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126화 (126/245)

〈 126화 〉 전초

* * *

“검마 어르신 나이도 있으신데 무리는 하지 않으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흥! 갑자기 끼어든 놈이 말이 많구나.. 내 신녀만 없었으면 네놈을 벌써 요절을 냈을 터인데 능구렁이 같은 놈!”

허허실실한 모습은 어디다 버린 것인지 역정을 내며, 천마전 입구로 들어오는 검은 무복의 사내를 째려 보는 검마, 그에 반해 민혁은 자신과 검마의 기운을 막은 그의 앳된 얼굴을 보며 놀라움을 나타냈지만 일단은 피곤하던 차에 구원의 동앗줄을 던저는 그에게 고맙다는 무언의 눈길을 보내주었다. 그도 민혁의 눈빛을 알아들었는지 작게 고개를 숙였다.

“조금 늦었습니다 신녀님”

대전 한복판을 당당히 걸어오는 그, 민혁은 설마하는 표정으로 신녀를 보았다. 나이가 어리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저 정도일 줄이야 그녀는 살포시 웃음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에요 때 마침 잘 와주셨어요 오라버니”

조금은 어린 투마의 등장 그리고 민혁은 충격에 빠졌다. 신녀가 볼을 살짝 붉힌 체 사내와 아이컨택을 했기 때문이다. 마치 둘 밖에 없는 세상에 빠진 것 같은 초연과 투마, 민혁은 이를 갈며 방금 전까지만 해도 동앗줄을 던져주었던 사내를 노려보았다. 흔히 사람들이 이런 것을 두고 ‘함정에서 빠진 것을 건져주었더니 보따리를 내놓으라’ 그런다라 하던가

“에잉 뭐하는 짓들이야 남매끼리 사이 좋은 것도 좋지만 이러니 교민들이 수군거리는 게잖아!”

“하하하! 그런 오해라면 언제나 들어도 좋습니다 어여쁜 동생님과의 염문이라... 누가 그런 소문을 퍼트린 것인지 가서 칭찬해주어야 겠는데요?”

“오라버니!”

김이 센 검마는 괜시리 역정을 내며 투마와 신녀 사이의 분위기를 흐트려 놓았다. 그제서야 투마와 신녀는 서로 바라보던 것을 멈추고 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공략대상이 하나 사라질 뻔 해 충격을 먹었던 민혁도 둘 사이가 그저 남매 사이라는 것을 알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러고보니 민혁은 어제 대화를 나누던 중 그녀에게 손 위 남자 형제가 있다는 말을 들었던 것을 기억해내며, 제 자리에 다시 착석했다.

Level: 108

이름: 투마(????)

종족: 인간

성별: 남

경지: 현경

체력: 21900/21900

내공: 516년

검마와는 많이 차이가 나는 상태창 물론 민혁은 플레이어이기에 논외이지만 그의 나이치고는 굉장하는 말로는 부족한 경지에 올라 있었다.

“방금 전 천마신공은 잘 보았습니다. 저도 귀공께서 천마신교에 들어선 순간부터 느끼긴 했지만 정말 대단하더군요... 그리 많지 않은 듯한 나이에 그만한 성취라니”

“아닙니다.. 그러는 당신도 투마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는 것 치고는 제법 인상이...”

“평소 그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아무래도 별호는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것이니 인상과는 전혀 상관이 없답니다.”

민혁은 투마의 말에 정색하고 ‘니 스팩이나 보시지’라고 지껄이려 했으나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입을 꾸욱­ 다물었다. 그 모습이 겸손하다고 생각되었는지 투마의 얼굴의 미소는 더욱 더 깊어져만 갔다.

‘그나저나 투마는 찬반 없이 자기 손을 들어줄 거라 하더니.... 당연히 혈육이니 동생 죽는 데 찬성하지는 않겠지’

그런 투마의 얼굴을 보며 민혁은 슬쩍 단상 위에 앉아 있는 신녀를 곁눈질 했다. 처음에는 맹해보이는 백치미를 가진 미녀가 지금은 꼬리 아홉 달린 여우 같아 보였다. 물론 그녀가 말하는 것을 깜빡했을 수도 있겠지만, 민혁은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뒤로 여우 꼬리가 살랑이는 것 같았다.

“흥 네녀석은 벌써 넘어 간 것 같구만.. 뭐.. 어차피 도마 녀석이 우리들이 모인 것을 알고 벌써 준비에 들어갔을 테니 내란은 피할 수 없다 늦어도 내일 녀석은 싸움을 걸어 올게야.. 워낙 호전적인 녀석이다 보니.. 원래라면 손자녀석과 신녀님만 데리고 빠져나갈 생각이었는데.. 에잉... 글러먹었어!”

“검마님!”

신녀는 검마의 말에 얼굴을 창백하게 한 체 소리쳤다. 자신과 검마가 빠져나간다면 고위직 무인들이야 회유를 받겠지만 도마의 성정상 분명 처단이라는 명목으로 신녀의 편을 들었던 교민들을 무참히 학살할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그것을 바라지 않아 지금까지 몸을 피하지 않았는데 자신을 도와줄 것 같은 검마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니 그녀는 약간 충격을 먹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소리치지 말거라 그건 우리끼리 있었을 때의 이야기다”

초연의 얼굴색이 다시 제 색을 찾으며 의문 섞인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럼?’ 이라고 말했다.

“젊은이.. 자네가 있으니 도박을 걸어보아도 좋겠지..”

검마는 일련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민혁을 보며 말했다. 그의 말에 민혁은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는 것을 느꼈다. 신녀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고, 투마는 시종일관 미소를 얼굴에 매달고 그를 마주보았다.

“대신 내가 손을 거드는 데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민혁이 되묻자 검마는 갑자기 강렬한 기세를 내뿜었다. 신녀는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고, 투마는 그런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신녀 쪽으로 향하는 기운을 막기 위해 비지땀을 흘렸다. 하지만 민혁만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대했는데 그도 속으로는 별에 별 욕이 다 나오고 있었다. 보스몬스터를 잡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싸움을 벌이는 것은 그로써도 매우 피곤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강렬한 기세를 내뿜는 검마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렸다.

“교내가 정리 된 후 교주가 누가 되던 난 상관 없다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바로 너와의 생사투다.”

“검마님!”

“어르신!”

갑작스러운 검마의 발언 신녀는 놀라 소리쳤고, 느긋하기만 하던 투마도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생사투(?死)

한 단어의 의미가 이리 무거울까 보통 중원에서는 생사투를 벌인다 하더라도 일부러 상대를 죽이는 짓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자존의 세계 천마신교에서는 달랐다. 생사투가 일단 벌어지면, 참관자는 천마신교의 모든 교민 아래 치러졌고, 둘 중 한 명은 반드시 죽어야만 했다. 이는 교칙에도 적혀져 있는 내용이었다. 호사가들은 이 같은 천마신교의 전통 덕분에 아직도 중원이 그들의 손에 떨어지지 않았다고, 우스개소리로 말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다. 더 높은 깨달음과 강함 그리고 권력을 얻기 위해 벌어지는 생사투를 검마는 지금 눈 앞에 젊은 사내에게 청한 것이다.

‘왜이래.. 고작 생사투 가지고’

그런 천마신교의 전통을 모르는 민혁으로써는 난리를 피우는 두 사람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알았다고 외치고 싶었지만 뇌리로 들려오는 전음에 벼락에 맞은 듯 몸을 떨었다. 그리고 속으로는 ‘징글징글한 영감...’ 욕을 내뱉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민혁에게 향하는 검마의 기세는 점점 더 강해졌다.

“좋아요 합시다.”

“좋아 화끈해서 좋구만!”

“민혁님!”

그의 결정에 검마는 얼굴 한가득 미소를 지어보였고, 신녀는 경악하며 그를 불렀다. 도마와의 내전에서 승리한다는 전제 하이지만 승리하고 난 후 누구를 잃어도 천마신교의 전력은 땅을 치게 될 것이고 수 많은 산재된 적들이 그들을 노릴 것이다. 검마도 누구보다 더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헌데 왜?

“대신 나도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말해보게”

“생사투를 하되 중원식으로 생사투를 벌입시다 물론 교민들이 보는 곳이 아니라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신녀는 민혁의 말에 옳거니 손바닥을 치며, 검마를 쳐다보았다. 투마 또한 좋은 계책이라고 생각했지만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지만 검마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인지 얼굴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그건 안 될 말일세 나는 교민일세 교의 교칙을 따라야해 자네도 교민이라면 응당 교칙을...”

“당연히 교민이라면 교칙을 따라야 겠지요 하지만 저는 아직 교민이 아닙니다.”

민혁의 말에 검마는 얼굴에 물음표가 생겼다. 그리고는 확인 하듯 신녀를 쳐다보았다..

“맞,맞아요! 민혁님은 교민이 아직 아니세요 천마신공을 배우기는 했지만 세례식 같은 건 아직 하지 않은 상태라구요!”

신녀는 얼굴을 붉게 붉히며, 기쁨에 찬 목소리로 소리지르듯 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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