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134화 (134/245)

〈 134화 〉 전초

* * *

“전대교주 암살, 자운령, 북해빙궁까지...”

남자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랍니다. 이제 머리가 잘 굴러가는군요 아참... 타랍은 편히 죽었나요?”

“알고 있을 텐데..갈기갈기 찢어죽였다.”

“안타깝네요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장기말이었는데 말이죠”

‘이 자식 나사 하나 빠진 놈이잖아..’

민혁은 남자 아니 투마의 미소를 보며 소름이 끼쳤다. 사이코패스 살인에 무감각한 녀석, 죄책감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인간 말종들 구역질이 올라왔다. 당장이라도 일어나 녀석의 얼굴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었다. 원하는 답을 얻을 때까지는 인내하고 참아야만 했다.

“......그래 미안하게 됐군..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지”

‘연화들에게 무슨 일이 있다면 반드시 죽여주마 세이브 로드를 해서라도 몇 백번 찢여죽여 주마!’

민혁은 금방이라도 일그러질 것 같은 얼굴을 고쳐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처럼 허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다행히 투마는 아무 의심 없이 입을 열었다.

“어차피 죽을 텐데 질문이 많네요.. 뭐... 질문해 보세요 답해드리죠”

선심 썻다는 듯 말한 투마는 양손을 벌리며 손끝을 까닥까닥 거렸다.

“이 녀석하고 같이 있던 여자들은?”

“안타깝게도 죽이지 못했답니다. 우리 여동생님이 눈치라도 챈 걸까요 소검마와 함께 사라졌더군요?”

민혁은 한숨을 내쉬며 ‘다행이다.’ 라고 중얼거렸다. 그의 모습에 투마는 피식 웃었다. 그의 꼴이 우스웠다. 투마는 어렷을 적부터 가진 바 힘만큼 그 책임과 책무가 있다고 배웠다.천하에서 손에 꼽을 만한 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자의 안부에 희비를 밝히는 모습이라니 꼴불견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역겨웠다.

“역겹군요”

“......개자식 내가 할 말이다”

민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하며, 신녀의 머리를 인벤토리에 잠시 보관했다. 투마도 그녀의 머리가 순식간에 그의 손에서 사라지자 신기해하는 표정이었지만 딱히 상관하지 않았다. 어차피 마신 부활에 필요한 그녀의 몸뚱이는 자신의 손 안에 있었다. 게다가 지칠재로 지친 그로써는 자신을 상대할 수는 없다. 그가 몰래 내공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비루한 내공의 양을 보며 투마는 피식 웃어넘겨버렸다.

“주군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검마와 상대하고 있던 편마가 투마의 뒤로 다가와 말했다. 검마는 이미 그의 손에 단전이 박살나 쓰러져 있었다.

“아아~ 준비가 다 되었나보군요”

투마의 뒤로 도마측 무인들이 오와 열을 맞춰 섰다. 그 중에는 신녀가 중립이라고 일러주었던 주요 인사들도 간혹 보였다. 완전히 투마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꼴이었다. 민혁은 이를 갈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신녀파쪽의 무인들이 맞서 싸우려는 듯 검을 다시 들었지만 그 수가 너무 차이가 났다.

콰앙­

“쓸모없는 짓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가 등을 보이며, 뒤돌자 민혁은 남아 있던 내공을 긁어모아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그의 뒤로 호신강기가 생기며 맥 없이 막혀버렸다.

‘젠장.. 이제 방법은 없나..’

회심의 일격이 실패하자 민혁도 포기해버렸다. 남은 건 세이브뿐 그 전에 그가 하는 짓을 지켜나보자 하는 마음으로 그의 행동을 기다렸다. 투마는 놀랍게도 주술사들을 부렸는데 타랍의 부족에서 보았던 중간보스와 비슷한 실력의 주술사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은 시체의 피로 주술진을 전장에 그리기 시작했다. 일부 신녀측의 무인들이 반항을 했지만 투마 쪽에 붙은 무인들과 붙자 금방 제압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사라졌던 신녀의 몸을 가져왔다. 하얀관에 눕혀져 있는 그녀의 몸, 그들은 진의 중앙에 관을 위치시켰다.

“시작하세요”

투마의 말이 떨어지자 주술사들은 알 수 없는 의미의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주술사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나왔다. 그의 오른손에는 장검 한 자루가 들려 있었는데 그 수실을 본 민혁은 주술사의 손에 들린 것이 자운령의 신기라는 것을 알아챘다. 왜냐하면 검의 수실과 호령이 가지고 다니던 놀이개의 수실 모양이 같았기 때문이다.

‘잠깐... 신녀는 분명 마신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천마신공을 익힌 무인이 필요하다고 했어..’

민혁은 실실 웃고 있는 투마를 바라보았다.

‘이자식은... 천마신공을 익히지 않았다.. 도대체 어쩌려고 그러는거지?’

민혁의 궁금증은 얼마 안가 풀어졌다. 편마가 그에게 다가오더니 그를 끌고가는 것이다. 편마가 그를 끌고 가는 방향은 신녀의 관이 있는 곳이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생각하기를 포기한 민혁은 얌전히 편마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가까이서 보니 관은 꽤나 넓었다. 그 크기가 두 사람이 누워도 남을 정도였다. 목이 잘린 신녀의 몸 옆으로 편마는 민혁을 번쩍 안아 눕혔다.

“편안하십니까?”

투마는 관 가까이 다가와 누워 있는 둘을 보며 말했다.

“편안은 지랄!”

“하하하..그런가요.. 그럼 편안하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투마는 그리 말하며, 주술사 우두머리가 들고 있던 자운령의 신기를 받아들었다.

콰악­

그리고는 목이 잘린 신녀의 복부에 검을 찔러넣었다. 민혁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떳고, 제압되었던 신녀측 무인들도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민혁은 자신의 얼굴로 튄 신녀의 혈흔을 닦지 않고 버럭 소리쳤다. 하지만 투마는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검에 묻은 피를 바닥에 털어냈다.

“하하하 놀라지 마세요 곧 동생의 곁으로 보내드릴테니까요!”

콰악­

이번에는 민혁의 복부에 검을 찔러넣었다. 복부 깊숙이 박히는 검, 민혁은 울컥­ 피를 토해냈다. 눈앞으로 여러 가지 행동 불능을 비롯해 능력치 저하 시스템창이 나왔지만 신경 쓸 여력이 되지 없었다. 그저 자신의 복부에 박혀 있는 검을 뽑으려 발버둥 쳤다. 하지만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제한된 그로써는 요원하기만 했다.

“이제는 편안하신가요?”

“...하아..하아...편안해서 돌아가시겠다..”

“그거 다행이군요!”

푸확­

복부에 꽂혀 있던 검이 뽑혔다. 투마는 검신에 흐르는 피를 다시 한 번 바닥에 흩뿌렸다. 그러자 피로 그려진 주술진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에픽 퀘스트 ‘마신족 강림’을 수락 받았습니다.

­해당 퀘스트는 거부가 불가능하며, 자동 수락됩니다. 퀘스트 ‘마신족 강림’ 수락으로 인해 세이브 포인트가 강제 저장 되었습니다.

­에픽 퀘스트 ‘마신족 강림’와 칭호 ‘무신의 후계자’가 연동됩니다. 선계에서 무신의 개입이 이루어집니다.

­퀘스트 ‘마신족 강림’으로 인해 게임 플레이 시간 이틀 동안 캐릭터 제어가 불가능해지며, 강제 접속 종료됩니다.

좆됐다... 민혁이 미친 듯 웃고 있는 투마의 얼굴을 보며 마지막으로 한 생각이다.

“자동 세이브라니... 말이야 막걸리야!”

민혁은 캡슐에서 나오며, 미친 사람처럼 소리쳤다. 자동 로그아웃된 후 여러 번 세이브 파일로 다시 접속해보았지만 ‘마신족 강림’ 퀘스트를 받은 다음으로만 로드가 되었다. 캐릭터 조작도 불가능했다. 봉국에게도 전화를 해보았지만 일부 에픽 퀘스트는 그런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신도 손을 쓸 수 없다는 답만 받았다. 한숨을 쉬며 캡슐 밖으로 나온 민혁은 가장 먼저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떡진 머리카락 눈꼽이 덕지덕지 낀 눈 거기에 무릎 나온 츄리닝에 하얀 반팔 티셔츠 딱 보아도 동네백수의 전형이었다. 그는 샤워실로 들어가 몸치장을 금방 끝냈다. 한 통계에서 여자는 샤워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30분 가량이고, 남자는 10분 가량이라고 한다. 10분도 머리를 감고 샤워기 부스로 물을 맞는 데에 대부분을 사용한다고 한다.

민혁도 물론 평균의 남자들 중 하나였다. 욕실에서 나와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자 이제야 인간 같아 보였다. 방금까지는 거지가 형님하자고 할 정도로 꾀죄죄한 모양새였다. 몸단장을 끝낸 그는 쇼파에 철퍼덕­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부재중 통화 2통

한 통은 소윤이었고, 다른 한 통은 장인어른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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