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107화 (107/245)

〈 107화 〉 전초

* * *

“어디로 모실까요?”

“한국대역 경찰서요”

목적지를 말한 민혁은 소파에 몸을 묻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녀와 껴안은 체 밤을 지새운 다음 날 민혁은 경찰서와 동혁에게 각각 한 통씩의 전화를 받았다. 먼저 온 전화는 동혁의 전화였다.

어제 떡대 형님들에게 끌려간 네 명의 남자 중 한 명이 꽤나 좋은 집안의 남자였다. 소윤에게 껄떡대던 하지훈이라는 남자, 그때 보아하니 있는 척을 하던데 정말로 있는 놈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재계서열 10위 안에 드는 종합무역 기업 일성 회장의 직계였다. 동혁은 소리 소문 없이 담가버리면 된다며 속삭였지만 민혁은 굳이 짐을 지우고 싶지는 않았고, 죽이는 것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일단 동혁에게 그들을 풀어달라고 요청했고, 보란 듯이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서로부터 연락이 왔다.

죄목은 폭행죄, 남자가 신고를 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는 혀를 차며 출두하겠다고 말했고, 경찰도 현장에서 회수한 cctv영상을 보고 대질심문을 할 생각이었는지 별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문제는 소윤이었다. 그녀가 남자에게 물을 뿌린 것이 문제가 된것이다. 다행히도 카페 사장이 손님 쪽에도 문제가 있다고 증언을 해서 무마되었지만 폭행사건과 얽힌 일인만큼 그녀 대신 보호자가 대신 출두하기로 되었다.

‘골치 아파지겠네..’

그는 소윤 대신 출두할 보호자가 누구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창 밖으로 빠르게 지나치는 가로수들을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씨발 내가 먼저 친 게 아니라니까요!”

“장난이었다니까 응? 그리고 너도 좋다고 했잖아 술 먹고!”

“야이 새끼야 벌건 대낯에 횡단보도에서 추행을 해 이거 똘아이아냐?”

“나 좀 풀어줘요 경찰 아저씨 엉엉! 남편한테 들키면 저 죽어요!”

“저작권 지키는 건 좋은데 그걸 왜 허락 맡은 사람까지 구속하고 지랄이야 지랄이!”

수 많은 인간 군상들이 밀집해 있는 강력반

탕탕­

“조용히들 해라 조용히들!!”

그들이 떠드는 것을 지켜보다 못한 한 형사가 서류철로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치자 그제서야 조용해졌다. 박력있는 그 모습에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던 변호사의 뒤에서 하지훈은 히죽이며 웃었다. 웃을 때마다 얻어 맞은 곳의 상처의 멍울 때문에 쓰리고 아프지만 그는 꾸욱 참았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녀석에게 응징을 가하기 위해서

“좋습니다. 일단 가보세요 cctv영상도 미리 회수 했고, 용의자 조서만 받아보면 될 것같군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고용주께서는 피의자를 강력히 처벌하기를 원하십니다. 그럼”

서류 가방을 챙겨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변호사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가는 하지훈의 뒷모습을 보며 형사는 혀를 찼다. 있는 놈에게 더럽게 걸린 것이다. cctv영상을 미리 봐 본 결과 민혁이라는 청년에게는 도의적 책임은 없었지만 법적 처벌은 불가피 해보였다. 그런데 거기다가 형량 늘리기로 유명한 저 개떡 같은 변호사에게 걸리다니.. 형사는 아파오는 머리를 환기시키기 위해 가격이 금값으로 변한 담배를 주머니에 쑤셔넣고 밖으로 향했다.

한편 민혁은 경찰서로 향하던 도중 조서를 꾸미고 외제차를 타는 하지훈을 발견했다.

‘귀찮아졌네 그냥 묻으라고 그럴껄 그랬나?’

그의 주변에 달라붙은 수행기사나 변호사, 경찰간부로 보이는 인간들을 보며 민혁은 머리를 긁적였다. 지금이라도 전화 한 통이면 하지훈이라는 인간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테지만 경찰의 기록은 남을 것이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들고 싶은 욕망을 겨우 참고 문자로 찍힌 경찰서 내부로 향했다.

강력1반

라고 쓰여진 명패가 달린 곳의 문을 연 민혁은 신세계를 보았다. 마치 아침드라마에서나 보던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아니 그것보다 더욱 아수라장이었다. 감옥에는 술에 취한 취객들이 줄줄이 늘어져 자고 있었고, 30,40대의 부인들은 쇠창살을 두드리며 꺼내달라고 아우성쳤다.

“......”

그런 특이점 속에서 민혁은 뻘줌하게 서 있다가 자신에게 전화를 건 형사의 이름이 쓰여진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김형사님 찾아 오셨나요?”

그가 자리에 앉자 순경복을 입은 미모의 여경이 말을 걸어왔다. 여우상의 그녀는 실풋 웃음을 지으며 앉아 있는 민혁의 어깨를 어루만졌다.

“아...네 맞아요”

“김형사님 잠시 나가셨거든요 5분내로 오실거예요”

여경은 단답형식으로 말하는 민혁의 모습에 그가 쑥쓰러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은근히 허벅지를 그에게 부딪쳐왔다. 민혁은 그것을 애써 무시했다. 범죄자일지도 모르는데 스킨쉽을 가해오는 것을 보면 사람은 역시 잘생기고 봐야 한다 라고 생각하며

“아 죄송합니다. 담배를 한 대 피우느라고 잠시 자리를 비웠습니다. 성함이... 민혁씨?”

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자리를 비웠던 형사가 돌아왔다. 형사가 자리에 돌아오자 여경은 민혁의 손에 메모를 쥐어주고 자리를 떠났다. 메모를 보아하니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는데 그는 그것을 구겨 바닥에 슬쩍 버렸다.

“아 네 본인입니다.”

“번거롭게 민혁씨를 불러낸 건 다름이 아니라...”

형사의 설명을 듣던 민혁은 피식 웃었다. 그를 신고한 그 녀석이 자신의 죄는 쏘옥 빼놓고 민혁에게 두드려 맞고 바닥을 구른 것만을 증언한 것이다. 형사의 말로는 cctv에 전후 과정이 찍혀서 참작은 될테지만 폭행죄는 성립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먼저 달려든 것은 그 녀석인데 말이다.

“일단 조사를 추가적으로 더 해볼 생각이긴 합니다. 하지만 저쪽이 처벌하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저도 이런 말 드리기는 쉽지 않지만 그쪽과 합의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흐음...알겠습니다.”

동정의 표정을 짓고 있는 형사의 말을 들은 민혁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형사의 얼굴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오기 전 차를 타고 간 그녀석이 비싼 몸값의 변호사를 데리고 갑질을 한 모양인데 그는 합의를 할 생각도 가만히 있을 생각도 없었다.

“그러면?”

형사는 일단 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건이 술술 풀리는 느낌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일단 제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시죠 아마 곧 도착할 겁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형사의 기대와는 다른 말이었다.

“무었을 이미 도착했다 이놈아!”

그에 맞춰 민혁의 등뒤로 검은 그림자가 자리 잡았다. 키가 제법 큰 사내로 4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였다. 그는 시원한 이목구비와 널찍한 어깨를 가진 남자였다. 회색 정장과 올블랙의 서류가방으로 멋을 입은 그는 미중년의 표본이었다. 그는 민혁의 어깨에 손을 걸치며 친숙한 말투로 말을 걸었다.

“아이고~ 장인어른 오랜만입니다!”

“누가 장인어른이냐!”

친밀하게 장난을 치는 두 사람

“이런 실례했습니다. 민혁의 변호사 이범 이라고 합니다. 간접피해자인 이소윤 양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아..예 반갑습니다. 강력1반 형사 김창식입니다.”

이범이 웃는 낯으로 악수를 청하자 형사는 바지에 손을 닦으며 벌떡 일어나 그의 악수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번에 맡은 사건이 점점 복잡해지는 것만 같아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인사를 마치고 민혁의 옆에 앉은 그는 본격적으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많이 쳐먹고 회개해라”

어디에나 있는 기사식당 민혁과 이범은 마주 앉아 차려진 음식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나 감방 간 것도 아니거든요?”

볶은 김치에 곁들여진 두부를 권하는 이범에게 민혁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겉으로만 보면 화를 내는 것이지만 이건 일종의 친숙함의 표현이다.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운 그로써는 많이 힘을 내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한참을 말 없이 식사를 계속했다.

“이번엔 고맙다.”

고개를 묻고 그릇을 비우던 민혁은 갑작스러운 이범의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면 앞으로 장인어른 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아직은 안돼!”

그렇게 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리는 이범, 민혁은 그가 한 말을 돌이켜 보았다. ‘아직이라... 아직...’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남은 두부를 집어먹었다.

“아 배부르다~ 그 아저씨.. 아니지 장인어른은 치사하게 계산도 안하고 갔냐...”

두 공기나 밥을 흡수한 민혁은 배를 두드리며 집 방향으로 걸으며 중얼거렸다.

“그보다 나도 갑질을 보여줘야 할텐데... 어떤 방법으로 골려줘야 잘 골려줬다고 소문이 날까?”

그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했다. 그러다 동혁에게 들었던 것을 기억해냈다. 그녀석이 일성그룹 회장의 직계라는 것을 말이다. 한국 재계10위 일성그룹, 세계적인 종합무역 기업으로 세계 재계 순위를 따지자면 208위나 하는 기업이다. 하지만 언제나 업계 부동의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휴대폰을 뒤지다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어느 연락처에 전화를 걸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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