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 술자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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積く????????몞튵????鄏????蘲????????????輶????“나랑 할 얘기가 많을 거야, 사야.”
내 앞에 있는 건, 어딜 봐도 원래대로 돌아온 카르네 에커만이였다.
“..일 더하기 일은?”
“이게 누굴 바보로 아나! ”
성깔을 보니, 그녀가 돌아온 게 확실했다.
“마지막 기억이 언제야, 카르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그 괴물을 쓰러뜨린 직후에 기절했었잖아.”
“...”
그녀는 지능이 유아처럼 퇴화된 후의 기억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즉, 율리우스를 죽인 직후의 기억까지만 그녀에게 남아 있는 것이다.
“..왜 그렇게 봐? 혹시 내가 자는 동안 무슨 일 있었던 거 아니지?”
“..없었어. 없었고말고.”
지난 일주일간의 그녀의 행적을 낱낱이 알려주면 평생 놀림거리로 쓸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 그런 악취미는 없으니 비밀에 부치기로 하자.
“..유리는, 어떻게 됐어?”
그녀가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카르네는 유리가 죽은 모습을 보고 기절했으니, 그녀가 죽은 줄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잘 살아있어.”
“...”
내 대답을 들은 그녀가, 고개를 땅에 처박고 연신 훌쩍거렸다.
“..설마, 울어?’
“그날 비 맞아서 코감기 걸린거다, 왜!”
“ ..아이고. 그러셨구나.”
기쁘면 기쁘다고 솔직하게 표현하면 될 텐데. 그녀의 얼굴에서 안도감이 묻어나와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카르네.”.
그녀가 원래대로 돌아왔으니, 지금껏 먼 길을 돌아 그녀의 세뇌를 풀어낸 목적을 달성할 때가 왔다.
“내 질문에 대답해 줘. 너에게 유리를 죽이라고 명한 인물, 그건 누구야?”
“....그건..”
그녀의 입에서 직접 들음으로써, 오랫동안 찾아 헤맨 세뇌자의 정체를 밝혀내는 순간이었다.
“..인간이 아니었어.”
“..잠깐, 뭐?”
“내가 본 건 인간이 아니었어."
"그럼 뭐였는데?"
"..꿈에서 그걸 봤다고 하면 믿어주겠어?"
"..일단 계속해 봐."
인간이 아닐 뿐더러, 꿈에서 목격했다니. 들으면 들을수록 의문은 커져만 갔다.
"어느 날, 파란 눈을 가진 거대한 사르카가 꿈에 나왔어. 꿈에 그게 나온 뒤로부터, 계속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됐단 말야. 이상하리만치 유리라는 여자에게 집착하게 되고, 죽이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어. 원치 않는 말들도 입에서 강제로 튀어나와. 그 감각만큼은, 지금 생각해도 불쾌해. 내가 미친 걸까, 사야?”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너도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거지? 이해해.”
“아니, 넌 정상일거야. 카르네.”
상대의 정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암흑계 마법은, 대상이 의식이 희미할수록, 혹은 저항하려는 의지가 약할수록 잘 걸려든다.
암흑계 초급 마법인 나이트메어를 예로 들면, 발동 조건부터가 상대방이 잠들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주문이다.
술자가 자신의 정체를 들키고 싶지 않았고, 보다 확실한 효과를 노렸다면 카르네가 잠들었을 때를 노렸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혹시 그 사르카의 모습이, 사슴 같은 형상을 띄고 있진 않았어?”
내 말에,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했다.
“어떻게 알았어!? 지금껏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었는데..”
“너가 봤다는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묘사해 줘, 카르네.”
“그러니까.. 신기하게 생긴 사슴 같은 모습에, 머리가 두 개였어. 그런데 이상한 건, 뿔은 한쪽 머리에만 달려있었어.”
“색욕의 럭셔리아..”
“럭셔.. 뭐야, 그게?”
틀림없었다.
그녀가 봤다는 형상은 눈 색깔만 제외하면 빈센트 프리지아의 일지에서 보았던 고대종 사르카, 색욕의 럭셔리아의 생김새 묘사와 일치했다. 나라에서 법으로 금지하여 몇권 남지도 않은 고서를 그녀가 보았을리는 만무했다. 그녀가 꿈에서 본 사르카의 모습이 럭셔리아와 일치한다는 것은, 술자가 사용한 세뇌술이 럭셔리아의 힘과 어느정도 관련되어 있거나, 그 힘 자체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카르네, 아카데미 입학 전에는 주로 어디서 지냈어?”
“..아카데미 수도원.”
“..뭐?”
“아카데미 수도원에서 지냈어.”
“..아니, 입학하기 전부터 아카데미 내에 있었다는 거야? 그게 가능해?”
“...하아. 내가 이런 것까지 말하게 될 줄이야. 내가 입양됐다는 건 알고 있지? 사야.”
그날 그녀를 따라 들어간 허름한 식당에서 그녀가 노예로 팔렸었다는 사실과 어떤 훌륭한 사람에게 입양되었다는 것까지 전부 들었었다.
“공식적으로 나를 입양한 사람은, 비올레 단장님이야.”
“비올레..?”
그 이름을 가진 훌륭한 사람이라면,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아는 그 비올레 령사단장 말이야?"
“그리 놀랄 것 없어. 나 말고도, 몇십 명이나 되는 고아들을 입양하셨으니까. 나에게 있어서는, 인생의 구원자라고 볼 수 있지.”
만약 그가 노예였던 카르네를 입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카르네는 없을 수도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그가 입양한 수많은 아이들은 수도원 내에서 먹고 자랐어. 몇몇 여자아이들은, 수녀가 되기도 했고.”
'카르네한테 수녀복이라니, 상상이 안 가는 걸.'
그녀를 입양한 게 비올레였다니. 게다가 카르네 뿐만 아니라 몇십 명을 입양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그에 대한 미담이 이제는 흐르다 못해 넘칠 지경이다
문득, 크리스가 했던 발언이 생각났다. 라던 크리스의 주장.어디로 보나 선인 그 자체일 뿐인 비올레에 대해서, 어째서 사라져야 할 존재라고 말한 걸까.
“잠을 잘 때는 항상 모든 아이들이 수도원의 2층에 모여서 잤어. 그 꿈을 꿨던 날도, 평소처럼 다른 애들 사이에서 잠들었었고.”
“..야간에 수도원 2층에 출입 가능한 사람은 누가 있어?”
술자가 카르네가 잠든 틈을 노렸다면, 수도원 2층에 거리낌 없이 들어가도 의심받지 않을 사람 중에 있을 가능성이 컸다.
몰래 잠입하기에는, 아카데미의 삼엄한 경비와 수도원을 밤새 눈 뜨고 지키는 수녀들의 눈까지 피해야 했을 테니.
“수녀님들을 제외하면 별로 없어. 수도원장님하고, 가끔 시설을 수리하러 찾아오는 수위 아저씨 정도..?”
아카데미 내의 수위라면 나도 알고 있다. 성격이 좀 괴팍하긴 하나, 속내는 그럭저럭 착하면서 마법적 능력은 전혀 없는 사람이다. 그가 술자라고 생각하는 건 무리가 있었다.
‘그럼 대체 누가..?’
수도원의 수녀 중에 그럴만한 능력을 갖춘 자가 있다는 말인가?
무려 한 달이 넘는 기간을 세뇌할 수 있는 능력을?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껏 카르네를 세뇌에서 풀어냈는데, 이러면 하나도 소용이..
“...그러고 보니 한사람 더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이 있긴 한데..”
가만히 나를 지켜보던 카르네가, 입을 열었다.
“누구야, 그게?”
“...아니, 아니야. 생각해보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같기도 하고.”
“그건 내가 판단할 테니까, 일단 말해봐. 빨리!”
그녀의 어깨를 잡고,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려던 사람은, 원하는대로 아카데미 내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으면서, 제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
카르네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마침내 입을 뗐다.
“비올레..님.”
“...”
비올레.
령사 단장이면서, 동시에 아카데미의 총장이기도 한 그를, 나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용의 선상에 올린 적 없었다. 그는 누구나가 인정하는 아르모니아 제국의 영웅인 동시에, 나 역시 가장 존경하는 령사였다.
그런 그가, 입양한 양녀에게 그런 식의 세뇌를 거는 모습이란 도무지 상상하기가 어렵다.
‘..암흑계 령사. 그리고, 고대종을 단신으로 쓰러뜨린 유일한 인간.’
그는 세뇌에 관해 지식이 깊고, 자신의 능력에 대한 한계치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카르네. 오늘 정신이 돌아온 건 몇 시 쯤이야?”
“잠에서 깬 걸 말하는 거라면, 오후 8시 직후일 거야. 일어나자마자 시계를 봤으니 틀림없어. ”
비올레가 연설을 시작한 시간은 정확히 8시였다. 정각을 알리는 시계탑의 종이 울린 뒤 연설을 시작한 그는, 5분이 채 지나지 않아 크리스의 화살에 어깨를 꿰뚫렸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들어맞잖아.’
카르네의 정신이 돌아온 시간과 그가 화살을 맞은 시간은 정확히 일치했다. 술자가 걸어놓은 마법을 파괴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는, 시전자의 신체에 강한 자극을 주어 집중을 깨뜨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크리스의 화살에 맞은 직후 카르네가 돌아왔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연으로먼 보기는 어려웠다.
‘설마, 내가 일찍이 찾아갔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던 그의 언행과, 내게 세뇌에 관한 힌트를 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쩌면, 내가 세뇌에 관한 말을 꺼내자마자 눈치를 채고 일부러 정보를 흘리며 나를 떠봤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유리한테 가서, 이 사실을 알려야 해.’
나를 제외하고서 유일하게 비밀을 공유하고 있는 상대는 유리뿐이다. 그녀와 함께 내가 알아낸 정보를 토대로, 그가 정말로 범인인지를 가려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카르네, 잠깐 유리에게 다녀올게.”
“이 시간에? 샤워는 어쩌고?”
“급한 일이 좀 생겼어. 다녀와서 할게.”
벗어놓은 드레스를 걸어놓을 여유도 없이, 유리가 있는 병실로 빠르게 달려갔다. 카르네에게 걸렸던 세뇌의 목적은, 유리의 목숨을 끊어내는 것이였다. 만약 정말로 그가 세뇌를 걸었던 인물이고, 이미 세뇌가 풀렸음을 깨닫고도 유리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게 된다면 앞으로의 일을 알 수 없게 되어버린다.
병실까지의 거리를 단숨에 뛰어온 나는, 유리가 있는 치료실 문을 열어젖혔다.
“유리…!”
문을 연 유리의 치료실 안에는, 언제나와 같은 인자한 표정의 비올레가 서 있었다.
“..제법 급해 보이는 구나.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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