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 〉 전초
* * *
“결론은 도마파를 쓰러트리면 되는 거 아냐”
민혁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듯 하자 조용히 그를 지켜보던 초연은 헉 소리 나는 그의 대답에 눈을 동그랗게 치켜떳다.
“물론 그 ,그렇기는 하지만 도마파에는 4명이나 되는 현경의 고수가 있어요 게다가 주요 무력단체가...!”
당황하며, 말을 더듬는 초연
“4명이라... 많긴 하네...”
“그럼 우리측에는?”
“그, 그게...”
신녀는 손가락을 쥐락펴락 하며 인원을 세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 같아 민혁은 속으로 웃음이 터졌지만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다. 그녀는 숫자어림이 다 된 것인지 그에게 손가락을 펴보였다.
“3명?”
신녀의 손가락을 본 민혁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화경의 고수라면 1명 정도 차이가 나도 물량으로 밀어 붙일 수 있었겠지만 명색이 현경의 고수다 게다가 그 아래에는 무수히 많은 화경의 고수들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 분명, 여태까지 버틴 것도 용한 것이다. 민혁은 그녀의 손가락을 다짜고짜 잡았다. 그리고는 세 개로 표시된 손가락을 펴서 네 개로 만들었다.
“......?”
갑작스러운 그의 스킨쉽에 놀란 신녀는 손을 빼려다 그가 손가락을 네 개로 만들자 빤히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맹한 표정, 민혁이 히죽 웃자 신녀는 그의 뜻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를 와락 껴안았다.
“몸의 대화는 좋아하지만 너무 갑작스럽지 않아?”
“......!”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신녀는 서둘러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민혁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아쉽게도 그녀에게는 다시 그의 품에 안길 용기가 부족해보였다.
신녀와의 갑작스럽지만 기분 좋은 스킨십이 있고 다음 날 민혁은 신녀의 인도에 따라 교주의 거처인 천마전으로 향했다. 다름 아닌 신녀를 지지하는 이들을 만나게 해주겠다는 것 민혁은 승낙했고 여인들도 그를 따라 가려 했지만 민혁이 제지를 했다. 혹시라도 그녀들이 인질로 잡히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바라지 않기 때문에 내린 선택이었다. 천마전은 천마신교의 역사만큼이나 크고 훌륭했다. 그곳을 지키는 무인들 또한 마기가 눈에 보일 만큼 선명한 이들 뿐, 민혁은 세삼 천마신교의 무력에 감탄하고 말았다.
“무인들 수준이 대단한데?”
“그럼요 모두 전대 교주님이 키우신 호위 무사들이니까요 천마검랑대라고 어제 말씀드렸죠 대부분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마인들 이랍니다.”
뿌듯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 신녀, 민혁은 그 얼굴에 뭐라 한 마디 쏘아 붙이고 싶어져 입이 근질거렸지만 꾸욱 참았다. 굳이 그녀를 도발할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신녀를 따라들어가자 마인들은 아무 제지 없이 그와 그녀를 천마전으로 들여보냈다. 그리고 펼쳐진 내부 그곳은 마치 왕국의 어전과도 같은 웅장한 형태를 띄우고 있었다. 흑단목으로 짜여진 목조는 그 웅장함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다.
“......”
하지만 민혁의 눈에는 그것이 다 들어오지 않았다. 자신을 향해 강렬한 눈빛을 보내고 있는 노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겉모습만 보자면 허허실실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그 기세는 검제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뛰어난 듯 싶었다.
“검마님 오랜간만이에요”
“홀홀.. 오랜만입니다 신녀님 이제 슬슬 은퇴하려는 늙은이를 부르시다니... 취향이 사뭇 남다르십니다.”
짓궂은 그의 농에 신녀는 입술을 가리며, 호호 웃었다. 마치 손녀와 대화를 나누는 조손사이 같은 느낌, 그러면서도 노인은 민혁을 살피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뇌까지 훔쳐볼 것 같은 그의 눈빛에 민혁은 그저 한숨을 토할 뿐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젊은이가 바로 천마신공을 익히고 있다는 그 젊은이인가?”
“.......”
그가 한숨을 쉬자 노인은 눈을 번뜩이며, 민혁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갑작스러운 검마의 물음에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이 참 검마님도 급하시기는 앉아서 이야기해도 되니까 앉으세요!”
신녀의 만류에 말을 잇지는 못했지만 검마의 눈은 시종일관 민혁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신녀가 대전의 용상 옆에 자리해 있는 작은 의자에 앉고 민혁이 자신의 맞은편 자리에 앉는 그 순간까지 말이다. 그의 시선이 떨어지지 않자 답답해진 민혁은 신녀가 뭐라 하기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
“무엇을 그리 보는 겁니까?”
“....젊은이가 너무나도 신기해서 말일세”
“무엇이 그리 신기하단 말입니까?”
민혁은 노인의 대답에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분명 교주의 피를 잇지 않은 것이 분명할 지인데 천마신공을 익힌 것이 확실하니 신기할 수 밖에...”
민혁은 그의 대답에 올 것이 왔다 라는 표정으로 마주했다. 신녀 역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다짜고짜 본론을 이야기하려는 검마의 태도에 골이 아픈 듯 머리를 감쌌다. 그러거나 말거나 검마는 허허실실한 자세를 유지하며, 그에게 대답을 요구했다. 민혁은 신녀를 바라보았고, 신녀는 그 시선이 대답을 자신에게 미루는 행동임을 알기에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민혁이 천마신공의 출처를 숨기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들을 진실이라 믿고 꺼내 놓기 시작했다.
민혁이 무신이 속한 문파의 문주이며,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문파 내부에서도 유일하게 천마신공을 익힐 수 있었다고 검마는 신녀의 말에 의심을 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증거가 살아서 눈 앞에 있기에 차마 뭐라 대꾸하지는 못했다. 다만 그를 보는 눈빛이 더욱 강렬해졌을 뿐, 민혁은 아직도 가시지 않고 외려 강렬해진 경계심에 혀를 차며, 어쩔 수 없이 숨겨 놨던 비장의 수를 꺼내 들기로 했다.
“아니 그것은...!”
그가 내보인 것은 다름 아닌 천마신검, 천마의 독문병기이자 천마신교의 신물 중 하나 지금에서는 천하를 뒤져도 찾을 수 없던 것이 그의 품에서 나온 것이다. 검마는 지금까지의 허허실실한 태도를 버리고 날카롭게 벼려진 검날처럼 강맹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로써 민혁은 이제야 검마가 검제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리고는 그의 상태창을 살폈다.
Level: 171
이름: 검마(????)
종족: 인간
성별: 남
경지: 현경
체력: 31500/31500
내공: 464년
검마는 신녀와 들어온 사내가 사실을 달갑지 않았다. 그가 마교에 발을 들이자마자 그는 깨달았다. 큰 피바람이 일 것이고, 자신 또한 그 바람에 휩쓸릴 것을 그리고 도마 또한 느꼈을 것이다. 오래간만에 느끼는 천마신공의 기운을 말이다. 그 반증으로 그는 벌써부터 무인들을 무장시키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그는 손녀와 같은 신녀의 죽음이 아까워 도마와 대립하고 있는 모양세를 취하고 있는 것뿐이지 누가 교주가 되던 무슨 짓을 하던 관심이 없었다. 그렇기에 도마가 자운령을 지우는 것을 방치했고, 교의 세력을 야금야금 장악 해갔을 때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도마도 그것을 알기에 신교제일인인 그의 신경을 거스르지 않았고 지금에 까지 이르렀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하나 탈마의 경지에 오르는 것 중원말을 빌리자면 신화경에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수련을 하면 할수록 몸을 갈고 닦을수록 그는 깨달았다. 자신의 재능으로는 도저히 탈마에 이르지 못한다는 것을, 하늘을 원망했고, 분노하여 하루 종일 울부짖은 적도 있다. 포기를 하는데 까지 2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그는 탈마에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유유자적 낚시를 하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 부패를 기다리는 시체처럼 느긋히
하지만 천마신검을 꺼내보이며, 천마신공의 기운을 내뿜는 그를 본 순간 그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에게 해답이 있다고 그와 주먹을 나누고 검을 휘두르며 답을 찾으라고! 그것이 어떤 형태일지는 모르지만 현경에 이른 초인은 수수께끼를 푼 어린아이처럼 신나서 그동안 몸 안에 웅크려 있던 기운을 잠에서 깨웠다.
‘빌어먹을 저 영감 너무 정정하잖아..’
물론 검마를 마주보고 있는 민혁은 그가 단순히 천마신교의 신물인 천마신검을 자신이 들고 있기에 화가 난 줄만 알고 더욱 더 기운을 끌어올렸다. 신녀가 제지하려 했지만 검마가 손을 들러올리자 그녀조차 둘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먼저 움직인 쪽은 검마였다. 오랫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그의 애검은 세상에 검명을 울리며 모습을 드러냈고, 그의 독문무공인 마패사자공이 그 강맹한 기운을 내뿜으며 민혁을 압박했다. 민혁도 지지않고 그에 대항해 마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
“......”
두 초인의 기운에 흑단목으로 지어진 천마전마저 흔들렸고, 사방에 산재되어 있던 먼지들은 공기 중에 떠올라 둘의 팽팽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그리고 검마가 민혁에게 돌진하려던 찰나 이변이 일어났다. 충돌하던 두 사람의 기운이 소리 없이 해소된 것이다. 민혁과 검마는 서로 상반된 표정을 지으며, 천마전의 입구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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