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7화 〉 크리오 파견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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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く????뿥튵????鄏????????砣????????????輎????儿뵿㈍아침이 밝고, 크리오 본부의 령사들도 하나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밖과 달리 더울 정도로 따듯했던 잠자리에 감탄하며, 기지개를 켜고 침대에서 나왔다.
“어라?”
루나가 가장 먼저 일어나 방 안을 살펴보니 사야와 유리, 두 명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카르네, 두 사람은 어디 갔어?”
그녀의 물음에 아직 잠이 덜 깨어 얼굴이 퉁퉁 부은 카르네가 대답했다.
“으으음. 화장실이라도 갔겠지. 루나는 걱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
“..그렇겠지?’
그런 그녀의 불안은, 한 시간이 지나 곧 확신으로 바뀌었다. 아침 식사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도 그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루나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은 클레드는, 침착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카르네와 함께 식당으로 와라.”
식당에 모인 그들은, 카밀라가 대접하는 호화로운 아침상에 앉아 마주 보았다.
“다들 잘 잤어? 너무 춥진 않았을까 봐 이 언니가 걱정이 되네.”
다정한 표정으로 식사를 배분하는 카밀라에게, 클레드가 정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간밤에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아, 새벽에 나는 소리 말이구나. 우리 본부가이래 보여도 시설이 꽤 노후됐거든, 클레드. 가끔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 때가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렇군.”
말없이 식사가 이어지는 동안, 카밀라 쪽에서 먼저 화두를 꺼냈다.
“..어머. 다른 제자 두 명은 어디 갔어? 모처럼 아침을 차려뒀는데, 다 식겠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사라져 있더군. 제자를 잃어버린 건 조금 곤란해서 말이야, 혹시 밤중에 두 사람이 나가는 걸 목격한 부하는 없나 확인을 부탁하고 싶은데.”
“물론이지. 잠깐 기다려, 클레드.”
그녀는 걱정스런 얼굴로 자리를 비웠다.
그녀가 떠난 것을 확인한 클레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루나, 카르네. 본부 내부를 있는 대로 뒤져서 수상한 점을 찾아내라. 발견 즉시 나에게 오도록.”
“본부를요.?”
그의 명령에 당황한 카르네가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캥기는 점이 한둘이 아니야. 그리고 유리와 사야가 지금 어디 있든 간에, 쉽게 죽을 애들은 아닐 거다. 이 기회에 여길 있는 대로 쑤셔보자고.”
잠깐 비밀스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카밀라가 다시 식당으로 돌아왔다.
“어쩜 좋아, 클레드…! 아무도 둘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혹시, 간밤에 나왔다가 화라도 당한 건….”
눈물이 그렁그렁하며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카밀라가, 클레드에게 안겨 울상을 지었다.
“..부탁이 하나 있어, 카밀라.”
“부탁?”
“부하들을 동원해서 두 녀석을 찾아 줘. 걱정되서 미칠 것 같아.”
전혀 그런 표정은 아니었으나, 카밀라가 그의 부탁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당연하지. 기지 주변부터 아주 샅샅이 뒤져서 찾아 줄게.”
“..고마워, 카밀라. 루나, 카르네. 너희도 수색에 참여하도록 해라.”
클레드가 그녀를 끌어안자, 카밀라의 얼굴이 붉어지며 미소를 띠었다. 카밀라를 안은 채로 그녀들을 바라본 클레드는, 눈짓으로 루나와 카르네에게 의사를 전달했다.
‘지금이다. 본부를 뒤지도록 해.’
그의 속셈을 알아챈 두 사람은, 수색에 참여하지 않고 재빨리 식당에서 나와 본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부하들 대부분을 전부 수색에 보낸 이상, 눈치를 보지 않고 탐색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클레드. 나도 수색에 동참하러 가보는 게 좋겠어.”
부하들을 따라 본부를 나오려는 카밀라의 손목을, 클레드가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에 놀란 카밀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클레드를 바라봤다.
“...클레드?”
“마음이 편치 않아. 예전처럼 나를 좀 달래주면 좋겠는데.”
‘갑자기 왜 이래?’
클레드답지 않게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 역시 카밀라에게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럼, 잠깐 같이 있을까. 예전처럼.”
카밀라는 클레드를 쓰러뜨려 눕히고는, 그의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 헤치기 시작했다.
“의외네. 당신 같은 사람이 유혹을 다 하고.”
“...”
셔츠의 앞 단추를 모두 풀어 헤친 카밀라는, 클레드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거칠게 포갰다. 그와 동시에 장비를 하나씩 해제하기 시작했다.
“..카밀라, 여기서 해버리면 들켜버리는 게….”
“상관없어. 부하 놈들이 주제넘게 들어오면 바로 죽이면 되니까. 그것보다도…. 여전히 좋은 몸이구나, 클레드.”
그녀의 입술이 천천히 클레드의 목을 타고 내려오면서, 어느새 허리춤까지 도착했다. 그녀는 숙련된 손짓으로, 클레드의 바지에 채워진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
“아아…. 널 다시 봤을 때부터,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지 몰라.”
그녀의 손이 클레드의 바지 속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분위기를 깨뜨렸다.
“클레드, 지하에 달린 문에 핏자국이 있어요!”
“누구냐, 절차도 없이 여기에…!”
잔뜩 화가 나 죽일듯한 눈빛으로 소리가 난 쪽을 노려본 그녀는, 목소리의 주인이 클레드의 제자임을 확인하자 입을 앙다물고 표정을 고쳤다.
“...가 아니라,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니. 너희…?”
상의의 단추를 다시 채운 클레드가, 카밀라의 머리를 밀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밀 문에 핏자국이라. 무척 궁금해지는군.”
“잠깐, 허락도 없이 여길 뒤진 거야. 클레드!?”
그녀가 속았다는 사실에 분개하며 달려들자, 클레드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들이 집에서 없어지면 집안부터 뒤지는 게 당연한 순리 아닌가? 거기에 어디가 잘못됐지?”
“...”
그녀를 무시한 채, 클레드는 루나와 카르네를 따라 수상한 문이 있다는 곳으로 이동했다. 루나의 말마따나, 누가 봐도 급하게 닦은 것으로 보이는 핏자국이 바닥에 남아있었다.
“우리 제자들이 상당히 개구쟁이들이라서 말이야. 숨는 걸 좋아하거든. 아무래도 여길 열어봐야겠어. 카밀라, 열쇠를 좀 주겠나?”
그의 요청에, 카밀라가 그의 앞을 막아 세우며 말했다.
“네가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정말 단단히 실수하는 거야. 클레드.”
“..열어줄 생각은 없다, 그런 말이군.”
클레드는 자신의 대검을 꺼내 들고, 아래에 있는 자물쇠를 향해 높이 들어 올렸다.
“그걸 건드리면, 우리 관계는 끝이야. 클레드.”
“아니, 우린 7년 전에 끝났어. 카밀라.”
클레드는 대검을 강하게 내려찍어, 자물쇠를 박살 내버렸다.
그러자, 분노에 찬 카밀라와 그녀의 부하들이 칼을 빼 들고 그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전부 죽여라! 한 놈도 남겨두지 마! ”
수적으로는 우리가 불리했지만, 그녀의 부하들이 대부분 수색을 떠난 상태였기에 그럭저럭 해볼 만한 상황이었다. 무엇보다도, 클레드의 전투력만으로도 달려드는 상대들을 대부분 압도할 수 있었다.
“클레드, 이 개자식…!”
나름 오랜 용병 생활을 거치며 령사로 이름을 떨쳤던 그녀지만, 오랫동안 도적질이나 해오며 크리오 지방에 안주했던 그녀가 매일같이 단련을 지속한 클레드를 이길리는 만무했다.
카밀라는 빙령사답게 빙결 마법을 섞어가며 고전했지만, 클레드의 칼에 손가락 두 개를 잘려 나가며 허무한 패배를 맞고 말았다.
클레드가 바닥에 널브러진 부하들의 시체를 발로 밀어내며, 카밀라를 제압해 발로 밟았다.
“어디, 뭘 숨겼길래 그렇게까지 필사적이었는지 확인해볼까. 카르네, 속박 주문을 걸어라.”
그녀의 주문으로 인해 카밀라의 두 손이 덩굴로 강하게 속박당했고, 꼼짝없이 지하 계단을 함께 내려가게 되었다. 지하에 있던 것들이 하나씩 드러날수록, 클레드의 표정이 눈에 띄게 썩어갔다.
“이건…?”
카밀라를 제외한 모두가 코를 틀어막고 경악한 것은, 널브러진 인간 시체들을 우적우적 씹어먹던 기이한 생물체 때문이었다. 클레드는 칼을 꺼내 들고, 망설임 없이 그것의 머리에 그것을 찔러넣었다.
“꺄아악!그를 해치지 마…! 우리브레든…!”
카밀라가 소리치자, 클레드가 쓰레기를 보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브레든…? 실종자들의 시체를 이 녀석에게 먹인 것도 모자라서, 이름까지 붙여둔 거냐…?”
짐승에게서 숨이 끊어진 것을 확인한 클레드는, 어느 때보다도 경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잠시나마 네게 연민을 품었던 자신이 역겨울 정도다. 카밀라.”
그는 카밀라의 목을 강하게 쥐더니, 그대로 벽에 몰아붙였다.
“내 제자들도 저놈에게 먹인거냐..?”
그녀를 협박하는 클레드는, 목에 핏줄이 설 정도로 분노에 차 있었다.
“대답에 따라서는, 황천길로 보내주마.”
“...켁..아니.. 절대 아니야...맹세할게….”
클레드가 그녀를 신경질적으로 집어 던졌고, 카밀라는 목을 부여잡고 숨을 고른 채 말을 이어갔다.
“손발을 묶은 채로.. 크리오 산맥의.. 낭떠러지에.. 밀어넣었어….”
“....그 장소까지 안내해라.”
그녀의 머리채를 쥐고 루나에게 넘긴 클레드는, 칼에 묻은 피를 털며 앞장섰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망설임 없이 찌르도록 해, 루나.”
“네, 교관님.”
그녀를 단단히 속박한 채로, 그들은 동료가 아직 숨이 붙어있기를 빌며 산맥 쪽으로 향했다.
카밀라가 우리를 절벽에서 떠밀었고, 그에 따른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었다.
좋은 소식은 절벽이 생각보다 높아서 인비디아에게 도움을 요청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거고, 나쁜 소식은 인비디아가 좀처럼 대답하지 않았다는 거다.
‘인비디아, 우리 곧 뒤진다고…!’
떨어지는 자세로 유리를 끌어안고, 그를 필사적으로 불러댔다.
“아, 진짜…!”
결국 인비디아를 직접 소환해, 물리적으로 두들겨 깨웠다.
[ ...상당히 불쾌한 방식으로 깨우는구나. 오랜만의 깊은 숙면이었는데. ]
‘이 상황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올까!?’
같이 떨어지고 있음을 인지한 인비디아는, 유리와 나를 등에 태웠다.
[ 시끄럽다 했더니 이것 때문이었나. 꽉 잡아라. ]
그는 자신의 뒷다리를 변화시켜 토끼의 그것처럼 만든 뒤, 절벽에 붙어 속도를 줄여나갔다. 인비디아의 다리가 충격을 이기지 못했는지, 서서히 붕괴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다리를 희생시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높이가 높이인지라 절벽에 아무리 매달리려 해도 좀처럼 속도가 줄어들질 않았다.
[ 곧 다리 조직이 무너지겠군. 반동을 줘서 크게 도약하겠다. 충돌에 대비하는 걸 추천하지. ]
그는 다리를 있는 힘껏 오므린 뒤, 거의 땅에 닿아갈 때쯤 절벽을 박차고 옆으로 크게 뛰었다.
“크윽…!”
예상대로 착지에 실패했고, 좌천된 차량처럼 눈밭을 사납게 구르다가 겨우 멈추었다. 눈 범벅이 되어버린 인비디아가, 사납게 눈을 털며 말했다.
[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군. 무사한가, 인간? ]
‘ ..구르면서 팔을 접질렸어. ‘
무의식중인 유리를 감싸며 구르다 보니, 한쪽 팔에 부상을 입었다.
[ 팔다리에 묶인 그것부터 풀어내야겠군. ]
인비디아의 발톱으로, 유리와 내게 묶인 밧줄을 풀어냈다.
[ 그 인간을 왜 그렇게 감싸는 거지? 도중에 그녀를 포기하고 무게를 줄였다면 우리 둘 다 몸을 지켰을 거다. ]
‘..그렇게까지 해서 혼자 살아남으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인비디아의 부상 또한 상당해 보였다. 변형시켰던 뒷다리가 파열되어, 엉거주춤한 자세로 네 발을 딛고 서 있었다.
“태우고 갈 수 있겠어, 인비디아?”
[ 다리가 회복될 때까지는 힘들 것 같군. 뭐, 한 명까지라면 어찌해볼 수 있겠다만. ]
‘그럼, 유리를 좀 부탁할게.’
자연스럽게 인비디아의 등 위에 유리를 태웠다. 등에 달라붙은 유리를, 그가 불만스런 눈으로 노려봤다.
[ ..나는 이 인간 암컷이 싫다. 이 여자의 마법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나는 세상을 집어삼키고도 남았을 거다. ]
그가 그런 원망을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유리 단 한 사람의 마법 능력이, 상식을 벗어난 위력으로 인비디아를 얼려 꼼짝 못 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나저나, 언제부터 잠들어 있던 거야. 인비디아?
잠을 잔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반쯤 깨어있는 상태를 유지했던 그가, 내 부름을 듣지 못할 정도로 잠들어있던 것이 의문이었다.
[ ..아마 네가 이상한 가스를 흡입한 직후인 것 같다. ]
‘ 내 몸에 들어온 성분이 네게도 영향을 끼쳤다는 거야?’
령사가 죽으면 오스테온도 소멸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령사가 잠들었다고 해서 소환수까지 잠든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 지금의 너와 나는, 단순히 계약관계로 취급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애초에 인간과 사르카가 공생할 수 있다는 것도 미지의 영역이고. 어쨌든, 서로의 몸 상태에 깊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주의하는 편이 좋겠군. ]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눈이 그칠질 모르고 휘몰아쳤다.
뼛속까지 얼어붙을 듯한 추위에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해봤지만, 서서히 의식이 흐려져 가는 것은 막기 힘들었다. 어느새 비틀거리며 중심을 잃으려던 순간, 인비디아의 머리가 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
[ 정신을 차려라, 인간. 여기서 네가 죽으면 둘 다 끝이다. ]
‘..알고 있어.’
위치 파악도 안 되는 골짜기에 떨어진 이상, 우선 체온을 지킬 수단부터 확보해야 했다. 양쪽 뺨을 두드리고, 다시 걸어가려고 했을 때였다.
“찌익!”
“으악!”
발밑에서 새하얀 다람쥐처럼 보이는 생물이 눈을 튀기며 지나갔다.
‘다람쥐…?’
일반적인 다람쥐와 다르게, 크리오 지방에만 서식하는 흰 다람쥐로 보였다. 그는 주변의 냄새를 맡기 시작하더니, 어떤 식물을 발견하고 줄기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갈고리 모양의 붉은 잎을 가진 그 식물에게서 보랏빛 열매를 따낸 다람쥐는, 재빨리 눈 속을 파헤쳐 모습을 감추었다.
‘세말에선 못 보던 식물인데.’
몸을 숙여 잎사귀를 어루만진 나는, 따듯해지는 손끝의 감각으로부터 그것의 정체를 파악했다.
‘이거, 온열초잖아…!’
테르모티타 라고도 불리는 이 식물은, 북부지방에서만 자라는 특이한 식물이었다. 추위를 이겨내도록 진화한 결과, 열을 잎사귀와 열매에 모아두는 습성을 가진 식물이다.
‘열매에는 독이 있지만, 잎사귀 정도라면….’
나는 잎사귀를 따내어,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었다. 예상한 것처럼, 열기를 띤 가스가 입안에 퍼져나갔다.
[ 먹어도 괜찮은 거냐, 인간? 꽤 독성이 느껴진다만. ]
‘..알아. 하지만 체온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걸.’
잎사귀가 지닌 독성이 열매보다 훨씬 옅기를 기도하며, 식물에 난 잎을 따서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 뒤로는, 잎사귀가 안에서 으스러지지 않도록 주의해서 걸어야 했다. 거의 두 시간쯤 걸어도 몸을 피할만한 곳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끔찍한 경험이었다.
[ 인간, 저쪽에 동굴이 하나 있다. ]
인비디아가 적당히 패여있는 동굴을 발견했을 때, 나는 안심했다. 이대로 한 시간 정도만 더 걸었더라도, 어떻게 됐을지 장담할 수 없는 몸 상태였다.
차갑게 식은 몸을 이끌고 굴 안쪽으로 들어서자, 그제서야 차가운 눈보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유리를 편한 자세로 눕히고, 불을 피우기 위해 화염 주문을 외웠다,
‘..안 붙네.’
주변에 불을 붙일만한 자재도 없었고, 동굴 안이라고 해도 대부분 차가운 돌 뿐이였기에 불을 피우기 마땅치 않았다.
[ 누가 몸속에 빙결 주문을 때려 박고 있는 느낌이다. 불쾌한 느낌이군. ]
인비디아는 내가 느끼는 것을 꽤 생생하게 체험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체온을 올리려는 모양인지, 몸을 둥그렇게 말아쥐었다.
‘..이게 추위야. 인비디아. 이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죽는 거고.’
[ 인간의 몸은 왜 그리도 나약한 것이냐? 정말이지 나약한 생물이구나. ]
‘..그러게.’
당장 살을 에는 기온도 있지만, 막혀있지 않은 동굴 벽으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싫었다.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온열초를 한 줌 쥐어 입으로 집어넣으려 했으나, 다시 집어넣고 하나의 잎사귀만을 꺼냈다. 곧 깨어날 유리에게 필요한 양도 남겨두어야 했기에, 정말 필요한 양만큼만 사용해야 했다.
‘......후우.’
10초 남짓이 안 되는 시간이지만, 이걸 씹을 때만큼은 몸에 열이 도는 느낌이었다. 그것이 진짜 열인지, 아니면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콜록, 콜록…”
유리의 기침 소리였다. 잠에서 깨어난 유리가,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기침을 내뱉고 있었다.
[ ..난 잠시 잠들어주마, 인간. ]
인비디아가 스스로 소환을 해제했고, 나는 유리의 상반신을 일으켜 세워 온열초를 입에 가져다 댔다.
“입에 넣고 씹어. 체온을 올려줄 거야.”
내 말에 따라 그것을 씹은 유리는, 조금씩 온기를 되찾았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여긴 뭐야,,? 카밀라는? 령사 본부는?”
“카밀라는 우리가 그녀를 의심했다는걸 처음부터 눈치채고 있었던 모양이야. 우릴 절벽에서 떨어뜨렸고, 살아남은 결과가 이거야.”
내 설명을 들은 유리는, 눈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클레드에게 알려야 해.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겠어, 사야?”
“..불가능해. 여기가 어딘지도, 기지랑 얼마나 가까운지도 모르겠….”
그녀의 어깨를 잡고 일어나려다, 정신이 흐릿해지고 말았다.
“...사야?”
온열초를 씹으며 억지로 버텨온 몸이, 스스로 한계임을 알리고 있던 것이다.
“...사야…!”
유리의 목소리가 점점 흐릿하게 들렸지만, 눈을 감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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