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 전초
* * *
저벅저벅
“......”
횃불이 시야를 밝히던 것과는 달리 걸으면 걸을수록 어두워지는 시야 일반일이라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테지만 지고의 경지에 오른 남궁천으로써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걷기를 한참 어둠 속에서 울리는 거라고는 검제의 발걸음 소리뿐 하지만 그것도 이내 뚝 끊긴다 그가 멈춘 것은 어느 감옥의 앞 남궁천은 준비해 온 횃불에 삼매진화를 이용해 불을 일으킨다 그와 동시에 밝아지는 시야 남궁천은 잠시 횃불을 응시하더니 밝아진 시야에 이제야 보이게 된 하나의 감옥을 슬픈 눈으로 들여다 보았다
“......현일아...”
녹색 지옥 보이는 것이라고는 나무들과 길 옆으로 난 절벽에 위태롭게 핀 들꽃들 뿐 그 꽃들의 산뜻한 아름다움도 숲 길을 지나는 6명의 여인들에게는 비할 바가 못 되었다 무인이라도 되는 지 각각 병장기를 허리에 차고 있는 그녀들의 미색은 화용월태, 천하제일 어떤 미사여구를 붙여도 모자람이 없었는데 그런 꽃밭 속에 흑색의 무복을 입은 남성이 한 명 있었다 그는 바로 민혁이었다 그녀들은 모란을 포함한 여성진들, 평소라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을 했을 민혁과 여인들이었겠지만 어째서인지 그들은 말도 없이 경공을 사용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짜증이라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
“오라버니이~ 이쪽 길 맞아요~?”
“응... 아마도....?”
“너무 건성건성 대답하는 거 아닙니까?”
연화의 애교 섞인 말에도 건성건성 대답을 하는 민혁 그에 사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투정을 부려보았다 평소의 민혁이었다면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겠지만 그는 지금 그럴 기분도 아니거니와 마음도 내키지 않았다 그저 좀 더 빨리 발을 재촉할 뿐 그에 민혁의 대답을 기대하던 사윤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고 그를 지켜보고 있던 호령은 한숨을 쉬며 잠시 쉬며 잠시 쉬었다 가자는 제스쳐를 민혁에게 보냈다 자신의 앞에 달리고 있던 그녀의 사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경공을 멈추었다 그러자 그에게 달라 붙는 여인들
“오라버니이~ 힘드셨죠 여기 물이요오~”
“아..고마워...”
“제가 어깨를 주물러 드리겠습니다.”
“응..”
‘하아... 어째서 여기 있는거냐고요!’
평소였다면 환하게 웃으며 그녀들의 손짓에 기뻐했을 그였지만 민혁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했다 그에 연화와 사윤은 울상을 지으며 더욱 더 그에게 달라붙었다 그녀들의 모습을 보며 냉랭한 반응을 보였던 그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지도창을 열었다
현위치: 절강성 천주산
불투명한 지도 위에 붉게 빛나고 있는 점과 함께 위치를 알려 주는 글 천하무림대전이 열리는 하남성과도 그리고 남궁세가가 위치하고 있는 안휘성과도 한참 떨어진 곳 바로 절강성이었다 본래라면 안휘성에서 검제를 찾아 소림사로 떠났어야 했겠지만 민혁과 그녀들이 소림사가 아닌 이곳에 있는 이유는 바로 사황전주의 아들 호문의 생존여부 때문이었다 모든 일이 정리된 후 민혁은 잠시 잊어먹고 있었던 호문에 관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혈교의 안휘성 분타를 다시 찾았다 본 성격 대로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사황전주 호소가 마음에 든 그는 일종의 선물을 주려는 심리로 그곳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분명 모란의 말대로 호문이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추악했다 피부는 죽은 듯 파래져 있었고 손톱은 짐승의 그것처럼 날카롭게 가다듬어져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마치 사람이 아닌 것처럼 적광으로 빛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고 모란은 충격을 받은 듯 나지막히 읊조렸다
강시[??]!
지하감옥에 쇠사슬로 된 제어구에 묶여 홀로 갇혀있던 그는 민혁을 보자 적광을 내는 눈동자를 빛내며 스스로 쇠사슬을 끊고 그에게 덤벼왔다 처음에는 당황해 호문의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던 그이지만 모란의 입에서 강시라는 말이 나오자 호문의 두 팔과 다리를 잘라버리고 그를 제압했다 하지만 그를 제압하자 나타난 괴인들에 의해 호문의 몸을 강탈 당하고 말았다 그들은 스스로를 혈교의 주술사들이라고 칭했는데 망토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얼굴까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자신들의 소개를 한 그들은 이내 마치 신기루 처럼 자리에서 사라졌고 민혁과 그녀들은 그들의 흔적을 찾아 이곳 절강성까지 그들을 쫒아 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을 잡는 것에 성공했고 여러 가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마인제작술 S등급
혈마신교의 비술 본래는 죽은 자의 시체에 영혼을 불러 전쟁 중에 유언 없이 죽어버린 병사들의 유가족을 위해 만들어진 술법 죽은 자의 영혼을 시체에 강령하고 그 시체에 영혼의 인분을 발라 제작할 수 있다 제작한 마인은 생전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고 무공실력 또한 그대로다 하지만 마인제작술을 악용해서 무림을 공포에 떨게 했던 혈마신교의 7대 부교주 연교랍 때문에 금지된 비술로 알려져 있다
수확은 스킬 마인제작술과 경험치 그리고 주술사에 대한 퀘스트, 정보 습득 이었다 주술사들은 민혁들의 추적을 피하면서도 공격을 감행해왔는데 그 공격은 마치 판타지 세계의 마법과도 같았다 그에 민혁은 반드시 주술을 익혀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찌 됐던 주술사들을 잡는 것 까지는 성공을 했다 문제는 그들이 호문의 몸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 붙잡은 주술사들의 말로는 절강성 분타에 맡겨 놨다고 말했다 민혁은 그들의 말을 듣자 마자 그들의 목을 쳐 경험치로 그들을 환원 시켰다 레벨 업도 안되는 수치의 경험치에 짜증이 났지만 혈교의 분타를 쳐서 강시가 된 호문의 몸을 찾아야 한다는 사윤 그리고 연화의 끈질긴 설득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모란이 절강성 분타가 있는 장소를 모른다는 것 혈교의 특성 상 혹시 모를 습격을 대비해 서로의 분타 위치를 비밀로 한다는 것이었다 그에 일행은 절강성 인근 천주산을 이 잡듯 뒤졌다 하지만 이 인근을 뒤지는 것도 사흘 째 사람은 커녕 사람이 사는 흔적을 가진 집터 조차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앞으로 천하무림대전이 시작하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슬슬 다시 출발하자.”
“흐음..그러도록 하지 지희야 모란 출발하자꾸나.”
“알겠어요.”
“네 일어서자 소야”
“응 누나.”
어느 정도 쉬는 시간을 보내고 민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호령에게 가자는 말을 꺼냈다 그의 말에 그녀는 호응하며 한 쪽에서 운기행공 중인 팽소를 지켜보고 있는 팽지희와 모란을 불렀다 그녀들은 알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정리했다 팽지희는 팽소를 불렀는데 그녀가 부르기 무섭게 팽소는 눈을 번쩍 떳다 그녀의 눈에는 금빛의 뇌광이 번쩍이고 있었는데 이제는 팽소 민혁의 도움 없이 혼자 운기행공을 할 수 있게 그녀의 벽력신공이 발전을 했다는 증거였다
“......”
“......”
“하아... 그런 표정 짓지마 나 화 많이 난 거 아니니까 짜증 부려서 미안해 그까짓 천하무림대전이야 늦어도 돼”
팽소와 팽지희가 운기행공을 위해 바닥에 깔아 놓은 모포를 걷고 정리를 하는 사이 사윤과 연화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민혁의 곁에 서 있을 뿐 평소 처럼 발랄한 모습을 보여주진 않았다 그에 민혁은 신경이 쓰이는 것인지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그녀들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고 소심스레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히읏..’ ‘후웃!’ 각각 귀여운 신음성을 내며 민혁의 팔에 달라붙어 웃는 그녀들의 모습에 그는 싱긋 웃으며 다시 지도를 열었다 자신들의 위치를 붉게 물들이고 있는 현위치와 그리고 그 위로 표시되는 폭포 민혁은 아마도 이 장소가 혈교의 분타로 의심되어 마지막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중이었다.
“에효~ 이 좋은 날 여기서 떨어지는 폭포소리나 듣고 청승이나 떨어야 하다니.. 나도 마을에 나가서 아내를 얻고 싶다.”
시간대가 낮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컴컴한 동굴 폭포가 동굴 입구를 막고 있어서 인지 그런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입구 창을 들고 서서 짝다리를 집고 보초를 서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자신의 신세 한탄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자뭇 처량해 보였다 그 때 폭포수 너머로 여러 개의 그림자가 들어섰다 하지만 남자는 눈을 감고 있어서 그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듯 했다
첨벙
“으응...누구...!”
물이 첨벙이는 소리 그에 남자는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폭포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가 고개를 돌리자 마자 남자는 정신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폭포를 가르고 모습을 드러내는 그림자의 정체 바로 민혁과 그녀들이었다 민혁들은 몸에 물이 흠뻑 젖은 체로 나타났는데 그 모습이 몹시 요염했다 물에 젖어 몸에 착 달라붙은 무복 그 너머로 보이는 풍만한 젖가슴과 둔부의 곡선 그녀들은 ‘이게 뭐냐’ 는 표정으로 달라붙은 옷을 잡아 늘어 트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축히 젖은 옷은 원상태로 돌아 가고 말았다 그에 호령과 사윤 그리고 팽소는 내공을 조절해 옷에 묻은 물기를 모두 날려버렸다 연화와 팽지희는 아직 그 정도로 경지가 높지 않아 팽소와 호령의 도움으로 옷을 말릴 수 있었는데 이를 지켜보던 민혁은 묘한 표정을 짓고 자신 또한 내공을 이용해 옷을 말렸다
“헤에~ 놀랍네요오 이런 곳에 분타를 만들다니!”
“맞다 폭포수 아래라니 그 누구도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그러게요 놀랍군요 저도 상상도 못했어요.”
“남궁세가 근처에 분타를 만든 니가 말할 처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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