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화 〉 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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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살아 있으려나?”
민혁은 자신이 말하면서도 가망이 없음을 시인했다. 이 난장판에서 제압당한 상태에서 살아남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솔직히 말해 살아 있다고 해도 그 뒤끝이 좋지 않을 것이다. 마도 쪽만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게 포로로 잡힌 미인은 능욕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었다.
솔직히 말해 팽소와 팽지희의 안위도 걱정이 되었지만 그녀들에게는 팽성이 갔으니 따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른 쪽이라도 찾아서 나가야겠는데 주위에 쫙 깔렸잖아...게다가 머릿수도...뭐야 수백.. 빨리 튀어야지!”
그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적의 서린 기감들을 읽어내며 집중해서 남궁희의 기척을 찾기 시작했다.
“어래...누군가를 쫓고 있네?”
남궁희의 기감은 금방 잡혔다. 그녀는 두 명을 쫓고 있었다. 그녀보다 강한 기감이 하나 남궁란으로 예상되는 기감이 하나, 아무래도 남궁란은 무사한 듯 싶었다. 그는 적의 어린 북천의 무사들에게 둘러 싸이기 전에 그녀의 기감을 따라 움직였다.
‘서...제발 서란 말이야!’
남궁희는 자신의 앞에서 가공할 속도로 질주하고 있는 남녀를 아니 정확하게는 여자를 안은 남성의 등을 보며 마음속으로 애처롭게 외쳤다.
‘미치겠군 들키다니’
남궁희의 절규와도 같은 외침을 아는지 모르는지 남성 신지위는 속으로 욕을 지껄였다. 천주에게 명령을 받아 선수대기실과 경기장에 설치해놓은 폭약을 터트리고 빠져나가려는 찰나 이 여인이 눈에 띈 것이 화근이었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보자마자 ‘내 운명이다.’ 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래서는 그는 위험을 감수하고 그녀를 제압하여 도망쳤다. 본래라면 탈출을 해도 한참 전에 탈출했겠지만 예상 외의 인물인 신녀와의 접촉 때문에 시간이 늦어졌다. 게다가 신녀와 마주치며 생긴 상처 때문에 남궁희를 제대로 상대할 기력도 되지 않았다.
“서라!”
‘내공이 다했나 보군!’
하지만 유일하게 자신을 추격하던 여인도 내공이 떨어져 가던지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그는 이런 상황에 히죽 미소를 띄우며 더욱 더 빠르게 발을 놀렸다.
가열차게 발을 놀리던 그의 앞에 갈림길이 나타났다. 산 비탈길로 향하는 길과 평지로 향하는 길, 신지위는 잠시 망설이다 뒤에서 들리는 남궁희의 외침에 산 티탈길로 길을 잡고 뛰었다.
‘흥! 떨어졌나 보군’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뒤에서 소리치던 남궁희의 희미한 소리는 사라졌다. 신지위는 그제서야 발을 멈추고 제 자리에 섰다. 평소라면 일단 정무맹의 영역 안에서 안심을 할 그가 아니었지만 흥분으로 가득찬 그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친 숨을 달래던 그는 자신에 팔의 무게를 느끼고는 자신을 이 상황까지 내몬 그녀를 바라보았다.
“곱디 곱구나.”
부르르
그가 가볍게 얼굴을 쓰다듬자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마혈을 집어서인지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인간은 자고로 심한 운동 후에는 색욕이 끌어오른다고 한다. 신지위도 마찬가지였다. 방금 전까지 한 편의 추격전을 찍다 시간이 나고 미녀가 앞에 있자 음욕이 동한 것이다.
“꿀꺽”
그는 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남궁란을 바닥에 내려놓고, 상의를 살짝 벗겼다. 그 옷깃 사이로 뽀얀 살결이 드러났고 신지위는 못 참겠다는 듯 웃옷을 서둘러 벗어재꼈다.
“자 동작 그만”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 입을 갖다대려는 순간 그의 등 뒤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냐”
그는 재빠르게 몸을 일으키며 목소리가 들린 쪽의 반대편으로 돌아섰다. 그는 내공을 일으키며 단숨에 목소리의 주인공을 제압하려 했지만 그의 거사를 방해한 이는 호락호락 당해주지 않았다.
“닥치고 이빨이나 꽉 깨물어라”
“무,무슨!...꾸엑!”
오히려 그의 얼굴을 주먹으로 날려버렸다. 신지위의 몸은 뒤로 나가떨어졌고,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 민혁은 단검을 한 자루 그의 몸에 꽂았다.
레벨 업 하셨습니다.
‘이런 피라미도 레벨이 오르네’
민혁은 신지위가 들었다면 땅을 치고 울음을 터트릴만한 소리를 속으로 지껄였다.
“에이 더러운 새끼..”
신지위를 가볍게 제압한 그는 잠시 그의 시체를 바라보다 꽂아넣었던 단검을 회수해 허리띠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뒤쪽 수풀에 손짓을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수풀 속에서는 남궁희가 나타났다.
“란아!”
그녀는 남궁란의 벗겨진 모습에 많이 놀랐는지 헐레벌떡 뛰어와 그녀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가렸다. 민혁은 그 모습을 보다 남궁희의 눈이 매섭게 자신을 홀기자 눈을 돌렸다.
“흑흑...란아..흐윽!”
남궁희는 남궁란의 몸을 가리며 눈물을 흘렸다. 무었이 그리 서러운지 그녀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욕은 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녀를 위로하려 제딴에는 말을 건낸 민혁이었지만 그녀는 눈물을 방울방울 달고 ‘뭐예욧!’ 하며 뾰족하게 소리쳤다. 그녀의 예상 밖 반응에 민혁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자신의 웃옷을 벗어 건내주었다. 신지위의 옷을 벗기려고 생각을 해보았지만 피가 묻어있기에 그만두었다.
그 때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났다.
콰아아앙
커다란 폭발음이 연달아 들린 것이다. 신지위가 뻗어 누운 곳은 정무맹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민혁은 폭발음에 반응해 자연스럽게 정무맹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저게!”
남궁희도 남궁란을 돌보는 것을 잠시 멈추고 정무맹 쪽을 보며 입을 멍하니 벌렸다.
‘......아 또...말도 안 나온다 이제’
민혁은 또 터진 사건에 이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빠졌지만 결국에는 몸을 움직였다. 그는 남궁희와 남궁란에게 먼저간다고 말하곤 뇌전풍신보를 이용해 자리를 떳다.
“하늘이 무너지려고 하는건가?”
남겨진 남궁희는 남궁란을 끌어안으며 정무맹이 있는 곳에 떠오른 금색의 빛으로 이루어진 기둥을 보며 중얼거렸다.
한편 정무맹에서 북천의 세력을 막는 이들은 몰려드는 북천의 무사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정무맹이 대문파들의 연합이라면 북천은 마도와 사도의 연합, 총결집한 무인들의 수는 정무맹이 당연히 많겠지만 아쉽게도 정무맹은 정도의 우두머리라는 성격보다는 상징적 의미가 강했기 때문에 모여 있는 상주해 있는 고수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북천은 북천주라는 시대를 풍미한 일대종사가 거머쥔 단일세력이었다. 물론 그 아래로 세력이 나뉘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로인해 운용할 수 없는 병력의 숫자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흑룡세가의 무인들과 무림대회에 참가한 세력의 무인들이 전선에 투입이 되어도 그는 바뀌지 않았다. 흑룡왕이 아무리 병장을 휘둘러 무사 세넷의 목숨을 앗아가도 어디서 나타나는지 북천의 무사들은 모습을 드러냈다.
“끝이 없군!”
유자인은 자신에게 덤벼오는 무사를 베어내며 말했다.
“그래도 슬슬 적들도 지치는 것 같습니다.”
호령도 그에게 다가오며 단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고 말했다. 그녀의 옆에는 호설과 노룡전의 고수들 또한 함께 했다. 화경의 경지에 오르거나 그에 준한 경지에 오른 그들이었지만 물량에는 장사가 없었던 것인지 옷은 적과 아군의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다친 데는 없느냐?”
“없습니다.”
유자인은 그들의 몰골을 보고 걱정스레 물었고, 호령은 자신들의 몰골을 보며 멋쩍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자운령주 님 오랜만입니다.”
그녀의 웃음을 보고 빙그레 웃음을 짓던 유자인은 그녀의 뒤에 서 있는 호설에게 시선을 돌렸다.
“오래간만입니다.. 이게 몇 년 만인지..”
그의 안부인사에 호설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그와 가볍게 포옹을 나눴다. 남녀 간의 포옹이라기 보다는 전쟁을 함께한 전우간의 포옹 같은 거친 몸의 대화였다. 간만의 해후를 나눈 그들의 뒤로 노룡전에서 대표격인 듯한 인사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40대로 보이는 사내로 주먹에는 특이하게도 흑색의 가죽장갑을 착용하고 있었다.
“흑룡가주 오랜만이오”
“하하! 그러게 말이오. 권왕”
그들은 인사치례를 나누고는 곧장 전황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눴다. 주가 된 것은 잠시 소강상태가 된 전쟁터에 관한 것이었다. 거칠게 몰아 부칠 것만 같았던 북천의 무사들은 이게 한계가 오게 된 것인지 무사들의 투입을 그만 둔 것이다. 덕분에 검련(?) 도림(??) 그리고 권수(??)의 무사들은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한편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정무맹의 건물 대부분이 부셔졌고, 무림대전에 참가했던 수 많은 세력의 주요인사들과 대회 참가자들은 목숨을 잃었다. 맹주인 무무대사는 정무맹의 비밀 무력대인 척화용무단을 이끌고 무림명숙들의 도움을 받아 잔여세력들을 소탕하고 있었다.
여자들의 집합체인 봉황대(???)는 화련용봉단(花???)과 함께 정무맹 내의 민간인들을 대피 호위하는 일을 맡았다. 그 중에는 유자인을 따라나섰던 호령을 제외한 여인들 또한 포함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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