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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소설에 전생했다-53화 (53/102)

〈 53화 〉 소제목 짓는거 너무 어려워요

* * *

積く????????뿥æ"유리, 내 후계자가 될 생각이 없나?"

그는, 차기 령사단장 직을 그녀에게 맡기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후계자…. 라니. 제가 말입니까?"

"지금 바로 대답해주라는 건 아니네. 시간은 있으니 천천히 생각하고 답변해주면 돼. "

"..."

비올레와 유리의 악수는 그렇게 끝이 났고, 간단한 인사치레 후 자리에 돌아왔다.

'유리를 후계자로…? 무슨 속셈이지?'

그가 카르네를 세뇌시킨 목적은 분명 유리를 죽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유리를 령사단장으로 앉히겠다고 하니 혼란스럽다.

유리는 그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알 수 있는 건, 유리의 표정이 여느 때보다 무거워 보였단 점이다.

[ 결과가 나왔다. 인간. ]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인비디아로부터 사념이 돌아왔다.

'결국 뭐였어, 비올레의 몸에 있다는 건?'

[ 그건]

드디어 그 정체를 알아냈다는 사실에, 숨을 죽이고 인비디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 나도 모르겠다. ]

'...엥?'

돌아온 대답이 너무 허무해서, 기운이 빠졌다.

[ 분석에 실패했다. 강력한 보호 주문이 걸려있더군. ]

'..아니, 넌 그 인비디아잖아? 고대종도 못 뚫는 보호 주문이 있다는 거야?'

령사들과 싸울 때의 인비디아의 모습을 떠올리면, 불가능한 게 없어 보였는데.

[ 힘이 더 필요하다. 본래의 십 분의 일 정도밖에 돌아오지 않았어. ]

결국, 지금으로써는 알 도리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

장례식 이후, 아카데미는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으려고 노력했다. 이미 떠나간 령사들을 잊으려야 잊을 수는 없었지만, 인원이 교체된 팀들도 서서히 새로운 팀에 적응해갔다.

‘..또 그 꿈이야.’

요즘, 이상한 꿈에 매일 밤잠을 설치는 중이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눈을 뜨면 항상 아무것도 없는 세상이 펼쳐지는 그런 꿈이다.

주변이 공허뿐인 것을 확인하고, 다시 눈을 감으면 잠에서 깨어나는 기이한 내용이었다.

[ 꿈이라고? ]

내 얘기를 들은 인비디아가, 사념을 통해 되물었다.

"그래. 아주 미칠 지경이라고."

차라리 누가 나오기라도 하는 꿈이면 좋겠건만, 눈을 뜨면 항상 허허벌판 속에 나 혼자였다.

[ 흥미롭군. 그건 아마도, 내 과거의 기억일 가능성이 크다. ]

"네 과거의 기억?"

[ 내가 너의 기억을 전부 공유하는 것처럼, 너 또한 그런 건지도 모르지. 그러나 나에겐 없는 기억인 걸로 보아 내가 아닌 오래전 깨어난 인비디아들의 기억들일 거다. ]

그는 내가 꿈에서 보았던 기억들이, 오래전의 인비디아들의 기억이라고 말했다.

"..아니, 인비디아는 너잖아. 왜 기억을 공유하지 않는 거야?"

[ 우리 고대종은 짧은 수명을 대신하여 주기적으로 잠드는 쪽을 선택했다. ]

고대종이 한번 잠에 빠져들면, 닳아진 수명을 되돌리기 위해 모든 세포를 새것으로 교체했다.

그 과정에서, 깨어나 있을 동안의 모든 기억을 잃고 만다는 것이다.

"누구랑 대화하는 거야, 사야?"

갑작스레 방에 들이닥친 루나 때문에, 말하고 있던 것을 들켜버렸다.

"혼잣말이었어. 혼잣말."

"..엉뚱하긴."

루나는 내가 말하는 것들을, 의심 없이 곧잘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그녀가 순진해서가 아니라, 내 말이라면 뭐든 간에 전적으로 신용한다는 느낌이다.

"사야는 예전부터 비밀이 많았지."

"내가?"

그녀의 손은 자연스레 빗으로 향했다.

"지금도 그런걸. 오랜만에 여기 좀 앉아볼래?"

빗질은 꽤 오랜만이었다. 최근 안 좋은 일들이 겹쳤기에 빗질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서, 어느샌가 나도 잊고 있었다.

손길이 닿을 때마다, 엉켜있던 머리가 한올 한올 풀려갔다. 처음엔 아파서 난리를 쳤지만, 언제부턴지 적응이 되어갔다.

"사야도 머릴 길러보는 게 어때?"

머리를 반쯤 풀어갈 때쯤, 그녀가 꺼낸 말이었다.

"..그건, 별로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좀만 길어도 가위로 다 잘라버리잖아. 넌 머릿결도 좋은 편인데, 아깝게."

'그런가?'

어린 시절부터 길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기에 계속해서 잘라냈었다. 딱히 여자로서 보이고 싶지도 않았고, 그럴 이유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 털어놔. 난 항상 네 편이니까. 사야."

"...응."

대답은 그렇게 했으나, 전부 털어놓을 수 없었다. 내 몸속에 인비디아가 있다는 것을 알면, 그녀에게 어떤 형태로든 말하기 곤란했다.

루나만큼은 항상 순수한 채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어느샌가 그녀에게 숨기는 비밀 또한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었다.

[ 저 인간은 이미 다 자란 성체다. 그런데, 왜 네가 보호 본능 같은 걸 느끼는 거지? ]

"..가족같은 거니까."

"어? 뭐라고..?"

인비디아가 갑자기 사념을 보내와서, 무의식적으로 거기에 대답해버렸다.

"가족..같지?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

내 말을 들은 루나의 표정은, 어쩐지 복잡해 보였다.

"사야는 그렇게 생각해?"

빗질을 멈춘 루나가, 뒤에서 나를 끌어안았다.

"...루나?"

루나는 나를 끌어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거리낌 없이 하는 스킨쉽일텐데, 오늘은 루나의 태도가 왠지 다른 느낌이다.

[ 저 인간의 감정을 분석해줄까? ]

'감히 생각도 하지 마. 소멸당하기 싫으면.'

[ ..그건 두렵군. ]

경고를 주어 인비디아를 잠재우고, 루나가 원하는 대로 가만히 있었다. 그런 짓이 가능하다고 해도, 그녀에게 굳이 그런 무례한 짓을 할 이유가 없다.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그녀가, 내 귓가에 대고 말했다.

"..사야, 령사가 아닌 다른 일을 했으면 어땠을 거 같아?”

“다른 일이라니, 어떤 종류의?”

“그냥 뭐, 평범하게 농사를 짓는다거나. 장사를 한 다던가 하는 것들.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면, 지금보다 즐겁게 살지 않았을까."

령사가 아닌 다른 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이곳에 태어날 적부터 그렇게 정했었고.

"피곤해서 그럴 거야. 루나. 요즘 쉴 새 없이 바빴잖아."

루나가 나를 끌어안는 강도가 약간 강해졌다. 숨이 가까이서 느껴지고, 체온이 직접적으로 느껴진다.

"..이제 이런 건 그만두고, 내 저택에서 같이 사는 건 어때."

"..어?"

"사야는 큰 일을 해냈잖아. 이제 이런 위험한 짓은 그만 두고, 즐겁게 살아가도 되지 않을까?"

루나는 진심이었다.

"거기서는 싸움 같은걸 할 필요도 없을 걸고, 매일이 즐거울 거야. 아리스도 소개시켜줄게. 메이드를 하고 있는 여자아인데, 분명 너랑 잘 맞을 거야. 그리고…"

"루나, 그건 안돼."

단호한 음성으로, 루나에게 거절 의사를 표했다.

"아직 할 일이 많아. 령사 일을 그만둘 수 없어."

"...그렇지. 맞아."

내 말을 들은 루나가, 안고 있던 팔의 힘을 조금씩 풀었다. 내 얼굴에 닿던 그녀의 머릿결이, 스르륵 하고 멀어져가는 게 느껴졌다.

“..미안.”

내 사과에,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

“미안해하지 마. 이상한 억지를 부린 건 내 쪽이니까.”

루나는 어쩌면, 좀 더 평범한 삶을 원하고 있었을까.

나라는 존재가 루나를 위험한 세계로 끌어들인 것만 같아서, 그녀를 향한 감정에는 언제나 죄책감이 서려 있다.

“빗질 끝났어. 오랜만에 같이 뭐라도 먹을까?”

“좋아.”

여느 주말처럼, 루나와 함께 평범하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어릴 적과 같이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배를 채우고 기분 좋게 낮잠을 자는 동안, 인비디아가 물어왔다.

[ 왜 거절했지? ]

‘뭘?’

[ 분석 결과, 너는 네 감정에 반대되는 말을 했다. ]

‘항상 감정이 이끄는 대로 살 수는 없어.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건, 어릴 적의 특혜야."

[ 이랬다저랬다.. 인간들은 참 피곤하게 사는구만. ]

방에 난 창문을 통해 밖을 구경하던 인비디아는, 내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 인간, 잠깐 밖에 나가게 해줘. 실험해 보고픈 게 생겼다. ]

'..그거 좋지. 소화도 시킬 겸.'

그가 무언가를 요청한 건 흔치 않은 일이었기에, 순순히 응했다.

루나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방문을 닫고, 학교 밖 부지로 나왔다. 어느새 가벼워진 복장의 학생들이 하나둘 부지를 서성이는 중이었다.

인비디아는 학생들의 의심을 받지 않도록, 댕댕이의 모습으로 변해있는 채로 내 옆을 거닐었다.

‘여기서 뭘 하고 싶은데?’

[ 힘의 회복이 필요하다.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약해진 상태라서, 비올레라는 인간의 정체를 특정할 만한 힘이 없다. ]

‘힘의 회복?’

[ 방법은 간단하다. 다른 령사의 오스테온을 죽이고, 영혼석을 내게 먹여라. ]

‘....’

휙.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칼을 빼 들어 인비디아에게 휘둘렀다. 공격에 움찔한 인비디아가, 잽싸게 칼을 피해낸다.

[ 무슨 짓이냐, 인간..! 죽을 뻔했지 않느냐! ]

‘널 처음부터 죽여뒀어야 했는데. 다른 령사의 오스테온을 취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건 징계감을 넘어서, 처형 대상이거든..?’

[ 이해가 안 되는군. 오스테온이 죽는다고 해서 령사가 죽는 것도 아닐 텐데. ]

아무래도 그를 이해하려면, 엄청난 시간이 들어갈 것 같다. 혹은, 아예 불가능할 수도..

‘아무튼 안돼. 다른 령사에게 해를 끼치는 건 금지야.’

[ 곤란하군. 이래서야 힘을 되찾을 방법이.. 음. ]

생각에 잠긴 인비디아는, 갑자기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봐, 어디가?’

[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따라와라, 인간. ]

‘..이래서야 누가 주인인지 모르겠구만.’

그를 따라 도착한 곳은, 학교 인근의 사르카가 서식하는 숲이었다.

“여기서 뭘 어쩌게? 열매라도 먹으려고?”

[ 아니. 내가 찾으려던 건 이거다. ]

그가 앞발을 들어 풀숲에 뛰어들었다. 노렸던 것은 풀숲 안의 토끼 사르카였는지, 곧바로 사르카가 풀숲에서 튀어나와 줄행랑을 쳤다.

[ ..젠장, 뭐가 이리 빠른 것이냐. ]

“..너 정말 인비디아 맞아?”

한때 종말의 괴물이라 불리웠던 인비디아가 토끼 사르카 하나를 못잡는 걸 옆에서 지켜보니, 새어 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좀 도와줘 볼까.’

한 손에 장전된 석궁을 조준하고, 사르카의 몸통에 혈석 화살을 관통시켰다.

“끼에엑!”

과거부터 밥 먹듯 해오던 일이었기에, 손쉽게 토끼 사르카를 쓰러뜨렸다.

[ 묘한 무기를 사용하는군. 어쨌든, 잘 먹겠다. ]

‘잘 먹겠다니, 무슨..’

아직 죽지 않고 부들거리는 토끼 사르카에게 다가간 인비디아는, 거대한 아가리를 쩍 벌려 토끼 사르카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

마치 음식을 씹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인 뒤, 순식간에 그것을 해치워버렸다.

[ 기별도 안 가는군. 못해도 천 마리는 먹어야겠어. ]

“그거, 괜찮은 거야? 아무리 그래도 동족인데..”

[ 동족이라고? ]

인비디아는 웃기는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뒷발로 자신의 머리를 긁었다.

[ 같은 종을 포식하면 안 되는 규칙이라도 있는 건가? 저들은 그저 양분일 뿐이다. 게다가, 나는 지금사르카도 아니고, 오스테온과 반씩 섞인 다른 생물체일 뿐이지. ]

“..그건 그렇네.”

좀 꺼림칙하긴 했지만, 당사자가 괜찮다니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내 입장에서도 오스테온을 먹일바에야 사르카를 먹이는 쪽이 훨씬 낫기도 하고.

[ 자, 인간. 앞으로 999마리 남았다. ]

“뭐? 그렇게나 많이?”

[ 당연하지. 저딴 품질로는 사실 천 마리도 부족해. 그러니 어서 열심히 뛰어서 공물을 가져오거라. ]

‘말하는 게 묘하게 싸가지 없는데..’

태도가 좀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결국 내게 득이 되는 일이니 한번 도와주기로 했다.

토끼 사르카는 밟에 밟힐 정도로 많았기에 발견하기는 쉬웠지만, 문제가 됐던 것은 혈석 화살의 수급이었다.

인비디아가 혈석째로 사르카들을 흡수하는 탓에 화살에 끼울만한 혈석이 남아나질 않았고, 결국 나중에 가서는 단검으로 잡는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달려든 두 마리의 사르카를 단검으로 찢은 후에, 그에게 물었다.

“..이제 얼마나 남았지?”

[ 750마리쯤 남았다. 그런데, 같은 것만 먹으니 질리는군. 너구리 같은 것은 없나? ]

그가 태평하게 누워 있는 꼴을 보자니, 화가 절로 난다.

“너, 나중에 도움 안 되면 내 손에 소멸될 줄 알아..”

[ ..잠깐. 이 주변에서 무언가 느껴진다. ]

태연하게 머리를 긁던 인비디아가, 갑자기 자세를 낮추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냄새를 따라 그가 도착한 곳은, 벽에 난 깊게 이어진 동굴이었다.

[ 찾았다. ]

‘이런 데에 동굴이 있었나?’

사람 두 명이 들어가고 남을 정도로 꽤 커다란 굴이었다. 굴속이 꽤 깊은지, 안쪽이 어두워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 느껴진다. 커다란 힘이 두 개, 아니 세 개는 들어있군. ]

그는 고개를 들어 입에 잔뜩 공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어느새 입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자, 사념으로 내게 말한다.

[ 귀를 막아. 좀 시끄러울 테니. ]

‘ 뭘 하려는..’

끼이이이이익 ­!

찢어질 듯한 파찰음과 함께, 인비디아의 입에서 귀가 떠나갈듯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것은 동굴 속 깊이 전달되어, 굴속을 격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귀를 막고도 전해져오는 생생한 음성에 괴로워하며 그에게 말했다.

“갑자기 뭔 짓거리야…!?”

[ 사르카들이 싫어하는 소리를 압축시켜서 쏘아 보냈다. 곧 반응이 오겠지. ]

그의 말처럼, 곧 동굴 내부로부터 거대한 발자국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분노에 찬 울음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세 마리의 거대한 사르카였다.

‘저거, 주인 사르카잖아..?’

16살에 싸운 적이 있었던, 거대한 풍채의 토끼 사르카였다. 게다가 세 마리 씩이나.

그들은 육중한 몸을 이끌고, 동굴 밖으로 달려 나왔다.

“키에에에에엑­!”

[ 저 정도면 나쁘지 않은 공물이군. ]

‘.....하..’

내가 죽이고 싶은 쪽은 저들이 아니라, 인비디아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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