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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강이다-76화 (76/245)

〈 76화 〉 전초

* * *

“뭐 쉬운 상대였으니까.. 그것보다 잠깐 쉬려고 하거든?”

“헤헤 조용히 하라는 소리죠 알았어요!”

진선의 표정을 힐끗 바라본 민혁은 자신의 앞에서 마치 강아지처럼 실실 웃으며 재잘재잘 데는 남궁란의 머리를 꾸욱 하고 누르며 말했다. 그에 며칠 동안이나마 민혁과 어울렸던 그녀는 대충이나마 그가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는 성향을 파악한 것인지 히죽 웃으며 주변에 들으라는 듯 크게 대답했다. 축객령 아닌 축객령에 민혁의 앞은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이 갈라졌고 민혁은 성큼성큼 걸어가 한쪽 구석에 털썩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옆에 따라 앉는 남궁란의 기척이 감지되기는 했지만 그는 따로 신경 쓰지는 않았다.

“오라버니이~ 일어나라냐~”

흔들흔들

“.....!”

일어나보니 저녁, 마구 요동치는 몸을 붙잡고 민혁은 살포시 눈을 떳다. 시야는 이미 어두컴컴 했고 야명주라도 걸어 놓은 건지 군데군데 희미한 빛이 있었다. 눈 앞에서는 연화가 얼굴을 한 없이 가까이 붙이며 그를 깨우고 있었는데 민혁은 살짝 놀라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쪽!

“후헤헤헤헤~ 흐냐아아~”

“당신...일어나자 마자...이 변태!”

“하아... 너란 놈은..”

“아니...이건! 불가항력이잖아!”

당연하게도 민혁이 자리에서 갑작스레 일어나자 얼굴을 마주하고 있던 연화와 얼굴을 부딫치는 것은 예고된 일, 두 사람은 의도치 않게 서로의 입술을 살짝 부딫쳤는데 연화는 예고치 않은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좋았는지 실실 웃었지만 민혁은 웃지 못했다. 바늘이 가는데 실가지 않으랴 당연히 연화가 이 자리에 있음은 호령과 사윤 또한 있음이었다. 그녀들은 입술박치기를 시전한 민혁을 쏘아보았는데 그 기세가 남달랐다. 민혁은 애인과 키스를 하는데 무슨 문제점이 있는지 반론할 기회를 노렸지만 살기까지 내뿜는 그녀들 앞에서 조용히 꼬리를 내렸다.

“허험...청춘이구려!”

“후하하핫! 연인끼리 키스 부럽다~”

“뭐야 너희들도 있었어?,,그 보다 지금 몇시야?”

왠지모를 수라장에 민혁이 식은땀을 흘리자 외야에서 웃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주인공들은 팽씨자매와 청수진인 남궁란, 남궁희였다. 그에 민혁은 뭔가 언짢은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다 어두워진 대기실 천장을 가리키며 시간을 물었다.

“참 빨리도 묻는구나! 어찌된 정신머리기에 긴장감 가득함 선수대기장에서 지금까지 잠을 청한 것이냐!”

“소협 7시 가량 되었습니다. 본선 1차전은 모두 종료되었구요.”

호령의 타박에 민혁은 쓰게 웃으며 답을 기다렸다. 답을 바로 해준 사람은 남궁희였다. 그녀의 답에 민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너희는 이겼어?’ 라며 청수진인과 남궁자매의 승패를 물었다. 그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는데 이겼다는 표정치고 남궁희의 표정은 어째서인지 좋지 못했다.

“표정이 안 좋은데 무슨......”

“당신!..시간 소비 그만하고 일이 있으니 움직이십시오!”

“맞아요! 오라버니이~”

남궁희의 표정이 좋지 않으니 신경이 쓰이는 점은 당연한 일, 민혁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자신의 팔을 양쪽에서 잡아끄는 물컹거림에 정신을 하늘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한쪽은 탄력적이었고 한쪽은 부드러우면서도 말캉거려서 기분이 좋았다. 사윤과 연화에게 팔짱을 당한 채 연행되다 시피 끌려가는 민혁은 자신의 의지로 걷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만연하는 행복감에 현실에서도 소윤에게 팔짱을 자주 해달라는 부탁을 해볼까 라는 생각을 했다.

“뭐야 이게?!”

정신없이 연화와 사윤에게 어딘가로 끌려 간 민혁은 그녀들이 팔짱을 풀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의 눈 앞에는 거대한 연회장이 차려져 있었는데 상석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앉아 있었다. 바로 팽성이었다.

“오라버니이~ 빨리 앉으라냐~”

“헛헛 뭐하십니까 얼른 자리에 앉으시지오”

멍하니 갑자기 자신의 앞에 펼처진 술자리를 바라보던 민혁은 연화와 청수진인의 말에 고개를 흔들며 정신을 일깨웠다. 술자리에는 팽성과 팽취를 상석으로 하여 연화와 호령 사윤 남궁자매와 팽씨자매 청수진인이 모두 앉아 있었다. 굳이 뽑자면 제갈령이 없었는데 민혁은 자신을 주시하는 10쌍의 눈빛에 견디지 못하고 결국에는 자리가 빈 팽성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그가 앉은 것을 확인하자 그제서야 왁자지껄 떠들기 시작하는 그녀들,

“하하하 놀라셨습니까 후계”

“아!...예...이거 팽가에서 준비해주신 겁니까?”

“예. 저희는 천하무림대전이 열릴 때 마다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승리를 한다면 승리주를 마시고 지면 패배주를 마시는 것이지요 본래는 팽가식구끼리 가지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저희 세가에선 참가자가 없어서 후계를 초대해보았습니다. 마음에 드시나요?”

민혁은 자신의 앞 잔에 술을 따르며 말하는 팽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은 놀랐다는 표시, 팽성은 그의 대답에 온화한 웃음을 보여주며 연회장을 쓸어다 보았다. 이미 술판이 되어가는 연회장, 청수진인은 실실웃으며 술병을 잔뜩 안고 홀짝이고 있었고 남궁자매와 팽씨자매는 서로 따라주며 그 나이대 여자처럼 웃고 떠들었다. 호령과 사윤은 서로를 노려보며 대작을 하고 있었는데 몇 분이 체 흐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의 옆에는 술병이 3개나 나뒹굴고 있었다. 다음날 시합이 있음에 약간 걱정이 들긴 했지만 즐거워 보이는 표정들을 보고 민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앞에 있던 술잔을 들어 들이켰다.

“크으.. 맛이 좋습니다.”

“하하하핫! 다행입니다.. 술을 잘 드시지 못하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술을 잘 마시시는 듯 하니 말입니다. 이런 떠들썩한 분위기도 좋지만 다음번에는 후계와 한번 대작을 해보고 싶습니다.”

술을 들이킨 민혁은 잔을 탁자에 타악! 소리가 나게 놓더니 살짝 발그레 해진 볼을 품고 팽성에게 말했다. 그는 민혁의 말에 호탕하게 웃으며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를 보는 듯한 다정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민혁은 그런 그를 보며 순간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이상한 감정이 솟구쳐 올랐지만 지금 이곳이 게임속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인지했다. 현실에는 팽성처럼 가족애를 가득 품고 민혁을 바라보는 사람은 소윤과 봉국 뿐이었으니 말이다.

“후헤헤헤헷!”

뭉클!

“연화!”

떠들썩한 연회장 분위기와 달리 조용히 팽성과 술잔을 기울이던 민혁, 막 세 번째 잔을 들이키던 그 때 그의 등 뒤로 연화가 웃음을 흘리며 달라붙었다. 그녀는 자신의 육감적인 몸을 생각도 안하는지 그의 등에 자신의 몸과 얼굴을 비비며 달라붙었는데 민혁은 순간 그녀의 감촉에 당황하여 들고 있던 술잔을 떨어트려 버렸다.

“연화 무슨 짓이야......응?”

결국 입던 있던 검정 무복에 술을 흘린 민혁은 약간 화가 났는지 등에 매달린 연화를 번쩍 들어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하지만 민혁의 물음에도 연화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술에 취한 것인지 잠이 들어 있었다. 아마도 술주정이었으리라 민혁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볼은 주정 때문에 나마 살짝 붉어진 연화의 모습이 너무나 어여뻤다. 처음 만난 공략 대상이자 가장 애착이 가는 여인, 그리고 다섯 손가락 중 가장 아픈 손가락 민혁은 연화의 살랑이는 꼬리와 머리에 붙은 귀를 바라보며 마음이 미워졌다.

“후계 그 처자가 연화라지요?”

“아...... 예.. 팽소저에게 들으신겁니까?”

민혁의 물음에 팽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너털웃음을 지었다. 왠지 모르게 민혁은 그녀의 외형이 변한 이유를 묻지 않고 웃음을 지어주는 그 덕분에 약간이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갸르르릉~’ 마음이 약간이나마 풀어진 민혁은 연화의 쫑긋거리는 귀를 매만져 주었다. 그러자 기분 좋은 신음을 내는 그녀, 민혁은 그녀를 한쪽 손으로 쓰다듬으며, 팽성과의 술잔을 다시 기울였다.

2차전의 날 선수 대기실은 첫 날과는 달리 한산했다. 60명이었던 인원은 줄어 30명이 되었다. 그리고 첫 날 보다 더한 긴장감이 대기실을 감싸고 있었다. 첫 날의 비무로 인해 서로의 실력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된 상태 물론 비장의 수가 있는 이가 몇몇 있기야 하겠지만 관중들과 선수들이 예측하기에 우승자는 이미 5명으로 좁혀져 있었다. 민혁이 듣기로는 첫 번째 후보는 민혁과 대기실에서 실랑이를 벌인 마도측의 참가자인 소검마(小??) 진무강이었다. 그는 1차전 경기가 시작되기 무섭게 강기를 날려 상대방을 장외패 시켰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강기를 사용함으로써 그는 자신이 화경의 고수인 것을 관중들에게 확인시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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