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97화 (97/245)

〈 97화 〉 전초

* * *

“헤헤 오라버니이~?”

“......”

그곳에는 조련에서 벗어난 고양이가 손톱을 드러내고 있었다. 입은 웃고 있엇지만 입은 결코 웃고 있지 않았다. 곁에 있는 궁서련도 만만치 않은 냉기를 흘리고 있었다. 충분히 마차 내부를 꽁꽁 얼릴 정도였다.

“이, 일단 내 말을 들어보는게 어때?!”

“싫다.”

그녀들은

“싫어요”

단호했다.

“싫다냐아!”

그것도

“...거절..”

매우

“즉답이냐!..헙!”

민혁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지만 이내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자신을 포위해오는 여인들의 그림자는 점점 더 커졌고 이윽고 그를 가릴 정도가 됐다.

“하하...그게... 좀 심심해서”

민혁은 변명 아닌 변명을 일단 시도해보았다.

콰앙­

그 때 민혁의 목숨을 살리는 동앗줄 같은 갑작스러운 충돌음이 마차 안까지 전해졌다.

“무슨 일이더냐?”

호령은 흔들리는 마차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더니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충격의 이유를 물었다.

“전투입니다!”

마부가 소리쳤다. 민혁은 마부의 말에 기감을 넓혀 마차 주위를 탐색했다. 마차 주위로 20여명에 달하는 무인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14:7 정도의 싸움으로 전투는 소수쪽이 불리한 것 같았다. 게다가 다수쪽은 희한하게도 마기를 품고 있었다.

“마기를 품은 애들이 있는데?”

“나도 느꼈다. 어쩔테냐 민혁?”

‘둘 다 쓸어버릴까?’

두 무리 전부 쓸어버리고 경험치로 만들까? 고민을 하던 민혁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그들의 은혜를 봐서 일단 나가서 자신에게 이익이 될 만한 쪽의 편을 들기로 정했다. 그는 굳이 정의를 파고자 하는 정도가 되고 싶지도, 잔혹한 패도를 구하는 마도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

“크윽...마인놈들!”

타곤은 절망했다. 그는 이틀 전 족장의 명으로 부족을 위해 빙궁으로의 원조요청을 위해 길을 나섰다. 하지만 중간 중간 기습과 함정이 있더니 지금은 아예 대놓고 습격을 하고 있다. 그들의 노림수는 자신의 품안에 있는 원조요청서, 아직까지 자신의 품안에 그것이 있는지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지만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으..으윽...쿨럭”

“......죽음의 때가 왔다.”

‘으으...지독한 놈들!’

또 한명의 동료가 죽었다. 마인들은 모두 똑같은 모습을 하고, 혐오감 넘치는 목소리로 같은 말만을 되풀이한다. 게다가 인성이 없고 지능만 존재해 명 받은 일은 무슨 일이 있던 완수한다. 지금도 원조요청서를 내놓지 않자 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동료들을 차례차례 죽였다. 반항은 하고 있지만 이미 사지가 멀쩡한 이는 없었다. 자신 또한 다리 한짝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것만은 무슨일이 있더라도 전해야 한다.’

“크억!”

‘제발 아무나!’

또 한명이 죽었다. 이제 남은 이라고는 자신 뿐,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17이나 되는 마인들은 자신을 포위한 상태 희망은 없지만 타곤은 희망을 기도했다.

“......죽음의 때가 왔다.”

하지만 신은 그의 기도를 듣지 못했는지 마인 중 한 명이 그의 멱살을 잡아 들어올렸다. 숨을 들이키지 못한 그의 얼굴을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이대로 죽는 건가?’

눈 앞이 흐릿해지고, 귀에 이명이 들린다. 발버둥치던 한쪽 남은 발도 힘이 빠져 움직임을 멈췄다. 이제 남은 것은 죽음 뿐이었다.

“잠깐 멈춰라!”

그 때 그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누군가 무시무시한 마인들을 제치고 그에게 다가오는 것이다. 눈 앞이 흐릿해져 제대로된 형체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신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눈을 감았다.

‘개판이구만...’

민혁은 눈앞의 참상을 보며 눈가를 찌푸렸다. 모두 목이 졸려 사망했는지 바지춤이 더러워져 있었고, 사지 중의 하나는 무조건적으로 잘려 있었다. 반면 다수의 무인들은 기분 나쁜 마기를 내뿜었고, 쌍둥이처럼 모두 닮은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죽음의 때가 왔다.”

게다가 똑같은 말을 동시에 내뱉었다.

“중2병인가?”

“중2병이라니?”

호령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상황 보니까 가격나오네 모두 쓸어버려야 겠어”

Level: 49

몬스터 네임: 독강시

종족: 몬스터

성별: 불명

경지: 절정

HP: 18820/18820

마기: 600/600

윤회안으로 독강시의 정보를 읽은 민혁은 대충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고, 오랜만에 천마신공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죽음의... 때가.. 왔다.”

“도망친다냐아~!”

‘이 녀석들 지능이 있는건가?’

그러자 독강시들은 멈칫거리더니 뒤로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뒷걸음질 치더니 이내 등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건 민혁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어딜!”

파삭­

한 놈이 민혁에게 잡혀 죽음을 맞이했다.

“뭐야 이거?”

오히려 독강시의 죽음에 당황한 것은 민혁이었다. 독강시는 단지 그의 손에 잡히는 것만으로 까만가루로 변해 공중으로 흩어졌다. 암운강신공을 펼치고 있었다고 해도 팔을 잡았을 뿐인데 가루로 변할 정도로 천마신공의 기운을 끌어올리지는 않았다. 그는 이 상황을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도망치는 독강시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수고했다.”

“아니야”

호령은 독강시를 잡고 돌아온 그를 맡아주었다. 그녀의 손에는 두루마리가 들려있었는데 호령은 그것을 민혁에게 건내주었다. 그는 그것을 얼떨결에 받아들면서도 ‘이게 뭐야?’ 라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열어 보거라”

­퀘스트 아이템 ‘강족의 원조요청서’를 획득하셨습니다 확인 하시겠습니까?

­안녕하십니까.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회합 때 뵈었던 강족의 족장 부름이라고 합니다. 제 미천한 부하로 인해 느끼실 불편에 대해서는 먼저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미사여구를 더 이상 늘어트리는 것을 싫어하실 것 같아 바로 본론을 적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이와 같이 편지를 보낸 것은 다름이 아니라 건족에서 마인을 사용했음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궁주님께서 저번 고맙게도 제안해주셨던 것을 받아드리기로 하였습니다. 결정이 늦은 점 정말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마인이라는 건 독강시를 말하는 걸테고.. 궁주라... 설마 빙궁주를 말하는 건가?’

두루마리를 읽은 민혁은 나름대로 내용에 대한 추측을 시작했다.

“이거 어디서 났어?”

“아까 그 이상한 놈들에게 당한 사람의 품안에서 발견했습니다.”

민혁이 묻자 사윤이 비서처럼 그의 옆에 서서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민혁은 두루마리를 찾은 사내의 품에서 다른 것이 나올까 더 뒤져 보았지만 다른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네”

“다른 사람들의 품도 찾아봤지만 다른 것은 없었다.”

‘뭐 어쩔 수 없지..’

현재로써는 더 이상 두루마리만을 가지고 알 수 있는 정보는 없기에 민혁은 두루마리를 인벤토리에 넣고 다시 마차에 올라탔다. 시체를 태워주고 싶었지만 신강의 전통상 짐승들이 시체를 먹는 것이 전통이라 해서 장례는 치러주지 못했다. 민혁이 돌아오자 마부는 압도적인 민혁의 무위에 공포에 질린 듯 몸을 떨었지만 마차만은 정상적으로 몰았다.

“......”

마차가 떠난 뒤 독강시들의 시체와 강족들의 시체가 널려 있는 공터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는 공터를 쭈욱 한 번 둘러보더니 말없이 강족들의 시체를 뒤졌다.

“없군... 그리고 터무니 없는 무력이야...주군께 알려야겠어”

시체를 뒤지던 그는 시체들 속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하고 뭐라 중얼 거리더니 자리에서 몸을 피했다.

빙궁은 성적인 의미에서 아주 폐쇄적인 곳이다. 음공은 남자가 배우기에는 맞지 않고 여자들이 배우면 그 용모가 매우 아름다워진다. 그럴수록 음공을 배운 그들을 노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 중에는 남자들이 대다수였고, 빙궁의 무인들은 그나마 받고 있던 남성제자도 받지 않고 기피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되자 빙궁 내부에는 남성이 살지 못하게 되었고, 간혹 결혼을 한 빙궁 무인들의 남편들은 빙궁 주변에 터를 잡고 마을을 이루었다. 결혼을 하고 낳은 아이 중 여아는 빙궁에 받아들이고 남아는 남편이 빙궁 외부에서 키우게 되었다. 빙궁은 음공을 배우기에 적절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한랭석이라는 특수한 바위로 성벽을 쌓았기 때문에 남아가 살기에는 적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랭석으로 만들어진 빙궁은 ‘별빛무리’ 라고도 불리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얼음으로 만들어진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대박......”

천해의 근처에 도착한 민혁은 처음에는 한랭석으로 이루어진 성벽을 보고 감탄했지만 그 후에는 다른 광경을 보고 감탄성을 내뱉었다. 독강시들을 해치우고 사흘 후 일행은 빙궁외벽이 보이는 마을에 도착했다. 허나 그 마을에는 신기하게도 온통 남자 밖에 없었다. 그 수가 많지 않았지만 여자들은 보이지 않고, 남자들이 여종업원 대신 밖에 나와 호객을 하고, 조신하게 빨래를 하는 모습은 솔직히 말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남자들 밖에 없네요”

모란도 멍하니 감상평을 말했다.

“아, 아이부터 어른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두 사내들 뿐이군..”

호령도 약간 질린다는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일행은 마차를 돌려보낸 터라 걸어서 마을 사이를 관통해 지나갔다. 일행이 지나가자 마을의 남자들은 갑자기 나타난 미모의 여인들에게로 시선을 모았다. 그녀들은 자주 느끼는 시선이라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민혁은 남자들의 시선이 자신의 여자에게 꽂히는 것이 못마땅해서 뇌전풍신공의 기운을 약간 풀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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