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 〉 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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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생각도 해봤지만 오히려 죽일 이유가 늘었다.”
사내는 그리 말하며 자신 또한 허공을 격하며 허공을 치솟아올랐다. 민혁은 피식 웃으며 천마신공의 모든 기운을 끌어들였다. 그리고 길티어의 강기중첩법을 사용했다. 순흑색의 강기들을 여러겹으로 모여들어 하나의 거대한 검강을 형성했다.
“...대단하군...보는 것만으로도 무서울 정도야...”
허공에 떠올라 마기를 모으던 슈만이 중얼거렸다.
“괜찮아 진정하라고 그 공포는 죽으면 사라져!”
먼저 움직인 것은 민혁이었다. 단검에 베려는 듯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검날, 그는 팔로 변한 마기로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자 슈만은 옆으로 피하며 또 하나의 팔을 만들었다.
민혁의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팔
“......!”
하지만 목적을 이루지는 못했다. 팔이 민혁의 몸에 닿자 재처럼 스르르 사라진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민혁이 본것 중에 가장 큰 표정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경악스러운 그의 표정, 민혁은 피식 웃더니 들고 있던 천마신검을 던지듯이 허공에 버리고, 주먹에 마기를 모았다.
“입 꽉 깨물어라!”
퍽
마치 가죽이 터지는 소리가 났고, 그는 하늘에서 추락했다. 그의 몸은 강족의 시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떨어졌다. 민혁은 그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허공을 밟고 내려와 떨어트렸던 천마신검을 회수했다.
“죽었나?”
검을 회수한 민혁이 다가서자 시체더미 위로 날아가 박힌 사내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고개를 뚝 하고 떨궜다. 죽은 것이다.
레벨업 하셨습니다.
민혁은 높은 레벨을 가진 상대 치고는 너무 쉽게 죽어버린 그 녀석을 바라보다 사내가 손에 꽉 쥐고 있는 돌에 시선이 갔다.
‘갖고싶다.’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의 손에 쥐어진 돌은 오로지 검정색을 간직한 완벽한 흑색의 돌이었다.
“이거 좀 놔라”
죽은 사내의 손에서 돌을 빼내려 했지만 사내는 죽어서도 그것을 놓치 않았다. 마치 아교가 붙어있는 듯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민혁은 한숨을 쉬더니 수강을 만들어 사내의 팔을 댕강 잘라 버렸다. 그러자 그제서야 사내는 쥐고 있던 손의 힘을 풀었다. 민혁은 사내의 피가 튀어 찜찜하기는 했지만 검정색 돌을 주워들었다.
퀘스트 아이템 ‘흑관의 조각’을 습득하였습니다.
흑관의 조각 퀘스트 아이템
처녀 천명의 앵혈로 만든 전진파의 영기 흑관, 흑관은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전진파 특유 주술의 성취가 올라가고 독강시들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현재는 조각조각 나 있는 상태로 총 세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다.
흑관의 조각 1/3 획득
퀘스트 NPC ‘슈만’을 처치하셨습니다. 보상이 추가됩니다.
퀘스트 ‘신강의 마인’ (히든)
빙궁주에게 ‘강족의 원조요청서’ 전달 시 수행 가능, 예부터 신강에는 오래된 한 가지 전설이 있다. 바로 마인(?人)의 전설이다. 세인들은 그들을 고대황제의 비밀병기 혹은 대륙 너머에선 온 저주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틀린 사실, 마인들은 고대 전진파가 만든 독강시라고 하는 지고의 괴물이며, 그들은 흑관이라고 하는 영기에 조종을 받는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전진파가 멸망을 당하고, 현재 그 흑관이 악용당하고 있다.
★특수보상: 빙궁주에게 ????를 받을 수 있습니다.
★추가보상: 새로운 경지에 대한 정보
아이템을 주워 들자 갱신되는 퀘스트, 민혁은 예상 밖의 소득에 흡족하게 웃으며 다시 여인들과의 밤을 지새러 향했다.
건족은 옛날부터 부족들의 영토전쟁에 흥미가 없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번대 족장인 타랍은 그렇지 않았다. 어렷을 적부터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족들에게 굽신굽신거리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그는 꿈이 있었다. 건족의 이름 아래 신강의 모든 부족을 정복하는 것, 하지만 전대 족장과 타랍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안다면 분명 후계자 자리가 위태로울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조심스럽게 힘을 길렀다. 자신에게 호응하는 젊은 전사들을 비밀리에 모았고, 그러던 도중 우연치 않게 기연도 얻었다. 그의 야망이 슬금슬금 자랄 때, 마침 전대 족장이 노환으로 죽었다. 그는 옳다구나 일을 벌였다. 결과는 대성공, 신강의 정복도 멀지 않게 느껴졌다.
“하앙! 하앙!”
“이 년 좀 더 조여 보거라!”
화려하게 꾸며진 공간, 침대 위에 두 남녀가 얽혀있었다. 남자는 탄탄한 근육으로 여자를 짓뭉개 듯 더렵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신음성을 내지르며 그에게 더욱 더 달라붙기 바빳다. 이윽고 남자의 격렬한 허리놀림에 여자는 몸을 부르르 떨며 가버렸다.
“......”
남자는 아직 파정을 하지 못한 상태 남자는 여자의 품에서 떨어져 침대에 걸터 앉아 여자를 못마땅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괜히 입맛만 버렸군 치워라”
그가 말하자 누가 볼새라 울긋불긋한 근육을 꿈틀거리는 전사가 여자를 엎고 사라졌다.
“슈만 있나?”
“예 주군.”
전사가 사라지자 족장은 침대에 앉아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의 말에 반응하듯 화려한 공간 속에 허름한 천쪼가리를 걸친 사내가 나타나 부복했다.
“강족에 보냈던 마인들은 어떻게 되었지?”
“주군 보냈던 독강시가 모두 당했다고 합니다.”
부복한 사내의 말에 나른했던 사내의 표정이 굳어졌다. 당하다니 마인이 당하다니 그는 흥미로운 눈으로 관찰하듯 사내를 바라보았다.
“독강시가 당했다?”
“예 아무래도 강족이 빙궁에 도움을 요청한 듯 합니다. 굉장한 실력의 고수가 강족 사이에 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는 17체의 독강시를 파괴한 그자와 동일인물입니다.”
사내의 말에 족장은 눈을 빛내며 나른한 표정을 내던지고, 걸터 앉아 있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매끈한 근육들이 촘촘하게 짜여진 그의 몸이 만천하에 드러났으나 그는 괘념치 않았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비단옷을 천천히 입었다. 자신의 비밀병기이자 이 자리에 있게 만든 마인이, 약점이라고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마인이 파괴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심히 여유로웠다.
“흑관의 조각은?”
“그 자의 손에 있습니다.”
“흐음 그렇다면 파고는 죽었겠군”
턱을 쓰다듬으며 말하는 민혁, 사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마인들이 그 자에게 당한 후 그자를 해치우려다 장렬히 싸우고 전사하셨습니다. 실로 전사다운 죽음이었습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 녀석은 주술이 특기인 녀석이었으니까”
말만 들어보면 아깝다는 어투였지만 그건 진심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부하란 단지 쓰다 버리는 말일 뿐 진정으로 믿을 것은 자신 밖에 없었다. 그는 옷을 단정히 정리하고 침대 맡에 놓여진 나무 지팡이를 집어 들었다.
“마인들을 파괴할 인간이 나올 것은 어차피 예상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앞을 막을 수는 없을 터이다. 슈만 총공세에 나선다. 전사들을 모두 끌어 모아”
“옙!”
슈만은 기합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슈만이 살아진 자리 남겨진 타랍은 과연 자신도 부수지 못한 전설의 마인을 부순 이가 누구일까 하는 즐거운 상상에 빠졌다.
“으하아아암~”
보는 사람까지 늘어질 것만 같은 하품을 토하는 민혁, 그는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 뜨고 앉아 있던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상현실기기에 부착되어 있는 홀로그램 모니터를 확인해 보니 플레이 시간은 현실시간으로 46시간이 넘어가고 있었다. 부재중인 메시지와 통화기록이 여럿, 대부분 봉국과 친구들이 보낸 것이었다. 소윤의 메시지는 저번 사건이후로 게임 시스템과 연동 해놓아서 그녀의 메시지가 오자마자 곧장 답장을 하기 때문에 부재중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부재중인 통화기록이나 메세지에 답하기 위해서 채팅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나는 봉이야 님이 팀 서클 방에 입장 하셨습니다
오덕임다! 님이 팀 서클 방에 입장 하셨습니다
내 손이 불타오르고 있다. 님이 팀 서클 방에 입장 하셨습니다
혼혈왕자 님이 팀 서클 방에 입장 하셨습니다
[나는 봉이야: 오 왔다 왔어!]
[혼혈왕자: 너는 회사에 있을텐데 가서도 채팅방에 계속 들어와 있냐]
[나는 봉이야: 이 새끼 비대면채널이라고 반말까네 이 쉬키야! 오늘 월차 냈다 왜!]
채팅을 보던 민혁은 휴대폰을 꺼내들어 봉국에게 따로 문자를 보냈다. 내용 왈 ‘니가 아끼는 가마우지 폴더 지워버린다. 진심 해킹 ㄱㄱ’ 문자를 보낸 후 몇 초도 지나지 않아 봉국에게서 휴대폰이 불이나게 문자와 연락이 왔지만 민혁은 코웃음 치며, 무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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