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 대련
* * *
"나와 대련해줘. 사야."
그녀의 말과 함께, 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_띠링_
유리 프리지아와의 대련에서 승리하라.
보상: 아르모니아 전기 제 2장
보상은 무려 10여 년 만에 재등장한, 아르모니아 전기의 2장이었다.
진심으로, 나는 그녀와 겨루고 싶지 않다.
모든 건 퀘스트를 위해서다.
“...할게.”
유리 프리지아의 대련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녀를 따라, 연회장 밖으로 이동했다.
장소는 아카데미에 위치한 야외 수련장으로, 목각인형이나 훈련에 필요한 물건들이 배치되 있는 곳이었다.
그녀를 따라 눈을 피해 조용히 밖으로 나왔건만, 소문이라도 퍼진 건지 금세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유리는 그런 시선은 일체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을 주시하며 말했다.
"대련 형식은 목검을 사용한 연습대련이야. 실전이 아닌 만큼, 살상력이 강한 마법은 쓰지 않을게."
"마법까지 사용하는 거였어..?"
그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우린 령사지, 무예만 기르는 기사가 아니니까."
령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역시 늘 곁에 소환수를 두고 싸우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 절차를 완전히 끝맺지 않아 소환이 불가능했기에, 이번 대련에서는 마법만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길 수 있을까..?'
사실, 윈드가르트 루아레스 이외에는 마법을 쓰는 자와는 제대로 싸운 적이 없었다.
그나마도 속임수로 이겼던 것이지, 정면으로 맞붙었다면 나는 그의 칼에 의해 100% 죽었을 거다.
"받아. 당신 목검이야."
나는 유리가 던져주는 목검을 받아 쥐었다.
또렷한 손잡이의 구분이 없는 목검을 잡고 있자니,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어버린다.
'단검이랑 너무 달라.'
평소 손에 익은 무기가 아닌 다른 무기를 쥔다는 건, 썩 유쾌한 느낌은 아니었다.
맞은편에서 유리가 공손하게 경례하는 자세를 취했다.
'따라해야 하는 건가?'
그녀의 자세를 보고, 나도 엉성하게 경례를 해본다.
"그럼, 시작할게."
유리가 시작을 선언했고, 서로 말없이 목검을 든 채 노려보고 있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대련인 만큼, 시간을 끌면 상성 상 이쪽이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유리가 마법을 제대로 구사하기 전에 승부를 내는 방법으로 간다.
나는 손을 뒤로 하고, 바람 마법을 영창했다.
'아네모스!'
길리언이 쓰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내 돌진에 속도를 더해줄 만큼의 풍압은 나왔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나였지만, 이내 유리의 마법에 의해 경로를 차단당한다.
"파고스."
그녀의 주문에 대기의 수증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어 빙벽을 형성했다.
단단하게 형성된 빙벽은, 곧 그 형태를 바꾼다.
"빙결탄!"
유리의 손짓에 빙벽은 무수한 얼음 결정으로 변형되어 나에게 흩뿌려졌다.
기초 빙결 마법으로 얼음방벽을 세운 뒤, 그것을 빙결탄으로 변환시키는 연계였다.
"큭…!"
다른 부위는 그럭저럭 버틸 만 했지만, 뾰족한 결정들 때문에 의해 눈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시야를 되찾았을 때, 눈앞에 보이는 것은 매서운 소리를 내며 휘둘러 치는 유리의 목검이었다.
퍽.
그녀의 목검에 의해 명치를 가격당했다.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통증에, 정신이 확 든다.
"커헉…!"
가벼운 대련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했다.
그녀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동작 하나하나가 제대로 힘을 실은 공격이었다.
나도 목검을 휘둘러 반격을 가해보지만, 어이없이 목검을 튕겨내지고 만다.
‘내가 어디로 휘두를지 알고 있어..?’
그리고, 빈틈으로 또 한번 그녀의 묵직한 공격이 날아들었다.
"..당신, 검술을 배워 본 적은 있는 거야? 자세가 아예 잡혀있질 않잖아.."
그녀는 내 공격을 받아내며 의아하다는듯이 물었다.
검술은 귀족의 기본 소양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귀족끼리의 대련에선 주로 목검이 사용되지만, 빈민가에서 자라온 내가 검술 따위를 배울 기회가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녀는 무자비한 베기를 멈추지 않았다.
'빠르고 강해..!'
몇 번이고 합을 겨뤄본 결과, 내 검술로는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히 그녀의 목검에 당했어도 넘어지지 않도록 팔힘을 이용해 재빨리 일어섰지만, 얻어맞은 부위가 욱신거리게 아팠다.
" 왜 쓰러지질 않지? 그렇게나 맞았으면서..."
考崑????????????????????????????Δ씲憺????????????봩????????????????????????壔????????????面砣????????????????????????넹蔪????????????蹲????????????뽮????????????砣????????????????瀘????????????????????????卮????짋????????치명타를 맞고도 자세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몸에 베인 수인 족의 체술 덕이다.
그러나 아무리 회피력이 좋아도, 꾸준히 몸에 데미지가 축적되고 있다.
내 체술 덕분에 도무지 결판이 나지 않자, 그녀는 나에게 바짝 붙어 맹공을 날리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빙결탄!"
칼을 쥐지 않은 한 손으로는 빙결탄을 발사해대며, 다른 손으로 목검을 무자비하게 휘둘러온다.
어찌나 힘이 실린 검술인지, 목검을 받아낼 때마다 손목까지 떨림이 전해질 정도다.
'제대로 맞으면 간다…!'
이러니 암흑탄을 써보기는커녕, 쏟아지는 맹공을 가까스로 받아내는 게 최선이었다.
대낮이라 위력도 낮을 뿐더러, 시전 시간이 달려 있어 함부로 썼다간 급소에 목검이 꽂힐 거다.
체력이 슬슬 한계까지 몰아붙여 졌다.
결국, 궁지를 벗어나기 위해 어둠 장막을 펼쳤다.
"스코타디!"
나를 기점으로 3m 가량의 암흑 반구가 펼쳐졌고, 시야를 차단당한 유리를 어둠의 범위 밖으로 쫓아내는 데 성공했다.
"암흑계 령사였구나. 어쩐지, 주문을 이상할 정도로 아낀다고 생각했어. 그 반대였구나."
주문을 아끼는 게 아니라,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드러났다.
나는 겨우 그녀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아…. 하아.."
목검을 피하면 빙결탄이, 빙결탄을 피하면 목검이 날아든다.
마법과 검술을 섞은 완벽한 공방 일체다.
"더 이상 저항하지 말아줬으면 해. 다음 걸로 끝낼 테니까."
유리의 손 끝으로부터 나온 얼음 결정이, 목검을 뒤덮는다.
목검에 얼음을 뒤덮음으로써, 무게를 한층 더 쌓아 올렸다.
이제는 목검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그야말로 빙검을 든 유리는 무서운 속도로 내게 달려왔다.
저런 걸 맞았다간, 일어나지 못하겠지.
모든 게 그녀의 손아귀 속이었다.
마법이며, 검술이며, 무엇하나 제대로 상대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령사로서의 싸움방식을 버리기로 했다.
“흡..!”
목검의 양 끝을 강하게 쥐어, 무릎에 내리쳐 그것을 두동강 냈다.
내 갑작스러운 돌발행동에 유리의 동공이 커진다.
‘무슨 속셈이지?’
익숙하지 않은 장검을, 두 동강 내 두 자루의 단검처럼 만들었다.
이래야 내 무기답지.
짧아진 두 자루의 목검은 원래부터 내 것이었던 마냥 손에 착 달라붙는다.
양손에 무게가 분산되면서 순식간에 감이 돌아왔다.
자세를 낮추고, 바닥의 모래를 그어 유리에게 흩뿌린다.
"읏..!"
비겁하다 생각되어도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의 정공법은 그녀에게 통하지 않았다.
눈을 닦아낸 유리가, 나에게 달라붙기 위해 발을 지면에서 떼어내려 했다.
“...!?”
그녀의 시야를 가린 틈에, 그녀의 발을 빙결 주문으로 묶어두었다.
지면을 타고 뻗어 나간 얼음은 그녀의 발을 완전히 감싸고 있었다.
"어느 틈에..!?"
“시작했을 때 슬쩍 했지.”
경기 시작 직후, 일부러 돌진해서 그녀가 내게 얼음 마법을 쓰도록 유도했다.
빙결탄 세례를 맞아가면서까지 버틴 건,
다른 속성의 마법을 훔쳐 오는 앱솔루션 주문으로 그녀의 빙결 마법을 훔쳐 오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훔쳐 온 마법으로 보란 듯이 유리의 발목을 묶었다.
움직임을 봉쇄당한 유리에게, 서둘러서 후속타를 가했다.
그녀의 발목을 걸어 자세를 무너뜨리고, 무기를 쥔 손목을 꺾어 무기를 바닥에 떨궈낸다 .
그리고 쓰러진 유리의 허리춤을, 목검으로 강하게 압박한다.
“파고ㅅ……. 윽..!”
대응하기 위해 빙결 마법을 사용하려는 그녀의 손을, 무릎으로 강하게 짓이긴다.
체중이 실려있기에 쉽게 손을 뺄 수 없다.
자세를 제압당한 그녀의 목에 반 토막 낸 내 목검의 끝부분을 들이밀었다.
움직이려 하면 할수록, 신체 부위를 더 강하게 압박한다.
결국, 그녀는 저항을 멈추고 힘을 뺀다.
암살자로 늘 해왔던, 인간을 제압하는 방식이었다.
"....."
목검을 들이민 채로, 한참을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상태에서, 그녀가 나에게 가할 수 있는 공격은 없다.
"..당신의 승리야. 사야."
부드러운 방식은 아니었지만, 결국 승리했다.
유리 프리지아와의 대련에서 승리했다.
"손 좀 놔주겠어? 부러질 것 같은데.."
평소 본능대로 하다 보니, 힘 조절을 까먹었다.
흠칫하며 그녀의 손목을 놓았다.
"아,, 미안..!"
"...."
목검을 챙겨 일어난 유리는, 말이 없었다.
바닥에 구르느라 엉망이 된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내 쪽을 본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뗐다.
"..왜 처음부터 진심으로 하지 않은 거야?"
나도 처음엔 평범한 대련으로 이겨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진심을 내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서는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함이 느껴진다.
"거짓말. 검술도, 마법 상성도 이쪽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은…하."
유리는 고개를 내리깔고, 더는 들지 않는다.
그녀에게 해줄 말은 없었다.
17년간 지켜왔던 유리 프리지아의 자존심에, 커다란 스크래치를 그어버렸으니.
“....있지.”
유리가 작게 말했다.
다시 고개를 든 유리는, 평소처럼 나를 보는 눈빛이 아니었다.
"흥미가 생겼어. 당신의 기술에."
“...뭐?”
“가르쳐 줘. 지금 당장.”
잊고 있었다.
그녀가,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함에 집착하는 여자라는걸.
반짝거리는 유리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데, 대련이 시작하기 전부터 지켜보고 있던 카르네 에커만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저기, 두 사람 얘기 중에 미안한데.. 저쪽에…”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린 곳에는, 학생들 사이에 유난히 돋보이는 사람이 하나 서 있었다.
은색의 전신 갑옷에, 새하얀 장발을 가진 남성.
한눈에, 그가 보통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령사단장 비올레.
령사 아카데미의 총장이기도 한 그가, 우릴 향해 미소짓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집무실로 와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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