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 〉 전초
* * *
'제기랄... 역시 쉽지 않나....'
민혁은 이를 까득하고 갈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방심한 것도 사실이지만 뇌마와 편마의 합격은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편마의 첫 번째 채찍질에 약간이지만 앞섭이 찢겨져 나갔고, 뇌마의 기습적인 공격에 급격한 내공 사용으로 약간의 내상도 얻었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그에게는 불리한 상황, 단기전으로 상황을 몰고 가야 했다. 그는 암운강신공의 기운을 거둬들이고 천마신공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정말이지 진득진득한 마기...쯧...팔 한짝은 포기해야겠군"
민혁의 주변으로 용솟음 치는 마기, 편마는 지체 없이 채찍을 날렸고, 뇌마는 얼굴을 굳히며 권강을 만들어냈다
쒜액
바람을 가르며 민혁을 향해 날아오는 채찍, 그는 천마신검으로 채찍을 막았지만 편마는 그걸 기다렸다는 듯 채찍으로 검날을 휘감았다. 뇌마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민혁에게 주먹을 뻗어왔다. 민혁은 내공 싸움을 유도하는 편마의 행동에 인상을 찌푸리며 검을 휘감은 채찍을 떨치려 했지만 벗어나기는 요원해 보였다. 결국 선택한 것은 천마신검을 버리는 것 그는 천마신검을 놓고 짖쳐들어오는 뇌마에게 천마붕권을 날렸다. 맞부딪치는 주먹
콰앙
충돌음이 울려퍼졌고, 뇌마는 두 걸음, 민혁은 할 걸음 뒤로 물러섰다. 다행히 뇌마가 편마의 공격로를 막고 있었기 때문에 편마의 추가 지원은 없었지만 민혁의 손에 들려 있었던 천마신검은 편마의 발 아래에 가 있었다. 민혁은 혀를 차며, 검정색 무복 품을 열어 바닥에 단검을 떨어트렸다. 갑작스런 그의 행위에 뇌마와 편마의 눈은 의혹으로 물들었지만 이내 자신의 눈을 뽑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가 바닥에 떨어트렸던 단검들이 하나 둘 씩 허공을 유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수는 어림잡아도 기백 뇌마와 편마도 이기어검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 효율이 좋지 않았고 잘해봐야 검 한 자루가 제한이다. 그런데 저 많은 숫자라니 뇌마의 눈에는 절망이라는 감정이 자리 잡았다.
'팔 한짝으로는...부족해 젠장!'
단검들은 살아 있는 것처럼 하늘을 살랑살랑 누비더니 천천히 편마와 뇌마에게 다가갔다. 본능적인 두려움일까 둘은 단검들이 천천히 다가올 때마다 한 발자국 그리고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종래에는 편마가 민혁이 날린 검격을 튕겨내 구멍이 났던 자리까지 물러서게 되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고, 코 앞에는 검날이 희번뜩 빛을 내며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자신들을 노리고 있는 상황 뇌마는 이성적인 판단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다. 남은 것은 마교의 무인답게 사생결단을 내는 것 뿐!
'기운 자체가 달라졌다.'
편마와 뇌마가 물러서면서 그들이 서있던 자리에 떨어진 천마신검을 회수한 민혁은 뇌마에게서 뿜어지는 기운 자체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에는 고강한 무공을 익힌 학사와 같았다면 지금은 현경의 경지에 걸맞는 절대경지의 이른 무인의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죽음을 각오한 건가?"
"물론 우리가 오만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현실적으로 어떤 계책과 합격을 벌인다고 해도 당신을 이길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허망하게 목숨을 내놓을 수는 없는 노릇, 도마를 위해 팔 한짝이라도 가져가야하겠다!"
"대단한 충심이군..그런데 말이야 도마가 검마를 상대로 이길 수 있겠나? 내가 보기엔 전혀 아니올시다인데"
민혁의 말에 뇌마는 히죽 웃었고,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의 웃음에 민혁은 순간 불안감이 떠올랐다. 무언가 숨겨놓은 비장의 수라도 있는 건가. 그는 그들을 재빨리 처리할 필요성을 느꼈고 만예어검술(?????)을 극성까지 끌어올렸다. 단검은 만예어검술의 지휘에 따라 하늘을 휘저었고, 마치 태풍처럼 그 무엇이든 분쇄할 수 있을 것 같은 거대한 검의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었다.
꿀꺽
뇌마는 민혁이 만들어낸 살풍경을 보고 꿈을 꿀꺽 삼켰다. 압도적인 강함, 그 말 외에는 이 광경을 설명할 단어를 찾지 못했다. 각오는 했지만 눈앞의 현실에 무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도 신교의 무인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당당히 맞서리라 단 일격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고의 수를 준비한다. 이격 째는 시도조차 못할 것이다. 저 돌풍에 몸에 찢기고 갈려 아무 것도 남지 않을 테니까
“소수마공!”
주변의 무인들이 기함을 토하며, 외친다. 북해빙궁의 절기 중 하나이며, 여성만이 익힐 수 있는 음마공이 지금 이 자리에서 그것도 다름 아닌 뇌마의 손에서 펼쳐진 것이다. 순백색으로 변한 그의 두 손,소문으로만 듣던 소수마공과는 다르게 순백색으로 변한 두 손에서 거무칙칙한 마기가 줄기줄기 흘러나왔다. 현재 뇌마가 펼칠 수 있는 최강의 절기, 우연찮게 가문의 비고에서 발견한 소수마공의 사본을 남자가 익힐 수 있게 변형시킨 것이다.
소수마공 자체가 음기를 사용하는 무공이기에 그 대가로 남성구실을 못 하게 되었지만 이미 자식을 본 뇌마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고, 기존의 소수마공보다 음기의 결집력은 약하지만 위력은 강한 새로운 그만의 소수마공을 만들어냈다. 이미 그는 일대종사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소수마공...!”
같은 편인 편마도 뇌마가 소수마공을 익히고 있던 것을 모르고 있었는지 눈을 부릅뜨며 놀랐다. 민혁도 빙궁주가 보여주었던 완숙한 형태의 소수마공보다 강력해보이는 그만의 소수마공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편마는 이내 뇌마에게지지 않겠다는 듯 내공을 끌어모았는데 그 양이 뇌마의 그것 못지 않았다.
‘젠장... 위험하겠는데...!’
사생결단의 의지로 그를 노리고 있는 둘을 보며, 민혁은 만예어검술만으로는 둘을 상대하기는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뇌마와 편마의 합격으로 인해 입은 약간의 내상이 위험하긴 했지만 민혁은 만예어검술을 조종하면서도 천마신공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울컥 울혈이 올라왔지만 무시하고 천마신검을 뽑아들었다. 검명을 토해내며, 마기를 뿜어대는 천마신검
“먼저 간다 편마!”
민혁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것인지 뇌마는 빠르게 민혁에게 돌진해왔다. 결론적으로 그의 행동은 정답이었지만 그가 준비하고 있던 것은 천마신공만이 아니었다. 그가 달려들자 검의 돌풍이 그를 덮쳤고, 뇌마를 소리 없이 삼켜버렸다.
‘제기랄! 소수마공으로도 통제가 안된다니!’
폭풍 속에서 뇌마는 정신없이 권장을 휘둘러 자신의 급소를 노리는 단검들을 쳐냈다. 하지만 전설이라고 불리는 소수마공으로도 검의 폭풍 앞에선 부질 없이 무너졌다. 단검 하나가 그의 몸에 틀어박히자 두 번째는 쉬웠다. 팔 다리 어깨 가슴 배 가리지 않고 틀어박히는 단검들 예외적으로 머리만은 단검이 박히지 않았지만 선혈로 낭자된 그는 이미 회생이 불가능해 보였다.
이윽고 팔을 할퀴고, 등을 베고 피부가 찢기는 소리, 뼈가 갈리는 소리, 뇌마의 고통에 찬 비명만이 온 전장을 지배했다. 자랑했던 기세치고는 허무한 죽음 하지만 그만큼 무무신공의 위력이 강력했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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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마가 만예어검술로 만든 돌풍 안으로 사라져 경험치가 된 것을 확인한 민혁은 뇌마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이 없는 편마를 보았다.
“이제 네놈의 차례다.”
“...미안하지만 승패가 보이는 싸움은 하지 않는 주의다.”
편마의 말에 민혁은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표정을 짓기 무섭게 편마를 뒤돌아 냅다 도망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민혁은 어안이 벙벙해져 어떤 행동도 취할 수 없었고, 도망치는 그의 등만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콰앙
“말도 안 되는..!”
그러길 잠시 민혁은 전장의 지축을 울리는 굉음에 깜짝 놀라 소리의 진원지를 바라보았다. 그곳을 보고 민혁은 기함을 토했다.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분명 레벨 상으로도 앞섰던 검마가 도마에게 압도되고 있는 상황, 게다가 검마는 도마측 화경의 무인들을 제압합 투마, 소검마와 함께 도마를 맞상대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압도하기는커녕 밀리고 있었다. 민혁은 뇌마가 마지막에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을 삼켰던 무언가가 상황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내상이 신경쓰이기는 하지만...제기랄”
당장이라도 도우지 않으면 전멸당할 것만 같았다. 같은 경지의 현경의 고수를 상대로 그에 근접한 고수 한 명과 그보다 낮기는 하지만 현경의고수와 화경의고수가 말이다. 그는 몸에 별로 부담이 안 가는 뇌전풍신공을 사용해 뇌령상태가 되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