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78화 (78/245)

〈 78화 〉 전초

* * *

“오셨습니까 후계”

“네 이번에는 상대가 쉬었으니까요”

“허허 1차전에도 상대는 쉬웠답니다.”

“허험!”

마치 조손과도 같은 장난스러운 대화를 마친 민혁은 비무장을 보았다. 그리고는 머리 위로 물음표를 만들었다.

“지금 제 눈이 잘못된겁니까?”

“아니요”

“지금 저기 비무장에 뻗어있는거 청수진인 아닙니까?”

“맞습니다.”

말 그대로 청수진인이 비무장 바닥에 뻗어있었다. 민혁은 당연히 자신이 준우승 후보로 찍었던 청수진인이 저 모양으로 누워 있자 그의 비무 상대를 바라보았다. 상대는 놀랍게도 어린아이였다. 녹색 궁장을 입고 있는 소녀, 소녀의 녹색 궁장에는 ‘당가’라고 한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Level: 77

이름: 당진아

종족: 인간

성별: 여

경지: 화경

체력: 16991/16991

내공: 130년

소녀는 놀랍게도 화경의 경지에 올라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상태창을 본 민혁은 예상 밖의 변수에 웃음을 지으면서도 게임을 만든 ‘수라’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이벤트를 벌인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민혁에 비해 떨어지긴 했지만 화경의 경지에 오른 고수만 5명, 만약 특전 혜택이 없었다면 보통 플레이어들은 예선전에서 모두 떨어졌을 난이도인 것이다.

“스,승자 사천당가 당진아!”

“““”“......”””””

우,우와아아아아아아­

청모학사도 예상 밖의 소녀의 승리에 놀랐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소녀의 승리를 선언했다. 본래라면 승리의 환호로 가득 찼을 관중석도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우승 후보의 탈락과 약관도 되지 않아 보이는 신진 고수의 등장, 충격은 잠시였지만 열광은 광기와 같았다. 수 많은 관중들의 환호에 한 떨기 해바라기처럼 밝게 웃으며 화답한 당진아는 보무도 당당하게 비무장을 내려갔다. 그녀를 따라서 4회전의 승자인 제갈령도 비무장을 내려갔는데 그녀는 마치 못 본 것을 본 사람처럼 멍하니 비무장을 빠져나갔다.

“..대체 비무 내용이 어떠했길래 청수진인이 패배한겁니까?”

“허허...후계 그게 말입니다..당가 사람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곤란한 듯 한 미소를 지으며 답하는 팽성의 설명에 따라 민혁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었다면 후에는 욕심이라는 글자가 그의 얼굴에 세겨졌다. 그녀를 가지고 싶다는 욕심, 청수진인과 팽성의 비무는 초반 지루한 기싸움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비무장 위에 서 있는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먼저 움직인 것은 청수진인, 권을 휘둘러오는 그에게 맞서 당진아는 소매춤에서 수 많은 암기를 쏘아냈다고 한다. 말로해서 수 많은 암기지 비무장 바닥에 떨어진 암기의 수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대충 센 종류만 해도 20여 종 그런 암기를 훌륭하게 전부 막아낸 그였지만 진이 빠진 그의 머리위로 독무가 다가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 또한 권풍으로 막아낸 청수진인, 여기서 끝났다면 좋겠지만 당진아는 이 과정을 세 차례나 반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청수진인의 내공이 빠지자 사천당가의 자랑이자 비전 만천회우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것도 나무젓가락으로 말이다.

“나무젓가락입니까?”

“네..나무젓가락입니다.”

대회 규정상 상대가 죽으면 살수를 날린 이는 실격 처리가 된다. 당진아도 그것을 알고있기에 나무젓가락을 사용한 것이겠지만 민혁은 웬지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모습에 팽성은 그저 ‘허허’ 하고 멋쩍게 웃음을 짓고는 다음으로 비무장에 올라오는 참가자를 지켜보았다.

예상 밖의 승리자가 나온 2회전이 끝나고 난후 남은 선수들은 총 15명, 1:1승부를 위해서는 1명이 모자랐다. 당연히 주최측인 정무맹도 이를 알고 있었고 탈락자 중 한 명을 패자부활전 형식으로 하여 다시 참가시키기로 했다. 이는 대회 전부터 정해져 있던 방식으로 당연하게도 청수진인이 다시금 본선 무대에 서게되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규칙이 아닌가라는 소리가 나왔지만 대회 시작 전 벽보에도 패자부활전 조항이 쓰여져 있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난 어제가 끝으로 이제 얼굴 볼 일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흥! 그러게 말이에요 어린여자아이에게 당하다니”

3회전, 16강이 시작되는 날, 선수대기실에서는 2회전을 통과한 남궁자매와 제갈령 그리고 민혁이 모여서 청수진인을 약올리고 있었다. 그는 볼을 붉게 붉히고 너털웃음을 지으며 어제 비무에 관한 것을 말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물론 제갈령의 지속적인 말에 항복을 하고 ‘허허 다 내가 못난 탓이오!’ 라고 소리치자 그를 갈구는 소리는 멈췄다. 애초에 우승 후보인 그와 붙지 않고 당가의 여자와 붙게 된 것이 신난 제갈령은 오늘 따라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어제 경기중 청수진인이 진 것은 당진아의 실력으로 보이지 않았고 그녀가 가진 독물이나 암기들에 의한 것으로 보여졌기 때문이다.

‘신났구만..’

하지만 당진아의 경지를 알고 있는 민혁으로써는 신나서 입을 나불대고 있는 제갈령의 모습이 약간 한심해보였다. 하지만 어차피 그녀는 선수대기실 한쪽에서 독침을 갈고 닦고 잇는 당진아의 손에 패배할 것임을 알기에 민혁은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상대를 찾았다. 16강 상대를 찾았다.

“......”

“......”

‘저 표정 그러고 보니 소윤이랑 많이 닮았네’

궁서련은 당진아와 마찬가지로 구석에 앉아 애병으로 보이는 검을 끌어 안고 있었다. 민혁이 그녀를 바라보자 궁서련도 그의 눈길을 눈치챘는지 그를 바라보았다. 그에 손을 들어 살랑살랑 흔들어주는 민혁, 하지만 궁서련은 마치 기본 옵션처럼 달려 있는 냉막한 무표정으로 그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애병을 끌어안은 체 눈을 감았다. 민혁은 그 모습이 저번에도 느꼈듯이 소윤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던 손을 제자리로 원위치 시켰다.

“16강 1차전 선수들 따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가리고 가려진 16명의 선수들이 올라온 16강이기에 선수대기실에 남을 수 있었던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무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자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우승 후보자인 궁서련과 민혁의 대결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빙공을 사용하지만 16강에 오르기까지 애병인듯한 검을 빼들지 않은 궁서련과 허리에 키 만한 검을 매달고 다니며 순식간에 상대를 요리하는 민혁, 둘을 부르는 정무맹 무사의 부름에 대기실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모두 다 그와 그녀를 주시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당당히 비무장으로 향하는 민혁과 궁서련, 민혁의 뒤로는 남궁란이 방방뛰며 응원을 해왔다.

“궁서련이라고 했던가?”

“......”

비무장으로 오르기 위해서 오르는 복도 대기중인 궁서련에게 민혁은 질문을 던졌다. 그에 그녀는 말 없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누구 응원 온 사람 없어?”

“......”

이번에도 말 없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민혁은 그녀의 모습에 다시 한 번 소윤의 모습에 겹쳐져서 인지 히죽 웃었다.

"자 쉼 없이 달려온 천하무림대전 드디어 16강! 이제부터 본선에 오른 16명의 자랑스런 무인들의 비무가 펼쳐지겠습니다. 첫 번째 용투! 16강 1회전 선수를 소개하겠습니다 남궁세가 민혁~! 무소속 궁서련~!"

우와아아아아아아­

‘궁서련 이겨라~!’

‘남자의 자존심을 지켜주시게!’

16강전답게 본선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중석을 빼곡이 채웠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민혁과 궁서련을 응원했는데 그녀를 응원하는 쪽은 그녀의 외모 덕분인지 전체 경기장의 70%가 넘었다. 민혁도 그 외모가 더하면 더했지 꿀리지 않았지만 모용청과의 시합에서의 구타사건 때문인지 응원하는 수가 적었다. 있다면 일부 남성들 정도였는데 그나마 그 이유도 현재 16강에 오른 선수들 중 남성이 5명 밖에 되지 않아서였다.

“16강 1차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수들 제 위치에 서주시기 바랍니다.”

청모학사의 말에 궁서련과 민혁은 서로를 보고 비무장 위에 섰다.

“시작!”

청모학사의 외침과 동시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짖쳐들어갔다. 일반인이 쫒기에는 힘든 둘의 속도, 민혁은 금빛 기운을 두르고 있었고 궁서련은 순백의 기운이 뿜고 있었다. 그리고 둘은 주먹을 맞부딪쳤다. ‘콰앙!’ 동시에 일어나는 기운과 기운의 충돌, 그 여파는 비무장을 넘어 관중석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16강전에 대비해 미리 설치해둔 진법이 그들의 기운을 막아냈다.

“우와~ 역시 정무맹 진법으로 기운이 빠져나가는 걸 막은 건가? 그럼 마음 놓고 싸워도 되겠네 안 그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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