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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소설에 전생했다-48화 (48/102)

〈 48화 〉 내가 있을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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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く????몞も????鄏????룢????????????????????踥????"제법 급해 보이는구나. 사야."

그와 시선을 마주한 채, 몇 초 가량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자신의 심리를 훤히 들여다보는 것만 같은 미지의 공포심이, 스멀스멀 몸을 기어든다.

"..유리의 상태가, 많이 걱정돼서요."

그의 질문을 받아넘긴 나는, 그 자리서 꼼짝하지 않았다. 비올레는 누워있는 유리의 침대맡으로 가서,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유리 프리지아. 그녀는 무척이나 강한 아이야. 그렇지 않니?"

"..."

"몇 번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속에서, 늘 부활하듯 생명을 부지하는 모습.. 놀랍기 그지없지."

비올레는 그녀에게서 손을 거두고 내가 있는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왔다. 특유의 인자하던 눈빛은, 이제 내 안을 공포로 가득 채운다. 그의 한 손이, 내 어깨 위로 올려졌다.

"이상하게도 그때마다, 그녀의 옆에는 항상 네가 있더구나. 사야."

태어나 처음으로 느끼는, 압도적인 무력감.

주인 사르카를 상대할 때도, 율리우스가 칼을 겨눌 때도 느껴보지 못한 전율이었다. 이 남자가 지닌 힘은, 나를 한 줌의 재로 바꿀 만한 충분한 능력이 있다.

잠시 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의 것이었다.

"..고맙다."

"...네?"

"유리를 지켜줘서 고맙구나. 그녀는 아카데미에 있어서 소중한 전력이야. 그녀만큼이나 빙결계 마법을 다루는 인물은 드물단다."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것이 나를 향한 진심 어린 감사인지, 그녀를 지키는 것에 대한 무언의 경고였는지 알 길이 없었다.

"..동료니까요."

비올리는 아직 내가 그를 의심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걸까. 그게 아니면..

"..참, 안 좋은 소식을 하나 전해야겠구나."

"..안 좋은 소식이요?"

"인비디아의 움직임이 관측됐다."

"....!"

얼마나 안 좋은 소식인지 했더니, 일어날 수 있는 일 중에 최고로 안 좋은 일이었다.

‘인비디아가 벌써..!?’

질투의 인비디아.

원작에서의 세계의 멸망을 불러일으킨 원인이자, 세상의 모든 종류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고대종 사르카.

'원작에서 인비디아가 깨어나는 건, 빨라야 겨울쯤일 텐데…?'

원작에서 인비디아가 깨어난 시기는, 한창 눈이 내리는 겨울이었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약한 상태의 인비디아를 토벌하러 나섰지만, 령사들의 노력에도 결국 놓쳐버리고 말았다. 자유를 되찾은 인비디아는, 세상에 풀려나와 힘을 되찾아 가며 멸망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당시의 토벌전이 실패한 유력한 원인은, 바로 주인공의 부재.

즉, 유리 프리지아의 죽음으로 인한 토벌전의 불참이었다.

지금은 원작과 달리, 유리라는 령사는 멀쩡히 살아있다. 어쩌면 그녀의 존재로 인해 결말을 뒤집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가지 걸리는 점은, 인비디아가 깨어날 시기가 일러도 너무 이르다는 거였지만.

"령사들을 동원한 대규모 토벌 전투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자네 팀에게 거는 기대가 크단다. 특히, 프리지아 양에게는."

비올레 역시, 유리가 전투에 필요함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시계를 한번 흘깃 보고는, 내게 말했다.

"벌써 이런 시간이구나. 나는 이만 가볼 테니, 용건을 보도록 해."

"..네."

그가 완전히 문밖으로 나갈 때까지도,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비올레의 의도를 완벽하게 알 수 없는 이상, 앞으로 그와의 접촉은 최대한 피해야 했다.

밖으로 나가려던 비올레는, 등을 돌린 상태로 멈춰 섰다.

'...왜 안나가지?'

그는 복도를 바라본 채로, 내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세뇌에 관해 궁금했던 점은 잘 해결됐니. 사야?"

숨이 턱 막혔다.

단 한 번의 말실수로, 내 패가 전부 까발려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네, 그럭저럭."

"...잘됐구나. 또 궁금한 게 생기면 부담 없이 찾아오도록 해. 내 방은, 아카데미의 모든 령사들에게 열려있으니."

그가 사라지고 나서, 벽에 몸을 기대어 숨을 골랐다.

"...하아. 하아.."

그가 세뇌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을 땐, 진짜로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과연 알고 꺼낸 얘기였을까?

“..후우.”

호흡을 가다듬고, 누워있는 유리에게 다가갔다. 폭발 당시의 충격이 상당했었는지, 사건 이후로 아직 눈을 뜨지 못한 채다. 이제 갓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뿐인 그녀의 생사가 세계의 존망 따위를 결정 짓는다니. 아무리 내 소설 속의 주인공이라곤 하나 기구한 운명이 따로 없다.

‘..일어나지 않네, 유리.’.

지난번의 유리는, 눈을 뜨자마자 물을 달라고 했었지. 지금만큼은, 욕을 해줘도 좋으니 제발 그녀가 눈을 떠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렇게 뜨겁게 쳐다보면, 얼굴에 구멍 나겠어. 사야."

이번에 들려온 목소리는, 뒤에서 들려온 것이었다.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사랑스러운 금발 기사.

“루나..!”

나는 망설임 없이 그녀에게 달려들어 와락 껴안는다. 내 강한 포옹에 놀란 그녀였지만, 이내 방긋 웃으며 내 머릴 쓰다듬었다.

“....걱정했어.”

“그런 사람이, 나 말고 유리부터 찾아왔네?”

“...”

입장이 불리해짐을 느낀 나는, 껴안은 손을 살짝 풀어 그녀의 옆구리를 간지럼 태웠다.

“꺄하하하..! 사야, 거기 다친 데야..! 아하하!”

오랜만에 느끼는 그녀의 피부 감촉과, 머리에서 나오는 은은한 향조차도 전부 반가웠다.

한바탕 간지럼 전쟁을 끝내고, 유리의 침대 맡에 루나와 나란히 앉았다. 그녀가 애써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사실은 그다지 괜찮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몸은 좀 어때, 루나.”

“어떻긴, 건강하지.”

“동료로서 진지하게 묻는 거야. 사실대로 말해줘.”

루나의 치료를 담당했던 아이리스의 설명으로는, 그녀가 더는 예전처럼 싸우기는 힘들 거라고 말했다.

“왼손이 예전 같지 않아. 방패를 쥐는 건, 이제 무리라고 생각해.”

“...”

“괜찮아. 그래도 칼 쓰는 손이 괜찮은 게 어디야?”

괜찮을 리가 없지.

방패를 이용한 패링 스타일의 전투를 애용하는 루나에게 있어서, 방패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건 치명적인 리스크다.

"..그것보다도, 유리 양의 흉터를 새겨버렸네."

그녀는 어지간히도 유리의 몸에 상처를 낸 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네 마법이 아니었으면 유리는 살아남지 못했어. 그런 말 마."

"그래도 미안한 건 미안한걸."

"으음…"

침대에서 들려온 신음 소리에, 우리는 둘 다 유리에게 주목했다.

"...루나."

그녀가 이번에 깨어나 처음으로 말한 단어는, 루나였다.

"널 부르는 거 같은데?"

어리둥절한 루나가, 유리에게 다가갔다.

"..더.. 가까이…"

"..이렇게?"

유리의 요구에 따라, 루나가 그녀에게 더 가까이 얼굴을 내밀었다.

딱.

유리의 손가락이, 루나의 이마를 강타했다.

"앗!"

루나는 갑작스런 폭력에 울먹거리며 이마를 잡았다.

"왜 그래..?"

"멍청이."

물리적 폭력에 더해, 이젠 언어폭력까지 더해졌다. 유리는 누운 채로 고개를 돌려 루나를 바라보고 말한다.

"목숨을 구해준 사람이, 미안하단 소릴 하면 어쩌자는 거야."

"..."

"이건 흉터가 아니라, 오히려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해."

"..고마워. 유리 양."

"언제까지 딱딱하게 부르려고. 유리면 돼."

"응! 유리."

두 사람이 마주 보고 대화하는 건 생소한 광경이었다. 오랜만에 느긋해진 분위기 속에서 그간 못했던 이야기를 나누는데, 루나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닫혀있는 문 쪽을 응시했다.

“왜 그래?”

“..문 밖에 인기척이 있어.”

‘...인기척?’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긴장을 늦추지 않고 문으로 향했다. 아직 비올레가 다녀간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기에,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문고리를 잡고, 문을 빠르게 옆으로 밀었다.

“...…카르네?”

거기에는, 카르네가 문 옆에 바짝 붙어 서 있었다.

“..거기서 뭐하고 있어?”

나와 눈을 마주친 카르네는, 헛기침을 하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아니.. 네가 급하게 어딜 뛰어가길래 걱정돼서 뒤따라왔더니.. 병원이었네?”

“그래서?”

“온 김에 다른 애들은 잘 있나 궁금하기도 했고..! 아무튼, 확인했으니까 난 가는걸로..!”

한숨을 한번 쉬어주고, 그녀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여기 진짜 멍청이가 하나 더 있었네.

“어디 가려고. 다 무사했으니 축하 파티라도 해야지.”

“잠깐, 나는..!”

카르네의 등을 잡고, 치료실 안으로 떠밀어 버렸다. 그녀의 등장에, 루나와 유리의 시선도 카르네에게 꽂혔다. 시선을 최대한 피하던 카르네는, 그녀들에게 어색하게 인사했다.

".. 다들…. 건강해 보이네?”

그녀가 이토록 눈치를 보는 이유를, 대강 알 것 같다.

카르네는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곤 해도 유리를 죽이기 직전까지 갔던 인물이다. 멀쩡해진 정신으론 유리를 마주 보는 것도 힘들어하겠지.

인사를 받은 유리가, 카르네에게 말했다.

“아직 그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야, 카르네?”

“..유리, 난..”

“네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어. 너도 와서 앉아.”

난처해하는 카르네를, 침대 맡에 놓인 의자에 떠밀듯 앉혔다. 그녀는 우물쭈물한 표정으로 유리를 보며,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로 괜찮아?”

“그래. 하나도 신경 안 써.”

카르네를 보는 유리는, 무려 웃고 있었다.

감정표현이라고는 인상을 쓰는 게 다였던 유리가, 웃고 있다. 겨우 그것만으로도, 네 명의 분위기는 부드럽게 풀려나갈 수 있었다.

한참 이야기꽃을 피우던 중,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왜 그래, 사야?”

“중요한 걸 깜빡했어. 다들 기다려. 금방 올게.”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녀들을 뒤로하고, 치료실을 나왔다.

‘이게 빠지면 안 되지.’

잠시 후 내가 손에 들고 들어온 건, 드로시아라고 적힌 새까만 유리병이었다.

“..사야, 그거.. 술이야?”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건, 루나였다.

“어디서 가져왔어?”

“식품 창고에 널브러져 있던데? 하나쯤 없어져도 모를 거야.”

기대감에 차서 술을 개봉하려는데, 카르네가 나를 제지했다.

“잠깐!”

“왜?”

“..우리 아직 미성년자야.”

“....”

잠깐의 정적 후, 누구 할 것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왜 웃어, 너희?”

“카르네, 의외로 그런 거 신경 쓰는 타입이었구나.”

“의외라니, 실례네..!”

입양된 후 계속 수도원에서 지냈다고 했으니, 그때의 금욕적인 습관이 몸에 밴 거겠지.

“그럼 저희끼리만 즐기도록 할게요. 카르네 수녀님.”

“수녀 아니거든!?”

“그럼, 카르네도 한잔할 거야?”

“...”

내 물음에, 카르네는 아주 진지하게 고민했다.

설마 카르네가 술을 꺼려할 줄이야. 성장 배경이란 건, 생각보다 영향력있는 요소네.

“...그럼, 조금만.”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밝게 웃으며 술병을 들어올렸다.

“그렇게 됐으니, 열어볼까?”

팀을 결성한 이후, 이렇게 편안한 분위기로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매일 수업과 훈련에 구르고 치여가며 같이 헤쳐나왔던 팀이지만, 이제서야 마음을 터놓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왜 진작 이렇게 지내지 못했을까.

종말의 날이 가까워져 올수록, 아직 이 세상에 좀 더 남아있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카데미에 온 뒤 처음으로, 이곳이 내가 있을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근데 이거, 코르크 따개 없이 못 여는데..?”

“..…..”

오늘 밤의 파티는,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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