이해했다. 마을 내 경계가 삼엄해진 이유가 인간 노예사냥꾼들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제야 자신에게 쏟아진 마을 주민들의 이유 모를 적대적 시선이 이해가됐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아리나가 천사표 심성의 소유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리나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네?!”
같이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던 중 갑작스러운 민혁의 말에 아리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마을 내 시선이 안 좋을 텐데도 불구하고 저를 데려와 치료해주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아니에요...아..그게...으으....”
민혁의 미소에 아리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었다. 그 모습에 그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드래곤의 총애를 받는 엘프, 포기해야 맞는 것이겠지만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 하는 저 모습을 보자면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녀를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 자신 없이는 살 수 없는 몸으로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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