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제자리로 돌아가다
“슬슬 물리네.”
즉각 취식형 전투 식량 II형.
짠맛을 빼면 뭐가 남을까 싶은 맛이다. 이북 원정 당시에는 꽤 맛나게 먹었던 것 같은데 다시 먹으려니 영 아니다.
혀가 텁텁하다. 고병갑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러던 한순간 그의 오른팔이 흐릿해지는가 싶더니 벼락같은 찌르기를 발산했다.
“쿠학!”
개복치처럼 생긴 그러글이 세로로 쩍 갈라졌다. 고병갑은 혹여 오물이 튈까 싶어 식량 든 손을 멀찍이 떨어뜨렸다.
“우으어어…….”
“아욱, 아우욱…….”
“왜? 너희도 먹고 싶냐?”
두 놈 더 있다. 놈들은 팔과 다리, 그리고 마땅히 이름 붙이기 어려운 신체 기관을 허우적대며 달려들었다.
아무래도 보존 식량보다는 고병갑의 몸뚱이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듯했다.
“염병할 것들, 밥도 못 먹게 하네.”
그가 바람처럼 움직였다. 두 번의 베기가 거의 동시에 행해졌다. 나란히 달려오던 그러글들이 속절없이 갈라지며 죽었다.
그는 남은 밥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입맛이 없지만 억지로라도 먹어야 했다.
그가 빈 종이 접시를 아무렇게나 던져 버린 뒤 훌쩍 도약했다. 부서진 첨탑에 올라 사위를 훑는다.
처음 3일간은 산지와 분지 지형이었는데, 어느덧 넓디넓은 평야로 접어들었다.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저무는 해를 보았다. 오늘도 밤새도록 달릴 작정이었다. 김하나의 집에서 가지고 온 석판에 따르면 목적지까지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 늦어도 일주일이면 도착하리라.
발타드렌에 가까워질수록 부하들이 생각났다.
“걔들도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모를 일이다. 다만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짧은 휴식을 끝내고 다시 차에 올랐다. 그가 빠르게 차를 몰았다. 시속 150킬로, 160킬로. 속도계의 바늘은 가파르게 꺾였다.
고병갑은 서둘렀다. 어서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었다.
* * *
「작업 중단! 집결하라!」
파트라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고함쳤다. 동굴을 가득 메운 고블린들이 멈칫하며 소리 난 곳을 돌아보았다.
「서둘러 집결해라. 인원 파악을 해야 하니까.」
그녀는 그 말만 남기고 획 몸을 돌려 나갔다.
고블린들은 얼마간 멍하니 있다가 장비를 정리했다. 몇몇은 동굴 깊숙한 곳에 있는 동족들에게 집합 명령을 알리려 뛰어갔다.
그중엔 고붕이도 있었다. 고붕이는 몇 개의 갱도를 지나쳐 작은 굴로 들어섰다. 예닐곱 고블린들이 넋 빠진 얼굴로 곡괭이질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여느 고블린들과 외견이 달랐다.
그녀가 슬쩍 몸을 돌리며 물었다.
「야, 바보. 무슨 일이야?」
「작업 끝이라고 한다. 다 집합하란다.」
「쳇! 빨리도 끝내주네. 가자 바보들아.」
도란이었다. 그녀는 함께 작업하던 인원들을 데리고 갱도를 빠져나갔다.
출구로 몰린 고블린들의 수가 어마어마했다.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예전의 솜니움은 이렇지 않았다. 솜니움의 인구라고 해 봤자 500명 남짓이었으니. 그중 350명 정도만 동굴에서 작업했고, 나머지 150명은 다른 작업을 하며 지냈다.
하지만 새로운 로드가 나타난 이후 솜니움은 인구 과잉에 시달렸다. 현재 동굴에서 작업하는 인원만 800명이 넘었다.
「아으으…….」
바깥으로 나가던 중 고붕이의 눈에 한 동족이 들어왔다.
노멀 고블린이었는데, 동굴 구석에 웅크려 끙끙 앓고 있었다. 고붕이가 깜짝 놀라 헐레벌떡 달려갔다.
「왜 그러냐?」
「아으으……. 머리가 너무 아프다…….」
「머리?」
고붕이가 노멀 고블린의 머리를 살폈다. 특별한 외상은 보이지 않았다.
녀석은 잠시 고민하다가 쪼꼬미를 둘러업었다.
「먼지를 많이 마셔서 그런 것 같다. 바깥 공기를 쐬면 좀 괜찮아질 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란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망할! 해 뜨자마자 동굴에 쳐 집어넣어서 달 뜰 때까지 부려 먹으니 당연히 머리가 아프지!」
과거 동굴에서 일하는 고블린들은 주기적으로 휴식을 취했다. 일정 시간마다 반드시 밖으로 나와 맑은 공기와 햇볕을 쐬었다. 고병갑이 그러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없었다. 하루 24시간 중 15시간 이상을 동굴에 처박혀 지냈다.
「도란, 화내지 마라…….」
「너희는 화도 안 나? 그러니까 너희가 바보라는 거야!」
그녀가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분노의 떨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슬픔의 떨림으로 바뀌었다. 그녀가 처연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로드가 보고 싶어…….」
「쉬, 쉿!」
고붕이가 황급히 주변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감독관’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도, 도란. 로드 얘기하면 안 된다. 또 저번처럼 얻어터진다. 그리고 로드는…….」
「시끄러! 너 한마디만 더 해 봐!」
「미, 미안하다. 나도 그분이 보고 싶다. 하지만 도르마가 말하지 않았나.」
「그 개자식 이름도 내 앞에 꺼내지 마.」
「뭣들 하는 거야! 빨리빨리 나오라니까!」
동굴 입구에서 앙칼진 고함이 터져 나왔다. 고붕이가 황급히 대답했다.
「지, 지금 갑니다!」
「쳇!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 더럽게 꽥꽥거리네.」
「도란, 얼른 가자.」
고붕이가 도란의 팔을 잡아채고 동굴 밖으로 나갔다. 바깥에선 작업에 동원된 고블린들이 오와 열을 맞춰 사열하고 있었다.
그들도 얼른 줄에 맞춰 섰다.
다섯 명의 감독관은 그들의 머릿수를 확인했다.
그중 붉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인 여인, 나이아드가 외쳤다.
「환자! 환자 있나? 있다면 앞으로 나와라!」
그녀가 일갈하자 몇몇 고블린이 앞으로 나갔다. 고붕이에게 업혀 나온 노멀 고블린도 그리로 갔다.
감독관들이 하나씩 맡아 상태를 살폈다.
「됐어, 이 정도는 스스로 운기 해라. 다음!」
「뭐? 머리가 아프다고? 자고 일어나면 낫는다. 다음!」
「돌덩이에 깔렸다고? 한번 보자. 흠… 너는 저쪽으로 빠져 있어라.」
하지만 적절한 조치를 받는 것은 10명 중 2, 3명에 불과했다.
인원 파악이 끝나자 고블린들은 감독관들의 인솔하에 늦은 저녁 식사를 하러 떠났다. 온종일 곡괭이질을 한 그들에게 지급된 식사는 삶은 감자였다.
2주째 같은 메뉴다. 고기는 모조리 발타드렌으로 옮겨졌다. 병사 훈련을 받는 이들에게 먹일 것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고블린들은 예전처럼 왁자지껄 떠들며 밥을 먹지 않았다. 그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전투적으로 감자를 씹어 삼킬 뿐.
그나마 양은 넘칠 듯 많았다. 밥만큼은 언제나 배 터질 정도로 주었다.
「도란, 여기 있었네요. 고붕 씨도요.」
핼쑥한 안색의 여인이 도란의 테이블로 찾아왔다. 에아였다.
도란은 에아를 슬쩍 보고는 작게 한숨 쉬었다. 그러곤 자기가 까던 감자를 쓱 내밀었다.
「먹어.」
「아뇨, 아뇨 괜찮아요. 내가 까먹으면 돼요.」
「그냥 이거 먹으라고.」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에아의 손은 엉망이었다. 그녀는 하루 내내 밭일과 부엌일에 동원됐다.
문제는 밭일 쪽이었다. 농사지을 장비가 부족한 탓에 맨손으로 밭고랑을 파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손톱은 다 벗겨져 버렸다.
애석한 말이지만 사라 온들은 정령인 에아를 그다지 배려하지 않았다.
「오늘 일은 어떠셨나요?」
「그냥 별일 없었다.」
「뭘 그딴 걸 물어? 당연히 거지 같았지.」
고붕이와 도란이 동시에 말했다. 상반된 의견에 에아가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에아는 어땠나? 오늘도 되게 힘들어 보였다.」
「저는 괜찮아요. 이젠 익숙해져서 그다지 힘들다고 느껴지지 않거든요. 몰랐나요? 나는 적응력이 꽤 좋답니다.」
「어휴, 바보야, 바보야.」
도란이 끌끌 혀를 찼다.
「에아, 넌 진짜 바보야. 내가 본 바보 중에 제일 바보라고.」
「어머, 도란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요?」
「몰라서 물어? 내가 너였으면 바로 도망쳤을 거야!」
「아… 헤헤.」
「지금 웃음이 나와?」
도란이 정색했다. 에아는 서글픈 미소를 띤 채 감자를 오물오물 씹다가 대답했다.
「내가 갈 데가 어디 있어요. 도망쳐 봤자 그러글한테 잡아먹히기나 할 텐데. 그러는 도란은 왜 여기 남아 있는 거예요? 그렇게나 싫어하면서.」
「나, 나는…….」
그녀는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이유가 뒤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는 애써 부정하고 싶은 것도 있었다. 왕에게 복종하도록 설계된 태생이 그것이었다.
쉽게 말해 랜드리올이 ‘네년은 동굴에 처박혀 수정이나 캐라.’라고 명령했기에 이곳에 있다는 말이다.
하나 도란은 필사적으로 이를 부정했다. 그저 바보 고블린들이 걱정되어 남아 있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나, 나는 기다리고 있는 거야.」
「기다리다니 뭘요?」
「로드, 병갑 로드께서 돌아오시기를.」
에아가 큰 눈을 끔뻑거렸다. 고붕이는 황급히 감독관들의 눈치를 살폈다.
에아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도란… 그 이름을 부르지 말아요. 또 걸리면 지난번처럼 된통 깨질 거예요.」
「맞다, 도란. 저 초록 머리 여자가 너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다. 그러니 조심해라.」
「그러라고 해. 누가 겁낼 줄 알고?」
「도란…….」
사실 에아도 고병갑이 보고 싶었다. 그녀뿐만 아니라 대부분 고블린이 고병갑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그는 죽었다. 그와 함께 수도로 떠났던 도르마가 그렇게 증언했다. 웬 생뚱맞은 사내가 새로운 로드랍시고 나타났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당신……. 정말로 죽은 건가요?’
에아의 눈망울이 슬퍼졌다. 그녀는 참으로 오랜만에 눈물이 흐를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 * *
솜니움의 하루는 아주 이른 시각에 시작된다.
고블린들은 눈을 뜨자마자 삶은 감자 몇 덩이 주워 먹고 동굴로 들어간다. 그러면 점심때까지 파란 하늘을 보지 못한다.
정오 무렵이 되면 동굴 앞 들판에 모여 조촐한 점심을 먹는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감자를 까먹으면 손에 묻은 먼지 때문에 감자가 검게 변한다. 그러나 불평을 뱉는 고블린은 없었다.
「이놈의 감자, 감자! 왜 만날 감자만 주는 거야?」
도란이 감자를 거의 집어 던지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란.」
「…뭐야?」
말을 건 이는 감독관 중 제일 상관인 에올라였다. 고붕이가 말한 ‘도란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여자’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왕께서 전언을 보내셨다. 너를 발타드렌으로 복귀시키라고 하시더군.」
「발타드렌으로 돌아가란 말이야?」
「그렇다. 너는 식사를 마치는 대로 돌아갈 준비―」
「싫어. 난 안 가.」
도란은 그렇게 말하곤 고개를 획 돌렸다. 대놓고 무시하는 행태에 에올라의 이마로 핏대가 올랐다.
「그건 네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왕께서 명하신 거야.」
「싫대도. 거기 가 봤자 매일 쌈박질만 하는데 내가 뭐하러?」
「지금 어명을 거스르겠다는 거냐?」
「아, 나는 그런 거 모르겠고. 아무튼 안 갈 거니까 그렇게 전해.」
「허! 네가 정녕 미쳤구나.」
「남이사 미치든지 말든지.」
그녀가 구시렁거리며 감자를 집었다. 바로 다음 순간 감자에 칼이 꽂혔다. 에올라의 짓이었다.
도란이 매섭게 눈을 떴다.
「너… 지금 나한테 칼 들이밀었냐?」
「제왕의 백성이면 그에 걸맞게 행동해라. 나는 그분의 신하로서 네놈의 그런 불순한 태도를 더는 용납할 수 없다.」
「허! 나는 이래서 너희가 싫어. 그저 입만 열면 제왕, 제왕, 제왕!」
도란이 새 감자를 집어 들었다. 그 뒤 비웃듯 말했다.
「세뇌된 인형들 주제에.」
「뭐라? 어디서 감히 그딴 말을!」
에올라가 도란의 멱살을 덥석 쥐었다. 도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네가 먼저 시작했다?」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에올라의 팔을 꺾으며 바닥에 패대기쳤다. 완전히 올라탄 뒤에는 세차게 뺨을 갈겨 버렸다.
「꺄악!」
「까불지 마! 내가 너희 따위 겁나서 가만히 있는 줄 알아? 너희 다섯 명이 한꺼번에 덤벼도 내 털끝 하나 못 건드려!」
「이이……!」
에올라가 도란을 쏘아보았다. 분하지만 그녀의 말이 맞았다.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그들은 아직 나약했다. 랜드리올의 권능 덕택에 예전의 기억을 되찾긴 했지만 실력까지 되찾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혀와 권위의 싸움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식사 종료!」
에올라가 별안간 외쳤다. 감자를 먹던 고블린들이 멈칫거렸다.
「점심 식사는 끝이다! 다들 동굴로 돌아가!」
「무, 무슨?」
「오늘 점심과 저녁 식사는 없다!」
「헛소리하지 마! 네가 무슨 권리로 밥을 먹으라 마라야? 이거 명백한 월권이라고!」
「월권?」
에올라가 코웃음 쳤다.
「제왕께서 광산의 관리를 내게 전임하셨다. 이곳에선 내 말이 곧 제왕의 말씀이야! 뭣들 하는 거냐? 얼른 동굴로 돌아가지 못해? 지금 제왕의 명을 거역하겠다는 거냐?」
그녀가 호통치자 고블린들은 주뼛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도란이 기겁하며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바보들아! 그냥 밥 먹어! 먹으라고!」
「우으으…….」
「도란, 우린 저 말 들어야 한다……. 미안하다.」
「야! 당장 그 말 취소해! 애들 밥은 먹여 가면서 일 시켜야 할 거 아니야!」
「흥, 나도 그러고 싶지만 제왕께서 수정 채굴에 박차를 가하라고 하셔서 말이야. 어쩔 수 없군.」
에올라가 놀리듯 대꾸했다.
도란은 허망한 눈으로 이쪽과 저쪽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애처롭게 떨렸다.
「아… 알았어. 내가 발타드렌에 가면 되잖아. 갈게. 가겠다고!」
「흥, 그건 당연한 거다.」
「젠장!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꿇어라.」
「뭐?」
「너로 인해 내 기분이 몹시 상했으니 꿇고 사죄하라고.」
도란의 얼굴에 치욕이 비추었다. 그것도 잠시였다. 그녀는 시키는 대로 무릎을 꿇었다.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쟤들 밥은 먹게 해 줘. 밥은 먹여야 할 거 아니야.」
에올라가 옷에 묻은 먼지를 훌훌 털어 냈다. 그러더니 대뜸 도란의 뺨을 후려쳤다.
그녀가 노성을 토했다.
「감히 우리더러 세뇌된 인형이라고? 멍청한 년! 머리가 뒤죽박죽 엉망이 돼서 일깨울 기억마저 소멸한 주제에 얻다 대고 그딴 소릴 해!」
「끄으…….」
「나야말로 네가 무서워서 여태껏 놔둔 줄 알아? 마님이 아니었으면 진작 목이 날아갔을 녀석이!」
에올라가 도란을 걷어찼다. 도란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분노를 삼켰다.
저런 솜방망이 주먹 따위야 얼마든지 맞아 줄 수 있다. 하지만 자신으로 인해 고블린들이 밥을 못 먹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안 되겠다. 발타드렌으로 돌려보내기 전에 네 썩어 빠진 사상부터 개조해야겠어.」
에올라가 검집을 뽑아 손에 쥐었다. 그것을 머리 위로 치켜든 뒤 세차게 휘둘렀다.
하지만 그것이 도란을 때려 패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검집을 잡아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
솜니움의 공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한 남자가 뿜어내는 위압적인 살기가 원인이었다.
“넌 처음 보는 얼굴인데… 왜 애를 잡고 지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