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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소설에 전생했다-46화 (46/102)

〈 46화 〉 검은 십자가

* * *

積く????????몞뿥????鄏????????????????????????????'사야 바르나바.'

17년 만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완전한 이름이였다.

"당신은 사르카 일족의 마지막 후계자이자, 여신 부활 계획의 일환이었어요."

"여신 부활 계획…?"

크리스는 짙은 회색 빛을 띄는 그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

"자신의 머리색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적 없었나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흑발은 커녕, 어두운 머리색조차도 보기 힘든 이곳에서 말이에요."

내 머리색은, 흑발이라 차별받는 사람 중에서도 특히 새까만 편이었다. 보통 흑발이라고 해봐야 짙은 남색이나 갈색인 경우인데, 나는 밤에 완전히 보이지 않을 정도의 완전한 흑발이었으니까.

"..그건, 사야 씨가 그렇게 태어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에요."

"무슨 소리에요, 만들어 졌다니..”

크리스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사르카 교에 대해서는 들어보셨겠죠. 사르카 여신을 섬기고, 그녀를 위한 제물로 인간을 바치는 종교를요."

"..그럼요. 지긋지긋할 정도죠."

"사르카교의 그런 믿음은, 사실 저희 사르카 일족으로부터 뻗어 나왔어요. 그 살아있는 증거가 저희 같은 머리색을 지닌 아이들이죠."

너무 충격적인 얘기를 연속으로 들어서 그런지 머리가 혼란스럽다.

“그러니까, 사르카 일족이란 게 실은 사르카교 그 자체라고요?"

"정확히는, 여신과 관련된 신앙을 처음으로 섬긴 게 사르카 일족이었죠. 사르카교는 거기에서 갈라져 나온 집단이고요."

그놈의 사르카가 어디를 가나 저주처럼 따라붙는다. 그 끔찍한 괴물을 칼로 베는 일에도 이제는 이골이 나는데, 이제는 내가 그것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일족의 일원이라니.

"사르카 일족은 언제나 여신에게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사르카의 피를 마시고, 몸을 섞음으로써 그들과 하나가 되면 여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죠."

“..몸을 섞는다니..”

설명을 말로만 들었는데도,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다.

"그 일련의 과정에서, 어두운 머리색을 가진 인간은 사르카와의 동화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사르카와의 동화율?"

"얼마 전에 율리우스라는 자가 고대종의 피를 마시고 사르카와 섞인 모습으로 변했던 건을 기억하시죠?"

그걸 어떻게 잊겠어.

지금도 그 끔찍하게 뒤틀린 형체가 꿈에 나올 정도다.

"동화율이 낮은 사람이 그런 짓을 하면, 괴물에 가까운 형태로 변하고 말아요. 반대로 동화율이 높을수록, 사르카와 합쳐진 채로 더 높은 지능과 온전한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되죠."

"..그럼, 여신 부활 계획이란 게 설마.."

크리스는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보인 얼굴과 다른, 복잡한 감정이 얽혀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검은 머리를 가진 인간끼리 교배 시켜, 가장 짙은 검은색을 만들어 내는 게 그들의 계획이었어요. 동화율이 가장 높은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요. 그 결과 탄생한 게, 저희 같은 아이들이었죠."

사르카? 교배? 여신?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모든 단어들이 혐오스럽기 그지 없었다. 검은 머리 인간끼리 교배시켜서, 사르카와 합칠 생각을 해? 미친 놈들이 따로 없었다.

"당신과 내가 태어날 때부터 지닌 검은 십자가가, 여신 부활 계획의 희생자라는 증거에요."

귀에 걸린 검은 십자가를 만지작거렸다. 소재도, 만들어진 이유도 몰랐던 이 장신구가 희생자를 뜻하는 증거였다니.

"..크리스도, 그 계획 속에서 태어났다는 거네요."

내 말에 들은 그의 눈동자에서는, 분노인지 슬픔인지 모를 감정이 느껴졌다.

"맞아요. 저는 짙은 회색빛의 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실패작이었지만, 사야 씨는 달랐어요. 그들에게 있어서 사야 씨는 완벽한 여신의 부활 재료 그 자체였겠죠."

“...잠깐만요.”

밀려오는 구토감에 한차례 구역질을 한 후, 숨을 고르고 말을 이어갔다.

"그럼, 왜 저를 태어나자마자 버린 거에요? 완벽한 재료였다면서요."

"사르카 일족에게는 완벽한 재료였지만, 당신의 부모에게는 아니었어요. 그들은 일족을 배반하고, 당신을 멀리 내다 버리는 길을 선택했죠."

"...제 부모란 자들은, 그 뒤로 어떻게 됐죠?"

"..별로 듣고 싶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사야."

“...”

어차피 그들을 만나보고 싶단 생각 같은 건 없었다. 단지,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악인들은 아니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이미 죽어버렸다면야, 이제 그것도 불가능하겠지만.

“..혹시 크리스도, 나를 재료로써 데려갈 생각이었나요?”

경계태세를 갖추고, 무기에 손을 올렸다.

“그럴리가요. 우린 이 세상에 여신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어요. 거짓된 의식 따위에 희생된 동료로써, 당신을 돕고 싶었을 뿐이에요.”

크리스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에 대한 경계를 쉽게 놓을 수는 없었다. 사르카 교가 거론된 순간부터 이미 그는 정상적인 집단의 소속이 아니다.

“게다가 제가 그 신화를 믿고 있다고 해도, 사야 씨를 해칠 이유는 없어요. 사르카 일족은 이미 과거 속으로 사라졌으니까요.”

“사라졌다..?”

사라졌다, 라는 표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사야 씨가 태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전 황제의 명에 따라 각지의 사르카 일족은 전부 몰살당했어요.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아이 중 하나가, 바로 저였고요.”

이전 황제라는 자는, 나라에 있는 사르카 관련 서적을 모두 불태우라 명령했을 정도로 강경했었다. 여신 부활 따위를 꿈꾸며 사르카와 계속해서 접촉했던 집단을 가만둘 리 없었겠지.

“령사들의 마법에 어른들의 머리가 터져나갔고, 아이들도 칼에 찔려 수없이 죽어나갔죠. 거의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그때의 광경만은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우리 같은 아이들이 아직 남아있는 거예요?”

그는 그 사건으로부터의 생존자였다. 그 말인즉슨, 몰살로부터 살아남은 다른 아이들이 남아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맞아요. 저는 살아남은 소수의 아이들을 모아서 저항 집단을 창설했어요. 썩어빠진 제국을 개혁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기 위한 집단이죠.”

“..쉽게 말해서, 반란군이네요.”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몰살을 감행한 건 지금의 황제가 아니잖아요. 그는 오히려 차별에 반대하는 입장일 텐데요.”

검은 머리였던 나에게 임명식에 서주기를 권했을 정도로, 차별적인 인식 개선에 앞장서는 사람이었다.

“황제 하나가 그런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수 백년간 이어져왔던 국민들의 편견이 바뀌진 않을거에요. 우린, 피를 보게 되더라도 확실한 방법을 택할겁니다.”

크리스는 싱긋 웃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저는 사야 씨가 우리와 함께했으면 좋겠네요.”

“..제가 왜 그래야 하죠?”

“..아까 제가 당신을 부를 때, 바르나바라는 성을 붙였었죠, 그 성씨는, 지금의 저희를 있게 해준 여성에게서 따 왔어요. 여신 부활 계획의 희생자로써 잡혀온 여성이었지만, 어떻게 보면 저희에게 공동의 어머니 같은 존재가 된거죠. 우리가 이 자리에 살아 숨쉴 수 있는 것도 전부 그녀 덕분이구요. 그녀가 겪었던 것과 같은 불필요한 희생이 나오지 않도록, 모든 사람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거에요.”

그가 내민 손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크리스의 말이 전부 사실이라면, 그들은 내게 있어서 유일한 핏줄일 것이다. 철저하게 혼자 떨어졌다고 생각했던 이 세계에서, 나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었다. 그들의 존재를 17년 만에 눈앞에 마주한 것이 기쁠 만도 한데, 전혀 그런 감정이 들질 않았다.

“바르나바 저항군과 함께하시겠어요, 사야?”

나는 고개를 젓고,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저는 반란 같은 거창한 일에는 관심이 없어서요.”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이 일원이 되어주는 것만으로, 저항군의 사기가 높아질 텐데요.”

“지금 어딘가에 소속될 생각은 없어요. 그리고, 저는 바르나바라는 성씨를 쓰지도 않을 거고요. 제가 있을 곳은 스스로 정할 거에요.”

생판 얼굴도 모르는 여자의 성을, 그저 피가 이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그거 아쉽네요. 사야 씨의 생각이 그렇다면야, 강요할 생각은 없어요.”

그와 오랫동안 마주 보고 서 있을 때, 근처에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내 이름을 부르는 클레드의 목소리와 다른 교관들의 발걸음이었다. 이대로 두면, 나와 대치하고 있는 그는 누가 봐도 수상한 인물로 보일 것이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를 아카데미 측에 넘길 건가요, 사야?”

“...”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그는 명백하게 령사단장의 암살을 시도하려고 했다. 령사된 입장으로써 그에게 죄를 물어야 마땅하지만, 아직 그에게는 아직 묻고 싶은 것이 잔뜩 있었다.

어째서 비올레를 죽여야만 했는지, 그리고 반란을 일으키려는 그들의 목적까지도.

그러니 우선은, 그를 보내주기로 마음먹었다.

“가세요. 보내드릴 테니.”

“정말이죠?”

“빨리요. 여기 있는 걸 들키면, 교관들에게 심문당할 거에요.”

“이 은혜, 나중에 갚을게요. 령사님.”

그는 나를 향해 웃음을 지어 보이곤, 가벼운 손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아, 그리고..”

“...?”

“사야 씨랑 춤추고 싶었던 건 진심이에요.”

“빨리 가기나 해요!”

소리를 지르니 그제야 그는 숲속으로 뛰어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농담할 여유가 있다니, 사고방식이 어떻게 생겨먹은 남자야?

“무슨 일 있었나?”

클레드가 교관을 이끌고 나를 뒤따라온 모양이었다. 갑작스레 뛰쳐나간 내가 위험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는지, 각자의 오스테온을 전부 소환한 채로 급하게 뒤따라왔다.

“..아뇨. 여기서 누굴 본 것 같았는데, 야생 동물을 사람으로 착각했나 봐요.”

“임무 중에 단독 행동은 좋지 않다, 사야. 저번 임무 때처럼 또 혼자 이탈할 생각은 삼가도록.”

“..죄송합니다.”

크리스 바르나바.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지금의 내가 섣불리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었다. 여신 부활 계획이니, 저항군이니 하는 것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게 옳은 선택일까?

내가 이 소설 속 사야라는 소녀로 환생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불행한 유년 시절을 채 보내보기도 전에 죽고 말았을 것이다. 율리우스의 황녀 암살 계획을 저지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크리스가 황녀의 호위직에 오르는 일 따위도 없었겠지.

이 모든 게, 나라는 존재가 태어난 후 파생된 결과물이었다.

­­­

무도회 같지 않은 무도회를 마치고, 녹초가 되어 방으로 돌아왔다. 평소라면 문을 열자마자 카르네가 놀아달라며 달려들거나 울고 있었을 텐데, 오늘은 유독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했다.

‘오늘은 이미 잠들었나.’

뛰느라 흘린 땀을 씻어내기 위해, 입고 있던 드레스를 벗기 시작했다. 씻고 나오는 대로 침대에 뛰어들어 기절할 생각이었다.

“....카르네?”

그녀 자신의 침대에,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카르네 에커만을 보기 전까지는.

“나랑 할 얘기가 많을 거야. 사야.”

그녀는, 이제 완전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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