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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이다-94화 (94/245)

〈 94화 〉 전초

* * *

“현재 신강에서는 전쟁이 한창이다.. 그러므로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무림인이라면 통과는 할 수 있지만 방문사유를 작성해야만 한다.”

“알겠다 작성하지... 그런데 혹시 어느 부족 끼리 전쟁 중인지 알 수 있을까?”

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해주었다. 신강은 기본적으로 160개의 부족으로 이루어진 부족연합체이다. 물론 ‘연합체’가 되는 것은 명 제국이 정벌을 할 때 뿐이고 평소에는 서로의 부족을 침략하고, 정복하여 대족장이 되기에 애쓴다. 현재 전쟁 중인 부족은 강족과 건족 그들이 전쟁을 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서로의 영역을 차지하기 위해서! 그것 뿐이었다. 그리고 명 제국에선 무림인들이나 혹은 일반인들이 끼어들어서 어느 한 부족의 부족장이 대족장이 되는 것을 막고자 사소한 전쟁이라도 터지면 출입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한다.

“음...사라진 물건을 찾기 위해서라....”

병사는 신강으로 넘어가기 위해 쓴 방문사유와 민혁일행을 번갈아가며 보더니 그들을 통과 시켰다.

“혹시 신강에 유명한 문파가 있어?”

“문파요?”

객잔을 찾아 헤매던 중 민혁의 질문에 사윤은 고민하는 듯 머리를 갸웃등거리더니 해답을 찾은 듯 눈을 번쩍 떴다.

“유명한 문파라면 있습니다! 마교가 신강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천마신교는 아닐테니 패스’

신강에서 무신의 추종자를 찾기 위해 질문을 던졌던 민혁은 예상 밖의 대답에 미간을 찌푸리며 사윤이 말한 답을 제쳐 두고 다시 말해보라는 눈빛을 보냈다.

“신강에 다른 문파라면....”

그의 눈빛에 사윤은 고민에 빠졌다. 신강은 부족으로 이루어진 연합체가 연일 전쟁을 벌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른 문파가 자리를 잡기 힘들다. 보통 천마신교 때문에 아예 신강에 둥지를 트는 것은 생각도 못하지만 말이다. 한참을 고민하던 사윤은 생각나는 다른 중소문파의 이름을 댔지만 민혁은 자신이 보기에 딱히 끌리는 문파가 없기에 고민에 빠졌다.

“솔직히 말해 신강에서 다른 문파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아요”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모란이 끼어들며 말했다.

“..신강에 유명한 문파 있어...”

반박이라도 하듯 궁서련이 나직하게 그에게 속삭였다.

“정말?”

끄덕­

궁서련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민혁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의 입술을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별다른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저기...안 말해줘?”

“......”

침묵을 지킬 뿐 그녀는 조용히 입을 쭈욱 내밀었다. 민혁은 갑작스러운 그녀의 행동에 의문을 표했다. 잠시간의 침묵이 이어졌고, 일행은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연화와 결국 그의 팔을 차지하게 된 사윤은 조용히 그것을 지켜보았다. 모란은 그녀의 행동이 무었을 뜻하는지 알기 때문에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키스!..”

“아..아아.. 헤헤 해주고 말고!”

쪽­

그에게서 배운 키스라는 단어를 사용해 입맞춤을 받은 궁서련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신강에는 천마신교로 인해 대문파들이 들어서지 못하지만 한 문파만은 예외라고 한다. 문파의 이름을 들은 민혁은 솔직히 말해 살짝 놀랐다.

‘북해빙궁(北??)’

북해빙궁(北??)

여인들로만 이루어진 무림단체로써 베일로 가려진 신비의 단체이다. 몇 가지 알려진 것이 있다면, 첫째 세외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둘째 여인들로만 이루어진 단체라는 것 셋째 빙백신공이라는 지고의 음공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북해빙궁이 무림에 발을 내딛은 것은 총 세 번 그때마다 무림에는 큰 환란이 일어났다. 음공을 수련하는 여인들이다 보니 그녀들의 미모가 모두 절세미인이었기 때문이다. 자고로 미인이란 권력가가 손에 넣고 싶어 하는 수집대상 1순위, 무림에서 그렇게 좋지 않은 꼴을 당한 북해빙궁은 100년 전을 마지막으로 무림에 나타나지 않았다. 사칭을 하는 자도 있었지만 음공을 극성까지 익히기 못해 가짜인 것이 금방 탄로나고는 했다.

“북해빙궁은 세외에 위치하고 있을텐데?”

민혁과 마찬가지인 정보를 가지고 있던 호령이 궁금했는지 질문을 던졌다.

절래절래­

“...그건 옛날..지금은 신강과 천해(??) 경계에 있어...”

“천해?”

끄덕끄덕­

모든 답을 한 궁서련은 객잔을 발견하고 빠르게 발을 놀렸다. 뒤에서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일행들도 그녀를 따라 허름한 객잔으로 향했다. 다음 날 일행의 목적지는 천해로 정해졌다.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지명 이었지만 궁서련이 안내를 할 수 있다고 하니 믿고 따라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민혁은 천하무림대전에서 그녀와 겨뤘을 때 보았던 음공과 천해라는 지명과 북해빙궁의 위치를 아는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너 북해빙궁 사람이야?’ 라고 물어보았는데 그녀는 간단하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연화와 여인들은 50여년 만에 나타난 북해빙궁의 여인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지만 그것은 여담

“족장 정찰대가 당했다고 합니다.”

“으음... 정찰대가?”

유목민족들이 가축에게 먹일 초지를 찾아 떠날 때 주로 쓰는 커다란 움막 안은 마치 황궁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듯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한 명의 사내는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체 옥좌같은 곳에 앉아있었고, 다른 한 사내는 천도국에서 생산되는 카페트에 한쪽 무릎을 꿇고 부복하고 있다.

“예 족장 아무래도 마인들이 나선듯 합니다.”

“흠......”

부복해 있는 사내의 입에서 마인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옥좌에 앉아 있던 사내는 나직하게 신음성을 내뱉었다. 솔직하게 말해 지금의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이다.

“빙궁의 전사들에게 원조요청을 해야겠구나”

“하지만 족장 그것은....”

무표정했던 사내의 표정이 왈칵 찌푸려졌다. 옥좌에 앉아 있는 사내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되었다. 이대로 마인들에게 당할 수는 없다 당장 빙궁에 발 빠른 사람을 보내거라”

족장이라 불린 사내의 결단이 끝나자 부복해있던 사내는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마치 없었던 것처럼 감쪽같이 사라졌다. 옥좌에 남은 사내는 의자의 팔걸이를 쓰다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카페트 위를 서성거렸다. 무었인가 불안한 듯 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의지가 서린 불이 아른거렸다.

신강 초입으로부터 천해까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궁서련의 말대로라면 일행전체가 경공으로 이동 시 사흘거리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굳이 빠르게 이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민혁은 마차를 준비해 느긋하게 출발했다. 날씨 자체가 춥다보니 마부가 없어서 마부를 구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빙궁에선 남자랑 결혼할 수 없다면서요?”

절래절래­

고개를 흔든다.

“북해빙궁에서 나왔다면 빙백신공을 익힌 것이더냐?”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인다.

“후냐아~ 손이 차가운게 기분 좋다냐아~”

쓰담쓰담­

마차 안은 북해빙궁 출신성분을 인정한 궁서련으로 인해 떠들썩했다. 사윤은 관심이 없는지 민혁에게 바싹 달라붙어있었지만 모란, 호령 그리고 연화까지 그녀에게 관심을 보였다. 호령은 빙백신공이라는 절세신공 때문에 모란은 정보수집을 위해 연화는 단지 그녀의 음기가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저번에 나랑 아버지 만나로 가기로 약속했었지?”

"아버지요?!"

“그게 무슨소리냐 민혁?!”

“당신 상견례를!”

그의 말에 반응한 것은 궁서련이 아니라 다른 여인들이었다. 그녀들은 몹시 흥분한 듯 모두 얼굴을 빨갛게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과 반응이 제법 웃겨 민혁은 피식 웃었다.

“그런거 아니니까 나중에 이야기 해줄게..이야기가 중간에 셋지만 만나기로 한 거 맞지?”

끄덕끄덕­

“후냐아~~”

궁서련은 한손으로는 연화의 등과 귀 그리고 볼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은 마치 아기고양이를 조련하는 것 같았는데 민혁은 얼굴을 붉히며 갸르릉 거리는 연화의 모습이 약간 위험해보였지만 좋아하는 것 같아 뭐라말하지는 않았다.

“혹시 아버지도 북해빙궁에 살아?”

끄떡­

‘역시나!’

민혁은 자신의 추리가 맞은 것을 기뻐했다. 그녀는 북해빙궁 출신이다. 게다가 젊은 나이에 화경에 경지에 이른 고수다. 이것은 궁서련이 북해빙궁의 고위층의 자제라는 것이다. 거기다가 플러스 그녀의 아버지가 여자들은 머물 수 없는 북해빙궁에 산다면 그녀의 아버지는 아마도 북해빙궁의 궁주일 것이다. 그리고 궁서련이 빙백신공을 익혔다고 하는 것을 보아 그녀는 빙궁의 후계자일 것이다.

‘생각보다 일이 더 잘 풀릴 것 같은데?’

퍼즐 조각을 짜맞추던 그는 그림이 완성되어 가자 기분 좋은 고양감을 느꼈다. 앞서 해결한 두 가지의 퀘스트 보다 이번 퀘스트가 더 쉽게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나저나 꽤나 오래가네..그냥 무리해서라도 경공을 사용해서 이동할껄 그랬나?’

궁서련과 필요한 대화를 나눈 민혁은 창문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출발한지 사흘이 지났지만 마부의 말로는 절반뿐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몸이 근질거렸다. 마차가 크고, 의자도 푹신푹신한 쿠션이 깔려 있기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지루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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