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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소설에 전생했다-13화 (13/102)

〈 13화 〉 이변 (4)

* * *

결전의 날이었다.

16세의 겨울, 나는 차가운 입김을 내쉬며 석궁의 줄을 걸어놓는다.

주인 사르카.

곰만 한 크기에, 동족 포식을 하는 이 세계의 이변 그 자체.

녀석의 거대한 존재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무시 못 할 존재가 되어, 루덴 숲의 생태계에 위협이 될 정도가 되었다.

그 존재는 곧 인간들에게도 소문이 퍼질 정도가 되어, 이대로 놔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날 이후로, 날마다 마법 수련과 사르카 연구에 할애했다.

암흑탄은 쓰면 쓸수록 사용 한계치가 늘어서, 연습량이 5년을 채웠을 때는 아슬아슬하게 10발 정도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내가 만들어낸 이변이니만큼, 내 손으로 바로잡을 거다.

­

열심히 난로에 쓸 장작을 날랐다.

장작을 패는 일은 이제 완전히 내 담당이 되어서, 혼자서도 충분한 양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이곳에 와서 첫 번째로 보냈던 겨울을 생각해보면.. 아직도 그 추위에 몸이 떨린다.

내가 팬 장작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던 탓에, 족히 한 달은 모두 난로 앞에 모여 지냈던 기억이 있다.

장작을 나르던 중 흑견씨가 무언가를 들고 들어온다.

“쉬엄쉬엄해요. 요즘 너무 많이 해놓는 거 아닌가요? 곧 떠날 사람처럼.”

툭.

장작을 내리던 손을 멈추고, 잠깐 할 말을 생각했다.

“흑견씨.”

“네?”

“저, 올해로 여길 떠나요. 미리 말씀 못 드려서 죄송해요.”

올해 겨울만 넘기면 이제 17세.

안 올 것만 같던 아카데미 발현식도,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

언제 말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결국 지금에 와서야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군요. 알겠어요.”

그녀는 의외로 담담했다.

이곳에 와서, 어쩌면 대장보다도 나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을 그녀였다.

사실 별로 괜찮지 않을 거란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슬슬 저녁 먹으러 나오시죠? 사야님.”

“네. 이것만 마무리하고 갈게요.”

먼저 밖으로 나가려던 그녀는, 멈칫하고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사야님.”

“..?”

“이젠 저보다 크시네요. 조그마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

저녁을 먹는 동안, 그녀는 평소와 같았다.

늘 그랬듯, 모두의 안부를 물어와 주고 고민을 들어준다.

그녀가 없는 식탁이란, 나로서는 이미 상상이 안가는 것이 되어 있었다.

­

빛 한점 없는 한밤 중.

모두가 자는 것을 확인하고 옷을 챙겨입고 숲으로 향했다.

단검의 날, 석궁 줄의 장력, 숲 곳곳에 배치한 함정까지 모든 것을 꼼꼼히 확인했다.

크기가 크기인 만큼 단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었겠지만, 괜히 그들을 끌어들여 위험을 지게 하고 싶진 않았다.

기본적인 장비는 그때와 다를 것 없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마법이 있다.

암흑탄.

주변이 어두울수록 암흑탄의 위력이 강해졌던 이유는, 암흑탄은 주위의 어둠을 흡수해서 블랙홀의 형태로 발사하는 형식이라 그랬다.

암흑탄보다는, 중력탄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고나 할까?

이런 암흑탄이 최고의 위력을 내기 위한 조건이, 바로 지금이었다.

구름이 잔뜩 껴서 달빛도 거의 들어오지 않는 밤에, 어둠 마법으로 주위의 빛을차단시킨뒤 발사하는 것으로 최대의 위력을 낼 수 있었다.

함정을 점검하며 미끼를 설치해 두었다.

미끼로 쓰인 것은 작전 중에 입었던 내 옷으로, 피가 잔뜩 묻어있어 녀석을 유인하기에 충분한 양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것은, 주변에 숨어 녀석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바스락]

‘왔다.’

놈이었다.

오랫동안 인간에 굶주린 녀석답게, 피 냄새를 맡자마자 육중한 몸을 이끌고 나타났다.

어째, 그때보다 몸이 더 커진 것 같은 건 기분탓인가..?

툭.

녀석이 미리 파놓은 함정을 밟자 마자, 발밑의 땅이 무너져 내리며 그것을 끌고 갔다.

“크르아아아­­­!”

‘걸렸다..!’

신속히 구덩이 속을 확인했다.

“..어?”

녀석이 없다. 분명히 빠지는 걸 봤을 텐데.

구덩이를 들여다보는 순간이었다.

땅이 진동하면서, 쿠르릉 하는 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었다.

“..설마.”

맞은편의 지면을 뚫고, 놈이 거대한 몸뚱아리를 드러냈다.

구덩이에 빠지자마자 땅을 파고 반대쪽으로 나온 것이다.

“아네모스!”

길리언에게서 훔친 바람마법을 사용해, 몸을 밀어내며 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이건 토끼의 습성을 생각 못 한 나의 잘못이긴 했지만, 밑바닥에는 날카롭게 깎은 나무를 촘촘하게 설치해두었기에 설마 이렇게 빨리 빠져나올 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아직 함정은 더 있었다.

녀석을 유인하기 위해, 발동 장치를 이리저리 피해 다니며 함정 사이를 뛰었다.

예상대로, 자잘한 트랩은 전부 단단한 피부를 뚫지 못하고 박살 나거나 으스러진다.

하지만, 진정한 목적은 따로 있었다.

준비해둔 마지막 함정으로 녀석을 유인했다.

나무로 만든 지지대가 거대한 발에 채여 으스러지자, 무수한 수의 거대한 통나무를 받치고 있던 나무 지지대가 허무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크르르­!”

쏟아지는 육중한 통나무 비에 녀석도 타격이 있었는지 굉장한 비명을 내질렀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통나무 비를 맞는 녀석을 향해 혈석 화살을 쏟아부었다.

장전, 발사.

또 장전, 발사.

줄의 장력 때문에 손가락의 살점이 너덜너덜했지만, 개의치 않고 계속 발사했다.

목표는 녀석의 눈.

오직 그 한점만을 향해, 집요하게 화살을 쏘아댔다.

“크아아아아­!”

화살통이 거의 비어 갈 때 쯤, 놈이 함정에서 빠져나왔다.

나무에 의해 뒷다리의 관절이 박살 난 탓에 그것을 질질 끌며 성한 앞다리만으로 땅을 박차고 온다.

게다가 눈에 박힌 수십 개의 화살 때문에 앞이 보이지도 않을 텐데, 후각에만 집중해 무서운 집념으로 나를 쫓았다.

그 모습은 가히, 공포 그 자체였다.

쿵쿵대는 가슴을 진정시킬 틈도 없이, 똑바로 달려오는 녀석을 향해 걸치고 있던 내 후드를 집어던졌다.

후드를 뒤집어 쓴 녀석은 후각에 혼란을 겪고 주변의 땅을 미친 듯이 헤집었다.

‘스코타디!’

조용히 주문을 읊조리고, 반경 5m 범위의 어둠 장막을 펼쳤다.

‘소리에 집중하자..!’

암흑탄 꼼수의 유일한 단점이 있다면, 바로 본인의 시야까지 차단된다는 점이다.

표적을 겨냥하고 쏘는 마법인 만큼 시야를 차단당하는 것은 타격이 컸다.

“크르아아아­!”

다행히, 녀석이 날뛰어 주는 덕에 문제없이 암흑탄을 겨냥할 수 있었다.

손을 정면에 펴고, 할 수 있는 가장 어두운 기억을 떠올리며 외쳤다,

“암흑탄!’

[파아앙­]

낼 수 있는 것 중 가장 거대한 암흑탄이, 주변의 돌이며 흙을 빨아들이며 쏘아지듯 발사됐다.

“캬아아아아아­!”

녀석의 몸통에 제대로 명중한 암흑탄은, 절대 뚫리지 않을 것 같던 그 육갑을 파고들고 탄환처럼 몸통을 관통해 지나갔다.

한차례 모래바람이 지난 후, 그것에 직격당한 녀석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즉사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의 상처로, 몸통의 절반이 갈려 나가 텅 빈 몸통 안의 시뻘건 장기만이 빛을 내며 쿵쿵거리고 있었다.

이제 놈이 움직일 수 있는 건 머리뿐이지만, 녀석의 숨은 확실하게 붙어있었다.

암흑탄만으로는 녀석에게 죽음을 가져다 줄 수 없다.

특수 소재로 만들어진 이 단검으로, 직접 혈석 주위를 지키는 장기인 ‘핵’을 파괴해야 녀석의 생명은 끝이 난다.

양손에 단검을 고쳐 쥐고, 그것을 향해 달렸을 때였다.

녀석이 갑자기 고개를 치켜들더니, 묘한 소리로 울부짖었다.

“크르오오오오오­!!!!”

이제까지와는 다른 떨림이 있는 그 울음소리는, 숲 전체로 퍼져나갔다.

‘뭐지…?’

그것은 신호였다.

토끼형 사르카 특유의 동족을 불러들이는 울음소리.

그는 주인 사르카 답게, 루덴 숲의 토끼형 사르카들을 전부 자신의 권속으로 두고 있었다.

그의 울음소리에 어디에 있었는지 모를 무수한 수의 토끼형 사르카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 수가 너무 엄청났기에, 마치 농작 철에 있는 메뚜기떼의 습격을 보는 기분이었다.

“키이이익­!”

“캬아아악­!”

‘미친, 너무 많잖아..!’

아무리 수가 많다고는 하나, 칼질 한 번에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들이었기에 엄청난 위기까진 아니었다.

문제는, 주인 사르카였다.

달려오는 사르카 무리를 미친 듯이 집어삼키며, 빠르게 상처를 회복시키고 있었다.

작은 사르카들도 만만치 않았다.

생존 본능을 버리고 단지 명령만으로 몸을 물어뜯는 녀석들은, 평소 사냥하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달라붙는 사르카들에 다리의 살점이 뜯겨나가고, 점점 자세가 무너지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거의 다 왔었는데.

앞으로 칼질 한 번이면,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었는데.

시야가 검은색으로 뒤덮인 지금에서는,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파앙­]

‘..? ’

시야가 사르카에 의해 까맣게 뒤덮인 순간, 무언가에 의해 시야를 덮던 무수한 사르카들이 공중으로 튕겨 나갔다.

겨울에 어울리지 않게 따듯한 그 강풍은, 무자비하게 그것들을 날려 보낸다.

“길리언..!”

바람의 근원을 따라간 곳에는, 길리언이 있었다.

“밤마다 나가서 뭘 하나 했더니, 역시 미친 짓 하고 있었구나! 사야.”

다리도 불편할텐데, 언제 쫓아온건지.

고마운 감정과, 걱정되는 감정이 격차한다.

“왜 따라 나왔어!? 스토커!”

“친구가 자살하러 가는데 너 같으면 안 나와?”

그건 그러네.

“아무튼, 온 김에 나 좀 도와.”

길리언에게 작은 녀석들을 맡기고, 녀석이 몸을 회복하기 전에 끝장내야 한다.

그에게 단검 한쪽을 쥐여주며 말했다.

“단검, 쓸 줄 알겠어?”

“당연하지. 주방에서 칼질을 몇 년이나 했는데.”

"다리는?"

"뛸 일만 없으면 문제없어."

뭐, 주방일을 넘어서 도축까지 했었던 길리언이니 크게 문제 없을 거라고 믿었다.

길리언의 엄호를 받으며, 차례차례 눈앞에 덤벼드는 사르카들을 베었다.

그들은 마치 주인을 지키려고 하는듯이 앞에 모여 하나의 벽을 만들고 있었다.

여기서 망설였다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 거다.

심호흡 후, 사르카 무리 속으로 파고든다.

‘좀, 비켜, 이것들아….!’

앞에도 사르카, 위에도 사르카, 옆에도 밑에도 전부 사르카다.

팔 하나 휘젓는 게 고작인 그 틈새를 비집고, 빨간빛과 마주했다.

참 길었다.

혼돈이 발생한 지 5년.

이 단검으로, 결국 종지부를 낼 때가 왔다.

“죽어..!”

팔에 힘을 가득 싣고, 빨갛게 빛나는 녀석의 핵을 향해 단검을 찔러넣었다.

“크르아아아아아아­!!!!”

귀가 찢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그것의 몸은 공기 중에 산산이 부서져 흩어져갔다.

녀석이 있던 자리에는 엄청난 크기의 혈석만이 남아, 빨간빛을 잃고 차갑게 식었다.

“키이익?”

녀석이 죽자, 지배가 풀린 듯 수백 마리의 사르카가 일제히 숲으로 흩어졌다.

긴장이 풀리자, 온몸에 힘이 풀려서 제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끝났구나, 진짜.'

엄청난 크기의 혈석을 들어 올렸다.

무게가 상당한 짱돌 크기의 혈석이었다.

챙겨두면 어디 쓰일 데가 있을지도.

“부축해줘?”

길리언이 물었다.

“어쭈. 누가 누굴 부축해? 목발 짚는 놈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순순히 부축받았다.

다리가 풀려서 안 움직이거든.

“..보육원 때 생각나네. 이러니까.”

“...”

그와 많은 얘기를 나누며 걸었다.

보육원에서 루나한테 맞았던 남자애들 얘기부터,

백묘가 던져준 게 인육인 줄 알고 울면서 먹었더니 토끼고기였다든지.

아지트에 처음 와서 먹은 고기에 장이 적응을 못 해서 몇 날 며칠을 화장실에서 살았었던 이야기.

“..길리언, 넌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나야만 한다.

수도까지 교통비가 꽤 빠듯하지만 두 명까지라면 아슬아슬하게 가능했다.

“난 여기 남을게. 내가 가버리면 주방에서 난리가 날걸.”

“그래…?”

루나와 헤어지고 나서 거의 10년을 나와 동고동락했던 그였다.

새삼 이제 못 보게 된다니 서운한 기분이 드는 걸까.

부축해주던 길리언이, 멈추어 서선 내게 물었다.

“사야, 만약..”

“어?”

“..됐어. 별 얘기 아니었어.”

“뭐야? 무슨 말이었는데?”

길리언은 끝까지 말을 돌렸다.

인제 와서 못할 말이 뭐가 있는데? 별난 놈일세.

어느새 숲의 끝이 보일 때쯤, 내가 말했다.

“네가 해주는 밥이 그립겠네. 맛있었는데.”

“나 말고, 밥이..?”

“농담이야. 멍청아.”

그런 시답잖은 농담을 하면서, 우리는 도적단 아지트로 발을 옮겼다

길리언이 하려던 말이 뭐였는지는 결국 끝까지 듣지 못했지만.

­

승리를 축하할 시간도 없이, 떠나야 하는 날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곳 루덴에서 수도까지는 말을 타고 10일은 걸리는 무시무시한 거리이기에, 한 달이 남은 지금이 적시다.

다른 단원들과의 인사는 전부 마쳤지만, 아직 한 사람이 남았다.

'백묘.'

새삼스럽게 조금 긴장이 된 채로, 문을 열었다.

백묘는 평소와 같이 다리를 꼰 채로 짚단 위에 누워있었다.

"대장, 저.."

"이미 흑견에게 들었다. 여길 떠난다면서?"

"네."

그녀는 이쪽을 보지 않은 채로 말을 이어나갔다.

"너랑 길리언이 여기 온 지도 벌써 10년째다. 처음엔, 인간들이란 전부 역겹다고 생각했어."

"지금은요?"

"지금도 역겹다. 인간 놈들만 보면 토가 쏠려서 잠이 안 와. 가까이 오지 마라. 토쏠리니까."

백묘답게 반전이 없다.

그녀는, 이젠 완전히 나에게서 뒤돌아 누웠다.

"하지만, 너희같이 쓸만한 인간들도 있다는 것은 똑똑히 알았다. 그러니 인간 전체를 증오하진 않으마."

태어나서부터 인간들의 노예였던 그녀였다.

그녀에게 있어선 우릴 받아줬던 것 자체가 하나의 시험이었겠지.

"너, 령사가 될 거라고 했었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몸으로 겪어 알고 있겠지. 령사와 도적단이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지는."

알고 있다.

5년 전의 전투에서, 뼈저리게 느꼈던 바다.

"언젠가는, 서로 칼날을 들이밀게 될 수도 있을 거다. 난 솔직히 자신이 없다. 사야."

그녀는 단검을 쥐어, 나에게 건넸다.

"훗날 너를 베는 일이 없도록, 나를 미리 찔러다오."

긴 정적이었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릴 하는 걸까.

"찌르지 않을 것이냐?"

"찌를 리가, 없잖아요."

"..그렇겠지?"

1대 대장도, 령사의 손에 의해 죽었다고 들었다.

아주 어쩌면, 령사가 되었을 때 검은 개 도적단과 다시 마주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은…. 솔직히 없다.

칼을 거둔 백묘가, 나에게 말한다.

"어떤 형태로든, 서로에게 칼을 들이밀 날이 온다면.."

그녀가, 평소와 같이 웃으며 말했다.

"망설임 없이 널 죽일 거다. 사야."

"..저도, 대장을 죽이는데 망설이지 않을게요."

"방금은 망설였잖냐. 얼간아"

대장과 마주 보고 멍청하게 웃었다.

"오늘부로 너를 검은개 도적단에서 퇴출한다. 더러운 배반자 녀석 같으니. 앞으로 도적단 방향으로는 오줌도 누지 말도록."

왜 하필 오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대장과의 대화는 그걸로 끝났다.

마지막에 어울리는 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백묘는 끝까지 그녀답게 대해주었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금을 지원받거나 그런 것은 일절 없다.

나는 무리의 배반자인 셈이라, 스스로 벌은 교통비와 사르카 부산물 정도가 짐의 전부다.

이제 와서 송별회 같은걸 기대하면 안 되겠지.

'갈까.'

내 몸만 한 배낭을 짊어진 채, 굴 밖으로 나왔다.

도적단에 들어온 지 10년.

나는 다시, 인간 사회를 향해 첫발을 내디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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