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는 최강이다-47화 (47/245)

〈 47화 〉 전초

* * *

퍼억!

“놀고 자빠졌네!”

“애새끼가 미쳤나 시발! 만만하게 보였냐 개새끼야 하아...시발 오랜만에 재미 좀 보겠다는데 꼭 피를 보게 하네 이 좆 같은 새끼가!”

순간의 방심 얼굴에 꽂힌 불량배의 주먹에 비틀거리는 민혁 불량배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를 발로 차 쓰러뜨리고 자근자근 밟아대기 시작했다 숨조차 쉬어지지 않는 상황 민혁은 고통 속에서도 소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울먹이며 어찌 할 바 몰라 하는 그녀의 모습 순간 그녀에게 처음 민혁의 발차기에 맞아 벽에 부딪쳐 쓰러저 있던 불량배가 다가갔다 소윤의 손을 잡고 끌고 가려는 모습 그는 눈 앞이 흐려지는 상황에서도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고 소리쳤다.

“크악..하,하지마!”

“이새끼가 누구한테 뭐라고 하는거야 시발!”

“오늘 잘못 걸린줄 알아라 니 여친 오늘 걸레 만들어 줄테니까”

“민혁!”

민혁의 그런 모습에 비열한 웃음으로 대답하는 불량배들 그리고 잡힌 손목을 풀려고 반항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소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순간 민혁은 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지는 느낌이 났다 처음은 미미했다 그의 몸에서 일어나는 정전기들 그리고 그것은 한 줄기 뇌성으로 바뀌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한 줄기 벼락 그 뇌전은 민혁의 몸으로 떨어졌고 그의 몸을 밟던 불량배들을 지저버렸다

“흐어!흐어! 벼,벼락이!!”

“이건.....뇌령..!”

벼락이 떨어진 것을 보자 소윤을 밟고 있던 불량배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도망쳐버렸고 그 자리에는 뇌전의 기운에 휩싸인 체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들여다 보고 있는 민혁과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체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소윤 뿐이 존재하지 않았다.

경찰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여기저기 고성이 오가고 욕설이 난무한다 그 속에서 민혁은 멍하니 자신의 손바닥을 들여다 보고 있다 평소와 같은 손, 앞에서 떠들고 있는 경찰관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멍하니 손바닥만을 바라본다 느껴지는 것이라고는 자신의 옷을 붙잡고 있는 소윤의 손길 뿐 그녀의 손길에 민혁은 멍하니 뒤를 돌아본다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는 눈물자국에 가슴이 시리다 민혁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주고는 자신의 점퍼 자락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이끌고 경찰서를 빠져나와 걷기 시작했다 무작정 걷고 싶은 느낌 다행이라고 할까 경찰서에서 그녀의 집까지는 불과 100미터 남짓

“......”

“......”

둘 사이에선 침묵만이 흘렀다 숨이 막힐 듯한 침묵에 민혁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지독히도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인 일을 겪은 경험차로써는 말이다. 뚝 멈춰지는 걸음 자신을 잡는 무게감에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손을 들어 앞을 가리킨다 어느새 도착한 그녀의 오피스텔, 민혁은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처음 그녀를 집 앞까지 데려다 줄 때가 생각이 난 것이다 첫 데이트를 끝마치고 그녀를 데려다 줄 때 서로의 손의 온기를 느끼며 오로지 앞을 보고 걷는 둘 사이에는 지금처럼 침묵만이 흘렀었다 세상에 오직 둘 만이 존재하는 듯 서로만을 의식하며 걷던 그 때

“미안해..”

“......?”

갑작스러운 민혁의 사과에 소윤은 고개를 갸웃둥했다 무었이 미안하단걸까 불량배들이 자신에게 작업을 걸도록 내버려 둔 것? 오랜만에 데이트를 경찰서에 끝낸 것?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오직 이 손을 잡고 있는 이 순간만이 오직 현재만이 자신에겐 중요한 일일 뿐인데 소윤은 그의 사과에 대한 의미를 찾지 못한 체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잡았다

“......?”

“미안해 하지마.”

쪽!

갑작스레 자신의 볼을 잡는 그녀의 행동에 당황스러움을 지우지도 못한체 당한 장난스러운 키스 민혁은 자신의 입술을 쓰다듬는다 아직도 남아 있는 듯한 그녀의 온기에 그는 희미한 미소를 짓는다 잠깐 멍해져 있기를 몆 분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소윤은 키스를 하고 오피스텔로 들어가버렸는지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가 사는 오피스텔이 있는 층을 바라보더니 주머니에 손을 꽂고 다시 길을 걷는다 복잡한 생각은 모두 털어버린 체

“그렇게 감동적이게 헤어졌는데 왜 여기 온 거야...”

“그,그게 있잖아 음...집에 갔는데 키가 없어져 버렸지 뭐야 아까 맞을 때 길에다 떨어뜨렸나 본데 오늘 눈도 오고 시간도 늦고해서 말이지... 정비공이 내일이나 온다지 뭐야 하,하하...”

현관문에서 대치중인 남녀 오랜만에 듣는 그녀의 긴 언어표현에 민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상황을 설명해준다 사실 정비공이라면 오늘이라도 올 수 있다고 했지만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기 싫었던 그의 일종의 투정이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그녀는 한숨을 쉬더니 부엌으로 들어가버린다. 그에 민혁은 그것이 승낙의 표시라는 것을 알기에 점퍼를 벗어 한쪽에 있는 옷걸이에 걸어 놓고 쇼파에 앉아 곳곳을 둘러본다

“여기.”

“응 고마워.”

깔끔한 인테리어와 향긋한 향기 그리고 혼자 사는 것 치고는 약간 큰 크기의 거실과 부엌 민혁은 곳곳을 둘러보며 감상평을 생각하고 있었을 때 소윤이 차를 내밀었다 특유의 녹색과 쌉싸름한 향기 그가 싫어하는 녹차였다 일단은 잘 마신다는 말을 했기에 흐르릅 하고 마시기는 했지만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 쓴 맛에 혀를 내둘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소윤은 조금이지만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그도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간 것을 보기는 했지만 못 본척 차를 홀짝이며 마셨다 이윽고 바닥을 드러내는 찻잔 그러자 소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가 마신 찻잔을 받아 부엌에 갖다놓았다 그리고는 멀뚱멀뚱 쇼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 남녀

“......저기 이제 잘까?”

“...응”

알 수 없는 어색함에 민혁은 목덜미를 긁더니 조금씩 몰려오는 피곤함을 핑계 삼아 말을 꺼냈다 그에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나 씻어도 되?”

끄덕끄덕

소윤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자 익숙한 듯 욕실로 들어가는 민혁, 그가 사라지고 나자 소윤은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욕실에서부터 들려오는 물소리에 그녀는 좀도둑질을 하다가 걸린 예비 범죄자처럼 몸을 움찔 떨었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을 정신없이 서성이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부끄럼이 많은 그녀이기에 가능한 행동이었지만 그것을 예상한 듯 욕실의 문 틈 사이로 민혁은 이 상황을 엿보고 있었다 작게 미소를 지은 그는 이내 문을 닫고 정말로 씻기 시작했다.

“휴우 개운하다.”

물기 젖은 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나오는 민혁, 그는 소윤의 모습을 찾으려 거실을 둘러 보았지만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인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것인 트레이닝 복 한 벌이 쇼파에 걸쳐저 있었다 저번에 자면서 놓고 간 것을 빨래해서 가지고 있었던 모양인지 빳빳한 모양의 트레이닝 복에 민혁은 그 자리에서 훌렁훌렁 옷을 벗어 갈아 입고 그녀를 찾기 시작했다 부엌에도 배란다에도 없는 그녀의 모습에 그는 침실로 걸음을 옮겼다.

“소윤아 여기 이......!!!!”

민혁은 침실의 문을 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문을 열자 보이는 광경은 속옷만을 착용한 체 침대에 누워 있는 소윤의 모습이었다. 새하얀 눈처럼 순백색의 피부와는 대조되는 보라색의 뇌쇄적인 속옷을 위아래로 맞춰 입으며 가터벨트를 하고 수줍은 듯 볼을 붉게 물들이며 양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 민혁은 무언가 뿜어져 나올 것 같은 코를 부여잡고 멍한 시선으로 그녀의 모습을 각인시킬 듯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런 그의 시선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모로 돌리는 소윤

“뭐,뭐하는 거야?”

“......”

한참동안 더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보던 민혁은 이내 고개를 흔들더니 자신 또한 볼을 붉게 물들이고서 그녀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에 조용히 누워 있던 침대에서 내려와 민혁에게 다가오는 그녀

꿀꺽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그녀가 다가옴에 따라 민혁은 뒷골이 서늘할 정도의 흥분을 느꼇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의 손길이 민혁의 얼굴에 닿자 그는 마치 벼락에 맞은 듯 바르르 떨더니 그녀를 들어 올려 침대에 던졌다 하지만 소윤은 갑작스러운 민혁의 행동에도 놀란 눈치 없이 푹신한 침대에 몸을 뉘였다 그리고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다 사실 그가 욕실로 들어간 순간 소윤은 여러 가지 고민을 했다 데이트를 하던 도중 있었던 일로 무언가 충격을 받은 듯한 민혁의 태도에 그를 어떻게 위로할까 라는 생각을! 사실 그녀도 민혁이 열쇠라는 핑계로 투정을 부리러 온 것을 안다 그런 것이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니 말이다 그리고 이왕 투정을 받아주는 김에 서비스를 하자는 차원에서 이런 차림을 해보았는데 그것이 어떤 효과를 일으킬지 소윤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소윤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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