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화 〉 전초
* * *
“너희들... 뭘 하고 있는 게냐......”
지옥의 마부에서 올라온 듯한 호령의 목소리에도 민혁은 싱긋 웃더니 그녀를 허공섭물을 이용해 품 안에 안았다 민혁의 품 안에 안긴 호령은 얼굴을 붉히며 ‘놔,놔라 뭘 하는 짓이냐?’ 발버둥 치며 소리쳤고 민혁은 싱긋 웃으며 그녀의 입술을 빼앗았다 이윽고 은색의 실선이 둘 사이를 이었고 그저 얼굴만을 붉히고 있는 호령에게 민혁은 ‘질투도 귀여운데’ 그녀의 귓불을 잘근잘근 씹으며 속삭였다
“지,지,지지질투라니! 내가 언제 츄릅 츄르릅...하아..! 하아...!”
호령은 그의 말을 반박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더듬으며 말하는 그녀의 말은 설득력이 없었고 결국에는 다시 한 번 입술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다 다시 한 번 입맞춤을 끝낸 호령은 이제는 자신이 민혁에게 덤벼들었고 민혁 또한 자신의 물건을 사윤의 음부 균열사이에 꽂아 넣으며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그리고 다음 날 까지 네명의 남녀는 민혁의 주도 하에 쉴새 없는 열락의 밤을 보내야만 했다
ㆍ
ㆍ
ㆍ
석가장
석가장은 산서성에 존재하는 평범하고 조그마한 대장간이라고는 하지만 그 선조의 행적을 살펴보자면 결코 평범한 대장감이 아니다 석가의 선조는 4살 때 풀무질을 배우고 10살 명검을 만들었으며 23살 황제에게 검을 진상할 신병을 만들고 47살 그 무었에도 베어지지 않는 강철을 탄생시켰고 62살 무기를 만듬에 있어서 천하제일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78살 전설 속의 신병 천호노도(????)를 만들었고 죽기 전 자신이 만든 모든 무기들을 찾아 파괴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손들도 선조의 손재주와 정신을 이어 받은 것인지 산서성의 무인이라면 모두 알고 있을 정도로 무기 제련 솜씨가 뛰어난 곳이다 그 솜씨가 얼마나 뛰어난 지 천 가지가 넘는 신병이기를 다루어 봤다는 무왕(?王) 막여기 조차 이곳의 검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산서성의 무인이라면 누구나 석가장에서 제작한 무기를 가지기를 원했고 소망한다 그런 그 곳에서 지금 철을 두드리는 소리 대신 비명과 울음소리가 난무하고 있었다
“크윽! 어찌 네놈이 이런 짓을 벌일 수 있단 말이냐!:
가슴에 검상을 입은 듯 피가 흘러나오는 상처를 손으로 막고 비틀거리는 중년의 사내 그리고 그에게 검을 겨누고 있는 백발의 노인 중년의 사내는 자신에게 검을 겨누고 있는 노인을 보며 원망스러운 듯 소리 질렀고 노인은 그저 눈을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감을 뿐이었다
“미안하오... 장주 나도 이러고 싶진 않았지만 천주의 명령은 절대적이오.”
“크윽...!”
이내 눈을 뜨고 말하는 노인의 말에 중년의 사내 석가장주 석지량은 침음성을 내밷는다 솔직히 말해 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눈 앞에 이자가 설사 도망을 치게 내버려 두더라고 자신은 아마 죽을 것이다 가슴의 검상은 너무나 깊었다 지금 이야기를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거의 기적일 정도로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철을 두드리는 소리가 만연하던 이곳이 풀무질을 하며 땀을 내비치면서도 웃던 그들이 죽는 것이 그리고 연화 그 아이가 결혼 하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 아련한 눈빛을 하고 생각에 빠져있던 석지량은 이내 눈을 조용히 감는다 회광반조(回光返?) 죽음 직전에 이른 이가 잠시 온전한 정신으로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는 현상
“잘 가시오...... 영조 거기 있느냐?”
“예 어르신!”
“이제 가자꾸나 마지막 임무가 끝났으니......”
잠시 석지량을 지켜보던 백발의 노인은 고개를 숙이며 그에 대한 예를 갖추었고 어둠속에 숨어 있던 누군가를 부르더니 이내 그 자와 함께 불타고 있는 석가장에서 그 모습을 감추었다.
다음 날 민혁은 사윤과 연화 호령 그리고 팽가 자매와 함께 정무맹을 떠났다 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중간 중간에 산적들이나 도적 떼들이 습격을 해왔지만 경험치로 변환될 뿐이었다 게다가 가는 길마다 객잔이 있어서 노숙을 할 필요도 없었다 다만 팽가 자매의 시선이 신경이 쓰였는지 그녀들이 즐거운 밤을 거부하는 바람에 심심한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민혁은 다시는 하지는 않을 거라 다짐했던 자동진행을 설정하고 게임을 종료했다.
우드득 우드득
“으윽...허리 부러지겠네”
게임을 하고 나면 반복되는 행동에 민혁은 한참을 굳어 있던 몸을 풀어 주었다 온통 백색인 캡슐 한명은 족히 누울 수 있는 크기지만 몸을 마음 껏 풀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허리를 뒤틀어 뼈소리를 내고는 캡슐을 열고 밖으로 빠져 나왔다 주위를 살펴보니 어두스름 한 것이 아직은 새벽인 듯 해 보였다 방의 불을 켜고 방을 둘러보니 어수선한 방 역시 남자 혼자 사는 집이기에 게임CD나 주변기기가 널려져 있기는 했으나 깔끔한 것을 대체로 좋아하는 민혁이기에 옷가지가 널려 있지는 않았다
“6시네 더 잘까?”
불을 켜고 거실로 나와 시계를 확인한 민혁은 ‘이리와 날 가져!’ 라며 자신을 유혹하는 듯한 소파의 우아한 자태에 잠시 고민을 하다 다시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가지고 나왔다 결국 소파의 유혹에 빠진 그는 푹신푹신한 자신의 베스트 플레이스에 등을 기댔다 아무리 가상현실증강장치 즉 캡슐에서 게임을 플레이 할 때 가수면에 빠진다고 해도 뇌 자체가 피곤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기에 수면은 꼭 필요하다 그 예로 계속해서 캡슐을 사용해 자신의 뇌를 혹사한 사람이 식물인간이 되어버려 사회적 무리를 일으킨 사건이 있기도 했다 그 덕분에 캡슐에는 뇌에 무리가 오면 자동으로 게임을 종료하는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고 민혁도 왠만하면 무리해서 게임을 하지 않는다.
띠리링띠리링~!
“하아...누구야......”
민혁이 막 소파에 몸을 묻고 잠을 청하려 할 때 쯤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에 그는 한숨을 쉬며 피곤한 몸을 일으켜 빨리 받으라는 듯 재촉하는 수화기를 잡아 들었다. 하지만 수화기를 들자 들려오는 목소리에 민혁은 재빨리 수화기를 다시 내려놓고 마치 좀비처럼 소파로 걸어 가 몸을 뉘였다
띠리링띠리링~!
“......”
그러나 다시 울리는 전화벨 민혁은 아무 말 없이 소파에서 일어나 이번에는 아예 전화선을 빼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자리에 누운 그는 또 다시 울리는 전화벨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불을 걷어차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캡슐을 열고 그 안에 있는 자신의 스마트폰에 뜬 전화번호를 보고 이를 바득바득 갈고 통화 버튼을 터치했다.
“왜......”
(야 전화를 받자마자 끊는 게 어디...)
평소와는 다르게 낮게 깔린 민혁의 목소리와 대조 되게 새벽부터 신난 듯한 상대의 목소리에 민혁은 또 다시 전화를 끊어 버렸다 하지만 이내 다시 걸려오는 전화
(야 날 대하는 태도가 저번하고 너무 다르지 않냐?!)
“시끄럽고 왜 전화 했는지 용건이나 말해 봉국이형”
전화를 건 상대의 이름은 봉국 민혁이 초등학교서부터 친하게 지내던 일명 선배 이자 젊은 나이에 가상현실게임사 중 최고라 불리는 ‘수라’의 개발연구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힘있는 형이었다 저번 자신에게 게임을 받았을 때의 태도와는 다르게 쌀쌀맞은 민혁의 태도에 발끈하는 봉국이었지만 민혁의 날카로운 말에 잠시 뜸을 들이더니 ‘아 거기는 아직 새벽이구나? 아 미안 미안 여기 지금 아르헨티나에 출장 왔거든 시간 차이 확인 못했네’ 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에 민혁은 다시 한 번 전화를 끊을 뻔 했지만 무언가 용건이 있는 듯 해보여 차마 다시 끊지는 못했다
“용건이나 말해... 지금 자려고 했거든......”
(아 미안 미안 이번에 서클에 의뢰가 들어와서 말이야 그런데 나 지금 출장와서 너 혼자 해야될 거 같아서 아 물론 보수는 너한테 다 줄게)
의뢰라는 소리에 민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의뢰를 끝낸 지가 아직 일주일 밖에 안 됐다 그런데 벌써 의뢰를 받았다고? 민혁은 속으로 의문이 무럭무럭 피어났지만 일단 그의 말을 듣기로 했다.
(그게 이번에 니가 플레이 하는 ‘창혼’ 있잖아? 그거 에디터 신청한 사람이 있어서)
“뭐? ‘창혼’을 플레이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그게 아무래도 회사 관계자 같아 초회한정판은 아직 출시도 안되서 회사 고위 간부들이나 먼저 즐길 수 있는 건데 의뢰신청을 한걸보니까 아...... 그러고 보면 나 의심 받고 있는건가 초회한정판을 의뢰한거 보니까? 잘못하면 짤리겠는데...)
봉국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민혁은 일단 한번 생각을 해보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캡슐에 앉아 생각에 빠졌다 봉국이 말하는 의뢰란 의뢰자의 요청을 받아 게임을 해킹해 그에 대한 에디터를 만들고 세이브 파일을 파는 것 혹은 공략집을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회사 게임을 해킹해 에디터를 만드는 일이기에 처음 봉국이 하는 일을 안 민혁도 그를 미쳤다고 했지만 자신도 일을 하다 보니 꽤 돈이 되는 일이었다 비싼 등록금 의식주 그리고 캡슐 이용비까지 한 달에 한건 정도의 의뢰면 충분했고 오히려 제법 저금까지 했다 게다가 이번 건은 평소에 해왔던 의뢰비의 거의 두 배 하지만 이번 건은 위험한 냄새가 났다 간부들에게 나눠주는 한정판의 에디터파일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가 들어온걸 보면 아무래도 간부 중에서 에디터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범인을 잡으려고 하는 듯 했다. 일명 함정수사라고나 할까?
“후으으읔~ 모르겠다 나중에 생각하고 몆시야? 에엑...... 벌써 9시잖아 자긴 글렀네”
기지게를 펴며 자신의 붉디 붉은 머리를 거칠게 긁은 민혁은 거실로 나와 시계를 보고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상의를 훌러덩 벗더니 욕실로 들어가버렸다 그리고 들리는 물소리와 콧노래소리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