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전초
* * *
“천하무림대전 대단원! 드디어 8강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번째 경기는 남궁세가의 민혁!”
우와아아아아아
청모학사의 말에 비무장 위로 모습을 보이는 민혁 그리고 그를 반기는 관중들
“그를 상대하는 파란의 주인공! 사천당가의 당진아!”
우와아아아아아
비무대 위에 올라선 두 사람과 그들을 환호로 맞이해주는 관중들, 당진아는 실컷 떠들던 비무장 아래에서와는 달리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야 그 나이대 어린애와도 같은 모습을 보이는 그녀에 민혁은 실풋 웃으며 그녀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8강 1차전 남궁세가 민혁 대 사천당가 당진아 시합 시작!”
청모학사의 말과 함께 먼저 움직인 것은 당진아였다. 청수진인과 제갈령과의 시합과는 다르게 그녀가 먼저 암기를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어디에 숨긴 것인지 소매속에서 날아오는 수 많은 암기를 보며 민혁은 여유롭게 허공답보를 펼쳤다. 일반적으로 암기가 날아옴에 있어서 공중으로 떠오르는 것은 표적이 되는 자살행위와도 같지만 민혁은 달랐다.
“이익! 아저씨 제대로 안 할래요!”
“아아~ 빨리 날려 암기 떨어지면 내려갈게~”
우우우우우우우
그에게는 마르지 않은 내공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는 마치 나비가 꽃을 따라 날 듯 공중을 밟으며 여유롭게 당진아의 암기들을 피해냈다. 그녀로써는 장난스러운 민혁의 행동에 뿔이 난 듯 볼을 부풀렸지만 그를 고꾸라뜨릴 방법이 없기에 귀엽게 발을 동동 거릴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관중들은 기대했던 통렬한 비무와는 다르게 장난 같은 비무에 야유성을 내질렀다.
“이제 암기 떨어졌어?”
“으씨!...그래요! 다 떨어졌어요!”
그렇게 한참을 암기를 피하던 민혁은 당진아가 더 이상 암기를 던지지 않자 조심스레 비무장 바닥을 밟았다. 싱긋 웃으며 약 올리듯 당진아에게 말을 거는 민혁, 그의 장난기 넘치는 웃음에 당진아는 화가 난 듯 손에 남아있던 마지막 암기를 그에게 던졌다. 당연한 듯 그를 피하는 민혁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싸우면 되요!”
하지만 그녀가 노린 것은 그가 암기를 피하는 것인 듯 했다. 그가 몸을 살짝 옆으로 돌려 암기를 피하자 당진아는 기회를 잡은 듯한 독수리와 같은 눈빛으로 그를 지켜보다 몸을 앞으로 숙이고 쏘아져나갔다. 그녀의 몸은 마치 매연과도 같이 까만 연기를 내뿜고 있었는데 민혁은 그것이 독이란 것을 쉽사리 알아차릴 수 있었다.
“으앗~ 피부가 따끔거려 이거 해독제는 있는거야?”
“에잇! 제대로 안하면 해독제 안 줄꺼에요!”
자신에게 쏘아져오는 그녀를 간단히 피한 민혁은 간지럽다고 아우성 치는 피부를 긁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아직까지도 장난스러운 그의 모습에 다시 한 번 그에게 달려들었다.
푸쉬이이익
“웃차 위험해요~”
“이익!”
그녀의 움직임을 파악한 듯 한 번더 몸을 피하는 민혁, 당진아는 그의 움직임을 예상이라도 한 듯 온 몸에서 아까보다 더한 몸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번엔 마비독이에요 슬슬 입질이 올껄요!”
비무장 위를 가득 매운 검은 연기 다행스럽게도 진법으로 인해 독기는 관중석까지 가지 않았으나 심판인 청모학사는 자리를 피할 수 밖에 없었다. 민혁도 비무장 밖을 나선다면 장외패가 되기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있는 것이지 그녀의 말따마다 그의 몸에도 슬슬 독이 기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입질이라는 소리를 지껄인 게 요 입이냐!”
“우웁!”
오른팔이 점점 굳어가자 빨리 끝을 내기로 마음을 먹은 그는 뇌전풍신보를 이용해 그녀의 뒤를 잡았다. 그리고는 그가 사라지자 정신 없이 뻐끔대고 있는 그녀의 입술을 잡았다. 어려도 여인이라는걸까 그가 입을 잡자 수치심 때문인지 얼굴을 붉히며 독기를 내뿜는 당진아를 보며 그는 조용히 그녀를 비무장 밖으로 던져버렸다.
꽈당
“아얏!..으씨! 아저씨!”
“시끄러 내 승리다 후하하하하핫!”
순식간에 벌어진 그의 기습 때문인지 비무장 밖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만 당진아는 통증을 겪은 통통한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비무장 위에서 실실 웃고 있는 민혁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노려봄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철판을 깐 것인지 꿈쩍도 않는 민혁의 모습에 당진아는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후우...진행이 늦어 죄송합니다. 8강 1차전 승자는 남궁세가의 민혁!”
레벨 업 하셨습니다.
그러던 중 독연을 피해 숨었던 청모학사가 어색하게 웃으며 비무장으로 돌아오더니 그의 승리를 선언했다.
“자 일어나”
“흥”
삐진 듯 고개를 휙 하니 돌리는 당진아, 민혁은 장난이 조금 지나쳤나 하고 생각했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간 뒤였고, 민혁은 그녀의 겨드랑이로 손을 넣어 강제로 안아 일으켰다. 그의 행동에 당진아는 놀란 듯 ‘히익!’ 이라 소리쳤지만 민혁은 그 소릴 무시한 체 그녀를 똑바로 세우고 비무장을 벗어나기 위해 걸었다. 당진아도 잠시 멍하니 그의 등 뒤를 바라보다 그를 따라 비무장을 벗어났다.
“......”
“......”
“삐진 중에 미안한데 해독제 주지 않을래 나 너무 간지러운데?”
“씨잉! 안 삐졌거든요!
“알았어 안 삐졌다. 됐지 이제 해독제 좀 주라 너무 간지러워”
“히잉....알았어요 줄게요...자요!”
승리가 선언된 뒤 비무장을 같이 빠져나오는 두 사람은 아무 말이 없었다. 당진아는 삐진 듯 그를 쳐다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었고, 민혁은 그녀가 너무 귀여움에 장난이 지나친 것이 이리 돌아올지 몰랐는지 식은땀을 흘렸다. 그의 오른팔은 아직도 마비독으로 마비되어 있었고 온 몸은 두드러기로 인해 미칠 듯 가려웠다. 그것을 참지 못한 그는 먼저 용기를 내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 있는 당진아에게 말을 걸었다.
“이게 해독제야?”
당진아가 내민 작은 환약, 그 크기가 좁쌀만 해서 민혁은 이게 정말 해독제가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힝!..해독제 맞거든요! 실력 있는 독인(?人)일수록 해독제는 작게 만드는 법이에요!”
“아~ 그러셔”
꿀꺽!
당진아가 해독제라고 버럭버럭 우긴 것을 삼키자 민혁은 마비 됐던 오른팔에 감각이 돌아오고 몸을 괴롭히던 간지러움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제서야 민혁은 자신의 손 안에 있던 좁쌀만한 환약이 진짜 해독제라는 것을 믿는지 신기하다는 듯 당진아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 서려있던 불신이 없어진 것을 알아챈 당진아는 없는 가슴을 당당히 앞으로 내밀고 선수대기실로 먼저 걸어갔다.
“허..참...웃긴 녀석일세”
헛웃음을 삼킨 민혁도 그녀를 따라 선수대기실로 향했다.
“소협”
그러던 중 2차전을 위해 나오던 남궁희와 마주쳤다.
“아 2차전 하러 나가는구나”
“예...버거운 상대일지라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남궁희가 모습을 보이자 민혁은 그녀가 2차전 출전자인 것을 생각해내며 또 다른 2차전 출전자가 누구인지도 생각해냈다. 소검마, 화경에 이른 고수로 아직 남궁희가 상대하기에는 요원한 상대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포기하지 않는 신념이 깃들어있었다. 민혁은 고지식하게만 보였던 그녀의 눈빛이 살아남에 남궁희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었다. 그에 그녀는 당황했는지 ‘후,후와아아아’ 팔을 버둥거리더니 비무장 방향으로 빠르게 뛰어갔다.
“여어 청춘이구만!”
“아...누구였더라?”
“이,이 미친놈이 진무강이다 진무강!”
30대 중년의 사내로 보였던 진무강, 민혁은 그가 수염을 깎은 모습을 보자 신선하다는 듯 그의 얼굴을 훑었다. ‘수염 하나로 사람이 달라지다니..’ 그의 액면가는 30대에서 20대 중반까지 내려갔다.
“반로환동이라고 했냐?”
“이..이 새끼가!”
민혁은 서 있던 자리에서 가볍게 뒤로 살짝 물러났다. 그러자 그가 서 있던 자리는 마치 무언가에 갈린 듯 벽돌이 부셔져나갔다. 민혁은 ‘어이쿠 사람 잡네’ 라며 진무강의 어깨를 살짝치며 선수대기실로 향했고, 얼굴을 붉게 물들이던 진무강은 이빨을 바득바득 갈더니 콧방귀를 뀌고는 남궁희가 걸어간 쪽으로 걸어갔다.
“냐아~ 왔어요 오라버니이~”
“왔나?”
“오셨습니까 후계”
“응 잘 보고 있었지 멋진 내 모습?”
“당신...요즈음 약간 이상해요 기분이 좋아도 너무 좋아 보이는데요..”
“흐흐 다 이유가 있지!”
민혁은 자리에 앉으며 경기장을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궁서련을 번쩍 들었다. 무인이기는 하지만 내공을 사용한 민혁에게는 가벼운 짐 정도의 무게 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안아들어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그의 갑작스러운 손길에 놀란 듯 무표정한 얼굴로 민혁을 돌아다보는 궁서련, 그에 민혁은 싱긋 웃더니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잇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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