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가 쓴 소설에 전생했다-76화 (76/102)

〈 76화 〉 구출 작전 (4)

* * *

(이전화 마지막 부분에 서술이 누락된 부분이 있어 이번편 초반부에 옮겨왔습니다. 8월 17일 10:40 기준으로는 제대로 수정된 상태이오니 이미 읽으신 분들은 ★표시가 있는 곳까지 쭉 내리셔도 무방합니다.)

한쪽 어깨가 기능하지 않아 흔들거리는 상태의 루나가 더욱 공포스러운 기운을 풍기며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무서움을 느끼는 나와 달리 그녀에게서는 감정이 완벽하게 배제된 상태인지라 망설임이란 것이 없었다.

짐승 같은 기합을 지르며 그녀에게 달려든 나는, 그녀의 목을 노리기 위해 땅을 박차고 깊숙이 파고들었다. 단검을 쥔 내 손이 루나의 목을 향해 직진했고 당연하게도 루나의 칼에 공격을 제지당했다. 그녀의 사브르가 내 손목에 절반 넘게 박혀 들어 격한 고통이 몰려온다.

"....!"

그러나 자신이 벤 나의 손목을 바라본 루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금 자신이 막아낸 것은, 내 멀쩡한 손목이 아닌 이미 부러져 너덜거리던 손목임을 알아챈 것이다. 그녀는 황급히 내 몸을 밀쳐내려고 했으나, 내 쪽이 미세하게 더 빨랐다.

남아있는 멀쩡한 손으로 단검으로부터 날을 강하게 잡고 뽑아내어, 그것을 그대로 루나의 목에 직진시켰다. 이미 수 차례 단검의 날이 강한 충격을 받아 흔들거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맨 손으로 칼날을 쥔 탓에 아찔한 통증에 눈을 찡그렸지만, 한번 뿐인 기회이기에 그런 것을 생각할 틈은 없었다.

'이게 내 발톱이야. 루나….!'

턱.

내가 쥔 칼날이 루나의 피부를 묵직하게 꿰뚫었다.

'......'

그러나 꿰뚫은 것은 목이 아닌, 그녀의 손이었다.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감지한 그녀는 재빨리 무기를 놓고 손을 희생해 목으로 날아오는 칼을 막아낸 것이었다.

'....하.'

이 상황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했다. 둘의 신체차이를 고려했을 때, 루나의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무기가 없이 달라붙어 육탄전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루나에게 말 그대로 접혀 죽을 것은 뻔했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

내가 쥔 단검의 날이 칠흑같은 어둠을 뿜어내며, 주변의 빛들을 모조리 흡수하기 시작했다.

[ 시작됐군. ]

손에 흡수되듯 커다랗게 모습을 변형시킨 칼날은 사르카의 조직과 이어붙으며 거대한 칼날을 형성했다. 그대로 속도를 받은 칼끝이 아주 살짝 루나의 투구에 닿았고, 절대 뚫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투구가 허무하게 박살나며 바닥에 떨어졌다.

[ 그게 네 일체화다. 사야. ]

처음보는 형태로 변화된 칼날을 몸에 단 채로, 루나의 반짝이는 눈과 시선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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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모니아 아카데미에 위치한 대성당.

아카데미가 세워진 이례로 무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자리를 지켜오던 그 신성한 장소에, 비올레와 유리라는 두 명의 령사가 발을 들였다.

스테인 글라스로부터 쏟아지는 형형색색의 빛 아래서 비올레가 유리에게 말했다.

"..때가 되었구나."

그의 말이 의미하는 뜻을, 유리는 단숨에 알아 챌 수 있었다.

"프리지아. 내 모든 걸 네게 넘기겠다."

"..하지만, 비올레님. 지금은 상황이.."

곧 그가 자신에게 단장직을 넘길 것을 알고 있던 그녀였으나, 이런 국가적 비상 상황에 그가 자신에게 단장직을 넘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사르카의 힘을 사용하는 여자를 마주쳤다고 했지. 프리지아."

유리는 두번이나 그 여자를 마주쳤지만, 그때마다 아쉽게 그녀를 놓치고 말았다.

"네게 힘을 하사해 주겠다. 확실하게 그자를 처리할 힘을."

"네? 힘을 말입니까..?"

"가까이 오거라."

그의 옆에 다가간 유리는, 비올레와 함께 빛이 쏟아지는 창을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제국에는 혼돈과 무질서만이 가득했지. 인간들은 가난에 허덕이며 서로를 물어뜯고, 사르카는 그들의 터전을 위협하며 질서를 파괴했다."

눈을 감은 비올레는 고개를 들고 말한다.

"그러나 이제 혼돈도 끝이다. 너와 내가 가진 이 힘으로 제국을, 나아가 세계를 영원한 평화와 질서 속에서 살아가도록 만들 거야."

"....비올레님?"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비올레에게 유리는 두려움을 느꼈다.

"눈이…"

그의 양쪽 눈이, 검게 물들어 자신을 뜨겁게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랑해, 프리지아."

비올레로부터 느껴지는 이질적인 분위기에 뒷걸음질 치려던 그녀였지만, 비올레가 유리의 턱을 강하게 잡아 들어 올렸다.

"비, 비올레님….!?"

"지금 이 제국에서 너보다 강한 자는 존재하지 않아, 프리지아. 그렇기에, 우리는 너를 강렬하게 사랑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네 몸을….!"

검게 물들어 빨갛게 빛나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볼수록, 유리의 몸은 저항하려는 의지를 잃고 그에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강제로 벌려진 그녀의 입 위로, 기괴할 정도로 크게 벌린 비올레의 입이 드리웠다.

"그 몸을 우리에게 줘.. 사랑스럽고, 강렬한 그 육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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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구출 작전 (4)

일체화에 성공하여 루나의 투구를 부수자, 투구 속에 있던 루나의 눈과 시선을 마주했다.

"...힘냈구나, 사야."

그녀의 말을 끝으로 인비디아가 만든 하얀 세계가 붕괴되며, 눈 앞이 빛으로 가득 찼다. 환한 빛이 사라지고 눈을 떴을 때는, 다시 기숙사의 방으로 돌아와 있었다.

눈을 뜨자, 불만스러운 표정의 카르네가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봐, 언제 시작할 거야?"

"..무슨 소리야. 방금까지 죽도록 얻어터지고 왔구만."

“뭐?”

내 대답에, 그녀가 놀라며 말했다.

“10초 밖에 안 지났는데..?"

"...?"

시계를 보니, 정말로 잠이 든 시점으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았었다.

내가 의문을 가지고 인비디아에게 묻자 그의 답변이 돌아온다.

[ 현실의 시간과 다르다. 내면 세계에서 얼마를 있던 간에, 이곳에서 흐르는 시간에 주는 영향은 미미해. ]

'..그런 편리한 기능을 왜 지금 말해줬을까.'

그의 말에 따르면, 내면 세계에 있을 때도 뇌의 시간은 동일하게 흘러간다고 한다. 시간에 느리게 흐른다고 늘러붙으면 뇌의 수명만 줄이는 꼴이기에 남용해봤자 좋을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기상..!”

맞은 편에서 깨어난 루나가 일어나면서 나와 이마를 부딪친다.

"악..!"

고통스러워하는 나와 달리, 그녀는 멀쩡해 보였다.

"일체화 한 사야는 강하구나..!"

루나의 말에 카르네가 묻는다.

"일체화..? 설마 그 짧은 시간에 해낸 거야?"

카르네는 짧은 시간이라고 표현했지만, 체감으로 따지면 며칠은 루나의 칼에 죽임을 당했던 기분이다.

"... 앞으로 루나랑은 다신 안 싸울 거야."

어떤 상황에서라도, 사소한 다툼조차 만들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목적을 달성한 우리는 필요한 장비를 챙기고 싸울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슬슬 가볼까."

우리 중 그 누구도 클레드가 처형당하는 꼴을 가만히 지켜보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설령 제국에 반기를 드는 행위가 되더라도, 나를 포함해 그녀들 또한 멈출 생각이 없다는 것은 확실했다.

“...”

마지막으로 기숙사의 풍경을 한번 눈에 담은 나는, 후드를 눌러 쓰고 방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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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앞의 경비는 저번보다 삼엄해져 있었다. 일반 병사의 비율이 높았던 저번과 달리 대부분이 령사로 대체되어 있다.

그 광경을 둘러본 카르네가 혀를 내두른다.

"미칠 노릇이네. 감옥 하나 지키겠다고 S급들을 저렇게나 배치해 둬?"

그것도 평범한 령사들도 아닌, 한명 한명이 전부 숙련된 령사들이었다.

이대로 고민하고 있어 봐야 클레드를 구할 시간만 줄이는 꼴이다.

"상관없어. 가자!"

내가 뛰어내리자, 두 사람도 뒤따라 언덕을 통해 뛰어내렸다. 나는 바닥에 착지함과 동시에, 바로 팔을 변형시킨 뒤 병사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그때 그놈이다..!"

내 요란한 착지 소리에 반응하여 달려오는 그들을, 사르카 팔로 쳐내며 계속해서 달렸다.

"비켜...!"

생각보다 튼튼한 장갑을 갖춘 그들은 저번처럼 쉽게 당하지 않았다. 그들의 갑옷을 뚫어내기 위해서는 주문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해 보였다.

‘씁…’

변형시키지 않은 한 손으로 주문을 날리려던 나였으나,

“크아악..!”

눈앞의 병사들을 가시덩굴이 땅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다시 손을 거두었다. 보나 마나 그것은 카르네의 주문이었다.

"바보야, 일체화에 쓸 힘을 남겨둬야 하는 거 잊었어?"

그녀가 내 옆까지 와서 말했다.

“사야, 카르네!”

반대편에서는 벌써 몇 명이나 베어낸 건지 갑옷에 피 칠갑을 잔뜩 한 루나가 투구를 들어 올리며 다가왔다.

"여긴 우리한테 맡기고 달려. 구할 사람이 둘이나 있잖아."

‘..둘?’

멀리서 우릴 지켜보며 서 있는 령사 하나를 발견한 나는, 그녀의 말뜻을 이해했다.

"너희한테 맡길게.”

병사들은 그녀들에게 맡기고, 저 멀리 서 있는 유리 프리지아를 향해 달렸다. 그녀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칼을 땅에 세운 채 내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목숨이 아까운 줄도 모르고 또 덤벼드는구나, 사르카 여자..!"

이걸로 또다시 유리와 눈이 마주치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 ..사야. 저걸 봐라. ]

그런데, 유리에게서 어딘가 강한 위화감이 밀려왔다.

'눈이..?'

유리의 한쪽 눈이, 나와 같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 ..시작된 것 같군. 비올레의 짓일 거다. ]

상상했던 것 중에 제일 최악의 상황이었다. 이미 유리의 몸에서도 서서히 사르카가 퍼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에 나타난 변화를 아랑곳하지 않고, 칼을 들어 이쪽을 가리키고 물었다.

"저 클레드라는 남자를 왜 그렇게나 구하려고 드는 거지? 그는 죄인이다. 그것도 반역 행위를 저지른 쓰레기지."

그녀는 이제, 클레드가 한때 자신의 교관이었다는 사실조차도 망각하게 된 듯 했다.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

나는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지금부터 구할 건 너야, 프리지아 !"

내 발언에 그녀가 표정을 구겼다.

"영문 모를 소리…! 그 천한 입으로 어찌 내 이름을 담느냐 !"

그녀는 잠시 두통에 시달리는 듯하더니, 고개를 휘젓고 외쳤다.

"기간타스, 일체화!"

유리가 자신의 칼을 쥐어 일체화 주문을 외웠고, 저번과 같이 수십 개의 얼음 조각들이 그녀의 클레이모어에 달라붙어 대검의 모양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나도, 양손에 단검을 빼 들었다.

'우리도 가볼까.'

[ 준비됐다. 사야. ]

"...인비디아, 일체화!"

내 양팔이 검게 변형되며, 들고 있던 단검을 침식시키듯 집어삼킨다. 검기만 하던 양쪽의 사르카 팔에, 단단하고 날카로운 날이 자라며 반달의 모양을 갖추었다.

내 모습을 본 유리가 한쪽 눈썹을 찡그렸다.

"일체화에 성공했다고..? 사르카의 힘을 사용하는 주제에..!?"

"이게 무슨 특별한 힘이라도 된다고 생각했어?"

내 도발에, 그녀가 공격을 시작해왔다.

"입만 살아서…!"

유리의 대검으로부터 날아온 냉기가 나를 덮쳤다. 그러나 허무하게 당했던 저번과는 달리, 내 양팔에 달린 두 개의 칼날은 확실하게 그녀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지켜주었다.

오스테온의 힘을 다루는 데에 있어서만큼은 유리가 압도적으로 강했다. 하지만 유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내 일체화가 단순한 오스테온의 결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도 길이를 늘릴 수 있을까, 인비디아?'

[ 못 할 거 없지. ]

변형시킨 팔이 뻗어 나가며 유리의 대검에 부딪혔다. 인비디아의 힘을 그대로 실으면서, 강력한 칼날이 더해진 공격에 맞은 그녀가 땅에서 밀려났다.

"말도 안 돼..!"

내 공격을 막아내던 유리가 당황한 표정으로 외쳤다. 내 힘은 사르카와 오스테온, 그리고 인간의 모든 것이 일체화된 힘이었다. 절대 섞일 수 없을 조합의 힘들이 엮여서,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킨다.

계속해서 밀려나던 유리의 대검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건방 떨지…. 마란 말이다 !"

분노한 유리가 몸 주변으로 엄청난 크기의 얼음 가시를 방출하자 반사적으로 팔을 거두어들였다.

"기간타스, 전력 해방 !"

그녀는 그 기세를 몰아 대검에 냉기를 집중 시켜 이쪽을 향해 전력의 공격을 휘둘렀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의 일격이었다.

'전력 해방이라고…!?'

아무리 일체화시킨 무기라도 저런 걸 막아냈다간 무사할 것 같지 않았다.

[ 저건 피할 수 없다, 사야..! ]

하는 수 없이 왼쪽 칼날을 희생 시켜 일격을 받아내었지만, 예상대로 칼날은 산산이 부서져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하나를 잃었지만, 아직 반대쪽은 남아있는 상태다.

"아쉽게 됐네, 이쪽은 무기가 두 개라서..!"

"윽.."

직후 몸의 부하를 일으킬만한 공격을 날린 유리가 몸을 잠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 들어갔다. 덕분에 빠르게 그녀의 뒤를 잡은 나는, 그녀를 공격하려고 했다.

'어딜 때려야 해!?'

유리를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공격을 날릴 위치를 찾아야만 했다.

[ 목 부근을 쳐라! 기절시키면 일체화가 풀릴 게다! ]

인비디아의 말대로, 칼날이 없는 다른 쪽 사르카 팔로 그녀의 목을 강하게 쳐냈다.

"…!"

급소를 당한 그녀가 그대로 쓰러지려는 듯했다.

"..크으윽...!"

그러나 그녀는 바닥에 쓰러지지 않고, 한쪽 무릎만을 꿇은 채 자신의 대검 손잡이를 강하게 쥐어 버텨낸다.

'왜 기절하지 않지!?'

평범한 공격도 아닌 강화된 사르카의 팔로 목을 쳐냈을 터인데, 그녀는 그것을 버텨냈다.

"...!'

자세히 보니, 유리의 입으로부터 대량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잇몸에 이빨을 박아넣으며, 정신이 날아가지 않도록 버틴 것이었다.

[ 정말 제정신이 아니군, 이 여자..! ]

"으아아 !"

곧바로 자세를 회복한 유리가 괴성을 지르며 나를 향해 칼을 강하게 휘둘렀다. 가까스로 그것을 막아내지만, 한쪽밖에 남지 않은 칼날로는 온전히 피해를 막아내지 못해 몸이 크게 뒤로 밀려났다.

[ 저런 여자를 기절시키는 건 무리다, 사야..! ]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그녀에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쪽의 칼날만으로는 무리였다.

'인비디아, 우리도 같은 걸 할 수 있을까?'

전력 해방.

일시적으로 몸의 부하를 끌어올림으로써, 한계치를 넘어서는 힘을 얻을 수 있는 일격기었다.

[ 이미 분석은 완료했다! ]

그에게서 확신에 찬 대답을 들은 나는, 그대로 힘을 해방시킨다.

"인비디아, 전력 해방 !"

한쪽 남은 칼날에 온 힘을 집중시켰다. 팔과 함께 거대해진 칼날이 위협적인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거대해진 내 칼날과 유리의 대검이 맞붙으며, 주변에 강한 충격파를 일으켰다. 둘 중 어느 쪽도 쉽게 밀리려고 하지 않았고, 점차 칼날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 버텨라, 사야…!]

'뭔 놈의 힘이…!'

거의 트럭 하나가 찍어누르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력한 무게감이 칼끝을 통해 전해져 왔다. 분노에 찬 유리의 외침이 생생히 전해져온다.

"이번에야말로 죽여주마, 사르카 여자 !"

거의 아슬아슬할 정도로 칼날에 균열이 일었고, 결국엔 칼날이 완전히 부서져 유리의 대검이 나를 향해 덮쳐왔다.

[ 사야..! ]

그러나, 유리의 대검이 내 몸에 닿기 직전 그녀의 무기 또한 산산히 부서져 공중에 흩어져 버렸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둘 다 일체화가 없는 상태가 되자, 인비디아가 사념을 걸어온다.

[ 그녀의 정신에 직접 간섭해서 사르카를 뽑아내겠다. 접근을 부탁하지. ]

양쪽 다 일체화에 모든 힘을 쏟아 바친 이상, 서로 주문을 사용할 수 없는 건 피차일반이었다. 그렇기에, 사르카의 힘이 남아있는 내 쪽이 미세하게 우위를 가져갔다. 그녀에게로 돌진해서, 머리채를 강하게 감싸 쥐었다.

'잡았다..!'

사르카 팔로 유리의 머리를 감싸 쥐고, 그대로 인비디아에게 힘을 맡겼다. 뻗어 나온 촉수가 유리의 머리에 달라붙으며 그녀에게 강렬한 자극을 내보내기 시작한다.

"아악 !"

그것이 몹시 괴로운 듯, 유리가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고 괴성을 질렀다.

"조금만 버텨, 유리…!"

[ 앞으로 10초..! ]

온 힘을 집중해서, 그녀로부터 사르카를 적출해내려던 순간이었다.

­푹.

뒤로부터 날아온 무언가가 신체를 관통했고, 알 수 없는 뜨거운 느낌에 힘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누군가의 것인지 모를 비명이 들려오며, 의식이 흐릿해져 감을 느꼈다.

"...또 우리의 계획을 방해하려고 들었구나, 사야."

뒤에서, 어떤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이미 정상적인 몰골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비올레가, 자신의 썩어들어가는 팔을 거두어들였다.

"...자네는 대체 어디까지 날 힘들게 해야 적성이 풀리려는지.."

그가 쏜 것은 타나토스 주문으로, 그 효과는 맞은 대상의 즉사였다.

"하마터면 유리의 몸에 정착하는 데 실패할 뻔 했잖느냐."

사야가 쓰러진 곳으로 다가온 비올레는, 그녀의 머리를 잘근잘근 짓밟았다.

"뭐, 결국 내가 이겼지만, 말이지….!"

비올레는 광기 서린 미소를 띠며 퍽, 하고 점차 세게 그녀의 머리를 밟아갔다.

퍽. 퍽.

어느새 위험한 소리가 나게 됐을 무렵, 그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사랑스러운 유리를 바라보았다.

"유리…! 나의 사랑스런 유리…!"

비올레는 그녀를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한다.

"이제 그만 우리를 받아들이려무나..! 완벽한 하나가 되기 위해선 과거를 버려야 한단다."

비올레가 유리에게 심은 씨앗은, 이제 그녀의 몸을 거의 완벽하게 점령했다. 남은 것은, 그녀 자신의 마음을 무너뜨리는 것 뿐이었다.

"뭣 하면, 내가 좀 도와주도록 하지."

비올레는 가만히 허공을 응시하는 유리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자신의 종속에게 강하게 힘을 불어넣었다.

".........."

"......?"

비올레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녀의 몸 안에 느껴져야 할 자신의 종속이 희미하게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럴 리 없을 텐데, 무언가 잘못되었나..?"

그가 그녀에게 있는 종속을 확인하기 위해 몸을 가까이 가져다 댔을 때, 유리가 입을 열었다.

"뭔 짓거리냐, 새꺄……?"

그녀에게서 갑작스레 튀어나온 험한 대사에 비올레가 몸을 움찔했다. 자신이 잘못 들은 건지 싶어, 그녀에게 말했다.

"유리..? 그게 무슨 말이지..?"

자신의 아름다운 육체에서, 형용할 수 없는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몰라서 묻냐…?"

그녀가 이토록 화난 이유.

비올레가 자신의 동료인 사야를 죽여서?

그런 거창한 이유는 맹세컨데 결코 아니였다.

"남의 사냥감에 손대고 지랄이야 !!!"

"커헉..!?"

비올레의 턱으로 그녀의 강렬한 어퍼컷이 작렬하며, 그를 뒤로 넘어뜨렸다.

유리 프리지아는, 자신의 승부가 방해받았다는 사실을 무엇보다도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비올레의 계획은 완벽했을 터였다.

세뇌의 대상이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비올레는 자신의 목적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유리 프리지아라는 여자의 승부욕은,

전 지구인들을 합한 것보다 높다는 사실을...!

유리를 자꾸만 거슬리게 하는 것이 있었다. 목 뒤에 난 상처 부근이 계속해서 욱신거리고, 자신의 머릿속에 누군가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아까부터 꿍얼꿍얼 꿍얼꿍얼……."

그녀는 자신의 목 부근에 난 상처에 손을 가져다 댔다.

"시끄럽다고 !!!"

상처로부터 무언가를 잡아 낸 그녀는, 몸 밖으로 그것을 강하게 쥐어 끌어올렸다.

뽑았다.

말 그대로, 그녀는 자신의 몸에서 사르카를 뽑아버렸다.

"인간이, 스스로….!?"

비올레를 눈 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고작 인간 따위가, 자신의 세뇌를 뿌리치고서 심어놓은 사르카까지 적출해버린 것이다.

눈앞의 현실을 멍하니 바라보던 비올레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후계자 뽑기 전에 인성검사는 안 하셨나 봐?"

그에게 말을 걸어온 자의 얼굴을 보고, 그는 또 한 번 발작했다.

"너, 너는…."

자신의 눈앞에 멀쩡히 서 있던 것은 방금 전에 자신이 즉사시켰던 소녀, 사야였다.

"어째서 살아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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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에게서 사르카를 뽑아내기 직전, 나는 비올레가 날린 즉사 주문에 당했다.

정확히는, 변화시킨 한쪽 팔이 당했다.

날아온 광선에 맞은 한쪽의 사르카 팔이 흩어지며 사라졌고, 덕분에 인비디아는 죽었다.

딱 절반만큼만.

[ 이번에야말로 소멸되는 줄 알았다, 사야.]

그가 몸의 핵을 자유자재로 분열시킬 수 있는 질투의 인비디아였기 때문에, 핵을 분열시킨 뒤 죽어가는 조직을 버려내고 재빨리 이동시킨 것이다.

"맞은 게 너라서 다행이네. 인비디아."

[ 50%를 잃은 게 어디 작은 줄 아느냐..? 회복하려면 못해도 소형 사르카 십만 마리는 잡아야 한단 말이다.]

내 혼잣말을 들은 비올레는,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인비디아라고…? 그건 예전에 소멸시켰다..!"

그러자, 잠자코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인비디아가 비올레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 소멸?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지 않느냐. ]

비올레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느새 정신을 되찾은 유리가, 내 쪽을 향해 다가왔다.

"...끔찍해. 다신 겪고 싶지 않은 기분이였어."

그녀가 자신이 겪은 느낌을 설명하자, 내가 말한다.

"사실 즐긴 거 아니야? 일부러 그러는 줄 알았는데."

"...끝나면 이어서 싸울 거니까 기다려. 사야."

어느새 우리 둘의 옆으로, 루나와 카르네까지 합류해 모인다. 루나가 밝은 얼굴로 유리에게 달라붙는다.

"돌아왔네?"

내 옆으로 붙은 카르네가, 루나의 말을 거든다.

"그럼. 우리 유리가 누군데."

카르네의 질문 아닌 질문에, 마지막으로 내가 답했다.

"그야, 세상에서 제일가는 미친년이지."

"..다들 이제 알았어?"

유리를 필두로 아카데미 시절의 네 명이, 비올레를 에워쌌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우리를 바라보며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며 말한다.

"...재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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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 히어로 비올레님을 지지하는 세력에서 보낸 메세지입니다.)

의외로 설득력이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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