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129화 (129/245)

〈 129화 〉 전초

* * *

천마의 핏줄만이 천마신공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고위간부들은 혀를 찼지만 당시 현장에 있던 이들은 모두 도마파에 속해 있었고, 그와 모두 한 배를 탄 사이였다. 가릴 것이 없던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민혁으로써는 열이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치 속에서부터 도마에 대한 악감정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것을 느끼며, 여인들과 신녀를 숨기고 자신을 기다리는 검마와 투마 있는 천마전으로 향했다.

“......왔는가?”

“오셨습니까?”

“오늘 길에 받은 눈총이 매우 따가워 빨리 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문을 열고 대전으로 들어오는 민혁을 반기는 투마와 검마, 민혁은 가볍게 농을 하며 안으로 들어 섰다. 민혁은 어제 앉았던 그 자리로 가려 했지만 투마의 제지에 자리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가로 막은 투마를 이게 무슨 뜻이냐는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투마는 싱긋 웃으며, 대전의 가운데 검은 용상을 가리켰다. 그게 무슨 뜻인지 깨달은 그는 피식 웃으며 용상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천마 천세!”

“천마 천천세!”

이윽고 그가 자리에 앉자 검마와 투마는 무릎을 꿇고 만세를 외쳤다. 묘한 의자의 쿠션감을 즐기던 민혁과는 대비되는 진지한 모습이었다. 신녀에게 들어 민혁이 교주의 자리에 뜻이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지만 민혁은 분명 교주의 자리에 앉을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젊다. 출신성분이 걸리기는 하지만 그만 잡는다면 천마신교의 미래는 탄탄할 것이다.

‘행! 속보이네요!’

그런 둘을 내려다 보는 민혁은 속으로 코웃음을 치며, 그들을 비웃었다. 물론 천마신교라는 거대한 세력을 거머쥐는 것도 좋겠지만 호령이 마음에 걸려 차마 그러지는 못 할 것 같았다. 만일 교주의 자리에 앉더라도 그녀의 허락이 선과제였다. 만약 그녀가 거부한다면 그도 깔끔하게 그녀의 입장에 서서 교주의 자리를 거부할 것이다. 그것은 그녀를 대한 반성이기도 하고, 그녀가 떠나며 남긴 말을 곱씹으며 얻은 자기성찰의 결과이기도 했다.

“앞으로는 교주님이라 높여 부르겠습니다.”

여전히 머리를 숙인 체 말하는 검마와 투마 둘은 합이라도 짠 듯, 한 명이 말하는 것처럼 동일한 대사를 읊었다.

“하아~되었습니다.. 신녀에게 들어서 알지 않습니까 저는 교주 자리에 관심이 없어요 그러니 제발 그냥 일어나세요.”

“그럴 수는 없사옵니다!”

민혁의 말에 목소리가 갈라지는 것 조차 신경쓰지 않고, 님을 잃은 것 마냥 슬프게 울부 짖듯 소리치는 둘, 민혁은 그 꼴을 보고있자 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는 머리를 벅벅 긁더니 ‘명령입니다!’ 소리쳤다. 그제서야

“흠흠 그럴까?”

“알겠습니다.”

자리에서 먼지 묻은 옷을 털며 일어나는 두 사람, 그는 그 모습을 보며 기가 차 헛바람을 내쉬었지만 둘은 얼굴에 철판을 깐 듯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했다.

“신녀에게 간략히 듣기는 했지만 우선 우리 쪽 세력을 정확히 알려주세요. 알고 있다면 도마쪽 세력도 함께..”

투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신녀파의 병력은 검마왕가와 투마왕가의 무인 2000, 천마검랑대 150명이 전부였다. 고위전력으로 따지자면 화경의 고수 6명과 현경의 고수 2명 반면 도마파는 도마왕가, 뇌마왕가, 편마왕가의 무인이 2500명으로 일반무인은 신녀파보다 우세했고, 고위전력은 화경의 고수가 4명 현경의 고수가 3명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민혁의 합류로 인해 어찌어찌 현경의 고수 수는 같아졌지만 여전히 약간은 불리한 상황이었다.

투마는 전체 무인의 수가 도마파와 신녀파를 합한 무인의 수보다

‘대단하군...’

민혁은 도마파와 신녀파에 가담한 무인들이 천마신교의 전체 무인 전부가 아니라는 점에 감탄했다. 역시 단일세력 최강이라는 말은 허튼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그는 내란에서 승리하는 방법을 머릿속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졸의 무력은 이쪽이 수는 적지만 천마검랑대 덕분에 질적인 면에서는 우세하다고 봐야한다. 화경의 고수들이야 현경의 고수 한 명만 있어도 추풍낙엽 결국 승부는 어느 쪽이 현경의 무인들을 더욱 더 많이 보존하느냐에 달렸다고 봐야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검마 어르신은 도마보다 강합니까?”

“물론!”

약간은 자존심을 긁는 민혁의 질문 검마는 자신만만하게 소리쳤다. 도마의 상태창을 보지는 못했지만 검마의 상태창만 보자면 거의 보스레벨, 도마는 그에게 맡기면 될 터

“투마 당신은...”

“솔직히 말해 다른 마왕가의 가주들보다 부족합니다.. 현경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내가 나머지 둘을 상대하고 투마는 도마파쪽의 화경의 고수들을 정리하면 되겠네...’

수적 계산은 일단 끝났다. 실제 전투에서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써 추가적인 대책을 세우기는 힘들다. 전쟁에서는 흔히 앞을 내다보는 묘안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검마와 투마에게 그것을 바라긴 힘들고, 자신도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는 없다.

‘이럴 때 호령이 있으면 조언을 해 주었을텐데’

그녀의 빈자리가 많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경험적인 부분이나 정신적인 부분을 최연장자인 그녀에게 많이 의지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 같아 민혁은 괜시리 입 안이 바싹 마른 사막처럼 까슬까슬해졌다.

보통 전쟁은 졸을 기본으로 하여 전술을 짜고 함정, 화계, 수계 온갖 지략이 난무하는 머리판 싸움이다. 허나 무인들에게 전쟁은 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닥공이다. 일류무인 정도만 되어도 불화살이 맥을 못 추고, 범람하는 물에서도 버틸 수 있다. 자연도 큰 위협이 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통째로 매장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경신술을 익힌 무인들을 통째로 매장하려면 100m는 넘는 굴을 파야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혁은 쓸데 없는 머리싸움을 피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어마어마하군’

뒤로는 2300의 무인이 일렬종대로 줄을 맞춰 서있었고, 앞에는 2500의 무인들이 살기를 피우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현재 그가 서 있는 곳은 천마전으로 들어가기 위한 외벽 망루, 옆에는 검마와 투마 소검마와 천마검랑대주들이 자리하고 있다. 신녀가 그동안 펼쳐온 선정 때문인지 2300가량의 무인들과 천마검랑대는 자연스럽게 그를 받아들였다. 아무래도 그들도 오랫동안 교주의 자리에 비워짐에 불안을 느꼈고, 그 자리를 채울 그를 환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천마신공을 보여주긴 했지만 말이다. 소검마도 처음에는 민혁을 보고 불신하다가 천마신공을 보여주자 그제서야 수긍을 했다.

“저 앞에 있는 자가 도마입니다 교주님”

‘괜히 코 꿰이는 거 아냐?’

명목상 민혁을 교주라 부르기로 합을 맞춘 상태, 민혁은 자신을 교주라 부르는 검마를 보며 괜히 코가 꿰이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명령체계나 명분이 이쪽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Level: 169

이름: 도마(????)

종족: 인간

성별: 남

경지: 현경

체력: 41200/41200

내공: 756년

검마가 가리킨 쪽에는 2500의 무인들 앞에 당당히 서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백발의 노인이 있었다. 상태창을 보니 다행스럽게도 검마보다는 한 수 아래였다. 도마의 상태창을 확인한 일단 안심했다. 변수는 다행스럽게도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도마라... 얍삽한 인간일거라 생각했는데..”

“그는 생긴것처럼 호전적인 인물일 뿐입니다. 너무 호전적이아 일이 이 상황까지 오게 되었지만 이 때까지 그의 머리 역할을 맡아 움직인 것은 뇌마라는 놈입니다.”

검마의 말에 도마의 오른쪽에 위치한 뇌마라는 자를 보니 전형적인 책사의 상이었다. 가진 바 무위도 현경이니 진정한 의미의 문무겸전이라 할 수 있겠다. 레벨은 투마보다 약간 높은 137 편마라는 자는 평범한 얼굴에 긴 자상을 가지고 있었다. 레벨은 142 결코 쉬운 전투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예상한 바...... 일단 싸워 볼만 하다..그나저나 연화들하고 신녀는 잘 숨어 있는 거겠지?’

2500이라는 숫자 앞에도 민혁은 싸워볼만 하다고 느꼈다. 오히려 호승심이 가슴 속에서 일어났다. 전투를 앞두고 그는 괜히 지금 쯤 신녀의 방 아래 꽁꽁 숨어 있을 여인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모란과 호령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백발의 도마가 천마전의 외벽으로 다가 왔다.

저벅저벅­

고요한 천마신교에 울리는 그의 발자국 소리

“도둑은 들어라!”

‘도둑이라..’

어떤 무공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자후계의 음공을 사용했는지 사방으로 울려퍼지는 도마의 목소리, 도둑놈이라는 호칭에 민혁은 화가 끌어올랐지만 일단 참았다. 도마에게 강기를 씌운 화살을 겨누고 있는 천마검랑대 대주중 한 명도 제지했다.

“도둑이라 말이 심하군.. 여튼 듣고 있다 말하라”

“건방진놈 도둑이라 하지만 노인공경은 배우지도 못한 것이더냐!”

“흥! 내가 천마신교의 주인이거늘.. 무엇이 건방지단 말이더냐 그리고 나이가 먹어 판단력이 흐려진 건가 늙은이! 천마신교는 강자존의 세계 노인공경 따위는 개나주라 하거라.. 오로지 강함만이 존경과 경의의 증명일 뿐이다!”

능글능글한 민혁의 말투에 도마는 얼굴을 욹그락붉그락 붉히며, 소리쳤다. 그에 민혁은 코웃음 치며, 응수했다. 도마는 그의 말에 뭐라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입을 뻐끔거렸고, 민혁의 뒤에선 우레와 같은 환호가 들려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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