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화 〉 전초
* * *
침울한 표정을 하는 팽성의 모습에 민혁은 한숨을 쉬더니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하아...... 좋습니다 제가 해결해 드리죠?”
“저,정말이십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민혁 그의 고갯짓에 팽취는 저도 모르게 기쁨의 눈물이 흘렀다 해결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왠지 그의 말은 이루어질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팽소와 팽지희 역시도 서로 부둥켜 안고 ‘잘됐어...’ ‘응!’ 눈물을 흘렸고 민혁은 팽성에게 치료를 위해 자리를 옮기자고 말했다 그의 말에 팽성은 재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을 나섰다 그 뒤를 쫒아가는 팽씨들과 민혁일행 그가 도착한 곳은 연무장 아무래도 팽가의 편의를 위해 전용으로 쓰라고 마련해준 것 같았다
“아무래도 정무맹의 안이다 보니 이곳 밖에......”
“이 정도면 됐습니다 어르신과 팽소는 여기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주십시오.”
민혁의 말에 팽소와 팽성은 연무장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팽소가 가부좌를 트는 것이 힘들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민혁은 자신 또한 가부좌를 틀고 팽소와 팽성의 장심에 손을 얹고 기운을 집중했다 민혁이 하려는 작업은 하나 팽성의 몸 안에 있는 벽력신공의 기운만을 이끌어 팽소의 양기들을 감싸는것 사실 둘다 육도안 천상도를 이용해 환골탈태를 시키면 되겠지만 육도안의 힘을 보여줄 정도로 눈 앞의 팽가를 민혁은 믿지 않는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절대 입을 열면 안됩니다 소리를 내서도 가부좌를 풀어서도 말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조손을 보며 민혁은 스킬 조의선인내공 운용법을 발휘했다 팽성의 몸에 마치 비상하려는 매처럼 움츠리고 있는 벽력신공의 기운을 자신의 기운으로 건드려 끌어올렸다 마치 술래잡기 처럼 자신의 기운을 맹렬히 쫒아오는 벽력신공의 기운 어째서 태초아래 가장 파괴적인 기운이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지만 민혁이 지닌 기운은 하늘이 내린 마귀의 기운 천마의 기운이었다 이윽고 벽력신공의 기운은 전부 민혁의 몸으로 옮겨져왔고 그는 우레와 같은 벽력신공의 기운을 이번에는 팽소의 몸으로 인도했다 벽력신공의 기운이 팽소의 몸으로 진입하기 시작하자 움찔움찔 떠는 팽소 민혁은 벽력신공의 기운을 제어하며 그의 맥에 담긴 기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순도 높은 양의 기운 이건 마치 몸 자체가 태양(太?)과 같았다 하지만 민혁은 침착히 벽력신공의 기운을 제어해 양의 기운을 빨아드리기 시작 처음에는 뜨끈미지근 했던 양의 기운들이 점점 벽력신공의 기운에 섞여가고 있었다 그렇게 팽소의 몸을 한바퀴 돈 벽력신공의 기운을 민혁은 그의 하단전으로 이동시켜 안착 시켰다 일이 거의 마무리 됨에 따라 긴장을 푼 민혁은 하단전에 안착되었던 기운이 요동치는 것을 느꼇다
하나였던 벽력신공과 양의 기운은 둘로 나누어졌고 종국에는 완전히 다른 기운으로 바뀌었다 팽소의 하단전에서 태양과 우레가 대치하는 상황 잘못하면 주화입마로 자신과 팽소 모두 위험했기에 민혁은 일단 벽력신공의 기운을 제어해 다시 자신의 몸으로 되돌리려 했지만 말을 듣지 않는 벽력의 기운! 오히려 민혁의 기운에 반응을 한듯 날뛰었다 벽력신공의 기운이 하단전에서 날뛰자 한 공간에 있던 태양의 기운 또한 날뛰기 시작했다 그에 민혁은
‘크윽!’
이를 악물고 벽력신공의 기운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고 그 때 민혁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 가지 생각 바로 태양의 기운을 제어 하는 것 민혁은 점점 더 날뛰는 기운에 급히 태양의 기운을 자신에게로 끌어왔다 벽력신공의 기운과는 다르게 말을 잘 듣는 태양에 기운에 안심한 민혁은 태양의 기운을 천마신공의 양분으로 쓰려 하단전으로 끌어들였으나 오히려 태양의 기운은 하단전 한 구석에 자신만의 경계를 잡고 천마의 기운을 거부했다 아무리 삼키려 해도 삼켜지지 않는 태양의 기운에 민혁은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태양의 기운을 방치하고 팽소의 하단전에 벽력신공의 기운을 자리 하게 했다 그러자 팽소의 몸을 질주하는 벽력의 기운 민혁은 그 기운에 급히 팽소의 장심에서 손을 뗏고 눈을 떳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청녹색 우레에 휩싸여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는 팽소의 모습 그리고 자신의 눈 앞에 떠오르는 상태창
환골탈태 진행 중 남은시간 11:59:48
“흘흘......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아 이런 시발...!’
씁쓸한 듯 하면서도 기쁨이 담겨진 팽성의 말에 민혁은 속으로 욕을 했다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자신의 앞 방금 환골탈태를 마치고 벌거벗은 모습으로 팽소가 허탈한 표정으로 넋을 놓고 앉아 있었다 그 이유는 아제는 사라져 버린 자신의 아랫도리 남성의 생식기 때문이었다 사실 민혁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냥 양의 기운을 빨아드렸을 뿐인데 환골탈태 후에 여자로 변해 버릴 줄이야 팽소에게는 미안햇지만 자신도 이건 방법이 전혀 없었다 복구를 해주고 싶지만 육도안의 천상도로도 해결 방법은 커녕 아무 설명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 아니 이제 그녀가 된 팽소에게 위안이 될 만한 것이라면 아랫도리가 없어져 이제는 여자가 되었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점과 보강된 팽가의 전력 정도?
Level: 89
이름: 팽소
종족: 인간
성별: 여
경지: 화경
체력: 16402/16402
내공: 422년
Level: 104
이름: 팽성
종족: 인간
성별: 남
경지: 현경
체력: 12306/12306
내공: 429년
깨달음이라도 얻은 것인지 완전한 현경에 오른 팽성과 벽력신공을 완성해서 화경에 오른 팽소 물론 그 댓가로 남자구실은 못하게 되었지만 강호무림에는 이 정도 댓가라면 자신의 생식기를 떼어 달라고 달려들 이들이 넘쳐난다 물론 그것을 알기에 팽소 또한 크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이지만 그 공허한 허탈감만은 어찌 할 바가 없는지 환골탈태가 된 이후로는 계속 저 상태다
“허허 소야 이제 일어나거라 너의......흐음 허탈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제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더냐 게다가 은인의 앞이 아니더냐...”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는 일 눈치를 보던 민혁 대신 팽성이 나서서 팽소를 타이르려고 말했지만 그럼에도 변화가 없는 팽소의 공허한 눈동자를 보며 혀를 찼다 이에 민혁은 한숨을 내쉬며 팽소의 어깨를 부여잡고 일으켜 세워 주었다 그제서야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이제는 그녀가 된 팽소 민혁은 그 모습에 한번 더 한숨을 몰아쉬더니 그녀의 눈을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너의 마음은 나도 이해한다 얼마나 슬프겠느냐...... 하아... 이렇게 된 일 내가 너를 책임지마.”
그의 말에 그녀는 몸을 움찔하며 이제야 그의 눈을 제대로 직시했다 그러더니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은 민혁의 손길을 뿌리치고 팽성의 뒤로 재빨리 숨어들었다 그에 민혁은 저 녀석이 왜 저러는 거지? 라는 표정으로 해답을 찾기 위해 팽성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그 또한 무언가 충격에 빠진 얼굴로 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그런...취미가?!”
“오해입니다 저 녀석은 이제 완전히 여자 아닙니까?! 게다가 그런 의미가 아니라 제자로 받겠다는 말입니다!”
“그,그런 말이었군요 하하하하하하 노,농이었습니다!”
그의 절규어린 외침과 팽성의 어색한 대답을 듣고나서야 팽성의 뒤에서 빼꼼 고개를 내미는 팽소 그녀의 얼굴은 붉어질 대로 붉어져 있었고 민혁은 속으로 한 번 더 욕을 내밷었다.
‘어울리잖아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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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라니 내아들이 고자라이이이이!!”
방안을 가득채우고 울리는 팽취의 울부짖음에 민혁은 얼굴을 왈칵 찌푸렸고 팽지희와 팽성은 얼굴을 붉게 붉히고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고 있는 모습이 이제는 청초해 보이는 팽소를 열심히 위로하고 있었다 사윤과 연화는 이 숨 막힐 듯한 분위기에 어디로 간 것 인지 흔적도 보이지 않고 사라졌다 아마도 호령에게로 대피한 것일 테지. 민혁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연무장을 나오기 전 팽소에게 해준 말을 한 번 더 내밷었다
“팽소는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
민혁의 말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부르르 떨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민혁을 노려보는 팽취 그 모습은 마치 지옥의 염귀와 같아 민혁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버렸다 하지만 그와 상관 없이 한 발자국 한 발자국 그에게 다가오는 대호와 같은 덩치와 팽취 그리고 마침내 팽취와 민혁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민혁은 한 대 맞을 각오를 하며 눈을 꼭 감았다.
덥석!
하지만 민혁의 예상과는 다르게 팽취는 그의 두 손을 덥석하고 잡고 위 아래로 바람소리가 나게 흔들었다 그리고는 하는 말이 ‘으,은공에게 그런 취미가 있는 줄은 몰랐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모자란 놈이지만 잘 부탁합니다!’ 쾌활을 넘어서 호쾌하기 까지한 그의 말에 민혁의 몸에서는 순간 살기가 뿜어져 나왔지만 이내 살기를 거두고 채념한 표정으로 팽취의 오해를 풀어주었다.
“아...... 그런 말씀 이셨군요 전 또 그 쪽으로 취미가 있는 줄 알고 오해를 했습니다.”
“흐,흠 그런 일은 절대 없습니다.”
오랜 민혁의 설명 끝에 그의 이야기를 이해한 것인지 오해해 미안하다고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팽취와 헛기침을 하며 부인을 하는 민혁 그 모습을 보며 팽지희는 알게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구해 준 일명 백마를 탄 왕자님이 양성애자 라니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어딘가 꺼림칙한 느낌과 괜스레 불안감이 가슴속을 채웠다.
‘그나저나 소가 민혁 소협을 따라가는건가 여행을 떠나는거겠지 그러면서 이렇고 저런 일이 나중에는 이렇게 혹은 저렇게! 괘,괜찮아! 이제 소는 완전히 여,여자가 됐는걸!’
“......?”
“......?”
“......?”
“......!!”
순간 팽지희는 머릿속의 망상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정적이 흘렀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듯한 표정으로 그에 팽지희는 어색하게 싱긋 웃더니 앉아 있던 팽소를 데리고 저,저희는 나가있을게요 이야기들 나누세요! 도망쳐 버렸다. 그에 방 안 분위기는 순간 얼어붙어버렸으나 이내 팽성과 팽취의 호쾌한 웃음소리 덕분에 녹아내려버렸다
“하하하! 죄송합니다 저 녀석이 어렸을 때부터 소설을 많이 봐서인지 몰라도 공상에 자주 빠져서 말입니다.”
팽성의 말에 민혁은 히죽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에 궁금증이 남았다 도대체 무슨 상상을 하기에 얼굴을 잔뜩 붉히고서는 몸을 뱀처럼 베베 꼬는 건지 하지만 지금은 그 궁금증을 해결할 방도가 없기에 팽지희 덕분에 끊긴 이야기의 흐름을 이어붙이려 했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 말한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만 아직 팽소의 내부에 머무는 벽력신공의 기운은 불완전 합니다 대성을 하기는 했지만 자칫 잘못 운공을 하다가 기운이 날뛸 수도 있고 주화입마에 들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운기행공을 할 때 마다 운공을 도와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병을 고치자 마자 죄송한 말씀이지만 팽소는 아무래도 제가 데리고 다녀야할듯 합니다 저는 한 곳에 정착을 할 수 없는 처지라서 말입니다. 틈이 날 때 마다 이것저것 가르쳐 주며 여행을 하다보면 어쩌면 팽소가 다시 남자로 돌아 올 수 있는 방법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민혁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팽성과 팽취
“마음대로 하도록 하십시오 그 어린 것을 떼 놓기는 마음이 아프지만 이제 병도 낳았고 후계께서 같이 계시니 저희는 안심하고 소를 맡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비록 남자의 길을 갈 수 없어졌다지만 화경의 경지까지 오르게 되지 않았습니까 이는 모두 후계님의 덕분입니다.”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팽성의 모습에 민혁은 다행이라는 감정이 들면서도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동시에 피어올랐다 그것도 그런 것이 가문을 이어나가야 할 장손이 없어진 것인데 마냥 기뻐할수도 없고 슬퍼할 수도 없는 그들의 처지를 약간이나마 이해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더 이 자리가 불편해저버린 그는 자리에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며 꼭 해야만 하는 말을 남겼다.
“아 그리고 벽력신공은 익히지 마십시오 그건 인간이 익힐만한 물건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운으로 벽력신공을 팽소가 대성했다고는 하지만 그건 단순한 그저 운이었을 뿐입니다 원래대로라면 팽소와 어르신 두 분과 저승길로 가실 뻔 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민혁이 나가고 난 뒤 팽가의 숙소 두 사람의 고뇌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삼키기엔 너무 달고 밷기엔 너무나 쓰다 벽력신공(????) 그리고 무신(??) 두 단어만으로도 무가지보 신외지물 이런 단어가 떠오르는 것들 그런데 그것을 익히지 못한다? 그건 문제가 있다 애초에 자신들의 조상들은 무신에게 받은 벽력신공을 익혀 단점을 보완하여 팽가의 무공들을 탄생시켰다 그런데 그 후손들은 못 익히는 무공이라니 고뇌에 빠진 팽씨 부자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결심을 한 듯 둘이 동시에 약속이라도 한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팽성은 품 안에 민혁이 돌려준 벽력신공을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는 팽취가 삼매진화를 일으켰다 양강의 내공을 갉아 먹으며 붉게 타오르는 불 그리고 그 불은 끝내 벽력신공이라고 적힌 오래된 고서를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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