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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이다-136화 (136/245)

〈 136화 〉 전초

* * *

이런 사소한 점에서도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을 정확히 160km 직구로 꽂아 넣는 소윤이 좋았다.

“이러고 있으니까 부부 같다 그치?”

“푸웁!”

소윤이 먹는 걸 구경하던 민혁의 말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입 안의 내용물을 그에게 보여주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폭탄을 맞은 민혁은 담담하게 웃으며 옷에 묻은 걸 치웠다 하지만 소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 못했다.

“괜찮아 밥 먹어 얼른”

“......”

괜찮다는 말에도 소윤은 시무룩해져서는 숟가락을 들지 못했다. 평소라면 장난친 그가 나쁘다며 투닥거렸을 테지만 맞선 이야기 때문인지 조심스러워 보였고 연약해보였다.

“어휴...이 손 많이 가는 여자친구를 어찌할꼬...”

시무룩해져 밥을 못 먹는 그녀를 위해 민혁은 직접 밥을 떠서 그녀의 입가에 가져갔다. 一자로 다물어진 그녀의 입은 밥 먹기를 거절했지만 민혁이 ‘어허!’ 하고 말하자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알았지?”

민혁은 숟가락을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끄덕끄덕­

“대답은?”

“...네에...”

천천히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는 소윤, 민혁은 간간히 반찬을 그녀의 밥 위에 올려주면서도 그녀가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민혁의 머릿속에 계속 떠돌아 다니던 창혼에 대한 문제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진 상태였다. 아무 생각 없이 이것이 행복이지 싶었다.

다음 날 민혁과 소윤은 같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어젯밤 소윤은 민혁의 설득을 통해 이범과 화해를 했다. 통화내용을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평소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보아 잘 이야기가 된 것 같았다. 다시 도도하고 냉랭한 무표정의 소윤으로 컴백했지만 민혁은 그런 소윤도 좋았다. 민혁은 새삼스레 자신을 꽈악­ 끌어안고 잠을 청하고 있는 소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웅~”

부드러운 손길에 기분 좋다는 듯 잠꼬대를 하는 소윤, 민혁은 앞으로도 계속 이 귀여운 표정을 자신만이 보았으면 했다.

‘빨리 결혼하고 싶은데.. 아저씨 때문에 그건 어렵겠지.. 아니면 콱 과속운전을... 아니야 아이는 준비가 되면... 그럼.. 혼인신고서를 먼저 작성해버릴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았지만 혼인신고를 먼저 해버리는 게 가장 좋은 선택지였다. 그는 소윤의 말랑말랑한 볼을 살짝살짝 꼬집었다. 매끈하고 부들부들한 게 마치 밀가루 반죽 같았다. 그녀가 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원하고 또 원했다.

“으응...”

그게 아팠는지 소윤은 고개를 이리저리 틀었지만 민혁의 사정권 안이었다. 잠시 그렇게 볼을 가지고 놀던 민혁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08시 06분 지금 준비해야 첫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소윤아 일어나 학교 가야지 소윤아”

“..흐아...학교..?”

“그래 학교”

소윤의 눈이 슬며시 떠졌다. 눈앞에 님의 얼굴이 있었다. 소윤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그의 볼에 입을 맞춰주었다. 민혁도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애정 어린 손길을 나누었다. 그렇게 침대에서 꼼지락 거리기를 10분 약간 늦었지만 둘은 등교 준비를 했다.

“옷 다 입었어?”

먼저 등교 준비를 한 민혁은 옷방에 들어가 있는 소윤을 향해 물었다.

“...응..”

검정 스키니 진에 하얀색 티셔츠 과점퍼 평범한 패션임에도 불구하고 빛이 났다. 사람이 옷을 입은게 아니라 옷이 사람을 입은 것 같았다. 그는 잠시 그녀를 스캔했다. 그러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침대가 있는 방으로 데려갔다. 갈증이 난 것이다. 이미 물건은 바지를 뚫을 만큼 커졌고, 소윤도 그것을 보았다.

“...안돼..”

“소윤아~”

비에 젖은 강아지 같은 눈길에 소윤도 내심 기대했던 것도 있어 그의 이끌림에 응해줄까 했지만 안되는 건 안되는 거였다.

“...안,안돼 수업.....끝나고...”

그녀의 말에 민혁은 잠시 고민했다. 수업 하루 빠진다고 해서 학점에 문제는 없겠지만 소윤의 의지가 완강하니 그녀의 뜻대로 해주는 게 좋을 듯 싶었다. 결국 그녀에게 져주기로 결정한 민혁은 그녀의 손을 잡은 채로 자취방을 나섰다. 민혁이 사는 오피스텔에서 한국대학교까지는 두 정거장 정도의 거리다. 대학로이다 보니 길거리는 아침부터 활발한 분위기를 띄고 있었다.

강의 시간표가 같다 보니 혼자서 강의를 들을 때 보다 시간이 더 빨리갔다. 4개의 강의 중 정상 강의는 3개 마지막 강의는 나이스하게도 교수님 사정으로 휴강이었다. 점심은 학식을 먹어서 저녁은 저렴한 퓨전 레스토랑에가서 기분을 냈다. 그것도 잠시 아침부터 이어져온 갈증에 목이 말랐던 민혁은 그녀를 집으로 데려와 탐했다.

“..하앙..하흣..하아..”

총 세 번의 관계, 체력이 약한 소윤은 관계를 끝마치자 그의 품에서 추욱 늘어졌다. 민혁은 아직 모자란 듯 그녀의 젖가슴을 만지작 거렸지만 삽입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이미 소윤이 만족했기 때문이다. 만약 더 관계를 맺으려 한다면 그건 강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소윤도 민혁이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의 품에 안겨 민혁의 부드러운 손길을 즐겼다.

“결혼하고 싶다. 그러면 맨날 소윤이랑 같이 있을 수 있을텐데..”

민혁은 혼인신고라는 월척을 낚기 위해 미끼를 뿌렸다. 이 때를 위해 점심을 먹고 동사무소에 가서 혼인신고서도 떼어 왔다.

“..나도...언제나...같이 있고 싶어...”

소윤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말하자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던져주었던 미끼를 회수하려 낚시대를 들어올리려고 했다.

““그래서 말인데””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쳤다. 민혁은 이미 낚인 물고기 아래 뜰채까지 대기 시켜놨기에 소윤에게 먼저 말하라고 눈짓했다.

“...어제 아버지 한테..허락 맡았어..우리..그, 그...같이 살자..!”

민혁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동그래졌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굳어버렸다. 소윤은 굳어버려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그의 모습에 불안해졌는지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속상했다. 아버지와 싸워가면서까지 얻은 기회인데 그는 기뻐하지 않았다. 내가 너무 섣불렀던 걸까? 쉬운 여자로 보이나? 질린 거야 설마? 여러 가지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미,미안해.. 내가..흐윽..내가....미안해...싫으면 이런 소리 안할게...”

그의 품으로 더욱 안겨들어 애써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녀의 눈물에 굳어졌던 민혁이 정신을 차렸다. 그는 기뻣다. 하지만 혼인신고까지 아예 도장을 찍을 수 있던 기회가 날아간 것 때문에 잠시 쇼크를 먹었을 뿐이다. 그는 울고 있는 소윤의 볼에 입을 맞췄다.

“소윤아”

“....훌쩍...응..”

다정한 그의 말에 그녀는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 했다.

“울지마...반응이 느려서 그렇지만 나 정말 기뻐 세상을 전부 가진 것 같아.. 니가 얼마나 용기를 내주었는지 알고 있으니까 나도 언제나 너와 같이 있고 싶고, 같은 이불에서 눈 뜨고 싶어 단지..”

“...단지?”

“흠흠..이것 좀 볼래?”

민혁은 자신의 품에 안긴 소윤을 일으켜 침대 아래 미리 준비해두었던 혼인신고서를 보여주었다. 소윤은 민혁이 건내준 혼인신고서를 받아들었다. 처음에는 갑자기 종이서류를 주자 당황했지만 그게 혼인신고서라는 것을 깨닫고 당황해서 침대 밖으로 던져버렸다. 나풀나풀 날아가는 혼인신고서들 사이로 보이는 소윤의 하얀 얼굴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빨갛게 변해 있었다.

“왜 그래 싫어?”

“...바,바보!...좋아... 하지만...이,이건 천천히...”

민혁은 그녀가 혼인신고서를 던져버리자 소윤을 가슴 속으로 끌어드려 안고 물었다. 그녀는 민혁의 반응이 단지 혼인신고서에 도장을 찍지 못할까봐 나타난 것이라는 것을 알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모자란 자신을 이렇게까지 사랑해주는 그가 너무나 고맙고, 사랑스러워 그에게 입을 맞춰주며, 지금껏 보인 그 어떤 미소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안타깝네...하지만 오늘은 이정도로 할까...싸인이야 다음에 받으면 되니까’

작전 상 일보 후퇴라고나 할까 소윤의 반응을 보니 싸인이야 결혼반지와 함께 준비해 선물하면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얻은 게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녀와 동거를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으니 일단 물러날 타이밍이었다. 한 번에 많은 걸 얻으려고 하면 탈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민혁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연애는 연애만의 동거는 동거만의 결혼은 결혼만의 재미가 있다는 것을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소윤과 함께라면 모두 행복 할 것이 틀림없지만 시간을 들여서 차례대로 즐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소윤아 울다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

민혁은 자신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소윤을 향해 장난을 걸었다.

“....그,그런...소리 하지마”

“어디 났는지 안 났는지 확인을 좀 해볼까!”

“.....거,거긴....안돼!”

결혼이라는 말에 없던 체력까지 생긴 소윤과 갈증이 풀리지 않았던 민혁은 결국 그 날 저녁 항문으로 두 번의 거사를 더 치루고서야 잠에 들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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