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 전초
* * *
어느 한 쪽도 먼저 움직이지 않았다. 내공을 끌어올리며 서로를 바라볼 뿐, 도마는 그가 비장의 수를 준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민혁 또한 그가 자신의 수를 되받아칠 무엇인가를 준비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기운은 점점 더 커져 전장을 가득 매울 정도로 거대해졌다. 천마신검에 어린 검붉은 기운, 화룡도와 도마를 감싸고 승천할 듯 불을 내뿜는 화룡 양보는 없었다. 누가 뭐랄 것 없이 서로에게 달려드는 두 사람 일검은 민혁이 약간 우세했다.
“크윽...설마 다리를 노릴 줄은”
정강이를 노리고 들어온 검은 정확히 그의 다리를 베었고, 움직임이 어색해진 틈을 타 민혁은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처음 검에 베인 것은 방심이었다는 듯 민혁의 검을 막아내며 반격의 틈을 노렸다. 그의 빈틈 없는 수성에 민혁은 혀를 차고는 다시 한 번 내공을 끌어모았다.
‘수성에 최적화 되어있다. 게다가 붙어 싸우게 되면 화기들이 내공들을 빨아들이기까지 하니... 검마가 진 것도 이해가 되네’
잠시간의 대치 민혁은 다시금 천마신공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내상을 입은 상태이긴 하지만 근접전으로는 상대를 이길 수가 없다. 이건 확실했다.
‘비장의 수를 꺼내려는 것인가?’
도마는 울렁거릴 정도로 검은 천마신공의 기운에 기쁘게 웃었다. 강자존의 세계에서 살아온 그에게 지금 이 순간은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는 그와 마주하며,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의 비기를 꺼내들었다.
“마룡현현!”
화룡도가 검게 불타 올랐다. 흑염은 도마의 외침에 따라 이리저리 모습을 바꿨고 종래에는 한 마리 흑룡의 모습을 취했다. 거대한 흑룡, 마치 살아움직이는 생물처럼 흑룡은 민혁을 보며 아가리를 찢고 용트름을 했다. 기가 질리는 광경 하지만 민혁은 포기 하지 않고 단전에 남아 있는 내공이란 내공은 모두 끌어 모았다.
“천마파천결 3식 아수라(???)!”
묵색의 마기는 천마신검을 타고올라가 한 마리 마귀를 불러냈다. 3개의 얼굴 6개의 팔 3면6비의 형상을 한 기괴한 모습의 거인, 묵색의 거인은 자신을 노려보는 흑룡을 보더니 괴성을 지르며, 주먹을 내뻗었다. 흑룡 또한 지지 않고 아가리를 벌려 그를 집어삼키려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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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오르는 전장 승리자는 결국 민혁이었다. 그는 흑룡이 사라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바다를 이루고 있는 전장 위에 홀로 서 있었다. 도마는 흑룡의 컨트롤에 실패한 탓에 전신에 화상을 입은 체 쓰러져 있었다. 마지막 충돌의 순간 도마의 흑룡은 모양이 흩트러졌다. 아무래도 아직 완전히 무공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나도 내공이 아슬아슬했어’
만약 그가 제대로 흑룡을 컨트롤 했다면 바닥에 누워 있을 쪽은 민혁일 것이다.
“교주!”
승부가 끝난 것을 확인하고 저 멀리서 뛰어오는 검마, 민혁은 불편한 몸을 이끌며 뒤뚱뒤뚱 걸어오는 그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피식 웃어버렸다.
푸슉
“.......”
민혁에게 달려오던 검마의 걸음이 뚝 멈췄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거대한 것만 같았던 그의 등 뒤로 한 자루 장검이 꽂아졌다. 사방으로 피가 튀었고, 그의 입가로도 선혈이 주르륵 흘러나왔다. 복부까지 관통된 검
“...쿨럭..제기랄..역시 도망친 게 아니었구나!”
그의 등에 검을 꽂아 넣은 것은 놀랍게도 뇌마가 죽자 도망쳤던 편마였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등에 꽂았던 검을 사정없이 뽑아냈다.
“작전 상 후퇴라고 말해주면 고맙겠군”
심각한 데미지를 입으셨습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70% 하락합니다.
심각한 데미지로 인해 회복하더라도 일부 능력치가 영구 하락될 수 있습니다.
‘제기랄 경계를 늦추는 게 아닌데..’
편마가 검을 뽑아내자 그의 복부에서 피가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민혁은 피가 줄기줄기 흘러나오는 자신의 복부를 부여잡고 그와 거리를 벌렸다. 그는 어떤 데미지도 입지 않은 100%의 상태 현재 전장에서는 그를 상대할 무인이 없다. 이걸 노린 건가
“허튼 생각마라 단전 근처를 찔렀으니 내공을 끌어올린다고 하여도 너는 날 이길 수 없다.”
‘그의 말대로...’
70% 정도의 능력치가 제한된 상태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내공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공을 끌어올려도 그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끝장내지 않고 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 같은 그의 행동 민혁은 의문점이 꼬리를 물고 생겨났다. 어째서 그는 도마가 당하기 전에 구해내지 않은 걸까 자신의 뒤에서 검을 내질렀을 때 끝장을 보지 않은 걸까
“이제 오시는군”
‘......누굴 기다리는 거냐!’
의문점은 곧 해결되었다. 편마는 멀리 신교의 성벽을 보며 말했다. 내공이 끌어올려지지가 않아 그가 무엇을 기다리는지 보이지 않았던 민혁은 편마가 기다리던 자가 다가옴에 따라 눈에 불신감이 서렸다.
“하하! 수고하셨습니다. 교주님”
반반한 얼굴로 미소를 지어보이는 남자, 그의 등장에 전장에 모인 이들은 모두 놀라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하하...개자식 어쩐지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
“네놈 누구에게!”
복부를 잡고 한 쪽 무릎을 꿇고 있던 민혁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남자, 그의 행동에 민혁은 헛웃음을 내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편마는 지금껏 보여 왔던 무표정과는 다르게 성을 내며 소리쳤다. 금방이라도 민혁에게 발길질을 할 듯 한 그의 행동에 남자는 편마를 말리며 품 안에서 어떤 동그란 물체를 던졌다.
툭데구르르르
“......!”
무게가 꽤 나가는지 둔탁한 소리를 내며, 흙바닥에 구르는 물체 민혁은 저도 모르게 손을 부르르 떨며 물체에 손을 가져갔다. 아직 온기가 남았다. 하지만 아름답던 눈은 흐리게 빛을 잃었고, 입가에는 핏줄기가 흐르고 있다. 죽음의 신은 이미 그녀에게 죽음의 선고를 내린 후였다.
“이,이 개자식이!!”
검마가 개거품을 물며, 눈을 벌겋게 물들이고는 달려온다. 그도 이 참상을 본 것일테지 나이든 노인네가 뼈라도 다치면 어쩌려고 민혁은 객쩍은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온기가 남아있어 전혀 죽은 사람 같지 않았다. 하지만 죽었다. 목만 남아있는 체로 살 수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 그는 그녀의 초점 없는 두 눈동자를 가려주었다.
쾅
남자를 죽이려 달려드는 검마와 그를 막아선 편마 결과는 편마의 일방적인 승리였다. 검마는 편마의 손에 나가떨어져 정신을 잃었다. 몸을 부르르 떨고, 주변으로 마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니 주화입마의 초기증세였다. 부상을 입은 체 달려드니 그렇게 되지.. 민혁은 혀를 차며 그녀의 머리를 안고 비틀비틀 일어났다. 일어나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세이브 지점으로 돌아가야 하나? 과연 연화나 다른 여인들은 녀석의 손에서 벗어났을까?
“여동생이라고 하지 않았냐?”
민혁은 남자에게 물었다.
“너무 노려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뻔뻔하게도 해맑게 웃으며, 말하는 그를 본 민혁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그녀를 애도했다.
“이런 걸 오빠라고 두다니 너도 참...”
평소라면 ‘무례하네요!’ 라고 소리칠 고운 입술은 앙 다물어져 있다.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재잘거리던 그녀의 입가에는 혈흔만이 낭자했고, 귀찮다고 밀어내면 밀어낼수록 달라붙던 생생한 육체는 어디에 두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죽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 민혁은 가슴 속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툭 하고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마신이란 놈의 부활을 위해서였나?”
“맞습니다. 이유까지 알려드리지 못하는 건 죄송합니다.. 녀석도 참... 외부인한테 그걸 다 말할지는 몰랐어요.. 그래서 계획을 앞당겼습니다... 뇌마와 도마를 부추기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녀석 착해빠져서는 명을 재촉하다니..솔직히 말해 당신이 그 녀석을 죽인 거랍니다.”
“개소리를!”
“입도 험하셔라.. 저도 솔직히 말해 교주를 간신히 독살했는데 천마신공을 익힌 자가 또 나올 줄은 몰랐거든요..다행히 멍청해서 계획대로 움직여서 다행이었지 아니면 큰 일이었을거에요 그런 점에서는 감사합니다.”
남자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