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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소설에 전생했다-54화 (54/102)

〈 54화 〉 포식

* * *

積く????????뿥뵿????鄏????????????인비디아의 요청에 따라 숲에 들어온 나는, 그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토끼 형태의 주인 사르카 세 마리에게 둘러싸였다.

불만을 한가득 토로하고 싶지만, 당장 목숨이 걸렸으니 곧바로 전투태세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캬오오오!”

세 마리 중 선두에 선 사르카의 앞발 공격에, 주변의 나무들이 잎사귀를 우수수 떨어뜨리며 쓰러졌다.

‘혼자서 세 마리를 어떻게 감당하라는 거야. 한 마리도 벅찬 상대라고!’

토끼형 주인 사르카는 덩치에 비해 몸이 느린 종도 아니었기에, 나는 열심히 굴러다니며 공격을 피하기 바빴다.

인비디아가 그런 나를 따라다니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이상하군. 너는 나를 쓰러뜨린 인간이 아니더냐? 어째서 이런 잡종들에게 쩔쩔매는 거지? ]

‘한 대 쥐어박기 전에 태우기나 해.'

내 속도로는 아슬아슬해서, 그의 도움이 필요했다.

[ 등에 태워주는 정도라면 문제없지. 자, 올라타라. ]

인비디아의 등에 올라타자, 댕댕이를 탔던 것과 비슷한 탑승감이 느껴졌다. 그러나, 댕댕이와는 비교가 안 되게 빠른 속도를 내고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네..?’

댕댕이도 발이 느린 오스테온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빠른 오스테온은 얼마든지 있었다. 인비디아의 속도도 댕댕이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으나, 내 예상을 훨씬 웃도는 속도였다.

빠른 속도로 사르카 사이를 선회하면서, 석궁을 발사시켰다. 화살이 팅 소리를 내며 명중했지만, 혈석 화살이 아닌 일반 화살이기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젠장, 이럴 때 혈석이..’

내가 화살을 재장전하려고 낑낑대자, 인비디아가 답답한 듯 물었다.

[ 왜 그러느냐. 어서 공격하지 않고. ]

‘혈 석이 하나도 없어. 아까 네가 다 먹어버렸잖아.’

[ 이래저래 손이 많이 가는 인간이로군.. 그 화살이란 걸 내게 줘 보거라. ]

'이걸? 어디다 쓰려고.'

그에게 나무 화살을 하나 건네자, 그것을 몸속으로 쑤욱 집어삼켰다.

[ 길쭉하면서도.. 끝은 날카롭게.. 옳지, 됐다. ]

나로서는 그가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때, 인비디아의 머리 부근에서 길쭉한 검은색의 무언가가 솟아 나왔다.

“으악! 뭐야, 이거!”

마치 사르카 자체가 화살이 된 듯한, 묘하게 꾸물거리는 검은 화살이었다.

[ 조직의 일부를 분해해서 비슷한 모양을 만들어냈다. 시험해보도록. ]

'으음..'

별로 손에 잡고 싶지 않은 모양새였지만 상황이 급한 만큼 석궁에 장전 시켜 바로 발사시켰다.

‘..조금 흔들렸나?’

심장부를 조준해서 발사했지만, 손이 흔들려서 약간 빗나가고 말았다.

[ 문제없다. 오차를 수정하도록 하지. ]

검은 화살이 급하게 휘며 방향을 바꾸더니, 주인 사르카의 핵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빠르고 정확한 일격에 맞은 사르카는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지면에 머리를 박았다.

“어떻게 한 거야?”

[ 스스로 사르카의 핵을 탐지해서 파괴시킨거다. 내 일부를 사용해 만들었으니, 명령을 내리는 정도야 쉬운 일이지. ]

저 화살 역시, 인비디아의 몸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 편리한 게 있었으면, 진작 좀 알려주지 그랬어.’

아까 단검을 들고 열심히 뛰어다니며 토끼 사르카를 잡던 게 떠올렸다.

[ 잔챙이에게 사용하기엔 수지가 안 맞아. 저 화살에 들어가는 에너지만 해도 토끼 사르카 10마리분의 양이다. 적어도 지금 상대하는 놈들은 그 정도 가치는 있어 보이는군. ]

인비디아의 기력을 소비하는 공격인 만큼, 그 성능은 실로 발군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순식간에 두 발째의 검은 화살을 발사해 또 하나의 사르카를 쓰러뜨렸고, 마지막 남은 사르카를 향해 화살을 조준했다.

‘이제 토끼라면 진저리가 난다고..!’

쏘아진 검은 화살이 사르카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갔으나, 그는 거대한 이빨로 화살을 물고 으깨버렸다.

‘화살이…?’

놈의 이빨에 으스러진 검은 화살이, 잿더미처럼 흩어지며 사라졌다.

[ 저 녀석이 무리의 우두머리였나 보군. 왜 다른 두 놈이 저 녀석을 따랐는지 이제야 알겠어. ]

보통 주인 사르카는 무리에서 알파의 지위를 가지기 때문에, 그들이 뭉쳐 다니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녀석과 다른 개체 간의 압도적인 힘 차이 때문에, 다른 주인 사르카들이 본능을 누그러뜨리고 따를 정도였던 것이다.

[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방법으론 힘들겠군. 건투를 빌겠다, 인간. ]

'뭐!?'

“캬오오오오!”

부하를 잃은 사실에 단단히 화가 났는지, 녀석이 무차별 돌진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앞서 싸운 두 녀석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거대한 몸뚱아리가 지나는 자리를 모두 파괴해왔다.

[ 마법은 사용하지 않는 건가? 너는 령사일텐데. ]

'기다려 봐. 생각 중이니까.'

사실 아까부터 계속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좀처럼 틈이 생기질 않았다.

‘암흑계 공격 마법은 하나같이 준비 시간이 너무 길어. 대놓고 썼다간 개죽음이고..’

게다가 이런 대낮에 암흑탄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빛을 차단하기 위해 스코타디 주문까지 설치해야 했다. 내가 계속 끙끙대자, 인비디아가 의견을 물어왔다.

[ 저번에 나를 죽일 때 사용한 마법은 어때. 그거라면 확실하게 놈을 끝낼 수 있을 거다. ]

'타나토스?'

그가 말하는 주문은 암흑계 종결 마법 타나토스였다. 손끝에서 칠흑의 광선을 쏘는 주문으로, 맞은 대상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지만, 수명의 일부를 대가로 하는 주문이었다.

‘내가 미쳤다고 이런 곳에서 수명을 끌어 쓰겠어!?’

[ 걱정 마라. 주문의 위력을 조절해서, 몸에 따르는 부하를 줄여줄 테니. ]

'그런 것도 가능해..?'

[ 물론이지. 이래 봬도 나는 사르카라는 종의 정점에 섰던 몸이다. ]

그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사념을 보내왔다.

[ 어디보자.. 본래 위력의 10분의 1은 어때. ]

타나토스가 소모하는 수명이 일반적으로 5년이니까, 그 10분의 1이면 반년이라는 소리가 된다. 안 그래도 남들보다 짧은 생인데, 한번 쏠 때마다 반년씩 날아가는 기술을 쓰고 싶진 않았다.

‘절대 안 돼!’

[ ..인간들이란 왜 그리도 장수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알겠다. 100분의 1로 타협하도록 하지. ]

대충 계산을 해보니, 한번 쏠 때마다 18일 정도의 수명을 사용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아주 가끔씩만 사용한다면, 감수하지 못할 대가는 아니었다.

‘뭐.. 그 정도라면야..’

[ 좋아. 계약 성립이군. ]

인비디아는 갑자기 속도를 줄이더니, 소환을 스스로 해제하고 내 몸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덕분에 맨땅에 내려진 나는, 균형을 겨우 넘어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무슨 짓이야!?”

[ 마법의 위력을 억제하려면 네 정신에 직접 관여해야 한다. 밖에 있는 상태에서는 불가능해. 이제 집중해라! 놈이 우릴 덮칠 테니.]

무엇인가 내 머릿속을 강하게 조여오는 기분이었다 인비디아가 마법의 위력을 강제로 억제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생각됐다.

[ 위력을 낮춘 만큼 속도는 오르겠지만, 핵을 정확히 노리지 않으면 죽지 않을 거다. 신중하게 조준하도록. ]

‘그렇게 말하니 불안하잖아..’

위력을 본래의 100분의 1로 낮추었다고는 하나, 가볍게 쓸 기술이 아닌 것은 마찬가지였다.

빠르게 주문을 읊고,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어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사르카를 조준했다.

'대체 어딜 쏴야..'

도저히 핵이 어디에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 참, 그랬지. 너희 인간들에겐 보이지 않는군. ]

그의 사념이 전달된 뒤, 시야가 갑자기 어두워진 느낌이 들었다.

‘빛..?’

칙칙하게 보여진 시야속에서, 이상할 정도로 사르카의 몸 특정 부위만 빨간빛으로 빛났다.

[ 내 시야를 잠시 공유했다. 이제 네게도 핵의 위치가 보이겠지. ]

붉은빛의 점에 손끝을 겨냥하고, 정신을 집중했다.

‘타나토스..!’

인비디아에게 쐈던 것에는 전혀 못 미치는 위력이지만, 웬만한 생물체는 필시 관통할만한 위력을 가진 광선이 뻗어 나갔다.

광선은 정확하게 사르카의 핵을 명중하며 뚫고 나갔고, 목숨을 잃은 사르카의 시체는 바닥을 쓸며 다가오다 내 바로 앞에서 정지했다.

“...후, 10년 감수했네.”

가슴을 쓸어내리며 했던 내 말에, 인비디아가 사념으로 대답했다.

[ 10년이라고? 줄어든 수명은 18일뿐이다.]

인비디아의 대답에,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냥 표현일 뿐이야. 인비디아.’

[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군. 인간들의 표현이란. ]

인비디아는 지나치게 직설적이고, 제멋대로긴 하지만 과연 고대종이라 불릴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과거에 숱한 고생을 해가며 잡았던 주인 사르카를, 그의 힘을 빌리니 순식간에 세 마리나 쓰러뜨린 것이 그 증거였다.

[ 그럼, 슬슬 식사를 좀 해볼까. 사르카들은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버려서 곤란하단 말이지. ]

그는 기괴할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남아있는 주인 사르카들의 사체를 통째로 삼키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면, 질투가 아니라 식탐의 인비디아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 오오…]

그가 식사를 마치고, 자신의 몸을 꾸물거리며 감탄에 빠졌다.

“토끼 사르카의 구성요소에 대해 완벽하게 분석했다. 고생한 보람이 있군.”

"그럼, 이제 비올레의 정체를 밝혀낼 수 있는 거야?”

인비디아는 고개를 젓고, 단호하게 말했다.

[ 아니. 오늘 한 것은 그저 힘을 되찾기 위한 첫 단계였을 뿐이다. 아직 갈 길이 멀어.]

그는 댕댕이와 몸을 결합하느라 거의 모든 힘을 쏟아부었기에, 절대 예전만큼의 힘은 되찾을 수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렇겠지.’

[ 인간. 아직 실망하긴 이르다. 이걸 봐라. ]

인비디아의 뒷다리가 기묘하게 부풀어 오르더니, 토끼 사르카의 뒷다리 형태처럼 변형되었다. 댕댕이와 똑같은 체형을 지니고 있었던 그가, 뒷다리만이 변한 것이다.

“뒷다리가 뭔가.. 근육질처럼 됐네?”

바닥을 박차기 좋은 형태로 변화한 뒷다리는, 주인 사르카의 것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튼튼해 보였다.

[ 특정 종의 유전자를 많이 모으면 이런 식으로 기능까지 모방할 수 있는 모양이다. 시험 삼아 등에 타 보겠어? ]

그의 등에 올라타자, 인비디아는 자세를 낮추고 뒷다리에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격렬하게 지면을 박차는 소리와 동시에 상공으로 뛰어올랐다.

‘헉..!’

그는 숲이 다 내려다 보일 정도로 높이 뛰어올랐다. 넓어만 보였던 숲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인비디아는, 과격한 몸놀림으로 바닥에 착지했다.

[ 토끼형 사르카들은 미개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뒷다리만큼은 꽤 쓸모 있어 보이는군. 어떤가, 인간. 처음으로 높이 날아본 소감은? ]

“...”

[... 인간? 왜 대답이 없는 거냐? ]

인비디아가 높이 떴던 순간 바닥을 내려다 본 나는, 아마 실신했던 것 같다.

동시에, 전생의 기억 중에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심각한 고소공포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

그날 이후, 인비디아와 매일 숲에 나가서 유전자를 채집했다. 인비디아 또한 자신의 몸에 슬슬 익숙해졌는지, 이젠 나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소형 사르카들을 척척 잡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생활이 일주일이 지속될때쯤, 클레드 교관으로부터의 집합 명령이 떨어졌다.

"좋아. 이걸로 다 모였군."

“무슨 일이에요, 클레드. 또 술 심부름이에요?”

“너는 나를 뭘로 생각하고 있는 거냐. 물론, 그것도 시킬 거다만.”

이번에 클레드가 부른 것은 나만이 아니라, 우리 팀 전원이었다. 유리와 카르네, 그리고 루나까지 함께 모여있었다.

“ 저번 전투에서 너희 팀이 세운 공적은 단장님께서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다. 그렇기에, 꼭 너희 팀에게 부탁하고 싶은 임무가 있다는군.”

클레드는 서류를 넘기며, 우리에게 말했다.

“너희에게, 도적단 퇴치를 전담하고 싶다는 모양이다.”

"...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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