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6화 〉 전초
* * *
“아버지!”
민혁이 그의 얼굴을 확인하기 무섭게 민혁의 품안에 안겨 있던 연화가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으응? 넌 누구냐?”
“......에?”
“......?”
하지만 흑룡왕 유자인의 반응은 유연화가 원하던 반응과는 많이 달랐다. 그는 마치 자신의 딸을 모르는 사람처럼 대했다. 그에 민혁은 왜 그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답을 찾다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연화의 꼬리를 보고 답을 찾았다. 현재 연화는 정신은 연화 본인의 것이지만 외향은 완전히 다른 수인의 것이다. 그러니 유자인이 못 알아보아도 전혀 이상함이 없었다. 오히려 바로 알아챈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것, 갑자기 어색해진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 민혁은 자신의 위에 누운 궁서련과 사윤을 안고 일어섰다. 그는 이미 화륜과 영조와의 전음을 엿듣고 그가 왔음을 알아챈 상태였다. 다만 그가 민혁을 발견을 타이밍 때문에 당황했을 뿐이다.
“아저씨 그 녀석이 연화에요”
“하하 그렇구나 이 녀석이 연화.,...!!!!!”
““““에에에에에에엑!!””””
유자인은 멍하니 자신의 품 안에 안긴 체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는 연화를 멍하니 쳐다보았고, 흑룡왕의 뒤에 자리하고 있던 유가의 무사들은 경악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사실은 변하지 않는 법, 약간의 소란이 지나간 후 민혁은 유자인을 따로 불러 그간의 과정을 따로 설명했다. 물론 아수라라는 신을 만났다거나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혈교의 술법에 걸려 목숨을 잃을 뻔 했고 선인의 도움으로 지금은 다른 육체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식으로 말이다. 다행히도 유자인은 민혁의 설명을 믿어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는 유자인을 보며 게임을 하면서 점점 거짓말 느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하아...연화를 지켜주지 못한 점은 정말 죄송합니다.”
“됐네..나도 이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주지 못했으니까 그보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우리 귀여운 딸을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구나”
“냐아아아~”
““““우오오오오!”””””
유자인이 자신의 가슴팍에 안긴 연화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자 연화는 기분이 좋은 듯 고양이 특유의 목소리를 냈다. 그에 유가의 무사들은 마치 연화가 아이돌이라도 되는 듯 그녀의 반응 하나 하나에 흥분한 듯 소리를 질렀다. 물론 그것을 언짢게 지켜보던 민혁의 눈빛에 입을 다물어야만 했지만 말이다.
“이왕 말이 다른 쪽으로 돌아간 김에 사위 저쪽은 어찌 된 건가?”
“저쪽이라니...?!!”
민혁은 굳어버린 유자인의 얼굴을 보며 살짝 의아해하며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쪽을 바라보았다. 그 쪽을 보니 사윤과 궁서련 그리고 호령이 어째서인지 얼굴을 붉히며 쭈뼛쭈뼛 서 있었다.
“사위!”
“아니...그게!”
콰아아아아아앙
장인의 압박 그리고 멀리서 들려오는 폭발음까지 첩첩산중(??山中)이니라
“흑룡왕 시주 따님과의 오랜만의 해후를 방해하여 죄송하지만 먼저 사정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아! 무무대사님......알겠습니다. 실은.. 저희 유가의 인원들은 북천에 복수를 하기 위해 그들이 무림에 숨겨놓은 재산이나 세력들을 뿌리 뽑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정무맹을 습격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발견하여 급히 달려왔습니다. 원로원주님께 사정을 설명하고 설득하여 정무맹의 무사들을 움직였습니다. 이 점은 사과드리겠습니다.. 검련(?)의 무인들을 밖에 대기해 놓았으며, 권수(??), 도림(??)은 노룡전(?戰) 인원들이 통제하여 북천의 세력을 막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내부에 침투한 적을 막기 위해서 움직였습니다...헌데......”
“약간 늦은 것 같은데요?”
민혁의 말에 무무대사를 비롯한 무림인들은 모두 침음성을 내뱉었다. 경기장 내부에는 오대세가의 인물들이나 구파의 인물들 그리고 마도나 사파의 인물들까지 여러 요인들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남은 생존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 비록 북천의 습격으로 인한 피해였지만 정무맹도 관리소홀로인한 책임을 피할 수 없어 보였다.
‘북천주라는 자 무슨 생각이지 천하공적이 되고 싶은건가?’
하지만 무너진 경기장을 보며 민혁이 한 생각은 남들과 달랐다. 그들은 책임에 대해 걱정했지 북천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았다.
아니 마치 그들은 안중에도 없는 느낌이다. 물론 모든 세력이 모여 있는 경기장을 폭파했으니 공적이 되는 것은 필연적, 그것을 모를 북천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천하공적이 되도 천하를 상대로 이길 자신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한 민혁은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쫘악 끼치는 것만 같았지만 너무 과대망상을 한 것이라 생각했다.
“으윽......”
“상처가 벌어집니다 가만히 있으십시오 남궁소저!”
“아니..크윽..에요..혹시 선수대기실에 대기하고 있던 인원은..으윽..어떻게 되었는지..”
모두가 박살이 난 경기장을 보며 침음성을 내뱉었다. 그 때 남궁희가 다친 팔을 부여잡고 유자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매인 남궁란이 걱정됨을, 유자인은 그녀의 말을 듣고 진중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옆으로 저어 보였다.
“폭발이 시작된 것은...아무래도 선수대기실로 보입니다..다행히 청수진인과 백련이라는 자는 찾았습니다. 허나 남궁란 북천의 신지위는 시체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털썩!
“남궁소저!”
유자인의 작은 고갯짓에 남궁희는 서 있던 자리에서 힘 없이 주저앉아 버렸다. 그녀를 사윤이 부축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이미 빛이 보이지 않았다.
“죽은 것은 아닐겁니다.”
그 때 그녀의 희망을 찾아 줄 만한 발언을 하며 나타난 이가 있었다. 그녀의 뒤로는 흑색 일색의 무복을 입은 자들이 일자 정연하게 서 있었는데 그들은 천마신교 소속의 무인들이었다. 그리고 남궁희에게 다시 희망을 찾아준 이는 당연하게도 신녀였다. 그녀는 수 많은 폭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멀쩡한 상태였다.
“신녀님 무사하셨습니까!”
“당연하죠 소검마 공 하지만 공은....”
“괜찮습니다 이까짓 팔 정도는 신녀님이 무사하시다면 없어져도 괜찮습니다!”
신녀에게 다가오며 무릎을 꿇는 진무강, 신녀는 그를 일으키며 비어버린 그의 한 쪽 소매를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검수에게 가장 중요한 팔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밝은 표정으로 신녀에게 웃음을 지어주었다.
“라,란이가 죽지 않았다니...그게 무슨...”
“아...네...어디부터 설명해야 할까요...저는 정무맹에서 제공해주신 방에서 잠시 쉬고 있었습니다. 소검마 공은 믿을만한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오자 사람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남궁란 소저를 안아 든 신지위 소협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아무래도 숙소 쪽으로 향하는 듯......”
신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처를 입고 있던 것이 거짓말이라도 되는 듯 남궁희가 자리를 박찼다. 갑작스레 이뤄진 일이라 사윤도 손을 쓸 수가 없었던지 그녀를 부축하고 있던 손은 어색하게 공중을 배회했다. 민혁은 정무맹에서 마련해준 숙소쪽에 팽성이 가 있을 것을 알기에 움직이고 싶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있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움직여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을 했다. 검제를 봐서라도 남궁희, 남궁란 자매는 살려야했다. 그리고 연화도 민혁에게 그녀를 따라가라는 듯 눈치를 주었다. 고민을 하던 민혁은 얼굴을 왈칵! 찌푸리더니 결국 뇌전풍신공의 기운을 터트렸다. 기운을 끌어 모아 뇌전풍신보를 사용한 민혁은 남궁희가 사라진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허허 관세음보살... 그 동안 참가하지 않았던 북천의 선수가 참가하는 것을 보고 설마 설마 했거늘”
“후회해도 늦었습니다...저희도 빨리 움직이도록 합시다. 정무맹 내부에도 북천의 무인들이 들어와 있을테니까요 호령 소저 연화야 따라오거라 그리고 으음...”
무무대사가 탄식을 흘리자 분위기가 가라 앉았다. 유자인은 전투 시 사기를 내려 앉히는 행동은 좋지 않기에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전투 인원들을 채찍질했다. 그리고는 전투에 도움이 될 만한 인원을 추리기 위해 생존자들을 바라보았다.
“사윤입니다.”
“궁서련”
“아..흠...사윤 소저도 궁 소저도 따라오시는 것이 좋겠소”
“알겠습니다.”
사윤과 궁서련이 고개를 끄덕이자 흑룡유가의 무인들과 연화들은 경기장의 잔해를 밟고 자리를 벗어났다.
“시주 정무맹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겪게 해서 정말 미안하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힘을 빌려 주시겠소?”
무무대사도 질 세라 신녀에게 의견을 전했다. 그녀는 그의 의견에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자 천마신교의 무인들은 진무강의 지휘에 따라 반으로 갈라져 유자인과 무무대사의 뒤를 따라갔다. 무너진 경기장에 남은 것은 면사로 싸여 보이지 않았지만 눈에 살기 가득한 마기가 맴돌고 있는 신녀와 한 쪽 팔을 잃은 진무강 뿐이었다.
한편 남궁희를 쫓던 민혁은 길이 엇갈린 것인지 그녀를 찾지 못하고 이미 폐허가 된 숙소에 도착했다. 여기저기에 정무맹의 무인들로 보이는 시체들이 널려 있었고, 건물을 폭탄을 맞은 듯 너나 할 것 없이 주저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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