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99화 (99/245)

〈 99화 〉 전초

* * *

“...아버지...”

“흥!”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돌린다.

‘하아...’

서련은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가족을 보며 살면서 처음으로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겨우 결혼할 남자를 데리고 온 것으로만 이렇게 되다니.. 서련은 신세한탄을 하면서도 황궁의 옥좌같은 의자에 앉아 고개를 모로 돌려 자신의 백색 장발과 풍만하고도 요염한 바디라인을 자랑하는 아버지에게 다가가 비비적거리며 몸을 가까이 했다.

“애교 부려도 안돼!”

“...아버지...”

누가 보아도 애교는 아니었지만 가족이 보기에 궁서련의 행동은 애교로 보였나 보다.

“맞아 아버지 말대로야 결혼이라니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니?”

“......”

앞에서는 부모님의 침묵 그리고 옆에선 말리는 시누이보다 무서운 언니의 잔소리, 궁서련은 가만히 궁서연의 잔소리를 듣고 있다가 결심했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독강시를 봤어...”

“......!”

“......!”

궁서련의 말을 무시하고 있던 빙궁주는 그녀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궁서연은 입을 멍하니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떳다. 그녀들은 모두 꿀먹은 벙어리가 된 듯 했다.

“......저,정말?”

끄덕­

잠시간의 침묵, 그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빙궁주였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궁서련에게 답을 추궁했다. 그리고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빙궁주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는 길에 본 것이냐?”

끄덕­

“어찌 살아난 것이냐?”

자식에게 하기에는 잔혹한 질문이겠지만 그녀는 부모이기 전에 빙궁의 지배자였다. 5천의 생명을 손에 쥐고 있는 조직의 머리였다. 그렇기에 자식의 마음보다 5천의 생명이 지금은 더 중요했다. 궁주의 질문에 궁서련은 침묵을 지켰다. 대답은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궁주의 눈빛은 살벌해졌다.

“대답하거라”

“...조건이 있어....”

“조건이라니!!”

궁주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백은색의 한기가 궁서련의 몸을 덮쳤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빙백신공의 기운, 천하무림대전에서 궁서련이 사용한 빙백신공의 기운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 깨물고 버텼다.

“아,아버지 그만하세요!”

“닥치거라!”

이대로 가다가는 궁서련이 죽을 것 같아 궁서연이 빙궁주를 막아섰지만 외려 그녀의 분노에 찬 기운에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큰 충격은 아니기에 금방 일어나기는 했지만 궁서련도 단호한 궁주의 의지에 살짝 놀랐으나 마음을 다잡았다.

“...조건 말할게...”

“끝까지...!!”

빙궁주의 인내심은 극에 달했다. 방금전까지 딸의 남자친구를 본 부모의 마음이 아니었다. 철저히 빙궁의 지배자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끌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빙백신공의 기운을 발산했다. 눈에도 보일만큼 뚜렷한 한기는 커다란 대전을 얼려갔고, 화경에 고수에 이른 궁서련조차도 참지못할 정도의 추위를 선사했다.

“...민혁을 풀어줘 독강시를 부순건 민혁이야...”

“......!”

하지만 다음 궁서련의 말에 빙궁주의 빙백신공의 기운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녀는 지금 굉장히 놀라 있었다. 독강시를 잡다니 그럼 설마 천마신교의 사람이란 말인가? 궁서련은 빙궁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기에 조그마한 목소리로 “...마기를 다루는 건 천마신교만이 아니야...” 라고 답해주었다.

“당장 데려와!”

끄덕끄덕­

궁서련의 말을 들은 빙궁주는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방금 전까지 그를 풀어달라는 궁서련을 무시한 것과는 상반된 처사였다. 궁서련은 빙궁주의 말을 듣고는 작게 미소를 짓고는 빠르게 대전을 빠져나갔다.

“하아...”

왠만해서는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짓더니 감옥을 향해 달려가는 궁서련의 뒷모습에 빙궁주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는 빙궁주의 위치에서 내려와 부모의 위치에서 그녀를 바라본 것이다. 다 키운 딸년 하나, 잘 키운 아들 한놈 안부럽다더니 오늘은 그 말을 한 이가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하아...”

물론 그건 나이 텀이 많이 나서 여동생을 딸같이 키운 언니도 같이 느끼는 감정이었다.

“...오래 걸려서...미안...”

“아니야 그보다 연화하고 다른 사람들은?”

한랭석으로 이루어진 궁전 내부를 걷고 있는 궁서련과 민혁, 그둘의 뒤로는 많은 빙궁의 무사들이 따르고 있었다. 모두 연화나 다른 여인들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미인이라고 불릴 미모의 여인들이었다. 민혁도 처음에는 신경이 쓰였지만 이내 이해하기로 했다. 현재 성 내부에 있는 남자는 오직 자신하나 뿐 그러니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뒤에서 여인들이 ‘잘 생겼다’ ‘무공도 강하데’ 라는 등의 소리를 들을 때 마다 솔직히 말해 남자로써의 자신감이 올라가는 것 같았다.

“...피곤한가봐 코오 자...”

“코,코오?”

끄덕­

귀여운 말투와 무표정한 얼굴의 언발란스함에 민혁은 황당한 얼굴로 재질문했다. 그도 가끔 느끼는 거지만 궁서련은 행동이나 말투에서 약간 4차원적인 면이 다분히 있는 것 같았다.

‘뭐 그런 점도 귀여우니까 괜찮아.’

이런저런 시답잖은 질문과 대답이 몇 번 오가고 둘은 빙궁주가 머무는 대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민혁을 따라오던 여무사들도 대전에 도착하자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들어와”

“...들어가자...”

대전으로 향하는 문 앞에 서자 빙궁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요염한 미부의 목소리, 민혁은 히죽 웃으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대전 내부는 수수했다. 한랭석으로 만들어져 반짝반짝 빛이 났고, 옥좌는 황제가 앉는 태사의와 같은 모양을 띄고 있었다.

“어서와 두 번째 보는거지?”

연상이라 이건가? 친숙하게 반말로 인사를 건내오는 빙궁주의 여유에 민혁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옆에서 궁서연이 뭔가 많이 마음에 안 드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민혁은 일단 빙궁주에게 온 신경을 집중했다.

“요즘 젊은 애들은 돌려 말하는 걸 싫어하니까 본론부터 말할게”

“그럼 저야 좋습니다만”

“이곳으로 올 때 독강시를 잡았나?”

민혁은 예상 밖의 질문에 힐끗 궁서련을 보았다. 여전히 무표정인 그녀, 다른 여인들이 빙궁주에게 그런 말을 할 리는 없으니 궁서련이 자신을 꺼내기 위해 궁주에게 독강시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 틀림 없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민혁은 이로써 자신의 품 안에 있는 아이템속에서 궁주라고 표현된 자가 눈 앞의 빙궁주라고 확신했다.

“예 한 17마리인가요?”

“......좋아..마음에 들어..”

작디 작은 중얼거림 이지만 그것을 캐치한 민혁은 무었이 마음에 드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자신을 덮쳐오는 한기에 입을 열지 못했다. 이것은 분명한 빙백신공의 기운, 민혁은 침착하게 뇌전풍신공의 기운으로 빙백신공의 기운에 대항했다.

“흐음...역시나 대단해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건 이게 아닌 걸?”

“대체 뭘 보고 싶다는 겁니까?”

장난스럽게 말하는 말투와는 달리 빙백신공의 기운은 민혁이 내뿜는 기운을 야금야금 삼키며, 세력을 확장했다. 그는 대체 그녀가 무었을 보고 싶을걸까 생각해봤지만 자신에게 그녀가 관심이 생긴만한 것은 품 안에 가지고 있는 아이템 뿐이었다.

“혹시 이겁니까?”

휙­

퀘스트 아이템 ‘강족의 원조요청서’를 빙궁주에게 건내주었다.

“이게 뭐야 응? 흐음...”

그녀는 두르마리를 받아들더니 내용을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이거이거 고마워 아무래도 강족의 사자 대신 전달해준 것 같은데 이건 따로 사례할게 멍청한 딸년은 아무 말도 안하던데 말이야”

“아니요 당연한 일을...”

‘음....이것도 아닌가? 나한테 뭘 원하는 거야?’

빙궁주는 앉은 자리에서 꾸벅 고개를 숙여주었다. 하지만 민혁은 빙궁주의 반응에 마주 고개를 숙이며, 얼굴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었을 보여달라고 하는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서연아 무인들을 모아 강족에서 원조요청을 해왔어.”

“예? 아...예!”

빙궁주는 두르마리의 내용을 궁금해하는 서연에게 두르마리를 건내주며 명령했다. 그것을 읽은 그녀는 빠르게 대전을 빠져나갔다.

­퀘스트 ‘신강의 마인’ (히든)

빙궁주에게 ‘강족의 원조요청서’ 전달 시 수행 가능, 예부터 신강에는 오래된 한 가지 전설이 있다. 바로 마인(?人)의 전설이다. 세인들은 그들을 고대황제의 비밀병기 혹은 대륙 너머에선 온 저주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틀린 사실, 마인들은 고대 전진파가 만든 독강시라고 하는 지고의 괴물이며, 그들은 흑관이라고 하는 영기에 조종을 받는다. 어떤 이유에서인가 전진파가 멸망을 당하고, 현재 그 흑관이 악용당하고 있다.

성공 조건: 신강에 존재하는 모든 독강시 추살 or 흑관 습득

실패 조건: 도망 혹은 실패

“미안 어디까지 말했지?”

“보고 싶으신 것이 있으시다고 하셨습니다.”

빙궁주는 옥좌에 앉아 다리를 꼬며 ‘흐음 그래~’ 라고 말하더니 습관인건지 자신의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그 움직임은 민혁에게 매우 효과가 좋았다. 저 요염한 모습이라니

“너 마기를 사용하는 무공을 익히고 있니?”

끄덕­

정무맹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면 전력을 다해 부정해야겠지만 이곳은 빙궁 정사지간의 문파이다. 그러니까 별 다르게 숨길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빙궁주는 눈을 반짝이며 옥좌에서 일어나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또각또각­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가까워지는 거리 민혁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접근에 마른침을 삼키며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이것이 바로 유부녀의 박력인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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