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 전초
* * *
“엥?”
“아,알았다! 이 수전노 같으니라고! 40% 그 이상은 절대 안된다!”
궁서연의 말에 민혁은 진심으로 멍해졌다. 재물이나 아이템 혹은 비급일 줄 알았더니 곡식이라니, 추운 지방이고 워낙 폐쇄적인 곳이다 보니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무림인들을 움직이게 하는 대가 치고는 너무 작은 것 같았다.
“됐어 농담이야”
“아..그, 그렇군 나란 사람이 당황하다니 역시 농이었겠지!”
궁서연은 당황한 티를 역력하게 내면서도 호탕하게 웃는 척 했다.
건족은 강족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동맹부족이었다. 그들의 동맹은 신강 내에서도 가장 강력했다. 건족은 넓은 대지를 이용해 농사를 지었고, 강족은 용맹한 전사들로 부족원들을 수호했다. 두 부족의 관계가 틀어진 건 건족의 전대 부족장이 죽고 그의 아들이 부족장에 올라 선 후 부터였다. 건족은 어느 날 엔가 신강에 전설로 내려오는 마인들을 부리며 강족을 습격해왔다.
“하하하하하하하!!!”
‘이런 또 그 꿈을 꾸었군’
족장인 부름도 그 날의 그 습격으로 스승인 전대 부족장과 아버지를 잃었다. 그 날 보았던 처참한 도륙의 현장, 마인들은 강족 전사들의 사지를 찢었고, 건족의 전사들은 여자들을 강간했다. 그리고 건족의 부족장은 미친 듯 웃으며 전대 족장의 목을 갈랐다. 지금도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는 한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족장님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더냐”
악몽을 꾼 그는 열을 식히다 자신을 부르는 하급전사의 말에 답했다.
“습격입니다!”
“뭐라?!”
족장은 전사의 말에 침대 맡에 둔 검을 들고 움막 밖으로 뛰쳐 나갔다. 진지의 모습은 그 날과 같았다. 악몽과 같은 그 날 움막들은 모두 불타고 있었고, 강족의 전사들은 건족의 전사들과 마인들을 상대했다.
“모두 전열을 정비해라!”
“족장님이다! 모두 전열을 정비히라!”
부름이 나타나자 전사들이 모두 전열을 빠르게 갖추기 시작했다.
“강족을 구하라!”
‘제 때 와주었군’
그리고 건족의 습격을 알아챈 빙궁의 무인들도 속속 합류했다. 빙궁의 무인들이 아무래도 남자와 함께 있는 것을 꺼려하다 보니 조금 멀리 진지를 나눠 구축했는데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다. 만약 진지를 같이 구축했다면 습격 받기 전에 빙궁의 무인들이 대항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싸워라 전사들이여!”
“““오오오오!!”””
부름이 용맹하게 외치자 전사들도 같이 외치며 건족의 전사들에게 달려들었다. 빙궁의 무사들도 그것을 신호탄으로 하여금 마인들에게 달려들었다.
“......죽음의 때가 왔다.”
퍼석
‘아아...한참 즐기고 있는데...’
민혁은 현재 굉장히 짜증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만에 4P를 하기 위해 전희를 마치고 이제 운동을 하려는 순간에 그들이 습격을 한 것이다. 그는 천마신공의 기운을 끌어올려 앞에서 얼쩡거리는 독강시의 머리를 부숴버렸다. 그가 주변을 쭈욱 둘러보자 제대로 된 전황이 보였다.
‘제법 잘 싸우네’
습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강족은 건족의 전사들과 막상막하의 승부를 펼치고 있었고, 빙궁의 무인들도 민혁이 도착하기 전까지 마인의 움직임을 늦추고 있었다.
“뭐하는 것이냐 보지만 말고 움직이거라!”
가만히 전장을 둘러보고 있기를 한참 빙백신공으로 마인 한 마리의 발을 얼린 궁서연이 그를 보며 소리쳤다. 그녀도 민혁이 오기를 기다렸지만 그가 오지 않자 짜증이 나있었는데 쭈그려 앉아 전장을 구경하는 그에게 화가 났다.
‘아아... 귀찮은데’
“빨리 움직여!”
“네에~ 네에~”
건성건성 대답하며, 민혁은 천마신공의 기운을 잔뜩 끌어올렸다. 대충 훑어 봐도 마인의 숫자는 50이 넘었다. 그는 품 안에 숨겨둔 단검에 일일이 천마신공의 기운을 불어넣고, 이기어검술로 그것들을 조종했다.
“가라~”
공중에서 먹이를 노리는 듯 날선 자세를 유지하던 단검들은 민혁의 명령에 따라 저마다 독강시들의 머리를 노리고 빠르게 날아갔다.
푸푹
푹
“......죽, 죽음의 때가 왔다.”
천마신공에 기운을 입힌 단검이 적중한 독강시들은 차례차례 재로 변해 바스라졌다. 민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도 반신반의하던 빙궁의 무인들은 자신들이 고전하며 상대하던 마인들을 단숨에 부숴버린 민혁을 존경심 가득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독강시를 처치 하셨습니다. 182/201
독강시를 처치 하셨습니다. 181/201
독강시를 처치 하셨습니다. 180/201
독강시를 처치 하셨습니다. 179/201
독강시를 처치 하셨습니다. 17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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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강시를 처치 하셨습니다. 148/200
시스템음으로 해치운 독강시의 수를 세던 민혁은 갑작스러운 시선집중이 껄끄러웠지만 그 시선이 모두 여자에게서 오는 호감임을 알기 때문에 애써 참으며, 남은 독강시를 찾기 위해 단검을 회수하고, 걸음을 옮겼다.
‘대단해...’
그의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궁서연은 민혁의 무위를 보며 생각했다. 방금 그가 가볍게 보인 수법은 이기어검술 현경에 이른 고수들만이 부릴 수 있다는 지고의 경지 중 하나였다.
‘서련이가 남편감은 잘 고른 셈인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동생인 서련은 최고의 신랑감을 골라온 것 같았다. 아직 자신은 눈에도 보이지 않은 경지를 자신보다 어린 나이에 이룩한 남자의 등을 보며 궁서련은 자괴감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빙궁의 여전사, 금세 정신을 차린 그녀는 곳곳에서 신음을 흘리고 있는 부상자들을 돕기 위해 움직였다.
“독강시 대부분은 잡은 건가?”
민혁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독강시는 커녕 독강시를 조종하는 자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독강시들이 당한 것을 보고 벌써 도망친 건가 민혁은 식어버린 전장을 둘러보다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여러 명의 강족 전사들이 죽어 있는 시체더미 위로 소뼈로 보이는 탈을 쓴 사내가 앉아 있었다. 그 사내에게서는 마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Level: 121
이름: 슈만
종족: 인간
성별: 남
경지: 상급도사
체력: 11702/16402
기력: 317
‘상급도사?’
그의 능력치를 본 민혁은 게임을 하면서 처음으로 본 경지의 이름과 내공대신 자리 잡은 기력이라는 스텟을 보았다. 아마도 특별한 무언가를 익힌 자일 것이다. 그는 천마신공의 기운을 끌어올리며 그에게 다가갔다.
“네 녀석이 독강시를 조종한 녀석인가?”
“...그렇다 네가 대족장께서 말한 마인을 부수는 사내맞나”
끄덕
천마신공의 기운을 그대로 맞고 있음에도 전혀 망설임 없이 자신을 직시하는 녀석을 보며 민혁은 대답 대신 고갯짓을 해주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가면을 쓴 사내, 슈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분 나쁜 마기를 모았다. 민혁의 마기가 순흑색이라면 그의 마기는 붉은색과 혼합되어 탁해보였다.
“바로 실력행사야?”
슈만은 답하지 않고 뭐라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알아듣기 힘한 기괴한 언어였다. 언어라고 듣기에도 확실치 않았다. 그가 말한 그것은 허공에 떠올라 빛나는 문자가 되었다.
‘마법인가?’
민혁 또한 그가 하는 것을 보고 설마 마법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의 경지는 상급도사 아마도 주술일 것이리라 그는 암운강신공을 몸에 덧입히고 천마신검을 빼들었다. 예리한 촉과 서늘함을 자랑하는 신검, 슈만은 그 검을 보며 눈을 빛냈다.
“좋은 검이군! 그 검 대족장에게 네 목과 함께 선물로 바치겠다!”
슈만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주변을 감돌던 마기는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마치 악마의 팔같은 기괴한 형태로 변해는 마기, 그것들은 신기하게도 살아있는것처럼 움직이며, 민혁을 덮쳤다.
쾅
“날쎄군”
마치 환영처럼 스르르 사라지며 사내의 공격을 피한 민혁
“당연하지 그럼 넌 나만큼 날쎄려나?”
그는 순식간에 사내의 뒤로 이동해 그의 머리를 향해 천마신공의 기운이 가득 담긴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주먹은 그의 머리로 향하지 못하고 허공을 휘저었다. 민혁은 이형환위와 같은 경공에 씨익 웃으며 천상제로 허공을 격하고 하늘로 올라갔다.
콰악
그러자 그가 서 있던 자리로 1m정도 되는 검은색 가시가 여러 개 솟아났다. 가면을 쓴 사내는 민혁이 미쳐 그것을 피할 것을 예상치 못했는지 놀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기운은 낯익군”
가면의 사내는 허공을 공격할 방법은 없는지 목을 두둑두둑 하고 흔들어 재끼며 말했다.
“그래? 흠...천마신교를 알고 있나?”
“그렇군 천마신교의 마공 중 하나였어 꽤나 고위급 마공인 것 같은데 5가문의 후계자 중 하나인가?”
눈을 좁히던 사내는 결론을 냈다. 그리고서는 더욱 더 기운을 끌어올렸다.
‘이 녀석들 천마신교랑 동맹 관계는 아닌 것 같군 다행이야...’
민혁은 기운을 끌어올리는 사내를 보며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솔직히 말해 아직 천마신교의 전력은 그로써는 예상조차 가지 않았다. 신녀라는 자도 그렇고, 5마왕들이라는 자들도 그렇고, 반뿐이라지만 천마신공을 익히고 npc버프를 잔뜩 먹었을 천마신교의 교주까지 지금 그들을 적으로 돌리는 것은 시기상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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