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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이다-105화 (105/245)

〈 105화 〉 전초

* * *

가만 생각해보니 평일 오전 대학가 근처 카페에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약간 의심해 보았어야 함이 옳았다. 카페 안에 사람들은 모두 남자, 그들의 시선은 모두 그녀에게로 향해있었다. 민혁은 화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일단 참았다.

하지만 카페 안을 훑던 그의 눈이 주문대로 향한 순간 그의 인내심에 한계가 왔다.

“...손님 주문 부탁드립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딱딱하게 말을 내뱉는 소윤

“저,저기 저는 그쪽 연락처를...!”

소심한 남자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소리쳤다. 그정도 되자 카페 안의 남자들의 시선은 모두 주문대로 몰렸다.

“......”

소윤은 갑작스러운 시선집중에 짜증이 났다. 그만둘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지만 아직은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수 없었다.

“...손님 주문 부탁드립니다...”

그녀는 한 번 더 참고 영업영 대사를 읊었다. 주문대로 집중됐던 카페 안 남자들의 시선은 ‘그럼 그렇지’ 하는 비웃음적인 시선으로 바뀌어갔다. 결국 소윤에게 들이댔던 남자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더니 도망치듯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후우...”

소윤은 조그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이봐요 아가씨 주문 좀 받아요”

“아...네.. 손님 주문 부탁드립니다.”

한숨 돌리기도 전에 다음 손님이 주문대에 섰다. 꽤나 잘생긴 외모를 가진 남자로 까만 선글라스에 시계서부터 신발까지 온 모을 명품으로 도배한 남자였다. 소윤은 시비를 거는 것 같은 남자의 행동에 얼굴을 왈칵 일그러트릴것만 같았지만 일단 참고 주문을 받았다.

“아메리카노 두 잔 하고”

“아메리카노 두 잔”

소윤은 커피 그림이 그려져 있는 터치스크린에 손님이 주문하는 커피 종류를 클릭했다.

“베이글 하나 그리고 아가씨 전화번호 부탁해요”

“......”

능글거리면서 웃는 남자 그의 뒤로 일행인 듯 한 남자들이 환호를 보냈다. 다시 한 번 카페 내의 시선은 소윤에게로 몰렸다. 그녀는 어떻게 보면 모욕적일 수도 있는 남자의 말에 눈을 꼬옥 감았다.

그에 반해 사내는 소윤이 자신을 마음에 드는 눈치라고 생각했는지 팔을 주문대에 올려놓고 껄렁껄렁한 자세로 뒤에 앉아 있는 일행에게 엄지손가락을 펴주었다.

““와아아~””

남자의 일행들은 작업이 잘됐다는 남자의 표시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촤라락­

“......!”

“......?”

순간 환호성을 지르던 남자들은 멧돼지가 화살에 맞은 것처럼 쨍! 하고 얼어버렸다. 그것은 비단 남자의 일행들에게만 해당되지 않았다. 소윤에게 수작을 부리는 손님들을 많이 봐서 면역이 돼서 그들을 말리지 않고 계산기를 두드리던 사장도 흘러가는 사태를 구경하던 다른 남정네들도 심지어 막 일어나려던 민혁도 얼어붙었다.

뚜욱­뚜욱­

들리는 소리라고는 흠뻑 젖은 남자 손님의 얼굴에서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 소리뿐

“...아메리카노 대신 물은 어때”

“아...아아아아악!”

도발적인 소윤의 말에 흠뻑 젖은 남자는 얼굴을 울그락불그락 붉히며 소리를 질렀다. 그는 자신에게 뿌려진 물이 담겨진 물컵을 잡아 바닥에 내팽겨쳤다.

쨍그랑­

“손,손님!”

“시발 놔! 시발 노라고 말했다 시발 저년이!”

유리컵의 잔해가 바닥에 흩어졌고, 놀란 사장은 달려와 남자를 막았다. 그로써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남자가 발버둥치며 날리는 발차기를 맞으며 화가 약간 났다.

“야 그만해 지훈아”

“시발 기분 잡치게 저년이 비싼척은 비싼척이야 시발 야 이리와봐 야! 진짜 시발!”

“야야 나가자 얘 말려!”

남자의 친구들도 사태가 심각치 않게 변하자 나서서 남자를 말렸다. 하지만 그는 그럼에도 분이 안풀리는지 소윤에게 대고 온갖 쌍욕을 날렸다. 그녀는 무표정으로 가만히 서서 남자의 행동을 관찰할 뿐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손, 손님 진정하십시오! 야 알바! 뭐하고 있어 이리와서 사과해!”

“......”

남자 친구들의 말림에도 남자의 지랄발광은 멈추지 않았고, 사장은 카페 안에서 빠져나가는 손님들을 보고, 짜증난 목소리로 소윤을 불렀다. 하지만 그녀는 묵묵부답 화가 난 사장은 머리를 계속 수그리며 남자를 남자들의 친구들에게 맡겨두고 주문대로 향했다.

“빨리와!”

“......”

사장은 가만히 서 있는 소윤의 손을 끌고 남자의 앞으로 끌고 나왔다.

“사과드려 알바! 빨리!”

사장의 다그침

“야 시발 개년아 사과해라 좋은 말 할 때 무릎 꿇고 사과해!”

순식간에 갑이 된 남자의 모욕적인 말

“......”

그리고 남자를 말리는 것 같아도 흥미로움과 비웃음을 담고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의 친구들까지 소윤은 이 상황 자체가 짜증나고 서러웠다. 하지만 눈을 감고 이 일을 하고 있는 목적을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을 보는 네 남자의 눈길에 ‘단지 무릎을 굽혔다 펴는 것 뿐이야’ 라고 속으로 되뇌이며 한 쪽 발을 뒤로 뺏다.

그때 그녀의 어깨 위로 손 하나가 올라왔다.

“......!”

화들짝 놀란 소윤은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손을 잡아 비틀려 했다. 하지만 오히려 제압당해 의문의 손의 주인공에 품에 안기는 형태가 되었다. 소윤은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지만 몸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을 제압한 주인공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뒤로 향했다.

“민혁?”

“안녕~?”

그곳에는 이곳에 없어야할 인물이 밝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어떻게...”

“여기 왔냐고?”

끄덕­

민혁은 소윤의 단짝친구에게 받은 아르바이트 하는 곳의 위치가 적힌 문자를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에 소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민혁의 손에 있는 휴대폰을 뺏기 위해 달려들었다. 키 차이가 30cm 정도 되자 소윤은 폴짝폴짝 뛰며 그의 손을 들린 휴대폰을 뺏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민혁이 휴대폰이 들린 손을 위에 들자 전혀 닿지 않았다.

“......”

“하하하하! 아프잖아~”

그녀는 삐쳤다는 표시로 볼에 바람을 넣었다. 그리고 정강이를 발로 때렸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그리곤 소윤을 꽈악 끌어안았다.

“끄윽..끄윽! 하지훈 완전 쪽인데 오늘 아 웃겨 미친! 끅끅”

“허...”

“쟤네 뭐하는 거냐”

둘의 꽁냥꽁냥한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남자들은 저마다 어이없다는 듯 한마디 씩 말을 내뱉었다. 사장도 헛바람을 내뱉었다.

“이이이이익! 시발! 년놈 둘이서 복장터지게 만드네 시발 야 미친년들아!”

그에 남자는 더욱 화가 난 듯 몸부림을 쳤다. 잠시 방심을 하고 있던 남자의 친구들은 남자를 놓쳐버렸고, 남자는 그대로 안고 있는 남녀에게 달려들었다.

스윽­

하지만 민혁은 보기 좋게 소윤을 안고 옆으로 피했다. 남자는 포기 하지 않고 옆으로 피한 민혁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어쭈?’

그의 하는 행동을 모두 읽고 있던 민혁은 자신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를 피해 다시 한 번 옆쪽으로 피하며, 그가 돌진해오는 방향으로 발을 걸었다. 그는 민혁의 예상대로 형편없고, 화려하게 굴러 넘어졌다. 의자와 함께 브루스를 춘 그는 씩씩대며 성난 투우소처럼 다시 일어났다.

“야 지훈아 괜찮아?!”

“괜찮냐?”

“아이구 손님!”

꼴에 친구라며 들러붙는 남자의 친구들과 이리갔다 저리갔다 허둥대는 사장을 보며 민혁은 코웃음쳤다. 그러면 일을 내기 전에 말리던가

“시발!!”

친구들이 말리던 말던 남자는 욕을 하며 다시 달려들 태세를 갖췄다.

‘선빵필승!!’

그는 품에 꼬옥 안고 있던 소윤을 풀어주고 오른손을 쥐어말았다. 녀석은 왼손으로 그의 얼굴을 노리고 들어왔다. 그는 장난치듯 빙그르르 돌며, 녀석의 주먹을 피하고 쥐고 있던 오른손으로 녀석의 얼굴을 후려쳤다.

우당탕탕­

“으으...”

그 녀석은 볼품없이 나가떨어지며, 신음성을 흘렸다. 민혁은 힘도 주지 않았는데 벌렁 넘어진 녀석을 내려다보며 피식 웃고, 미련 없이 등을 돌려 소윤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아직도 무표정했다. 하지만 몸의 떨림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그녀를 끌어안아주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제야 소윤은 진정이 된 듯 손을 올려 민혁을 마주 안아주었다.

“지훈아!”

“시발 뭐해 너 저런 비실비실하게 생긴 새끼한테”

한편 바닥에 쓰러진 녀석을 친구들은 부축해주었다. ‘나 벗겨보면 꽉들어차 있는데 그걸 모르시네’ 라며 혀를 찬 그는 왠지 녀석들이 귀찮게 나올 것 같아 소윤을 안은 채로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인맥 쌓기를 싫어하는 그의 성격답지 않게 한계까지 꽉꽉 들어찬 연락처들 속에서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사람의 연락처를 찾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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