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104화 (104/245)

〈 104화 〉 전초

* * *

[오덕임다!:옹옹! 들어왔냐능?]

[혼혈왕자: 그런데 오덕 너는 왜 갑자기 친한척이야?]

[오덕임다!: 그냥 반가워서 그렇다능! 우린 친구 아니냐능?]

[혼혈왕자:왜 이래...나 LTE급으로 온 몸에 소름돋았어..]

민혁은 채팅을 치면서도 진심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나는 봉이야: 문자를 무시해? 프로택터 5겹 입히고 왔다 개놈아 감히 내 애인들을 삭제하려 하다니!]

이런저런 잡스러운 이야기가 오고갔다. 봉국은 재미로 한 농담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듯 집에 있는 컴퓨터에 프로택터를 설치했다고 자랑스럽게 떠들었다. 민혁은 속으로 실실 웃었지만 채팅으로는 그를 대단하다는 듯 치켜세워 줬다. 그래야 후에 남자가 삐지는 꼴을 보지 않기 때문이다.

[내 손이 불타오르고 있다.: 다름이 아니다 실은 마계로부터 그랑 데시아스라는 마왕이 쳐들어와 너의 힘이 간절하게 필요함이다.]

그러던 중 오덕임다! 가 민혁을 소름돋게 된 이유가 나왔다.

[혼혈왕자: 너이 중2병 내가 오덕이랑 놀지 말랬지 그리고 무슨 마계고 나발이야 또 게임 클리어가 안 되니까 에디터 만들어 달라고 친한척 하는 거겠지 안 그래?]

[나는 봉이야: 올ㅋ 예지력 ㅇㅈ]

[오덕임다!: ㅇㅈ]

[내 손이 불타오르고 있다.: 이 몸도 ㅇㅈ]

[혼혈왕자: 미친 것들...]

민혁은 그리 말하면서도 이메일 주소로 게임의 소스를 보내라고 지시하고 채팅창을 닫았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야...”

폭풍같은 채팅을 마치고, 수마를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씻지 않고, 인터넷 서핑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너무 시간 개념 없이 사는 게 아닐까 싶어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확인했다.

“수요일 오전 11시.....”

다른 학생들이라면 모두 고문을 받는 것 같은 기능형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 시간에 그는 태평하게 다시 인터넷 서핑을 시작했다. 누가 죽었다던지 연예인의 스캔들 그리고 정치적 이슈가 되는 소식들까지 여러 기사들이 인터넷 세상에 범람하고 있었다.

“수라에서 새로운 게임을 만든다고?”

그 중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기사는 매번 신작게임을 발매할 때 마다 히트를 치고 있는 ‘수라’의 신작 발표 소식이었다. 조용히 기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그는 손쉽게 그 게임이 자신이 플레이하고 있는 ‘창혼’ 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 참 공략집!”

그리고 자신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던 부가적인 이유를 생각해냈다. 그는 더벅머리를 신경질적이게 긁고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여 컴퓨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신작 게임이 발매되면 공략집을 내보이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아질 것이다. 이 바닥 특성상 빠르게 공략한 놈이 처음 단물을 다 먹는 구조 였기 때문에 그는 마음이 급해졌다.

게임 자체에 난이도가 높아서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사람의 종족특성 상 아무리 난이도 높은 게임이라도 클리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기 전에 빨리 공략집을 완성하고 의뢰인에게 보내는 것이 좋았다. 의뢰인이 다른 공략을 보고 마음이 바뀌게 되면 헛물을 키게 되니 말이다. 다행히도 의뢰인이 원하는 것은 무대륙에 대한 공략 뿐 그리고 창혼의 발매는 앞으로 두 달 후 정도였다. 그는 우선 지금까지 플레이로 얻은 데이터를 컴퓨터로 옮겨 npc나 아이템의 알고리즘을 해석 해나갔다.

타닥탁탁­

타닥탁탁­

빠른 타자음만이 캡슐 안에서 들리기를 몇 분, 민혁은 작업이 끝난건지 홀로그램 모니터를 끄고 캡슐을 빠져나왔다. 그가 향한 곳은 부엌, 소윤이 청소를 하고 가서 대체적으로 깔끔했지만 쌓이는 먼지는 어쩔 수 없었다. 그는 걸래를 빨아 바닥을 쓰윽 훔쳐냈다.

“점심은 간단하게 먹을까”

겨우 바닥을 몇 번 닦은 가지고 민혁의 배는 요란하게 먹이를 달라고 보챘다. 냉동고에서 해둔 밥을 전자랜지로 돌리고, 반찬은 소윤이 가져다 놓은 몇 가지 간단한 반찬을 꺼냈다. 혼자 살면서 메인 메뉴 같은 걸 따로 만들어 먹는 건 사치 같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민혁은 신경 쓰지 않고, 참치를 넣고 김치찌개를 보글보글 끓였다.

쩝쩝­

“......”

거실에 따로 tv가 설치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혼자 밥을 먹는 그는 적적함을 느꼈다. 소윤이나 봉국이 없으면 항상 느꼈던 감정이지만 요즈음 게임에 달라붙어 있느라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을 의식하자 더욱 더 가슴 깊은 곳에서 적적함이 물밀 듯 쏟아져 나왔다.

“밥맛이 쑤욱 떨어지네”

그는 반 공기도 채 먹지 않은 밥을 싱크대에 버리고, 식탁을 치웠다. 그리곤 집안 인테리어를 할 때 가장 신경써서 마련한 소파로 다이빙 하듯 점프했다.

“밥 먹고 바로 누우면 안되는데”

다짐한 것과는 다르게 소파의 안정감이 그의 몸을 감싸자 그는 어김 없이 소파 위에서 뒹굴 거렸다. 한참을 그렇게 하일 것 없이 뒹굴 거리던 그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이것저것 만지작거렸다. 부재중기록에 일일이 답장을 해주었고, 과제 내는 것이 일주일 앞인데 술을 쳐먹자는 친구들에게 정중히 거절의 표시를 보내주었다.

그것도 잠시 민혁은 숨막힐 것 같은 심심함에 다시 소파 위에서 몸을 뒤척였다.

“소윤이는 뭐하려나?”

생각했으면 바로 행동하라! 문득 소윤이 무었을 할까? 궁금해진 그는 전화목록에서 그녀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따르르­

따르르­

“......?”

두 번의 신호음이 들리자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 그녀는 보통 신호음이 한 번이 가기전에 그의 전화를 받는다.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생각에 표정이 심각해질 무렵, 신호음이 가던 전화가 끊기고 문자가 한 통 날라왔다.

수신자: 내꺼

문자내용: 나 지금 아르바이트 중 1시간 이따가 연락 할게

그녀의 성격처럼 필요한 것만 써내린 문자를 보며 민혁은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이 알기로 소윤의 집안은 그녀가 굳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풍족했다. 등록금은 가게에 부담이 될 정도도 아니고, 그녀 자체도 수재여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가볼까?”

도대체 어떤 이유에선가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인지 궁금해진 민혁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씻고 옷을 챙겨 입었다.

[민혁: 지민아 난데 소윤이 아르바이트하니?]

[송지민: 응!! 요즘 살게 있다고 아르바이트 열심히 하던데?]

[송지민: 물욕도 없는 애가 그러는 거 오랜만이다ㅎㅎ]

[민혁: 혹시 아르바이트 어디서 하는 지 알아?]

[송지민: 응응 문자로 주소 찍어줄게 대가라고는 뭐하지만 이번에 과제중에 증강현실 리소스 파일 해석 하는 게 있거든 그것 좀 해석해서 메일로 보내줘]

[민혁: 야 그건 너 조교수 과제잖아!]

[송지민: 나 입닫는다?!]

[민혁: (앙큼한 년)]

[송지민: 너 지금 채팅으로 속마음 쓰고 있거든]

[민혁: 알았어 보내줄게 대신 바로 문자로 주소 찍어라]

[송지민: 알았쫑!! ㅎㅎ]

[민혁:어디서 앙탈이냐......]

그녀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은 매수해둔 그녀의 친구로부터 알아낼 수 있었다. 너무 집착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연인=집착관계

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있었다. 소윤도 자신에 대한 집착이 자신만큼 했으면 했지 덜하진 않았다.

금방 옷을 갈아입은 민혁은 소윤의 단짝친구가 보내준 주소로 향했다.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버스로 세 정거장 정도, 정류장이나 거리에서 민혁의 외모를 보고 사람들이 시선이 박히긴 했지만 그는 애써 참고 길을 걸었다. 버스에서 내리고 5분 정도 걷자 그녀가 아르바이트 하는 곳이 나왔다. 유명 브랜드 카페, 그도 그녀를 데리고 몇 번인가 와봤던 곳이다.

‘평일 오전인데도 사람 많네’

민혁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람만나기 꺼려하는 그녀가 왜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각 유리창 안으로 그녀가 보이자 씨웃 웃으며,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갔다.

“......”

다행히도 소윤은 민혁의 모습을 보지 못했는지 주문을 받고 있었다. 그는 구석에 자리를 잡고, 미리 준비해둔 목도리와 선글라스를 장착했다. 머리 빨개서 눈에 띄긴 했지만 거리에서는 머리를 밝은 색으로 염색한 사람들이 넘쳐났다.

‘종업원 복장도 끝내주네...’

조용히 그녀가 일하는 모습을 관찰 하기를 몇 분 민혁은 그런 결론을 내렸다. 타이트한 베이지색 와이셔츠가 그녀의 풍만한 가슴라인을 강조했고, 언발란스하게 가느다란 팔이 그것을 강조시켰다. 게다가 묘하게 어울리는 무표정한 얼굴까지, 주변 남자들의 시선도 노골적이지는 않았지만 그녀에게로 향해있었다.

“이런 건 혼자만 봐야 되는데 제기랄...”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