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안에 고블린 작업장-76화 (76/151)

76. 사원에서 발견한 것

고병갑은 높다란 성벽에 올라 광활한 평야를 둘러보았다.

평야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잡초 한 뿌리 없는 황무지였다. 사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았다. 다만 북쪽 방위만큼은 경관이 사뭇 달랐다.

‘그새 숲이 넓어졌네.’

대략 2,500㎡의 영역에 숲이 들어섰다. 그리 높진 않지만 굵고 단단한 나무가 빽빽하고, 무릎까지 오는 녹색 풀이 싱그럽다.

잘 보이진 않지만 저 안에는 작은 들짐승도 있다. 숲은 지금도 천천히 영역을 늘려 가는 중이었다.

황량한 들판 한가운데 숲이 생겨난 것도 기가 찰 일이지만 정말로 황당한 건 따로 있었다.

‘설마하니 그러글 시체 위에서 동식물이 태어날 줄이야.’

무에서 유가 창조된 것은 아니고, 콩 심은 데 팥 난 건 더더욱 아니지만 그래도 상식선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현상임은 틀림없다.

시체 위에서 생물이 탄생하다니. 어디 창조 신화에서 나 나올 법한 일이다. 아무리 요즘 세상에 별난 게 많고, 웬만한 건 별종 취급도 못 받는다지만 이 정도면 특종 감이었다.

물론 세간에 공개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차피 믿어 주지도 않을 텐데, 뭐.

‘그나저나 이상하네.’

이상한 점은 분명 있었다. 분명 솜니움에 있을 때도 수백의 그러글을 학살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때는 이런 일을 목격하지 못했다.

‘나무가 자라난 건 숲에 가려져 눈치채지 못했다 치더라도 동물은 어떻게 설명할 거야?’

저 숲에는 조그만 들짐승이 몇 마리 살고 있다. 토끼 사촌쯤 돼 보이는 것들이었는데, 솜니움에선 구경도 못해 봤다.

고병갑은 담배를 태우며 생각을 곱씹다가 이내 관두었다. 답이 없는 문제 혹은 난제에 도전하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겠냐. 좋은 게 좋은 거라던데.’

쓸모라곤 개똥만큼도 없을 것 같던 그러글이 사실은 만능 비료 비슷한 거라면 그저 축배를 들 일인 거다.

자신이 학자도 아니고. 현상 하나하나에 이치를 따질 필요는 없었다.

사실 목재를 어디서 수급해야 좋을지 고민이었는데 이번 일로 말끔히 해결됐다.

고병갑은 꽁초를 휴대용 재떨이에 쑤셔 넣으며 외쳤다.

「작업 종료! 정리하고 성으로 들어와!」

「알겠습니다!」

외성에서 한창 작업 중이던 고블린 일동. 로드의 말 한마디에 연장을 거두고 작업을 갈무리했다.

“내일이나 모레쯤이면 완성되겠구먼.”

발타드렌의 성벽 주위로 깊은 구덩이가 파였다. 뭐냐면 일종의 해자(垓字)를 건설하는 것이다. 강물을 끌어와 채울지 죽창을 박아 놓을지는 아직 생각 중이지만.

당연히 방호를 위한 사업이었다.

다행히 닷새 전에 큰 전투를 치른 이후 지금껏 그만한 전투는 없었다. 그러글이 무슨 디펜스 게임마냥 몰려들지 않는 건 다행이었다.

고병갑은 성벽을 내려와 발타드렌 중심부로 향했다. 그곳엔 현대인의 관점으로 봐도 꽤 으리으리한 건물이 한 채 새워져 있었다.

사원인지 뭔지. 그 정체는 모르겠지만 신비로운 곳임은 분명하다. 고블린들에게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해 놓은 장소기도 했다.

고병갑은 혁대에서 랜턴을 뽑으며 내부로 들어섰다. 어둡고, 건조하며 시원하다. 얼마간 걸어 들어가자 단상 위에 선 석상이 드러났다.

저 석상엔 고대 아스빌람의 역사가 단편적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지금은 큰 천으로 덮어놓아서 내용이 보이지 않았다.

‘또 폭주 사태가 일어나면 곤란하니까.’

감히 고병갑의 명을 어기고 사원으로 들어서는 고블린은 없겠지만 또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고병갑은 걸음을 조금 옮겨서 옆쪽 통로로 이동했다. 벽과 천장이 무너져 잔해가 길을 막았다. 틈틈이 치우긴 했다만 여전히 막힌 상태였다.

“좀 치워 놓을까.”

고병갑은 랜턴을 세워 놓고 잔해 더미를 치우기 시작했다.

파편 군데군데 흐릿한 그림이 남아 있다. 모두 여성 고블린의 초상화였는데, 보고 있으면 괜히 뒷덜미가 서늘해졌다. 영정 사진이라도 보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아이고, 디스크야.”

30분 정도 잔해를 치우던 그가 허리를 폈다. 어째 치워도 치워도 그대로인 것 같다.

“그냥 애들 불러서 확 치워 버릴까? 어차피 도르마 아니면 글 읽을 줄 아는 놈도 없는데 이게 혼자서 무슨 지랄이야.”

그렇게 불평을 내뱉다가도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고블린들을 사원에 들이지 않는 건 비단 폭주의 위험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원 자체가 몹시 큰 규모였고, 그만큼 붕괴의 위험도 컸다. 실제로 벽과 천장에서 어렵지 않게 균열을 찾아볼 수 있었다.

어디 한 군데 잘못 건드려 무너지기라도 하는 날엔 줄초상 치르는 거다. 폭주하면 더 엿 되는 거고.

“어휴, 오늘은 이쯤 하고… 음?”

후두둑! 쿠릉! 쿠르릉!

“이런 씨!”

손을 탁탁 털고 있으려니 전해 더미가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벽과 천장도 진동하며 먼지를 떨어뜨렸다.

붕괴하는 건가!? 순간 주마등이 스치며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혔다.

‘이렇게 죽을 순 없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어쩌고 하는 격언을 되새기던 찰나였다.

…….

건물의 떨림이 보란 듯이 멈추었다. 고병갑은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부동자세로 눈알만 움직였다.

“…염병, 식겁했네. 건물 주제에 사람 놀래고 있어.”

호들갑 떤 게 괜히 민망해진다. 고블린들이 보고 있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재수가 없으려니. 그렇게 중얼거리며 넘어진 랜턴을 주워 든다. 사원을 빠져나갈 심산이었다. 그런데.

“음?”

랜턴이 비추는 방향이 어딘가 색달랐다. 잔해로 막혀 있던 공간이 훤히 드러난 것이다. 몇 주간 찔끔찔끔 치워 오던 게 드디어 결실을 보았다.

고병갑은 무의식적으로 그리로 향하다가 번뜩 멈춰 섰다.

“…곧 저녁인데 무슨. 내일 하자.”

슬슬 해가 저물고 있다. 안 그래도 캄캄한 사원인데 한밤에 이곳을 헤매고 싶지는 않았다. 이실직고하면 좀 섬뜩하기도 했고.

사원 탐사는 내일을 기약하며 몸을 돌렸다.

* * *

고대의 상점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대체로 신기하다. 아니, 정정한다. 신기하지 않은 게 없다.

그중에서도 특히 ‘교본’ 계열 상품들은 상식을 벗어나는 물건이었다.

“으에에엑!”

B급의 다면귀가 네 개의 면상에서 동시에 비명을 뱉었다. 잘려 나간 왼쪽 어깨에선 폭포처럼 피를 쏟았다.

인간형 괴수인 다면귀는 영악하기로 소문난 몬스터였다. 지능이 꽤 높은데, 대가리가 네 개라서 그런지는 모를 일이다.

어쨌건 그런 간악함도 압도적인 힘의 격차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고병갑이 재차 검을 휘둘렀다. 이번엔 오른쪽 어깨였다.

“으에에에엑! 으에엑!”

“아오, 듣기 싫어.”

불쑥. 다면귀의 발이 날아들었다. 장딴지가 웬만한 성인 여성 허리보다 두껍다. 강철판에도 발자국을 남길 만큼 강력한 앞차기이나 그것도 적중했을 때 얘기다.

고병갑은 바람처럼 움직이며 여유롭게 회피했다. 그 후 삽시간에 파고들어 검을 올려 그었다.

다면귀가 사타구니부터 정수리까지 갈라지며 양쪽으로 벌어졌다. 세 글자로 줄이면 죽었다는 소리다.

B급 몬스터를 단 네 합 만에 저승길로 보내다니.

‘정말이지 말도 안 되게 강해졌구먼.’

이렇듯 교본이란 물건은 상식을 초월했다.

하급 교본을 익혔을 때 하위를 벗어났다.

중급 교본을 익혔을 때는 상위에 닿았다.

상급 교본을 익히자 상위마저 초월해 버렸다. 이제 B급 몬스터 따위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다.

‘지금의 나는 어느 수준인 거지? A급은 분명 넘을 텐데.’

B급과 A급 간 힘의 격차는 그렇게 크지 않다. B급 몬스터를 이토록 손쉽게 해치울 정도라면 A급도 압도할 수 있으리라.

문제는 S급에 닿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직접 맞붙어 보는 게 아니면 어떻게 가늠할 방도가 없으니…….’

S급 몬스터라는 게 쉽게 구경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은가. 솔직히 말하면 별로 보고 싶지도 않았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로드시여!」

「나날이 강해지시는군요. 로드의 위용을 볼 때마다 가슴이 웅장해집니다.」

공격대 인원들이 살살 혓바닥을 굴렸다.

‘이놈들, 어째 날이 갈수록 표현력이 좋아지는 것 같단 말이지.’

뭐, 나쁘지 않았다. 손가락만 까닥여도 띄워 주는 부하가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니까.

아스빌람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 일꾼들을 불러낸다. 그들은 능수능란하게 고기를 옮겼다.

그때였다.

「오! 이거 되게 신기하네요! 몇 번 보긴 했는데.」

「아이씨, 깜짝이야!」

통로 너머로 누군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고병갑의 각도에서 보면 허공에서 사람 목이 생겨난 것처럼 보였다.

아무튼 고개를 내민 것은 에아였다. 그녀가 두리번거리더니 고병갑을 찾아냈다.

「아! 바로 옆에 있었군요. 난 그것도 모르고 바보처럼 두리번댔네요.」

「…무슨 일이야?」

「아,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서요. 고블린분들이 자꾸 고기를 들고 오는데 냉동 저장고가 꽉 차서 더는 넣을 수가 없어요. 저장고에 보관하지 않으면 고기가 썩을 테고, 썩으면 냄새가 날 테고… 아무튼 좋지 않을 것 같아서요.」

에아가 주절주절 말했다. 고병갑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꽉 찼단 말이지? 알겠어. 오늘 중으로 하나 더 지어 줄게.」

「오, 그거 좋네요. 이왕이면 서너 개 정도 지어 주세요. 그럼 수고하세요.」

에아가 고개를 쏙 빼며 사라졌다. 하여간 웃긴 여인네다.

‘입이 천 개가 넘는데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건가. 하기야 요새 매일 균열 두 개씩 돌고 있으니까.’

하루 균열을 돌면 몬스터만 300마리가 넘었다. 냉동 창고가 터져 나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 터.

「로드시여.」

「어, 도르마. 무슨 일이야?」

「여쭐 게 있어서 말입니다. 균열을 하나 더 도실 겁니까? 평소처럼 대기하고 있으면 될는지요?」

고병갑은 턱을 쓰다듬으며 짧게 고민했다.

「음… 아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할 일이 좀 있거든.」

「그렇습니까? 예, 그렇게 전해 두겠습니다.」

「그래.」

몬스터의 사체를 모두 옮기고, 고블린들도 모조리 돌려보냈다. 고병갑은 차를 몰고 곧장 서울로 돌아갔다.

‘저장고 하나 후딱 짓고 사원에 들어가 보자.’

집에 돌아온 뒤엔 채비를 갖추고 아스빌람으로 넘어갔다. 가장 먼저 보인 건 몬스터를 손질하고 있는 홉 고블린 무리였다.

그들은 웬만한 정육사 뺨치는 솜씨로 몬스터를 분해했다. 고기는 고기대로, 부산물은 부산물대로, 마석은 마석대로.

그러고 보면 몬스터는 어디 하나 버릴 게 없다. 특히 각종 부산물은 연금술을 통해 무기나 생활용품으로 탈바꿈하니 꼭 필요했다.

일하는 고블린들에게 좋은 소리 한마디씩 해 주고 걸음을 옮겼다.

「앗! 로드시여, 오셨습니까.」

「어, 오붕아. 마침 잘 만났다. 바쁘냐?」

「어… 강에서 물을 퍼 나르던 중입니다. 시키실 일이 있으십니까?」

「응, 그건 다른 애들한테 맡기고 한 30명만 모아 와 봐. 냉동 창고 하나 더 짓자.」

「아, 옙! 알겠습니다.」

고병갑은 고블린들과 힘을 합쳐 냉동 창고 하나를 뚝딱 만들어 냈다. 일을 마치니 대충 오후 4시 무렵이었다.

「에아한테 가서 창고 완성됐다고 알려 줘.」

「넵!」

「그리고 나 사원에 볼일 있으니까 진짜 급한 일 아니면 찾지 마라.」

「아, 알겠습니다.」

고병갑은 그 말을 남긴 뒤 곧장 사원으로 향했다. 고출력 랜턴과 검만 달랑 챙긴 상태였다. 뭘 좀 더 챙길까 싶었지만 관두었다.

‘별일이야 있겠어? 발타드렌 안인데.’

서늘한 사원 내부. 딴 길로 새지 않고 어제 뚫어 놓은 통로 안으로 들어간다.

꽤 넓은 복도가 길게 펼쳐져 있었다.

고병갑은 랜턴으로 앞을 비추며 묵묵히 걸었다.

사원 내부를 탐사하는 데 다른 이유는 없었다. 혹시 옛 아스빌람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서였다.

복도를 걷노라면 이따금 문이 나타났다. 하지만 열고 들어가 봤자 한기 서린 공실만 줄창 나왔다.

끼이익

“제기랄, 죄다 빈방이네.”

간혹 어떤 사물이 나오기도 했다. 반쯤 부서진 테이블이나 삭아 버린 접시 같은 것 말이다.

정보 습득으로 보나 실용성으로 보나 별 가치가 없는 것뿐이었다.

대략 1시간 정도 탐사했더니 당장 확인 가능한 부분은 다 둘러봤다. 몇몇 통로는 무너져 내린 탓에 진행할 수조차 없었다.

기껏 긴장하고 들어왔건만……. 건진 게 없으니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겉만 번지르르하지, 실속은 하나도 없네. 어휴, 먼지만 잔뜩 먹었잖아.”

그가 불평을 터뜨리며 몸을 돌렸다.

바로 그때였다. 돌벽에서 이상한 이음새를 발견한 것이.

“음? 뭐야, 이거?”

가로 60센티 세로 2미터 정도의 직사각형 영역이 다른 부분과 다르다. 말하자면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다.

주의 깊게 보지 않았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차이였다.

“왜 여기만 쑥 들어가 있… 어어!?”

슬쩍 밀었을 뿐인데, 벽이 안쪽으로 밀려 들어갔다. 그러면서 비밀 통로가 드러났다. 지하와 연결된 통로였다.

고병갑은 황당한 눈으로 벽과 비밀 통로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허! 죽여주는구먼? 비밀 통로라니. 하긴, 이런 거 하나쯤 있어 줘야 섭섭지 않지.”

고민은 잠시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통로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뭐라도 건질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계단 엄청 깊네.”

지하로 이어진 계단은 무척이나 길었다. 체감상 지하 2층 높이는 될 듯했다.

행여 넘어질라 조심조심 계단을 밟으며 바닥에 도착했다. 쇠로 만들어진 문짝 하나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를 반겼다.

‘그러글이라도 튀어나오는 거 아니겠지?’

지하로 들어왔더니 괜히 긴장됐다. 고병갑은 검을 뽑아 손에 쥐고 랜턴은 입에 물었다. 그 후 천천히 쇠문을 밀어 열었다.

끼기기긱!

녹이 얼마나 슬었는지 쇠 긁는 소리가 엄청나다.

‘뭐야? 갑자기 찬바람이?’

쇳소리보다 거슬리는 건 따로 있었다. 문틈 사이로 몰아닥치는 어마어마한 냉기가 그것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 만들었던 냉동 창고. 그 내부 공기와 비슷할 만큼 차가웠다. 그는 반쯤 열린 문틈으로 랜턴을 비추었다.

사각 얼음이 잔뜩 보였다.

“뭐야? 여기 냉장고야? 어떤 미친놈이 냉장고를 지하에다 만들어 놨어?”

어처구니없음을 느끼며 쇠문을 마저 열어젖혔다. 혹시 고대 아스빌람산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말이다.

하지만…….

뭐,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를 맞이한 건 아이스크림 따위가 아니었다.

“야, 이거 설마…….”

얼음으로 가득한 방의 중심. 그곳에 관(棺)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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