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8화 〉 전초
* * *
“연화가 걱정이구나”
전황에 대한 의견을 나누던 유자인은 불현 듯 그리 말했다.
“헛헛 걱정도 팔자시구려 정무맹의 미래인 화련용봉단과 함께이니 괜찮을 것이오”
그에 남궁기는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자신있게 말했지만 유자인의 솔직한 마음은 후지기수둘의 모임인 화련용봉단과 같이 보낸 것이 불안했다. 솔직히 말해 치기로 넘실거리던 그들의 눈빛을 봄에 있어서 무슨 일이 있을지 예상이 되지 않음이였다.
콰아앙
“뭐지?”
“무슨 일이냐?!”
그 때 갑작스러운 폭음이 울렸다. 유자인은 재빨리 일어나 주변을 살폈다. 노룡전의 고수들도 병장기를 꺼내들고 다시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폭발음이 들려온 것은 이제 건물의 뼈대 밖에 남지 않은 숙소가 있는 쪽이었다. 유자인은 세가의 무인들을 진정시키며 폭발음이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남궁희와 민혁이 본 것과 같은 빛의 기둥이 서 있었다.
‘경험치들이 여기저기 널렸네’
“으억!”
검을 휘두르자 북천의 무사 하나가 쓰러졌다. 민혁은 풍족하게 넘치는 경험치들을 회수하며 빛이 솟구치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는 속으로 방금 전까지 있던 숙소쪽에 일이 난 것에 대해서 불안하긴 했지만 애써 무시했다.
신지위가 그리 멀지 도망치지 못한 탓인지 민혁이 사건이 일어난 곳까지 도착할 때 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것들은 또 뭐야”
사건 현장은 폐허였다. 민혁이 떠난 뒤로 바뀌지 않았다. 다만 금색 빛의 기둥이 생겼고, 그 기둥을 둘러싸고 북천의 무사들이 서 있었다. 눈으로만 세도 족히 3백은 넘어보였다 게다가 그 경지는 모두 일류를 넘어섰다.
“......”
“그냥 아무 말도 없이 돌진이냐”
민혁의 목소리가 울리자 모두의 시선은 그에게로 향했다. 수백의 시선이 몰리자 민혁은 급격히 속이 매스꺼워 지는 것을 느꼈지만 무시했다.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자신에게 돌진해오는 북천의 무사들을 보며 허리에 달린 후츠노미타마를 빼들었다.
서걱
“자 한 놈!”
서걱
“다음 두 놈”
레벨 업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무사들을 인정사정 없이 베었다. 동료가 속절 없이 죽음에도 불구하고 북천의 무사들은 마치 영혼이 없는 사람들처럼 그에게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그 수가 절반 이상이 지나갔을 때 민혁은 이 녀석들이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다소 아니 아주 많이 늦게 알아차린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는 괘념치 않았다.
그는 자신감이 있었다. 비록 아수라를 상대할 때 다소 자신감이란 것이 손상되긴 했지만 말이다. 솔직히 말해 민혁은 눈 앞에 보이는 것들이 자신을 위한 성장의 밑거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
하지만 그 자신감은 가까운 시간에 무너졌다. 3분지의 2정도를 베자 그는 빛 기둥 근처에서 북천의 무사들이 보호하려던 이들을 발견 했다.
세 사람으로 한 사람은 노인이었으며 두 사람은 여인이었다. 노인은 죽은 듯 피투성이가 된 체 바닥에 누워 있었고, 여인 중 한 명은 빛 기둥 속에 알몸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한 여인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그녀는 실 하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체 남성의 정액을 온 몸에 묻히고 있었다.
그들은 민혁이 잘 아는 자들이었다.
“팽,팽!!”
민혁은 형용할 수 없는 느낌에 뭐라 말해야 할지 어떤 생각을 해야하는지 잊은 사람처럼 그녀의 성을 부르며 절규했다. 하지만 그녀는 반응이 없었다. 더러운 사내들의 정액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앗아가지 못했고 외려 진흙 속의 연꽃처럼 더욱 화사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지나친 아픔 때문인지 아무 것도 깃들지 않은 공허한 눈동자를 마지막으로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흐,흐...하하하하하하하! ...이, 이 시발... 기분 더럽잖아”
그는 자신의 외침에도 반응하지 않는 그녀를 앞두고 미친 듯 웃어재꼈다. 이렇게 더러운 기분은 오래간만이었다. 연화가 한 번 죽었을 때에도 이렇게 기분이 더럽지는 않았다. 그 때는 슬펐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화가 끓어 올랐다.
물론 NPC일뿐이고 0과 1 사이의 숫자 일 뿐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느낀 따뜻함은 진실이다. 현실과는 상관 없이 진실이다.
“너희가 그런 거냐?”
그가 싸늘하게 물었다.
“......”
하지만 북천의 무사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검을 곧쳐 세우고 그를 경계했다.
“대답...들을 가치는 없겠지...죽인다 너희 전부! 북천의 초가 하나 남기지 않고 부숴주마 맹세한다 이 자리에서!”
그는 선고하듯 말했다. 결코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육인형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스스로의 맹세, 그는 후츠노미타마를 집어 검집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무무신공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지금은 살육이 필요했다. 베는 맛이 필요했다. 이 끓어 오르는 열을 식히기 위해서는 무었이던지 화풀이 대상이 필요했다. 그가 무무신공의 기운을 끓어 올리자 그의 요대에 메어져 있던 단검들은 모두 사납게 모습을 드러냈다.
선명히 빛나는 청색의 고아한 칼날은 북천의 육인형들을 하나 하나 난자했다. 목을 꿰뚫고, 정맥을 할퀴고 손목의 힘줄을 끊고 살 가죽을 도려냈다.
“......”
이미 움직이지 못하는 시체와도 같은 이들의 고통어린 절규라는 대답이라고 듣고 싶은지 잔경련을 하는 육인형들을 차례차례 확인사살했다. 그것은 민혁의 의지가 확실했다.
“......”
그는 아우성 없는 처형장의 가운데로 걸어갔다. 그리고 끓어 오르는 열을 주체 하지 못해 다시 한 번 무무신공의 기운을 터트렸다.
콰아아앙
그러자 뼈대를 간신히 유지하던 건물들이 힘을 잃고 쓰러져갔다. 하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먼지가 일어나긴 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에게만 집중했다.
‘미안해 팽소저’
그는 무너진 뼈대 때문에 날리는 먼지와 욕망 서린 남성의 정액을 얼굴에 쓴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나신이 된 그녀의 몸을 가리기 위해 자신의 마지막 상의 벗었다. 맨몸이 되었음에도 그는 신경 쓰지 않고 그녀의 몸을 가려 들어올렸다. 민혁은 그녀를 피투성이가 된 팽성의 옆에 누였다.
“난 내가 한 말은 지킨다.. 반드시”
그는 다시금 맹세하며 북천의 무사들을 처형하던 단검들을 손짓 한 번으로 끌어모았다. 단검들은 물고기처럼 유영하며 피를 털어내며 그의 손짓에 따랐다. 민혁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원흉으로 보이는 금색빛 기둥에 손을 대 보았다.
파직
“역시나인가?”
기둥은 민혁의 손을 거부하는 듯 그의 손이 다가오자 작은 번개를 흩뿌렸다. 그것은 틀림없는 벽력신공의 기운이다. 그는 다시 한 번 무무신공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만예”
허공에 떠돌던 수 많은 단검들은 그의 말에 백색의 기운에 물들어 기둥을 꿰뚫을 듯 나아갔다.
와장창창
기둥은 마치 유리가 깨지는 것처럼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졌고, 민혁은 그 사이로 떠 있던 팽소를 잡아챘다. 알몸으로 허공에 떠 있던 그녀는 다행히도 남자의 손길이 거쳐가지 않은 상태였다.
“이봐 사위!”
‘이제 오나?’
민혁은 저 멀리서 소리치며 오는 인영들을 바라봤다. 꽤 많은 인원들이 우르르 달려오고 있었는데 그 선두에는 유자인이 있었다. 그는 팽소의 알몸을 그들에게 보일 수 없기에 일단 바닥에 떨어져 있는 천을 털고 그녀의 몸을 가렸다.
“사위 괜찮은가?”
유자인은 도착하자마자 그의 안부를 물었다.
“아..예 뭐 그보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팽지희가 누워 있는 쪽으로 눈으로 가리켰다. 아까보다는 확실히 열이 내려앉은 상태였다.
“아니! 팽가주 지희야!”
유자인은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악성이 담겨있었다. 민혁의 시선이 머문 곳으로 시선을 돌렸던 유자인이 본 것이 팽성과 팽지희의 시체였기 때문이다. 유자인의 외침에 그의 주변에 있던 노룡전의 고수들도 팽성을 알아본 것인지 놀란 눈으로 그의 시체 곁에 다가왔다.
“이..이게 어찌 된 일인가 사위?!”
유자인은 나란히 눕혀져 있는 둘의 시체에 분을 억누르는 목소리로 말했다.
“..관세음보살”
윤간 당한 것 같은 흔적이 남아 있는 팽지희의 몸을 자신의 가사로 감싸 준 노룡전의 명진사태는 불호를 읊으며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이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보아 상당히 분노를 하는 것 같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