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 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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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く????????튵????????鄏????쎏鎞“지금부터 아르모니아 아카데미 소속 령사, 사야에 대한 공개 심문을 시작하겠습니다.”
수많은 령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나에 대한 심문이 시작되었다. 말이 심문이지, 권력이 곧 법인 아르모니아 제국의 특성상 자기들끼리 내 처분을 어떻게 할지 의논하는 자리에 불과했다.
내 몸을 덮고 있던 천이 벗겨졌고, 사람들은 일제히 경악했다. 누가 보아도 인간의 것의 아닌 검은색의 한쪽 팔과, 검게 침식된 눈동자 하나가 그들의 앞에 드러났다. 저마다 나를 향해 각자의 추측을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악마의 환생이다…!”
“저런 끔찍한 생물이 존재하다니, 맙소사….”
내 팔다리는 쇠고랑으로 구속당한 채, 얼굴이 정면으로 관중들을 향해 있는 채였다. 루덴에서 수도인 세말까지 강제로 이송당하는 동안 거의 아무것도 먹지 못해, 몸은 형편없이 야위어있는 채였다.
“정숙해 주십시오. 심문을 진행하겠습니다.”
절차는 특별한 것은 없고, 각 측이 차례대로 의견을 주장한 끝에 황제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 다였다.
“령사 사야는 몸속에 사르카를 기른다는 사실을 숨긴 채, 그 불미스러운 힘을 이용해 령사 단장 비올레를 향해 의도가 불분명한 상해를 입혔습니다.”
그의 말에 비올레는 고개를 끄덕이며, 붕대로 감은 자신의 한쪽 얼굴을 비추었다.
“이는 단순히 반역 행위를 넘어서, 자신이 사르카임을 세상에 드러낸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저런 자를 살려뒀다간, 아카데미의 설립 이념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꼴이 됩니다.”
의견을 들은 황제는,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듣고 보니 확실히 그렇군. 몸 안에 있다는 게 사르카가 맞는가, 령사 사야?”
황제가 나를 향해 물었지만, 나는 아무런 대답 없이 침묵을 유지했다. 초점 없는 눈으로, 멍하니 정면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보십시오. 자신을 변호할 생각조차 없습니다. 사르카에 침식되어 이제는 인간의 언어까지 잊을 정도로 침식이 진행됐을 겁니다.”
“그건 지나친 억측입니다.”
그의 말을 끊고 들어온 것은, 클레드의 목소리였다.
“상당히 비인간적인 이송 과정으로 인해, 그녀는 며칠째 물 한 모금 제대로 먹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런 정신 상태의 그녀에게 언어의 상실 같은 것을 논하는 것은 지나친 억측입니다.”
클레드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황제는, 그를 향해 물었다.
“그렇다면 자네는, 령사 사야의 몸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것은….”
클레드가 내 몸을 다시 한번 유심히 살폈지만, 이질적으로 돋아난 조직은 어딜 봐도 사르카의 것 그 자체였다. 대답을 고민하던 클레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답했다.
“...저 또한, 사르카라는 것에 이의는 없습니다.”
“..그렇군.”
상관에게 의도적인 상해를 끼쳤다거나 하는 사례는 대부분 깔끔하게 처형으로 끝냈지만, 이번 경우는 그 심각성이 차원을 달리했다. 무려 령사의 몸에, 사르카가 기생하고 있었다는 전대미문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비올레, 자네에게도 묻도록 하겠다. 그녀에게 어울리는 마땅한 처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령사 단장인 그의 발언은 황제 다음으로 입지가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극명한 사실이었기에, 그 자리의 모두가 비올레의 발언에 주목했다.
“..그녀는, 평소부터 별다른 문제 없이 잘 지내오던 령사였습니다. 주변 동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고, 그간의 업적을 생각하면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그는 양손을 깍지 끼듯 겹치고, 침착하게 말했다.
“그건 언제까지나 그녀가 인간일 경우의 이야기지, 사르카 따위의 힘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된 이상 아카데미 측에서는 위협을 안고 갈 생각은 없습니다. 령사 사야는, 처형당해 마땅합니다.”
“자네까지 그렇게 말한다면야, 다른 이견이 없겠군. 그녀의 처분은, 반역죄로 의해 처형하는 것으로 결정짓겠다.”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는 곧 심문이 끝났음을 의미했다. 평소 나에 대한 호감이 있었던 그였지만, 사르카와 관련된 안건에 대해서는 나를 감쌀 수 없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루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잠ㄲ..”
그러나 그것은, 옆자리의 클레드에 의해 곧바로 저지당했다.
“루나.”
클레드가,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황제의 결정에 반박할 수 있는 자는 제국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를 아는 루나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황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을 걸으며, 침울한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자네 같은 인재를 잃는다는 것에, 나 역시 안타깝구나. 사야.”
단순히 나를 살려두는 것만으로도, 제국 시민들의 불안은 미쳐 날뛸 것이 눈에 훤했다. 이런 결정은, 그에게 있어서도 피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처형은 내일 오후 1시다. 그때까지 세말 지하 감옥에 가둬두도록.”
햇빛 한점 비추지 않는 지하. 누군가, 무의식 속에서 말을 걸어왔다.
[ 어이. ]
중후하면서도 까칠한 남성의 것으로 들리는 목소리는, 나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아, 인비디아였구나.’
루덴에서 비올레를 공격하고 도망치려다 잡힌 후로, 쭉 침묵을 지키던 인비디아였다.
[ 상황에 대해서 분석 중이었다. 네 몸에 그런 현상이 나타난 건, 네 감정이 힘으로 표출된 결과인 모양이군. ]
‘ 감정…?’
[ 사야, 네가 비올레를 죽일 힘을 원했기에, 그것이 내 힘을 빌린다는 형태로 발현된 것이지. ]
‘ 설마, 이 현상도 감정에 기반을 둔 마법과 비슷한 원리라는 거야?’
변이가 감정과 관련돼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돌이킬 수 있는 희망이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 넓은 의미로 보자면 그렇지. 다만 힘의 근원이 마법과 달리 나에게서 온다는 점이 다르다. ]
마음을 진정시키고, 쇠고랑에 묶인 검은 팔을 자세히 관찰했다. 지금까지 두려운 마음에 제대로 들여다본 적은 없었지만, 그것은 놀라울 정도로 인비디아의 발톱과 닮아있었다.
그가 곰 사르카의 그것으로 변형시켰을 때의, 날카로운 발톱을.
‘..조절할 수 있을까?’
눈을 감은 뒤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생각에만 집중했다. 머릴 빗어주던 루나의 은은한 향기 같은 것과, 팀원들과 처음으로 함께 웃으며 보냈던 주말의 풍경. 그런 것들을 떠올리고 있자니, 조금씩 감정이 누그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감았던 눈을 뜨고, 묶여있던 팔을 바라봤다.
‘돌아왔어…!’
방금까지의 괴물 같던 크기의 팔은, 거짓말같이 다시 인간의 것으로 돌아와 있었다.
[ 앞으로 어떻게 할 셈이냐, 사야? ]
이대로 가면, 내 처형은 피할 수 없었다.
‘쇠고랑을 풀어볼 수 있겠어, 인비디아?’
내가 그에게 물었지만, 즉답이 돌아왔다.
[ 불가능해. 평범한 소재의 구속구가 아니다. 단순히 피부에 닿기만 해도 아픈 것으로 보아, 령사들의 무기에 들어가는 소재를 사용한 모양이야. ]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지하에는 빠져나갈 구멍 같은 것은커녕 가느다란 빛 한점 비추지 않았다. 어떻게든 쇠고랑을 풀어내더라도, 탈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었다.
‘처형은 내일 오후야. 그때까지 방법을 생각해두지 않으면….’
[ 그 처형이란 것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지? 확신할 순 없지만, 독을 마시게 하는 형태라면 우리가 가진 소화능력으로 어떻게든 버텨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그때, 감옥 밖으로부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면회다.”
‘면회…? 누구로부터…?’
감옥 문이 열리며 들어온 것은, 유리 프리지아였다.
“....”
그녀가 이쪽으로 다가오려고 하자, 간수가 그녀를 막았다.
“황제의 명에 따라 사형수와의 접촉은 금지입니다. 일정 거리를 유지해 주십시오.”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유리는, 조금 거리를 둔 채 내게 말했다.
“..사야, 나야. 유리.”
그녀는 도망치던 나를 도우려고 마법으로 빙벽을 세워 령사들의 길을 막았다가, 령사 자격을 박탈당할 뻔한 것을 클레드의 간청으로 겨우 막아냈었다.
“어떻게 한 거야…? 면회 같은 게 허락될 리 없을 텐데.”
“..비올레 단장에게 허가를 받아냈어. 일단, 그의 후계자가 된다는 조건으로.”
“뭐…?”
그녀는 잠깐 간수들의 눈치를 살핀 뒤, 몸을 낮추고 나만 들리도록 작게 얘기했다.
“..같이 도망치자, 사야. 간수들을 죽이고 지하를 벗어나기만 하면, 국경을 넘어 도망칠 수 있을 거야. 그리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살면….”
“그건 안돼.”
단호하게 고개를 저어, 그녀의 의견을 부정했다.
“나는 지금 제국 전체의 경계 대상이야. 만약 네가 나와 같이 도망친다면, 너뿐만이 아니라 네 가족까지도 위험해질 거야.”
“...”
내 대답에 유리는 고개를 낮추고, 조용히 침묵했다. 나는 그녀를 보며, 신중한 음성으로 말한다.
“비올레는 이미 인간의 범위를 넘어섰어. 너도 한번 죽이려고 했던 만큼, 목적을 위해서라면 앞으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라.”
그 말이 역설적으로 자신에게도 향해 있는 것을 알았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최대의 조언이었다. 뒤에서 간수들의 헛기침이 들려오기 시작하자 시간이 얼마 없음을 직감했다.
“그의 신용을 얻어야 해, 유리. 옆에 있으면서 그의 정체가 뭔지, 목적이 무엇인지 꼭 밝혀내 줘.”
“...그럴게.”
“시간이 됐습니다. 이만 나가주시죠, 령사님.”
유리가 간수들에 의해 끌려 나가며, 나를 향해 말했다.
"...살아남는다고 약속해. 사야."
유리는 처음 봤던 날과 같은 그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녀에게 답을 줄 수 없었다.
멀어지는 그녀의 그 뒷모습을 지켜보며, 조용히 침묵할 뿐이었다.
햇빛이 내리쬐는 오후, 나는 얼굴에 검은 천을 뒤집어쓴 채 사형대 위로 올랐다.
“지금부터, 령사 사야에 대한 처형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죽음을 보기 위해 몰려든 지는 모르지만, 술렁거리는 소리가 꽤 들리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있음을 직감했다. 내가 령사의 신분인 점을 참작하여, 참수형이 아닌 비교적 신사적인 교수형으로 형을 대체했다는 것 같다.
두꺼운 밧줄이 목에 걸렸고, 나는 위태로운 나무 의자 위에 올라섰다.
“..죄수,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나는 그 대답에 침묵했고,
툭.
집행인은 내가 오른 교수대 위의 의자를 걷어찼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