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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작 가문 차남 이야기-102화 (102/123)

< 남작 가문 차남 이야기 - 102화 - >

내가 몬스터의 대지에서 마정석 광산을 발견한지도 십 년이 넘었다.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발을 활발하게 이루어져 일부는 고향을 위해 쓰이고 있었고 일부는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글로리에 장착될 코어로 기능하고 있었다.

내가 일찍이 마정석 광산을 발견하여 개발하지 못했다면 기타 광물들과 마찬가지로 글로리의 생산에 차질을 빚었을 지도 모르는 일. 그렇기에 대책 또한 간단했다.

마정석 광산을 찾았던 것처럼 철광석도, 미스릴도, 금과 은, 금광석 등등 아직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잠들어있는 광산의 잠을 깨우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

다른 이들이 들었다면 ‘그게 말처럼 쉽냐!’ 라고 외치겠지만 나라면 가능하다. 그럴 능력도 있고 전례도 있지 않은가, 단점이라고 한다면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점이겠지만 긴급을 요하는 일도, 내가 꼭 필요한 일도 없으니만큼 미래를 위해 그 정도 발품은 충분히 팔 수 있었다.

‘나야 이 곳에 광산이 있다라는 것만 알려주면 되니까.’

그리 오래 걸릴 일이 아니다. 어차피 내 한 마디에 움직여줄 사람들은 많았으니까. 특히나 광산 개발은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일이다.

왜 광산을 찾기 위해 헛손질을 하면서도 광부들을 투입하겠는가. 그 이상의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 그런데 확정적으로 광산이 있다는데 영주들이 가만히 묵혀두고 있을 확률은 지극히 0에 수렴했다. 설령 묵혀두려고 꼼수를 부려도 황제를 등에 업은 이상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으리라.

‘북부보다는 남부가 낫겠지.’

날씨가 춥고 땅이 척박하며 비교적 산지가 많아 기본적으로 광업이 발달한 북부, 날씨가 따뜻하고 평야가 많아 농업이 발달한 남부. 그런 만큼 광산의 발견을 위해서는 북부로 향해야 할 것 같지만 광업이 발달한 만큼 역설적으로 발견하기 쉬운 광산들은 개발 중이거나 개발이 끝났다는 말이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남부보다는 북부에 잠들어있는 광물의 양이 더 많으리라. 현재의 기술로는 개발하기 어려운 광산들이 많이 남아있을 테니까.

그러나 무작정 발견만 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걸 개발하기 위한 비용과 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 이 균형이 이루어져야 하니까. 현재의 기술로 개발하기 어려운 광산을 잔뜩 발견해봤자 들어가는 비용만 많아질 뿐, 차라리 조금 적더라도 개발이 쉬운 남부가 옳은 선택이리라.

“이러이러한 이유들로 제가 직접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황제의 협조를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알아서 제국의 부를 채워주겠다는데 황제가 먼저 요청했으면 요청했지,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니까. 리스크는 적지만 리턴은 많은, 명백한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의 거래가 아닌가.

“백작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도록. 더 필요한 것이 있나?”

“이전에 주신 백작의 작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영지가 없더라도 백작이라는 작위 쯤 되면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보통 영지가 없는 이상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시아 무슨 수를 써도 백작이라는 작위까지는 올라올 수 없었기에. 그 특별한 이유가 영지를 대체하는 경우가 대부분.

게다가 제국의 온 관심이 글로리에 이끌려있는 지금 상황에서 총책임자나 다름없는 내가 타이탄 프로젝트를 위해 광산을 개발해야 한다는데 거부한다면 그것만으로 황제의 눈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으니.

‘일단 조카 얼굴이나 좀 보러 갈까.’

우선 꼭 들려서 확인해볼 곳은 세 곳이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드라그닐 영지. 아내의 고향인 지크 영지와 타이탄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 도움을 주고 있는 크라머 영지에 이르기까지.

이제까지 말했듯 광산 개발은 영지에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일이다. 원하는 곳이 많든 적든 간에, 식량처럼 오래 보관한다하여 버려야 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남 좋은 일만 시켜줄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일단 내 식구들부터 챙기고 봐야지.

“부인!”

“오늘은 무척 일찍 오셨네요. 무슨 일 있으신가요?”

“가자.”

“······예?”

이번 여행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상당했다. 위험한 일도 아니었고. 그렇기에 부인과 함께 유람을 하는 느낌으로 천천히 다녀올 생각이었다. 당장 내가 광산을 발견하지 못한다고 하여 글로리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다른 이들은 몰라도 조조와 아르민에게도 이번 기회에 휴가나 다녀오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정말요?”

내 이야기를 전부 들은 그녀는 눈에 띄게 기뻐했다. 평생을 지크 영지와 황도에서만 보낸 만큼 여행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져다주는 느낌이 나와는 확연히 다를 테니까.

“응. 드라그닐 영지를 시작으로 제국 남부를 통과해서 지크 영지를 마지막으로 황도로 돌아올 거야. 그 사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둘러볼 거고.”

“잘 됐네요.”

“같이 갈 거지?”

“그럼요.”

#

이번 여행 - 의 탈을 쓴 조사 - 는 그 동안 내가 경험했던 여행과는 내용이 완전히 달랐다. 단 한 번 - 반강제로 징집되어 단체로 테라 방벽으로 향하던 때 - 를 제외하고서 손가락으로 세지 못할 숫자 이상으로 몰려다닌 적이 없었기에, 이번 여행에 동원된 수십 명의 사람들은 꽤나 이질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간 말을 타거나 걸었던 것과 달리 두 마리의 말이 이끄는, 마법으로 보호되어 약간의 흔들림밖에는 느껴지지 않는 호화로운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 또한. 그러나 딱히 불만은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부인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었으며 편안한 여행을 싫어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사락-

슬쩍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니 가끔씩 바깥의 풍경을 쳐다보며 책을 읽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언제 봐도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다. 전생의 나였다면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할 사람이 지금은 내 아내라니, 전생보다 현생을 더 오래 살았음에도 가끔은 웃기기까지 했다.

“왜 그래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지도(地圖)

기존의 지도는 훌륭한 물건이었다. 약간의 마력 반응만 있더라도 캐치해낼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을 써서 마력의 외부 발산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아닌 이상 지도의 탐색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말은 곧 마력 반응이 없다면 지도는 무용지물이라는 뜻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기존의 지도를 뜯어고칠 필요성이 있었다. 마정석과 미스릴처럼 자체적으로 마력을 품고 있는 광물이라면 기존의 지도로도 충분했으나 작금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개선이 필요했다.

지도(地圖), 탐색(探索), 철광석(鐵鑛石).

이 세 가지 키워드와 몇몇 키워드를 추가로 집어넣는 것으로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끝이 없다.’

무척이나 간단하게 해냈지만 처음 지도(地圖)를 제작할 때의 나였다면, 아니 세레나를 만나기 이전의 나였다면 이렇게까지 쉽게는 불가능했으리라. 원리는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두 손으로 간신히 셀 수 있는 숫자를 이렇게까지 쉽게 다룰 순 없었을 테니까.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평소보다 많은 양의 마력을 소모했지만 부여된 기능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 그보다 고작해야 종이 한 장에 이처럼 많은 기능을 부여하면서도 제대로 작동한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었다.

한없이 만능에 가깝다.

단순한 마이너카피가 이럴 지언데 원본은 어떨까. 정말로 만능(萬能)이라는 뜻에 알맞은 힘이 아닐까.

‘그러니까 괜한 일에 힘 빼지 말고 수련이나 열심히 해라. 인간들의 역사에 있어 단 한 번 있을까말까한 행운을 쥐고서는 그리 게으름을 피우다니, 누구인지는 몰라도 네게 그런 행운을 준 이가 있다면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을 게다.’

‘글쎄요. 오히려 적절히 잘 써먹고 있다고 칭찬하지 않을까요?’

‘뭐야?’

‘아니, 솔직히 그런 자가 있다면 인간이 용언을 자유롭게 다루는 경지까지는 바라지 않았겠죠.’

이제는 붙어있지 않으면 어색하게까지 느껴지는 붉은 털의 고양이에게 반쯤 농담 섞인 말을 내뱉고는 엉덩이와 등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흔들림에 몸을 맡겼다.

#

“어서 오렴. 새아가.”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해요.”

사전에 연락이 없었던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우리를, 정확히는 부인을 반갑게 맞이해줬다. 서른까지도 별다른 소식 없이 속만 썩이던 아들이 어느 날 결혼 상대라며 제국 제일의 미녀로 손꼽히던 그녀를 데리고 왔으니 얼마나 고맙게 보이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아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며느리에게로 가는 건 어떨까 싶지만. 대신 형님네 식구가 나를 반겨줬다.

“이런 누추한 영지까지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휴즈 백작님.”

“······갑자기 뭐야?”

“재미없냐?”

“재미없어. 백작이라고 해봤자 손톱만한 땅도 없는 백작인데.”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형을 뒤로하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입니다. 형수님.”

“어서 오세요. 도련님.”

형수도 별로 달라진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어쩐지 낯익은, 동시에 어색한 모습의 한 아이가 그녀의 다리 뒤에 매달려 고개만 빠끔히 내민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서 인사해야지. 숙부님이란다.”

“아, 안녕하세요.”

미묘하게 형을 닮은 얼굴, 그렇기에 낯익은 얼굴이었나 보다.

루키우스 드라그닐.

형의 장남이자 내 조카, 아버지의 손자 되는 아이가 바로 눈앞의 어린 소년이었다. 가장 최근에 만났을 때가 언제였더라, 내 결혼식 때였던가. 그 때였던 것 같다. 도대체 몇 년 전이야?

천천히 시선을 내려 조카와 눈을 마주치려하자 낯선 사람이라고 느꼈는지 형수의 뒤로 돌아가 얼굴을 감췄다. 기껏해야 한두 번, 매일 마주하는 얼굴들에 비하면 낯설 수밖에 없으니 어린 아이로서 당연한 반응이겠지.

“죄송해요. 도련님. 평소에는 보고 싶다고 그리 노래를 부르더니······.”

“저를 보고 싶어 했다고요?”

“최근에 마법을 배우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아돌프님께서 도련님에 대한 이야기를 아끼지 않았나 봐요.”

아돌프 경은 내가 처음 마법에 입문했을 때, 나에게 마법을 가르쳐주었던 마법사였다. 그런데 내 조카까지 가르치게 되다니, 내 이야기가 안 나오려야 안 나올 수가 없었겠지. 동기부여하기에 딱 좋은 예시가 아니던가.

나는 다시 한 번 무릎을 구부려 조카와 시선을 같이했고 형수 또한 뒤에 숨은 조카를 앞으로 내세웠다. 그제야 나는 조카와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나를 보고 싶었니?”

“······수, 숙부세요?”

“그래. 내가 네 숙부란다.”

살짝 얼굴을 붉힌 채,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는 모습이 꽤나 귀엽다. 이대로만 자라준다면 여자 여럿 울릴 정도로. 나는 살짝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줬고 그 모습을 약간은 부럽게 쳐다보는 아내의 시선을 느꼈다.

‘미안하네.’

그녀에게 미안해졌다. 그녀 또한 더 이상 적은 나이가 아닌데, 동년배의 여인들이 대부분 한 아이의 부모가 되어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아직까지 우리 사이에 아이가 없는 건 전적으로 내 뜻이었으니까.

“그런데 아버지는?”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 중 아버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안 나오실 분이 아니신데, 형을 돌아보니 형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무슨 일 있어?”

“어······그게 말이다.”

< 남작 가문 차남 이야기 - 102화 -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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