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124화 (124/245)

〈 124화 〉 전초

* * *

호령은 그의 말을 자르며 울부짖듯이 소리치고는 방을 뛰쳐나가버렸다. 남겨진 민혁은 그녀를 잡을 생각도 하지 못했고 모란은 그의 눈치를 보더니 ‘제가 따라가 볼게요’ 그녀를 뒤를 쫒았다. 남겨진 민혁과 일행 사이에는 신강의 찬 공기만이 맴돌았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호령은 방을 빠져나와 사람 하나 없는 복도를 빠르게 걸으며 생각했다. 항상 자기중심적이고 오만한 그, 하지만 그런 그를 사랑하는 자신 정말 이제는 그가 자신을 생각하고 있는지 사랑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자신과 천마신교 사이를 알고 있으면서 그런데도 천마신교에 머물겠다고 하다니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망부석처럼 자리에 섰다.

“하아... 정말 바보..같군...”

괜시리 눈물이 흘러 나왔다. 볼을 적시는 눈물, 문득 자신이 신세가 처량해졌다. 딸처럼 아끼는 아이의 남자를 반쯤 빼앗고도 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절부절 못 하는 자신의 꼴이 우습게만 느껴졌다. 그녀는 자신의 뒤를 쫒아왔지만 우물쭈물 다가오지 못하는 모란을 보더니 피식 웃음이 피어올랐다.

‘잠시 시간이 필요해... 그에게 의존하지 않은 상태로 혼자만의 시간이..’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결정이이 옳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모란 민혁에게는 잠시... 잠깐만 시간을 달라고 전해줘 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모란은 호령의 전음에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그에게 달라 붙어 연화보다 더 민혁을 챙기던 그녀가 그에게서 떨어지겠다? 물론 그녀도 호령의 출신이 어디이며 마교와의 관계가 지극히 좋지 않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녀가 알고 있는 호령은 민혁을 두들겨 패서라도 그의 생각을 수정시킬 여자이지 그 몰래 눈물을 흘릴 정도로 약한 여자가 아니었다. 모란은 머리가 어지러웠지만 급히 신형을 옮기는 호령의 뒤를 쫒아야할 것 같아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을 움직였다.

그러면서도 혈교의 주술을 사용해 민혁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남겨진 일행들은 신녀가 정해준 방으로 아무 말 없이 찢어졌다. 민혁의 표정이 말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구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연화는 그런 그에게 뭐라 말하려 했지만 사윤의 만류에 어쩔 수 없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제가... 실수한 걸까요?”

“아니.. 나 떄문이야 좀 더 배려를 해줬어야 했는데..”

성녀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민혁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방금 전 모란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하늘을 날아서 그에게 다가온 편지 내용은 짧았지만 민혁은 내심 충격이 컸다. 호령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시간을 달라고 했다는 것, 걱정이 되니 그녀를 따라가 지켜보겠다는 내용의 편지 민혁은 언제나 어른 같고 연상의 매력을 뽐내는 호령의 모습에 그녀가 여자라는 것을 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도 자신을 이해해주고 기댈 수 있는 상대가 필요했을텐데 민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걱정됐지만 지금 그녀를 쫒아갈 수는 없다. 팽지희 때와 같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은 힘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었다. 호령을 쫒아가는 것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지금은 천마신교의 퀘스트를 빨리 완료하는 것이 우선이라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다행히 호령씨가 뛰쳐 나갈 때 소검마 공께서 보시고 나가는 길을 안내해 주셔서 진을 헤매는 일은 없었어요.”

한숨을 내쉬는 민혁을 곁눈질 하던 신녀는 그에게 부가적인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건 불행 중 다행이네..”

“아...네... 그렇네요”

찰싹­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면사를 벗은 상태의 초연, 그녀의 풀 죽은 얼굴 표정에 민혁은 찰싹­ 소리가 나게 그녀의 둔부를 때렸다. 신녀는 ‘성,성추행...!’ 이라고 소리치며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났고, 그는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키득키득 장난스럽게 웃음을 내보였다. 조금은 가라 앉았던 분위기가 살아나자 신녀도 그의 행동에 추가적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너무 그렇게 풀 죽어 있지마 너 때문이 아니라고 했잖아”

“알겠어요.. 그리고 자운령에 대한일은 따로 저희가 사과하도록 할게요 사실 정무맹에 가기 전에야 정보를 입수했거든요..얼마나 꽁꽁 정보를 숨겨놨던지...하아..”

“아... 그거 궁금했는데 자운령이 멸문 당한 건 전 교주가 시킨 짓인가? 아니면 혹시 너도 마신 선봉자?”

민혁의 의문에 신녀는 초연한 표정으로 피식 웃으며 ‘안타깝게도 역대 신녀들 중에 마신의 선봉자는 없어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구요. 게다가 자운령이 멸문 당한 건 교주님이 서거하신 후라구요?’ 라고 답했다.

“그러면 범인은?”

“성급한 사람이네요 안 그래도 지금부터 설명 드리려고 했어요”

약간 살벌해진 민혁의 눈빛, 초연은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우선 현재 교에 상황데 대해 말했다. 현재 교는 속된 말로 신녀파와 도마파로 나뉘어진다고 한다. 마교에서도 손에 꼽히는 고수인 도마(??)를 필두로 뇌마(??), 편마(??)가 세 곳의 마왕가로 이루어진 도마파는 급진적인 사상을 가지고 당장이라도 교를 손에 넣는 다면 중원을 노릴 것이라 신녀는 말했다. 또 다른 세력인 신녀파는 교주의 친위 부대인 천마검랑대(?????)와 검마(??), 투마(?) 두 마왕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온건파적인 성향이 짙은 곳으로 도마파에 비해 수는 적지만 교주가 없는 관계로 마교제일인이라고 불리는 검마와 검마가 대주로 있는 검랑대가 있어 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확실히 소검마라는 녀석이 화경이라면 검마는 최소 현경의 경지에 이른 무인이겠지..’

역시 천마신교라며 중얼 거리는 민혁을 보며 초연은 싱긋 웃더니 말을 이었다. 전대 교주의 딸들은 모두 차기 마왕가의 가주들과 결혼을 마친 상태이고, 5마왕가 전부 차기 교주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는 것이다. 물론 천마신검을 가지고 있는 민혁보다는 후순위로 밀리지만 말이다. 본론은 여기부터 였다. 도마가 마신의 열혈한 추종자라는 것이다. 도마파는 전대 교주가 급사한 이후부터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신녀파가 모르게 자운령을 멸문시켰다. 덕분에 신녀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소검마와 함께 무림맹주를 만나려 천하무림대전이 열리는 정무맹으로 향했고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그래서 협조적으로 대해줬어?”

“네 정무맹주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답니다 다행스럽게도 말입니다.”

“하지만 북천 때문에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나 도움의 손길은 전무했겠지?”

끄덕­

초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불운이었다. 정무맹주와도 이야기가 잘 풀리고, 교내에서도 도마파에 대한 어떤 사건 때문에 나빠져 있었는데 시기적절하게 북천 때문에 가장 쓸모 있는 패 중 하나인 정무맹의 도움을 바라지 못하게 된 것이다. 민혁은 북해빙궁에게도 도움을 요청 해보았냐고 물어보았지만 말을 꺼내자마자 자신의 실수임을 깨달았다. 독강시를 만든 것은 천마신교와 전진파였다. 당연히 빙궁이 손을 빌려주지는 않겠지 민혁의 예상이 들어맞은 듯 신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됐어... 우리끼리 해결 하자 그럼 가장 중요한 게... 마신의 부활을 막는거야?”

“네... 그러기 위해서는 도마가 교주가 되는 것은 꼭 피해야 해요”

“마신을 강림시키려면 뭐가 필요한데 그래?”

초연은 민혁의 말에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 모습이 사뭇 요염해보였지만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마신의 정체는 사실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저희도 잘은 몰라요 아는 것이라고는 당시의 신녀님께서 강림의식 중 소환한 마물이라는 것과... 마신을 제어하려면 천마신공의 지닌 자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천마신공....그리고?”

“마신을 봉인한 자운령주가 지니고 있던 신기 그리고 신녀의 목숨이 필요해요..”

신녀의 말에 민혁은 잠시 얼이 빠진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신녀라 함은 천마의 교리를 전파하는 말을 빌리자면 대사제 같은 자리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그녀의 필요하다니.. 마치 이것은

“그래요... 신성모독이죠.. 천마를 신으로 모시고 교리를 받들고 있는 저희로써는 그것은 틀림없는 신성모독이에요.. 평신도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5마왕가라면 누구나 마신을 소환하는데 신녀의 목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마신 강림을 선택한거죠...”

말을 잇는 동안 그녀는 무었인가 괴로움을 참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미 자운령주가 가지고 있던 신기는 도마에 손에 있는 것을 확인했고, 남은 것은 교주의 자리에 앉는 것 뿐이에요.”

교주에 자리에 오른다면 천마신공을 익힐 수 있게 되고, 덤으로 신녀의 목숨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권력 또한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마신이 강림하는 것이다. 민혁은 일단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일단 자운령을 멸문 시킨 것은 도마파 그 이유는 전교주의 급사와 마신 강림을 위한 신기 획득 그리고 현재 교내는 도마파와 신녀파로 나뉜 상황, 신녀는 도마파가 자운령을 멸문시킨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이곳 저곳 도움을 청했으나 정무맹은 북천 덕분에 도와줄 수 없는 상태이고, 북해빙궁도 독강시 때문에 거절했다. 정황상 아마도 북해빙궁을 향한 독강시의 위협도 도마의 입김이 작용한게 틀림없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