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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작 가문 차남 이야기-96화 (96/123)

< 남작 가문 차남 이야기 - 96화 - >

“앞에 보시는 저 거체가 여러분들이 앞으로 이 곳에서 일하며 질리도록 보게 될 타이탄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세계에서 단 한 대뿐인 타이탄이기도 하죠.”

시작하자는 말과 달리 일단 그들을 데리고 타이탄이 보관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일단 그들이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왜 만들어야 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이 아닌가. 물론 여기 있는 이들 중 내용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으니 귀로 들은 것과 눈으로 본 것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으니.

“미하일 경. 시범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맡겨만 주십시오.”

간이로 만들었던 조잡한 수준의 동력원을 떼어냈기에 오랜 시간 움직일 수는 없었으나 연구원들에게 타이탄이라는 신병기의 위력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시연회와 달리 대적할 몬스터도, 검을 맞댈 대상도 없었지만 그들 또한 제국에서 내로라하는 수준의 마법사. 타이탄에 관여하고 있는 마법의 수준조차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지금부터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어떠한 일보다도 우선시되는, 타이탄의 심장이 되어줄 동력원을 개발하는 것. 나머지 하나는 타이탄의 제작에 필요한 각종 마법들 익히고 가능하다면 개량까지 하는 것. 궁금한 점이 있습니까?”

번쩍-

“달성 기준은 어느 정도입니까?”

“진척 여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투 상황을 가정하고 최소한 두 시간 이상 활동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타이탄에 적용된 마법이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은데, 전부 익혀야 하는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보안을 위해서도, 효율을 위해서도 여러분들은 팀 별로 각 부위에 적용되는 마법을 배우게 될 겁니다.”

그 뒤로 몇 가지 질문이 오갔고 나는 성실히 질문에 답해줬다. 그렇게 짧은 준비과정이 끝나고 출발을 알리는 신호음이 울려 퍼졌다.

“아르민, 가지고 와.”

“예. 소장님!”

아르민이 이끄는 작은 수레에 실려 좌중에게 공개되는 임시 동력원. 임시라고는 하나 꽤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고 마정석도 상품을 사용했다. 그러나 내 기준을 채우기에는 아직 한참 모자란 불량품이기도 했다.

“이게 시연회를 위해 임시로 만들었던 동력원입니다. 이것에 대한 정보는 지금 나눠주는 서류에 적혀있으니 참고하시고 자세히 살펴보고 싶으신 분들은 앞으로 나오셔도 됩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른 뒤, 나는 하던 말을 마저 이었다.

“어려운 길이 될 겁니다. 기존에 허용된 마력 이상을 만들어내야 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고 봐도 무방한 연구니까요. 그러나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걸어왔던 길들 중 쉬운 길이 있었습니까? 모두 힘을 합쳐 언제나 그렇듯 길을 걸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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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을 위한 골렘······인가?”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그렇습니다.”

쥬렌 왕국의 정보부.

그들은 비밀리에 진행 중인 연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수많은 작전을 펼쳤지만 철저한 보안과 대비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워낙 관련 인물이 적었고 개개인의 실력 또한 조용히 처리하기에는 너무 뛰어났기에, 또한 황제가 머무는 황도답게 보안도 여타 영지들과는 차원을 달리했기에 뛰어난 세작들이라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 간의 노력이 무색하게 외골격이 완성된 후, 시연회를 통해 소문이 퍼지고 나서야 그 정보를 전달받을 수 있었던 정보부는 여러 의미로 시끄러웠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주변에서 천재라고 띄워주니 주목받고 싶은 마음이 도를 지나쳤나보지요!”

“시연회가 성공적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황제가 직접 지원까지 해주고 있고, 퐁크 후작이 인정했다는 소리도 있어요!”

“하! 그깟 골렘 쯤 우리들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소. 문제는 그걸 움직일 마력을 어디서 구하냐는 것이지! 일반 골렘을 움직이는 것도 상급의 마정석이 필요한데 오러까지 내뿜는다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지!”

타이탄의 성공 유무에 각각 성공과 실패를 주장하는 이들로 나뉘어 극심한 대립을 이루었기 때문에.

성공을 주장하는 이들은 레닐의 천재성과 새롭게 황위에 오른 황제가 시연회를 열면서까지 본격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아직 미약한 황제의 파워를 생각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연구를 지원하지는 않을 거라는 점을.

실패를 주장하는 이들은 골렘의 한계와 그 동안 비슷한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며 과거처럼 동력원의 한계로 실패하리라는 주장을 펼쳤다. 두 쪽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이었기에 쉽사리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어렵군.’

타이탄이라는 병기의 성공을 주장하는 이들의 손을 들어준다면 그들도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에 대항할 수 있는 또 다른 병기를 만들어내든, 뒤늦게나마 똑같은 타이탄을 제작하든.

문제는 실패했을 때, 그 연구에 들어간 노력과 재물은 허공에 날려 보낸 격이 된다는 것.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제국은 실패할 여유가 있었지만 똑같은 부담도 쥬렌 왕국 입장에서는 더욱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실패할 것을 기대하자니 혹시라도 성공한다면? 제국과 맞닿아있는 쥬렌 왕국의 특성상 심각한 피해, 나아가 멸망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마주할 수도 있었다. 그 때, 정보부장과 함께 오랫동안 함께해온 부관이 입을 열었다.

“중요한 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가 아닙니다.”

“중요하지 않다니?”

“그것들은 결국 과정일 뿐입니다. 우리는 그 과정이 뜻하는 목적을 봐야 합니다. 적들이 군사력의 강화를 꾀하고 있다는 것. 이게 중요한 겁니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적들은 계속해서 군사력을 강화할 터, 그 목적이 뭐겠습니까.”

“······우리겠지.”

“예. 성공하건 실패하건 간에 상관없이 저희도 그에 발맞춰 뛰어야 합니다. 때의 차이일 뿐, 제국은 결국 우리를 향해 칼을 뽑아들 겁니다.”

부관의 말이 끝났을 때, 각자의 주장을 강하게 외치던 이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었기에. 세계 최강국인 제국이 칼을 겨누려 한다는데 여유로울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대책은?”

“전쟁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합니다. 황제의 태도로 볼 때, 군사력의 강화는 황제의 뜻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젊고 야망이 있으며 그럴만한 충분한 능력도 있으니 황제의 뜻을 꺾기란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전쟁은 피할 수 없다는 뜻이군.”

“예. 전쟁에 대비해 저희도 군사력을 강화해야만 합니다. 그 중 최선은 타이탄이라고 하는, 적의 신병기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겠지요.”

“가능하겠나? 이제껏 수많은 시도에도 변변찮은 성과조차 없었잖은가.”

“그러나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최근에 수많은 마법사들이 연구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늘어난 만큼 비집고 들어갈 틈도 더 늘어날 겁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했다.

“그들이 순순히 정보를 넘기려 하겠나? 그들도 노리는 이들이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우리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부관이 그들에게 나누어준 서류에는 한 사람의 인적 정보가 나타나 있었다. 별다른 정보는 없는지 결코 길지 않았지만 몇몇 내용만으로도 눈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했다.

“이 자는······.”

“조조라고 하는 이름을 가진, 아우베스 왕국 출신의 마법사입니다. 그 또한 최근 6서클에 올랐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일이군. 그 같은 인재가 고향을 등지고 제국으로 향하다니, 그런데 우리 편이 되어줄 수 있다니? 서류에는 그가 아우베스 왕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제국으로 넘어간 뒤 결실을 맺었다지 않나. 그런데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를 돕겠나?”

“그 간의 행적들을 살펴보았을 때, 가능성이 낮진 않습니다. 고향을 등지고 제국에 몸을 담갔다고는 하나 어디까지나 아우베스 왕국의 마법계에서 스승의 업적을 인정받지 못해 탈출구를 찾았을 뿐, 고향 자체에 원한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도 타이탄이 전쟁에 쓰일 것을 알고 있을 터, 고향이 파괴되는 걸 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 점을 노린다면 그를 회유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맡겨주신다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성공한다면야 이보다 좋은 일이 있을 수 없을 터, 그러나 리턴이 큰 만큼 리스크 또한 거대했다. 실패한다면 필사적으로 숨겨왔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은 물론 심하게는 전쟁의 명분이 될 수도 있는 노릇이었으니.

“우선 전하께 현 상황을 보고 드리겠네. 그 이야기는 전하께서 결정을 하신 뒤, 마저 이야기하도록 하지.”

그들은 결정하는 자가 아니다. 그들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정보를 수집하고 그에 대한 최선의 대책을 내어놓는 것 뿐, 제아무리 좋은 대책이라고 하더라도 결정권을 가진 이가 선택하지 않으면 그 뿐이었다.

‘부디 전하께서 현명한 결정을 하시길 바라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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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이미 실패한 방법이잖아. 수치만 조금 조정한다고 큰 변화를 기대하는 건 도둑놈 심보지!”

“확실히 진일보했군. 그런데 말이야, 들어간 게 많으면 나오는 게 많은 건 당연한 거지! 우리는 한정된 자원으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한다고.”

“이건 좀 괜찮은데, 마력의 양이 늘어날수록 효율이 급감하네. 일단 조금 더 연구를 해보자고.”

수십여 명이 한 가지 주제를 두고 열성적으로 달려드니 확실히 두세 사람이서 머리를 맞대고 있을 때보다 상황이 나았다. 어떤 방법이 나오더라도 훨씬 빠른 속도로, 훨씬 많은 조건으로 실험을 할 수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에 별다른 진척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실험의 대부분이 실패하거나 성공은 했으나 성과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반절의 성공에 불과했으니까. 그러나 조급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애초에 어려운 길이 될 것이라 예상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별다른 성과 없이 오늘도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방법에 매달리던 중 문뜩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그걸 왜 까먹고 있었지?’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하니까 어려운 것이다. 선례가 없기에 처음부터 쌓아나가야 하니까. 하지만 참고할만한 모델이 있다면, 완벽히 따라하지는 못해도 비슷하게나마 따라가더라도 충분한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 교보재가 있다면 참고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뒤적뒤적-

황급히 아공간을 열어 내부를 확인하자 아공간 깊숙한 곳 어딘가에 처음 보았던 그 모양대로 얌전히 잠들어있는 교보재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 있었네.”

드래곤하트.

인간으로서는 감히 품을 수 없는 막대한 마력의 보고.

그 원리를 파악하고 일부나마 따라할 수 있다면 동력원의 개발은 예상보다 쉽게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 남작 가문 차남 이야기 - 96화 -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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