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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이다-120화 (120/245)

〈 120화 〉 전초

* * *

‘과연 우리가 어머니에게 그를 사랑하지 말라 말할 자격이 있을까?’

자매는 속으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아니오’ 였다. 비록 사위라도 하더라도 그녀는 자신이 고른 남자를 사랑을 할 수 있는 자격과 권리가 있었다. 궁서연은 일단 물러서기로 했다.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은 그는 민혁을 한번 째려보더니 문을 열고 대전을 빠져나갔다. 민혁은 흠칫했지만 아직 난관이 하나 더 남아있기에 애써 괜찮은 척 했다.

“......”

일련은 상황을 지켜보던 서련은 무표정을 유지한 체 옥좌가 위치한 계단을 뚜벅뚜벅 올라갔다. 그리고 마주보는 모녀, 빙궁주의 눈가에는 눈물방울이 방울방울 맺혀있었고, 서련은 한숨을 쉬더니 그녀의 눈가를 매만져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만 울어...허락할게...”

서련의 말에 대전 안의 남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다 깜짝 놀랐다.

“......!”

그건 궁설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며 서련을 바라보았다.

“...나도 낭군님을 사랑해...하지만 아버지도 민혁을 사랑하는 거잖아? 아버지만 좋다면 나도 좋아..”

침착하게 자신의 뜻을 주장하는 서련, 빙궁주는 그녀의 말에 울먹이던 것을 그만두고 펑펑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한바탕 소란이 분 후, 논공행상이 다시 일어났다. 우선 출정했던 빙궁의 무인들에게는 각자 영약이나 무기 등이 하사 되었고, 궁서연에게는 다음대 빙궁주만이 받을 수 있는 빙정이 주어졌다. 빙궁에서는 민혁일행에게도 따로 공에 맞는 선물을 하려 했으나, 민혁의 반대로 여차저차 넘어가게 되었다.

솔직히 말해 농작물은 받아보아도 쓸데도 없다. 강족은 부족장의 몸이 괜찮아 지자마자 농작물둘을 가지고 빙궁을 방문했다. 그 양은 꽤나 많았고, 빙궁 무인들의 1년치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일은 모두 3일만에 끝이 났다.

빙궁에 머무는 3일 동안 민혁은 궁서련과 궁설현 두 모녀와 함께 쾌락의 나날을 지내야 했다. 궁설현의 경우에는 지금 당장 빙궁을 비울 수 없기에 민혁에게 매달렸고, 궁서련은 덤이었다. 다른 여인들도 모녀의 처지를 이해해 3일동안은 그를 양보했다. 드디어 민혁일행이 떠나는 날

“가지마~ 후에에엥~”

민혁을 붙잡는 궁설현의 울음소리가 빙궁을 울렸다. 민혁도 그녀를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그녀의 옆에서 눈을 부라리고 있는 궁서연 때문에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그나마 내년에 궁서연의 빙궁주 책봉이 있다 하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일행이 다음 목적지로 삼은 곳은 신강에 있는 중소문파들이었다. 속살까지 본 빙궁주에게 물어본 결과 빙궁은 무신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한다. 당연히 천마신교는 무신의 추종자가 있을 리 만무, 일행은 무턱대고 신강 수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오는 결과물은 없었다. 모란의 도움으로 혈교 비선까지 동원했으나 무신의 추종자는 커녕 무신을 아는 자도 적은 상태였다. 민혁으로써는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다. 보름, 한 달 시간이 흐르고, 불편한 잠자리, 빈곤한 먹을거리에 민혁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다. 결국 일행은 다음을 기약하고 신강에서 발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척박한 신강 땅에서 중원으로 넘어가려는 민혁 일행 하지만 예상외의 인물이 일행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Level: 85

이름: 진무강

종족: 인간

성별: 남

경지: 화경

체력: 27099/27099

내공: 244년

“소검마?”

천마신교 대표 자격으로 천하무림대전에 참가한 소검마였다. 그는 흑색 모포로 전신을 감싸고 있었고, 탄탄한 근육이 돋보이는 흑마에 올라타 있었다. 그의 뒤에는 부하로 보이는 비슷한 복장을 한 무인 여럿이 정렬해있었다. 하지만 결코 적대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는 않았다. 문파간의 문제 때문인지오히려 호령과 모란이 적대적인 분위기를 피워내고 있었다.

“잊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군 오랜만이야”

‘여기가 천마신교의 구역이라는 걸 자꾸 까먹게 되네..’

민혁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소검마는 히죽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가벼운 인사치례를 건냈다. 정무맹의 사건 이후 진무강은 힘을 숭상하는 천마신교인 답게 민혁에게 호감이 가득 생겼고, 민혁도 그것이 나쁘지 않았다. 그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를 보며 이게 무슨 상황인지 고심했지만 알 수 없었다. 고민을 하던 그는 진무강이 건내준 편지를 읽고 나서야 사태를 파악 할 수 있었다.

“신녀님께서 네가 신강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너를 초대했다. 시간이 있다면 어울리는 것이 어때?”

민혁이 편지를 받아들고 다 읽어 갈 때 쯤 진무강이 말을 보태었다. 소검마의 말에 놀란 민혁 주변의 여인들은 그에게 달라붙어 신녀가 보낸 편지를 낚아 채듯 빼앗아 읽기 시작했다.

“하하... 그럼.. 저게 초대장 이냐?”

민혁은 갑작스러운 그녀들의 행동에 민망함을 무릅쓰고 헛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가 편지를 ‘저게’ 라고 표현한 이유는 편지의 내용이 신녀의 성격이 반영된 것인지 초대장치고는 너무 짤막했기 때문이다.

­신강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 번 놀러오시기 바랍니다.

“저는 반대입니다.”

대표격으로 편지를 읽던 사윤이 편지지를 곱게 접으며 말했다. 진무강은 냉정한 그녀의 의사표현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사윤 옆의 여자들도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기에 사윤이 내는 의견이 전체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쩝....뭐 어쩔 수 없지 다음 기회를 기약하는 수 밖에 신녀님께는 잘 전달 하도록 하지..”

혀를 찬 진무강은 사윤이 건내는 편지를 말 위에서 받아들며 말했다.

“아니 잠깐! 난 안 간다고 안했어”

“응?”

갑작스러운 민혁의 발언에 소검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의 여자들이 반대를 표했어도 결국 신녀의 초대를 받은 것은 민혁이다. 결국 그만 승낙하면 되는 것이다. 소검마는 그가 천마신교행을 선택하자 준비했던 사두마차를 내주었다. 카인은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들어갔고 여인들의 가운데서 사윤은 머리가 아픈 듯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감고 있었다.

“뭐해 빨리 타지 않고?”

하지만 뻔뻔한 민혁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마차에 따라 올랐다.

“당신..무슨 생각으로...!”

“맞다 민혁 천마신교라니.. 마교라고!”

궁서련과 연화는 아무런 반대의견이 없었지만 호령과 사윤은 마차에 오르자마자 불만을 토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에서야 무림공적이 북천으로 좁혀졌지만 그전 까지만 해도 천마신교는 중원인들의 공통분모 적이었다. 그런 천마신교에 쳐들어간다니 특히 천마신교와 악연으로 얽힌 호령과 모란은 표정이 좋지 못했다.

“흠흠... 대화중에 끼어들어서 미안하지만.. 혹시 천마패는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겠지?”

민혁이 그녀들의 불만에 답하려는 찰나 진무강이 마차 옆으로 말을 몰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끄덕­

“신녀가 준 이 패를 말하는 거야?”

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진무강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천마패가 없으면 외부인은 천마신교로 들어오지 못해서 말이야...다행스럽게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어서 고맙군 아니면 일이 번거로워 졌을텐데 말이야... 뭐 어쨌든 천마신교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릴테니 좀 쉬고 있으라고”

진무강이 그렇게 물러나고 마차 안에 남은 민혁은 사윤, 모란과 호령으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어차피 더 말을 해보았자 그의 결정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그녀들도 오랜 시간 그와 함께 하며 알게 된 것이다. 호령으로써는 뭐라고 더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헤실헤실 웃는 민혁의 낯짝을 보자니 내뱉었던 말도 주워담아야 할 것 같았다.

그녀는 백두산에서 보았던 광경도 그렇고, 마공을 사용하며, 마도에 가까워지는 것 같은 그의 모습에 마음 깊숙한 곳에서 정체모를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불안감을 애써 떨쳐내고 집게 손을 만들어 약오르는 낯짝의 볼을 세게 꼬집었다.

“..아읏..! 왜...갑자기?!”

“흥...벌이다!”

물론 민혁은 속수무책으로 볼을 그녀에게 내줄 수 밖에 없었다.

민혁은 볼을 꼬집히면서도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솔직히 말해 지금 천마신교에 방문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아니 확실히 위험 부담을 많이 가지고 있다. 신녀가 이쪽에 호의적이라고는 하나 다른 이들까지 그럴지는 미지수다. 도박에 가까운 결정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때로는 큰 성공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녀석이랄까

‘혹시 라는 의혹이 역시 라는 표현으로도 바뀔수 있으니까..’

민혁은 그 결정이 지금 자신이 선택한 결정이기를 바랬다.

한편 천마신교에서는 오랜만에 맞이할 손님준비에 한창이었다. 신강에서 맛 볼 수 없는 갖가지 진귀한 음식들이 차려졌고, 손님을 맞이하는 연회장에는 꽃장식들이 줄을 이루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연회장의 원목들이 모두 염료로 색칠한 듯 검정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딱히 색을 칠한 것이 아니라 나무 자체가 속부터 까만 흑단목으로 지은 것이다.

흑단목은 질감이 매끄럽고, 썩지 않아 고위관료들에게 인기가 있는 건축재료지만 가격이 은값과 같아 건물보다는 가구를 만드는 데에 쓰이고는 한다. 무림사에서 천마신교의 내실을 가장 탄탄히 했다고 평가 받는 12대 교주 극살염라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연회장을 지을 때 연회장 전부를 짓는데 흑단목을 사용하라 명했는데 그 때 당시에는 흑단목의 효능이 알려져 있지 않아 가격이 그리 높지 않았다.

지금에 와서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져 이 모든 게 그의 혜안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천마신교의 교민들은 모두 그가 단지 마공의 상징인 검정색을 좋아해서 흑단목을 사용한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물론 교민들은 이 사실을 밖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극살염라의 개인적인 취향 덕분에 손님들을 맞는 연회장은 천마신교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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